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때 인사하지 마세요, 어차피 일 잘한 거 다 알아요"

조회수 2020. 9. 24. 14: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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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할 때 인사하지 말아주세요. 어차피 일 잘한 거 다 알아요."
잡플래닛, 워라밸 우수 중소·중견기업 24곳 발표
하이퍼커넥트·스타일쉐어·버즈니 등
업무 효율성 높이고
직원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문화

“하이퍼커넥트에선 퇴근할 때 서로 인사도 안 합니다. 하지 말라고 해요. 출근시간이 다 제각각이라서요. 방해가 됩니다.”


글로벌 영상 기술 기업 하이퍼커넥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 중 하나다. 대표 서비스인 영상 메신저 ‘아자르(Azar)’는 전세계 230개국에 진출해 있다. 2018년 매출은 1045억원. 2017년(624억원)보다 68% 증가했다. 누적 다운로드는 4억건. 3분기 유럽 전체 어플 시장에서 틴더·넷플릭스·유튜브에 이어 매출 4위(출처 센서타워)를 기록했다. 지난 7월 일부 국가에서 데모 버전으로 출시한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하쿠나는 아자르보다 4배 빠른 속도로 가입자가 늘었다. 정식 출시 전인데 누적 다운로드 350만, 월간 활성 사용자 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출처: 하이퍼커넥트 공식 홈페이지
하이퍼커넥트 성장 그래프.

◇하이퍼커넥트, 직원들의 독립성 보장하며 성장해


하이퍼커넥트는 2014년 개발자 3명이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현재 26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대기업·외국계 기업·공기업 등 국내외 최고 인재들이 모여들었다. 하이퍼커넥트는 직원들에게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한다. 창업 이후 매해 약 2배 이상 빠르게 성장했는데도 직원들의 워라밸(Work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만족도 또한 높다. 작년 대한상공회의소가 뽑은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에 이어 올해도 기업 리뷰 플랫폼 잡플래닛이 선정한 워라밸 좋은 기업 목록에 들었다.


하이퍼커넥트에선 근무시간보다 생산성에 집중한다. 오전 8시~11시 사이 출근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출퇴근제가 있다. 출근시간이 제각각이다 보니 일을 마치는 시간도 모두 다르다. 김고은 하이퍼커넥트 홍보팀장이 “퇴근할 때 방해될까봐 서로 인사 안한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또 불필요한 야근이나 주말 근무 또한 지양한다. 시간 외 근무를 하면 근무시간의 1.5배에 해당하는 대체휴가를 쓸 수 있다. 3년 근속 시 10일 유급휴가가 나온다. 여기에 휴가비 200만원까지 준다. 집이 멀리 있는 직원들을 위해선 회사와 가까운 곳에 기숙사를 제공해준다. 하이퍼커넥트 서울 본사는 삼성동에 위치해 있다. 김고은 홍보팀장은 “기숙사 지원 제도를 이용하는 직원들은 모두 편리한 출퇴근을 보장받아 호응이 좋다”고 했다. 이처럼 하이퍼커넥트는 국내 최고 수준의 기업 문화로 설립 5년만에 50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출처: 하이퍼커넥트 홈페이지
아자르 대만편 광고(왼쪽)와 하이퍼커넥트 사옥(오른쪽).

◇워라밸 보장하며 성장 이뤄낸 기업의 공통점은 ‘생산성’ 향상


적은 인원으로 최대한의 생산성을 발휘하는 게 이윤을 추구하는 모든 기업들의 숙제다. 이미 축적한 자본이 많은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일수록 생산성에 대한 고민이 깊다. 10월23일 잡플래닛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9 일·생활 균형(워라밸) 우수 중소·중견기업 24곳은 혁신적인 조직문화 도입으로 높은 성과를 달성했다. 잡플래닛 황희승 대표는 “워라밸 우수 기업 24곳은 전·현직 직원이 직접 인증하고 워라밸·사내문화·복리후생·경영리더십에 관한 점수를 매겨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워라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10년대 들어서부터다. 고용노동부 박경서 노무사는 “워라밸은 흔히 쓰이는 단어지만 아직까진 의미가 명확하지 않을뿐더러 선행 연구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개인마다 일과 삶의 균형이 적절하다고 느끼는 지점은 다르다. 단순히 근무시간이 짧다 해서 워라밸이 좋은 것도 아니다. 노동강도, 근무환경, 구성원 간 경쟁 정도에 따라 워라밸 지수는 천차만별이다. 박 노무사는 “직원의 복지와 조직의 성장을 함께 이뤄내는 기업은 생산성에 집중한다“라고 설명했다.

출처: 스타일쉐어 제공
마이리얼트립의 송년회 모습(왼쪽), 스타일쉐어 사옥에서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오른쪽).

워라밸 우수 기업의 공통점은 고정적인 근무시간이나 친목 도모를 위한 정기회식, 상명 하급식의 존칭 사용 등 형식에 얽매인 조직문화를 없앴다는 것이다. 또 직원에게 동기를 주고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보상·관리 시스템을 개편했다. 구성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유연근무제를 들이고 인재를 오래 잡아두기 위한 장기근속 보상 제도 등을 실시했다. 교육·도서비 등 직원개발비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직원들은 ‘회사와 함께 성장한다’는 믿음으로 업무와 관련한 기술·기능·지식·태도 등을 발전해나갈 수 있었다. 


◇구성원 자율성 보장하는 ‘선택 출퇴근제’


워라밸 좋은 기업 24곳 중 과반수는 유연근무제를 실시했다. 유연근무제란 오전 8시~11시 사이 출근시간을 선택해 오후 6시~8시 사이 퇴근하는 제도다. 단점은 근무시간이 제각각이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나 다른 부서와 협업이 어렵다는 점이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소셜미디어 기반 쇼핑 플랫폼 스타일쉐어는 ‘8시간의 코어타임제’를 뒀다. 오후 2시~6시는 직원이 함께하는 시간으로 정했다. 스타일쉐어 정새롬 매니저는 “앉아있는 시간만으로 성과를 평가하지 않는다는 인사 시스템을 뒀다“라고 했다. 또 개인적인 일이 있을 땐 재택근무도 언제든지 할 수 있다. 팀원과 팀 리더에게 일정을 공유만 하면 된다. 29cm와 스타일쉐어의 2018년 총 거래액은 1200억원으로 매출은 전년대비 104% 증가했다. 현재 128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버넥트 역시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버넥트는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비효율적이고 위험한 기존 산업 현장을 개선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전체 58명의 직원 중 개발자만 37명이다. 국내 대기업과 연구기관 등 증강현실 연구과제를 수주하면서 동시에 자체 개발한 AR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제품을 판매했다. 자칫하면 과도한 업무량에 직원들의 워라밸이 망가질 수 있지만 개발자가 최대한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보장했다. 그 결과 2018년 매출 22억6000만원을 기록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출처: 버넥트 유튜브 공식채널 캡처
버넥트가 직원들을 상대로 AR 콘텐츠 개발 교육을 하고 있다.

판교에 위치한 광고 대행업체 엔에이치앤애드도 8시30분부터 10시30분까지 출근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시차출퇴근제를 운영 중이다. 뿐만 아니라 한달에 한번 여유 부릴 수 있는 오아시스 제도라는 것도 있다. 구성원이 오전 늦게 출근하거나 오후 이르게 퇴근을 하는 제도를 말한다. 별도의 결제 절차 없이 이용할 수 있어 구성원들은 복지제도를 이용하는데 눈치 보지 않는다. 4년 연속 지속적으로 성장해 2018년 매출 163억7280만원, 영업이익 5억6044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는 기업 중 하나다. 근로자의 출산휴가를 적극 지원하기 때문이다. 2015년 최초 육아 휴직자가 발생했는데 2019년 9월 기준으로 출산 여성 근로자 13명 모두 육아 휴직을 사용했다.


◇자기개발비 지원, ”구성원이 성장해야 조직이 큰다”


에프에스티는 2년 연속 워라밸 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중소기업이다. 에프에스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소재인 펠리클을 생산한다. 펠리클은 디스플레이 분야뿐 아니라 메모리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로도 사용처가 커지고 있다. 또 최근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계기로 에프에스티가 수혜를 받을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기도 했다. 에프에스티의 주요 경쟁사는 미쓰이화학·신에츠화학·아사히글라스 등 대부분이 일본 기업이다. 전 세계 펠리클 시장은 3000억원 규모다. 에프에스티는 2018년 기준 반도체용 펠리클 400억원, LCD 펠리클 100억원 어치를 공급했다. 시장에서 결코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에프에스티는 작년 1651억원의 성과와 함께 직원들의 만족도를 끌어올렸다. 사내 어학강좌를 지원하고 지속적인 초청 강연회와 세미나 제도 등을 통해 구성원이 자기개발할 수 있도록 주력했다.

출처: 버즈니 공식 홈페이지
관악구에 위치한 버즈니 사옥.

홈쇼핑모아의 운영업체인 버즈니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워라밸 좋은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버즈니는 직원당 1년에 48만원의 자기개발비를 지원한다. 별도로 24만원의 개인 도서 구입비도 준다. 야근을 하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이는데 저녁 11시 이후 퇴근하면 다음날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월 1회까지는 지각을 허용한다. 3번 미만 지각한 구성원에게는 반차를 보상해주는 제도도 있다. 김진옥 버즈니 인사팀장은 “유연 출퇴근제는 3년째 운영 중인데 자율적으로 업무시간을 활용하도록 해 효율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버즈니는 앞으로도 직원들이 회사와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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