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한 핑클, 소감 묻는 이휘재..30대 사이에서 난리

조회수 2020. 9. 24. 14: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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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레이디 가가, 90년대 GD가 뛰노는 이곳
할아버지는 종로2가 탑골공원 가시고
손자손녀는 유튜브서 ‘온라인 탑골공원’ 가
옛날 콘텐츠 다시 즐기는 ‘뉴트로’ 열풍
"축하합니다. 11월 첫째 주 1위는 핑클입니다." 

KBS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 MC 이휘재, 이나영씨가 쟁쟁한 동료 그룹 H.O.T와 S#arp을 제치고 1위에 오른 핑클을 축하해 준다. 수상소감을 마친 핑클은 바로 NOW 앵콜무대를 시작한다. 시청자는 '핑클은 저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예쁘다', '핑클 따라갈 아이돌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람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이 영상은 무려 19년 전 방송이다. 이렇게 방송사에서 유튜브 채널을 통해 10~20년 전 음악 프로그램을 틀어주자 추억을 회상하는 수만명의 사람이 모였다. 지금 인터넷은 '온라인 탑골공원' 열풍이다.

온라인 탑골 공원이란 젊은 시절 1990년대 문화를 경험한 세대가 낮에 모이는 곳이라는 의미다. 노년층이 시간을 보내는 곳하면 떠오르는 장소인 탑골공원을 빗댄 말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종로 2가 탑골공원으로 놀러간다면 손녀, 손자는 클릭 한번으로 온라인 탑골공원에 접속해 추억을 즐기러 가는 것이다. 누가, 어떤 이유로 온라인 탑골공원을 찾는지 알아봤다.     
2000년 11월 둘째 주 뮤직뱅크 1위 한 핑클. /

◇'SBS 인기가요' 온라인 탑골공원의 시작


온라인 탑골공원의 시작은 SBS 인기가요다. SBS는 8월부터 'SBS KPOP CLASSIC' 유튜브 채널을 열고 10년 전에 방영했던 인기가요 실시간 스트리밍을 시작했다. 창사 30주년을 맞이해 과거에 방영했던 프로그램을 되돌아보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기획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1999년~2000년 시대의 콘텐츠가 레트로 인기에 어울리고 당시 문화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인기가요를 라이브 스트리밍 첫 번째 주자로 택했다고 한다.


처음엔 시청자가 수십명이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동시 접속자 수가 최대 5만여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금도 평일 오전에만 500~1000명이 시청한다. KBS도 뮤직뱅크를 24시간 스트리밍하는 ‘STUDIO K’ 채널을 오픈했다. 사실 KBS는 작년 10월부터 'Again 가요톱10' 채널을 통해 1980~2000년대에 방영했던 영상을 편집해 올리고 있다. 온라인 탑골공원의 인기로 이 채널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투투, 마로니에, 김완선부터 박진형, 젝스키스 무대까지 볼 수 있다. MBC도 자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음악중심’과 ‘음악캠프’를 편집해서 올리고 있다.


구독자는 실시간 채팅을 통해 현실 탑골공원처럼 추억을 나눈다. '저때는 노래 장르가 다양했다', '한 때 저기서 소리 질렀는데 지금은 회사' 등 그 시절을 회상한다. 당시 인기가수에게 '탑골○○'으로 현재 인기 아이돌이나 탑가수의 이름을 붙여 별명을 지어주기도 한다. 백지영은 '탑골청하', 려원은 '탑골제니'로 불린다. 어린 친구들에게 가수보다는 배우로 익숙한 윤계상이 속한 god는 '장첸소년단'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다양한 의상과 콘셉트로 무대에 올랐던 이정현은 '조선의 레이디 가가'다. 재조명 받는 가수도 있다. 바로 1991년 데뷔해 레베카, 가나다라마바사 등으로 활동한 양준일이다. 지드래곤 닮은 꼴로 '90년대 GD' 별명을 얻었다. 큰 키와 수려한 외모,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패션으로 20여년이 지났지만 그의 영상과 사진을 찾아보는 팬이 생기고 있다.

출처: MBCkpop·Again 가요톱10 유튜브 캡처
조선의 레이디 가가 별명이 생긴 이정현. 지금은 배우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좌). 1990년대 초반 인기를 끈 양준일. 그의 근황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2010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어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다고 밝혔다(우).

◇음악프로에 이어 시트콤도 인기


복고 콘텐츠를 새롭게 즐기는 뉴트로 열풍은 드라마와 시트콤으로 옮겨왔다. SBS는 인기가요처럼 유튜브 채널에서 2002년부터 2003년까지 방영했던 '야인시대'를 24시간 스트리밍하고 있다. 지금은 방송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시트콤도 올라온다. '똑바로 살아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순풍산부인과'를 에피소드별로 편집해 업로드하고 있다. 순풍산부인과는 조회 수 33만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순풍산부인과를 꾸준히 본다는 이씨(27)는 "어렸을 때 재밌게 보던 시트콤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좋다"면서 "요즘은 시트콤이 흔하지 않아서 더 찾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MBC는 MBC 클래식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열고 '보고 또 보고', '하얀거탑' 등 드라마는 물론 '세친구', '하이킥 시리즈' 등 시트콤도 올린다. KBS는 유튜브 채널 ‘크킄티비’에 '유머 1번지', '쟁반노래방' 등 지나간 예능 프로그램을 올리면서 3040세대뿐 아니라 1020세대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다. '지붕뚫고 하이킥'을 방영할 때 초등학생이었던 22살 이씨는 "유행이라 유튜브에 자꾸 올라와서 보기 시작했는데 재미있어서 계속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사는 과거 콘텐츠가 뉴트로, 온라인 탑골공원 열풍을 타고 인기를 얻자 장르를 넓혀가고 있다. KBS는 그동안 진행한 시상식 영상을 실시간으로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가요대상은 10월30일, 연기대상은 11월7일, 연예대상은 11월11일부터 KBS 유튜브 채널에서 시작한다. MBC는 서울 상암동에서 진행한 ‘DMC 맥주 페스티벌’을 복고로 꾸몄다. 관계자는 뉴트로가 인기여서 축제 현장을 드라마 ‘전원일기’ 세트장처럼 구성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출처: 스트로SBS복고채널·MBCClassic 유튜브 캡처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미달이, 의찬이 역을 맡은 아역배우(좌). MBC 드라마 보고 또 보고에 기정역으로 출연했던 정보석(우).

◇과거 그리워서 보는 30대, 신기해서 보는 10대


10년~20년 전 방송을 찾아보는 사람의 연령대는 10대부터 40대 혹은 그 이상까지 다양하다. 그 시절을 직접 경험한 20대 후반 이상은 콘텐츠를 보면서 옛날 추억을 회상할 수 있어서 계속 찾아본다고 한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또 다른 이유로는 “요즘 경기가 좋지 않은데 현재가 불안할수록 과거 추억을 통해 위안을 얻으려는 심리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0~20대 사이에서는 과거 콘텐츠가 신선하게 다가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과거에 이미 검증된 프로그램의 영향력이기도 하고 지금 드라마나 예능에 나오는 스타의 옛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로 느끼는 것이다. 실제 2003년에 태어난 김채린 학생은 1997년에 나온 DJ DOC의 노래 ‘DOC와 춤을’ 즐겨듣고 있다고 했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발견했어요.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 가사가 와닿았어요. 저도 못 해서 혼난 적이 있거든요. 그 뒤로 흥미가 생겨서 옛날 인기가요를 보기도 해요.”


하재근 평론가는 이런 뉴트로 콘텐츠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처럼 큰 인기는 어느 정도 줄어들겠지만 계속해서 대중의 관심을 끌 것 같습니다. 과거 콘텐츠만이 가진 매력이 있고 그것을 사람들이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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