스탠퍼드대·MS 출신 '인순이 딸'이 복싱 가르치는 사연

조회수 2020. 9. 24. 13: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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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순이 딸'이 아닌 '넉아웃' CEO 박세인 입니다
스탠포드대, 마이크로소프트 거치며 창업
소셜 웰니스 플랫폼으로 K헬스 세계화 꿈꿔

“거울을 보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나의 모습을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당당하게 맞서 싸우세요.”


트레이닝 복을 차려입은 강사가 10여명의 수강생 앞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자기 계발 수업 같지만 수강생 모두 움직이기 편한 운동복을 입고 손에는 글러브를 끼고 있다. 프리미엄 소셜 웰니스 플랫폼 ‘넉아웃’의 복싱 수업이다. 박세인(25) 대표가 5명의 트레이너와 함께 운영 중인 넉아웃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관리하는 스타트업이다. 운동을 통해 보기 좋은 몸매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기보다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찾도록 도와준다.


이곳에서는 두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주 1회 오프라인 모임, 홈트레이닝 영상, 웰니스 리포트 제공하는 ‘시즈널 클럽’과 운동에 더 집중하는 ‘부트 캠프’다. 수강생은 프로그램 안에서 복싱, 댄스 카디오, 필라테스, 웨이트 트레이닝 등 다양한 수업을 택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일찍부터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고 창업을 했다. 서울 선정릉 스튜디오에서 박세인 대표를 만나 창업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jobsN
넉아웃 박세인 대표

◇졸업 전 마이크로소프트 입사 확정


국내 외국인 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박 대표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 진학해 과학 기술과 사회(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학을 전공했다. 광고나 마케팅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관련 전공이 없었다. 대신 다양한 대외활동으로 마케팅 관련 경험을 쌓았다. 졸업을 1년 앞두고 마이크로소프트 입사를 확정했다.


-왜 마이크로소프트였나요.


"대학교 3학년 때 인턴으로 일하고 바로 정규직으로 전환됐습니다. 아직 학생이었기 때문에 다시 학교로 돌아가 학기를 마쳤고 졸업 후 바로 입사했습니다. 아시아 본사인 싱가포르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싱가포르에서는 어떤 일을 했나요.


"중소기업 마케팅(Small Medium Business)담당이었습니다. 중소기업이란 규모도 규모지만 밀레니얼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를 뜻합니다. 이들을 타깃으로 디지털 마케팅을 어떻게 할지 연구했습니다. 8개월 동안 일하다 창업을 하고 싶어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사실 저는 안정적인 것을 좋아해 창업에 뜻이 없었어요.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이 생기자 '지금 아니면 언제 도전할 수 있을까'하는 마음에 퇴사했어요."


◇퇴사 후 창업 준비


-어떤 창업이었나요.


"한국에서 프리미엄 소셜 웰니스 플랫폼을 창업하고 싶었습니다. 운동을 통해 수강생의 몸과 마음을 보살피고, 직접 만든 프로그램으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가이드 해주는 플랫폼입니다. 미국에는 소울사이클이 유명합니다. 스피닝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 ‘자신감을 가져라’ 등의 메시지를 전달해 몸과 정신 건강을 관리하는 피트니스 스타트업이에요. 하루는 뉴욕에 갔는데 스피닝이 아닌 복싱으로 하는 체육관이 있더군요. 몸매를 가꾸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운동을 통해 힐링을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한국에도 있을 것 같아서 찾아봤는데 없더군요. 회사를 다니면서 사업 계획서를 쓰고 한국에서 수요 조사도 했어요. 그러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2017년 4월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왜 건강 관련 사업이었나요.


"어렸을 때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습니다. 대학을 가기 전부터 폭식증 등으로 아팠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그 상태로 미국을 갔죠. 점점 악화돼 공황발작, 호흡곤란 등 증세가 나타났습니다. 당시 대학교 2학년 때였어요. 결국 학업을 멈추고 한국에 돌아와 치료를 받았습니다. 아무렇게 살아도 건강할 나이에 건강의 소중함을 깨달았어요. 다시 미국에 돌아가서는 건강을 챙기면서 생활했어요. 그러던 중 부티크 짐을 발견했고 한국에서도 해보고 싶었죠."


-한국에서 사업성이 있었나요.


"2016년 8월, 11월에 팝업스토어를 열었습니다. 복싱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돈을 내고 배울 의향이 있는지 등을 알아보는 시장 조사였죠. 당시 팝업을 통해 신청한 사람이 100명이 넘었어요. 충분히 수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룰루레몬과의 협업으로 복싱 강사를 섭외해 테스트 운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반응이 좋아서 창업을 결심하고 한국으로 왔습니다. 그때까지는 혼자 하다 2018년 1월 창업 멤버이자 현 CSO인 박귀주씨를 만나 지금까지 같이 하고 있습니다."

출처: 넉아웃 제공
박세인 대표는 넉아웃에서 복싱 수업을 맡고 있다. 복싱을 가르치기 위해 훈련하고 운동에 명상을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배우기 위해 명상 자격증도 취득했다.

◇몸은 물론 정신 건강까지 챙기는 ‘넉아웃’


서울숲에 사무실과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2018년 11월 넉아웃을 열었다. 6주 프로그램인 시즈널 클럽을 운영했다. 주 2회 오프라인 만남, 건강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 그리고 여행까지 가는 커리큘럼이었다. 홈트레이닝 영상과 웰니스 리포트를 보내주는 서비스도 포함이었다. 수강생은 만족도는 높았지만 재수강률이 높지 않았다. 오프라인 모임을 귀찮아하고 여행이 포함된 높은 가격을 보고 처음부터 수강을 꺼리는 사람도 있었다. 프로그램을 편성을 바꿨다.


-어떻게 개편했나요.


"수업을 6개로 늘리고 1개월씩 등록 가능한 3개월 짜리 프로그램으로 개편했어요. 여행을 빼고 오프라인 모임을 주 1회로 바꿨어요. 주 3회 홈트레이닝 영상을 보내주고 매일 수강생에게 직접 물어보던 건강체크를 챗봇으로 대체했습니다. 매일 밤 10시 챗봇이 3분 동안 건강 관련 질문을 합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종합 웰니스 리포트를 만들어 보내줍니다. 현재 한 수업에 10명씩 수강하고 있고 3개월 동안 약 180명의 수강생을 만나고 있습니다.”


-정신 건강도 관리해준다고 하는데…


“각 수업 선생님은 커리큘럼을 만들 때 매주 주제를 정합니다. 그리고 주제에 맞는 음악, 멘트 등을 준비해요. 예를 들어 저는 최근 수업 주제를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되돌아보도록 ‘자아’로 정했습니다. 거울을 보고 섀도복싱을 하면서 ‘나의 별로인 모습을 상상하세요. 그리고 당당하게 맞서 싸울 거예요’ 등의 말을 하면서 수업을 이끌어요. 그리고 90분 수업이 끝나면 다 같이 모여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출처: 넉아웃 제공
넉아웃에서 활동하는 선생님은 모두 각 분야의 전문가다. 댄스 카디오 담당은 전 필라테스 강사면서 뮤지컬 배우, 필라테스 담당은 나이키 전속 트레이너기도 하다.

◇목표는 K헬스…해외로도 진출할 것


-가장 기억에 남는 수강생이 있나요.


“처음 시작할 때 굉장히 내성적인 수강생이 계셨습니다. 우리와 함께 운동을 하면서 성격이 많이 밝아졌습니다. 시즌이 끝날 때 ‘넉아웃을 하고 인생이 바뀌었다’면서 꽃과 선물을 주신 분이 기억에 남아요. 선생님들을 단순히 트레이너가 아닌 ‘라이프 쉐이퍼(Life shaper)’라고 부르는 이유기도 합니다. 이렇게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서 삶의 활력과 힐링을 얻었다는 수강생들의 인사를 받을 때마다 뿌듯하고 감사하기도 합니다.”


-3년 전 ‘인순이의 딸’이 아닌 ‘넉아웃 대표’ 박세인으로 자리 잡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엄마가 활동하시는 분야에서 이름을 알렸듯 저도 제 분야에서는 '박세인'으로서 성공하자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넉아웃 대표로서 강연이나 인터뷰 요청이 먼저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결심한 바를 조금씩 이루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목표는 무엇인가요.


“피트니스에 제한되기 보다는 건강 관련 콘텐츠 회사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웰니스 리포트, 홈 트레이닝 영상 등이 그 일환입니다. 개인적으로 건강에 대해 코칭을 해주고 관리를 해주는 것이 한국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K헬스로 발전시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활동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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