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제 인스타그램 보고 기사 좀 쓰지 마세요"

조회수 2020. 9. 24. 14: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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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스타로 기사쓰지 마세요" 유명인의 SNS를 퍼오는게 직업인가요?
유명인 SNS의 기사 나오면
대체로 부정적 댓글 달려
사실 확인 안된 정보도 확산
“전체 공개 게시물, 퍼뜨리는게 문제냐” 반론도

“인스타그램의 기사화를 원치 않습니다.” 유명 방송인 A씨 인스타그램 대문에 달린 문구. 그는 매일 2~3개의 게시물을 올린다. 맛집·패션·공연 등 매일 수시로 올라오는 일상 게시물은 정보가 된다. 그와 친한 다른 연예인들은 그의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달 때가 있다. 본인의 인스타그램을 기사화하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기자들에겐 이 모든 기록이 기사 소재다. ‘방송인 A씨와 B씨, 소셜미디어에서 의외의 친분 과시’라는 제목의 기사가 탄생하기 쉽다.

출처: 네이버 뉴스 캡처
하루동안 쏟아진 '인스타그램을 통해 근황 공개'라는 제목의 기사.

◇하루에도 수백개씩 쏟아지는 ‘소셜미디어’ 기사


배운철 소셜미디어 전략연구소 대표는 “소셜미디어 동기는 크게 세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배 대표는 “타인과 적당히 연결돼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존재감을 인정받기 위해, 자신과 비슷한 집단과 정보를 주고 받기 위해 SNS를 찾는다”라고 분석했다. 연예인의 경우 두 번째 동기가 크다. 유명인의 인지도는 소득과 비례한다. 유명할수록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인지도는 대중에게 자주 자기 자신을 노출할수록 올라간다. 유명인이 더 많은 관심을 받기 위해 가끔 상식에 벗어나는 행위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선 한 아이돌 멤버를 향한 전직 가수지망생의 폭로전이 화제다. 폭로전에는 채무·불륜 등 자극적 내용이 담겼다.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관련 기사도 쏟아졌다. 하루동안 수십개의 기사가 보도됐다. 대부분의 기사는 “셔누의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측은 해당 내용과 관련해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라는 문장으로 끝났다.

게티이미지뱅크(왼쪽), 조선DB(오른쪽)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이종혁 교수는 “언론은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기사가 저명한 인물의

새롭고 충격적인 행위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뉴스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뉴스가치가 뉴스의 보도규범과 일치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이 교수는 “언론이 지향해야 가장 첫번째 목표는 ‘진실 추구’”라고 했다. 뉴스가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 기자들은 보도를 하기 전 반드시 사실 확인을 거친다. 현장을 방문하거나, 관계자를 직접 인터뷰하거나, 관련 자료를 탐색하는 식이다. 이 교수는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기사는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기사 속 정보가 사실이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보도 기사와 관련한 대중의 피로도와 악플


대중들은 소셜미디어의 원본 게시물보다 포털사이트의 기사에 더 부정적이기 쉽다는 것 또한 논란이 더 커지는 이유 중 하나다. 사건 당사자를 잘 몰랐던 사람들도 선정적 제목의 기사로 당사자를 처음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정식 데뷔도 안했는데 화제의 인물이라고 기사가 난다. 배운철 소셜미디어 전략연구소 대표는 “소셜미디어로 인해 ‘공인’과 ‘인플루언서’의 기준이 모호해졌다”며 “과거엔 텔레비전에 나와야 공인이라 인식했는데 최근에는 유명 유튜버나 쇼핑몰 모델도 팔로워만 많으면 영향력을 행사한다”라고 설명했다.


소셜미디어에선 해당 계정을 팔로우하지 않으면 정보를 접할 수 없다. 그러나 포털 사이트 기사는 다르다. 이는 정보를 접하는 독자에게 ‘확증편향’을 일으킨다. 심리연구소 함께의 김태형 소장은 “사람들에겐 자신이 관심 갖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나머지 정보는 무시하거나 비판적으로 반응하는 성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명 방송인이 매일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올리면서 “기사 내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본인이 직접 게시물을 삭제하고 악플러를 차단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와 달리, 기사가 한번 퍼지면 걷잡을 수 없이 논란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자극적인 기사 제목이나 내용이 달릴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보다못한 네티즌이 언론에게 보다 책임감 있는 보도를 요구하고 나서기도 한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10월29일 '신문방송 모니터보고서'를 통해 "언론은 설리에 대해 무례하고 무책임했고 잔인했다"는 입장문을 밝혔다. 민언련은 "논란이 아닌 것에 '논란' 딱지를 붙이기도 하고, 악성 댓글을 그대로 가져와 기사에 붙이는 등 논란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신문방송 모니터보고서에는 설리가 사망하기 전날인 10월13일부터 이전 6개월 동안 종합일간지, 경제지, 방송사, 연예·스포츠 매체, 뉴스통신사가 송고한 지면과 온라인 기사들을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자료 민주언론시민연합

10개 종합일간지 중 해당 기간 설리 관련 기사를 가장 많이 쓴 곳은 한국일보(86건)로 나타났다. 서울신문과 세계일보가 각각 72건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각각 11건, 경향신문은 8건, 문화일보 3건, 한겨레 2건으로 나타났다. 7개 경제지 중에선 매일경제 149건, 한국경제 144건이었다. 방송사의 경우 MBN이 74건으로 가장 많았다. YTN은 32건을 기록했다. KBS, SBS, 채널A, 연합뉴스TV는 0건이었다. 17개 연예·스포츠 매체는 압도적인 기사량을 기록했다. 뉴스엔 254건, OSEN 241건, 헤럴드POP 240건, 마이데일리 224건, 엑스포츠뉴스 203건, 일간스포츠 192건, 스포츠조선 174건 순이었다. 뉴스통신사 중에선 뉴스1이 100건으로 가장 많았다. 연합뉴스는 6건이었다.


민언련은 가장 악의적인 보도를 한 기사를 선정했다. 악의적인 기사의 헤드라인 키워드는 ‘시선강간’, ‘속옷 미착용’, ‘셀카’ 등이 있었다. 이 기사들은 모두 고인이 생전에 소셜미디어에 올린 게시물을 근간으로 작성한 기사였다.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자극적 제목을 단 기사를 수차례 작성한 것이다. 기사를 접하는 대중의 반응도 가벼웠다.


◇악플에 대응책 내놓는 주요 포털사이트


최근 악플의 폐해를 막기 위해 국회는 관련법을 발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0월25일 박선숙 바른미래당과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등 국회의원 13명은 누구라도 악성댓글의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법률 개정안(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주 내용은 누구라도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삭제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권리 침해를 받은 자만이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 침해사실을 소명하고 정보의 삭제나 반박내용을 게재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삭제요청을 받았을 때 권리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 다툼이 발생했다 여겨지는 경우, 해당 정보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그 다음 방송통신위원회에 즉시 보고해야한다.

출처: 다음카카오 캡처
다음의 연예뉴스 댓글 폐지 서비스.

주요 포털사이트는 뉴스 생태계 발맞춰 각자의 대응법을 내놓고 있다. 다음은 연예 기사 댓글 서비스를 10월31일 잠정 폐지했다.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이날 공지사항에 “그동안 연예 섹션 뉴스 서비스를 사랑해주시고 댓글을 통해 소중한 의견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말씀을 드린다는 의견을 전했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는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장으로서 댓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건강한 소통과 공론의 장을 마련한다는 목적에도 불구하고 그로 인한 부작용이 존재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를 개선하고자 연예 뉴스 댓글 서비스 잠정 폐지를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댓글 서비스의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고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전부터 언론사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언론사가 기사 하단에 댓글 제공·노출·정렬방식을 모두 결정하도록 했다. 또 지난 4월부터 일부 기사에 대해서는 욕설 등이 담긴 댓글을 인공지능(AI) 기술로 감지해 자동으로 숨겨주는 '클린봇' 서비스를 적용하기도 했다.


이종혁 교수는 “주장을 아무 검증 없이 받아 적는 행위를 ‘따옴표 저널리즘’이라고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언론인은 진실추구라는 사명감을 갖고 ‘따옴표 저널리즘’을 지양해 사회 구성원들이 건전한 토론과 합의를 할 수 있는 뉴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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