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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되고 싶은 간절한 마음 이용하지 마세요”

"취준생이 홍보용인가요? 간절한 마음에 갑질은 사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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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기업들 채용 갑질 논란
‘간절한 마음 이용하지 말라’는 성토

“회사들은 취업준비생들의 간절한 맘을 사측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 이용하지 말아주세요”


지난 10월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취업준비생을 홍보수단으로 사용하려는 회사에 제재를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2019년도 하반기 객실 승무원 공개채용을 진행한 한 민간 항공사가 자사의 홍보 활동에 지원자들을 동원했다며 이에 대한 정부의 제재를 요구하는 내용의 청원이었다.


해당 게시물에 따르면 이 회사는 방송 촬영을 전제로 한 채용을 진행해 지원자들이 면접 과정 중 방송 미션에 참여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이를 홍보자료로 만들 예정이었다. 영상 출연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었기 때문에 촬영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채용에 지원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

출처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글쓴이는 회사가 모 대학교에 재학 중인 연극영화과 학생들에게도 출연을 부탁했다고 주장하며 “이들을 방송 촬영을 위한 지원자로 쓰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이는 곧 승무원이 간절히 되고 싶은 수많은 지원자들을 방송과 홍보를 위한 들러리로 세워 우롱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불거지자 사측은 촬영을 전제로 한 전형 조건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신입 공개채용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몇몇 회사들이 서류 접수 단계에서부터 구직자들을 상대로 이른바 ‘채용 갑(甲)질’을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몇몇 기업들이 지원 또는 가점 조건으로 특정 프로그램 참여 등을 요구하면 취업이 시급한 지원자들은 이를 원치 않아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또 신입 채용에서 경력을 필요로 하는 구체적인 기획안까지 자기소개서에 쓰라고 주문하는 등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한 회사의 요구 사항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갑(甲) 회사의 요구, 을(乙) 지원자들의 아우성


‘채용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몇몇 구직자들은 기업들이 편의를 추구하거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지원자들을 이용한다고 말한다. 회사들이 지원자들을 무비용 ‘홍보 인력’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사측이 특정 프로그램 참여를 채용 가산점 조건으로 내걸면 조금이라도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 많은 구직자들은 이에 응해 홍보 인력으로 동원된다는 것이다.


지난 9월 하반기 채용을 진행한 제주항공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제주항공은 채용을 진행하면서 “국민체력 100에 참가한 객실 승무원 지원자들은 추후 체력 검정을 면제받음과 동시에 서류 전형에서는 가점을 받는다”고 내세웠다. 국민체력100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시행하고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주관하는 대국민 체육복지 서비스로서 만 13세 이상의 국민을 대상으로 체력 수준을 측정하는 무료 체력증진 프로그램이다. 지난 7월 제주항공은 국민체육진흥공단과 국민체력100 업무제휴를 맺어 3등급 이내 체력인증을 받은 지원자에게 서류전형을 우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 채용에 서류 전형 우대 방침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최근 제주항공은 '채용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출처'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문제는 회사가 가점을 얼만큼 주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 지원자들은 회사가 보다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체력 검정을 받게 하기 위해 ‘깜깜이 가점’을 도입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한다. 제주항공 채용 공식 SNS에 의견을 남긴 한 누리꾼은 “더 나은 체력검정을 위해 국민체력과 협력하는 것이라면 1차 면접 합격자에 한해서 실시하는 게 더 효율적일 텐데 굳이 취업 공고 전에 우대 발표를 하는 것은 국민체력 홍보에 취업준비생을 이용한 것이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지원자들은 가점이 아쉬운 입장이다 보니 검진이 필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간과 비용을 들여 체력 검정을 일단 받아야 한다고 여긴다. 실제로 제주항공 하반기 공채에 지원한 배오현(가명 · 25)씨는 “점수를 얼마나 더 받을 수 있는지 알면 가점의 실효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검진을 받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따져서 체력 인증을 받을지 말지 결정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를 알 수가 없으니 일단 무조건 신청하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류 접수 기간이 가까워지자 집 주변 검진센터들은 다 자리가 차서 이용할 수가 없었다”며 “이런 상황 때문에 주변 승무직 지망생들은 지방까지 내려가서 검진을 받았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지난 10월20일, 제주항공 측은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문을 사측 채용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

출처'제주항공 채용' 인스타그램 캡처

채용 관련해서 잡음이 일자 회사는 ‘제주항공 채용’ 공식 인스타그램에 “공정하고 철저한 채용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입장문을 게재했다. 가점에 대해서는 회사 차원에서 내부 기준을 확보하고는 있으나 이를 외부에 공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하반기 채용에서는 약 8000명 넘는 취업 준비생들이 지원해 서류 전형에서 200여명이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류 합격률이 2.5% 남짓인 셈이다.


◇ 대학 갓 졸업한 대학생에게 기획안 요구… ‘고등학생한테 학술논문 쓰라는 것’


몇몇 기업들은 지원자들한테 서류 단계에서부터 구체적인 아이디어나 기획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토익 점수, 학력 등 ‘정량 스펙’을 기입하게 하는 대신 직무에 대한 기획안이나 프로젝트 계획을 제시하라고 주문하는 것이다. 직무 적합성과 실무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획안 작성과 발표만을 통해 채용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롯데 그룹의 ‘스팩터클’, KT의 ‘스타오디션’, SK그룹의 ‘바이킹 챌린지 전형’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취업준비생들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공채의 문턱을 실감한다.

출처픽사베이 제공, sbs cnbc 유튜브 캡처

일각에서는 지원 동기 등을 묻는 자기소개서가 ‘자소설(허구적으로 쓴 자기소개서를 소설에 빗대어 표현하는 단어)’이라고 불릴 정도로 진실성이 없어진 만큼 직무 능력을 보다 잘 평가할 수 있는 기획안으로 서류 전형을 대체하는 것이 낫지 않냐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취업준비생들은 이같은 채용 방법에 대해서 ‘신입 채용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경력직을 뽑는 전형’이라고 말하면서 갓 대학을 졸업한 사회초년생들이 기획안을 쓰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취업준비생 이모(26)씨는 “경력이 부족한 사회초년생들한테 기획안을 쓰라는 것은 고등학생한테 논문을 쓰라고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며 “이럴 거면 차라리 경력직을 대놓고 뽑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롯데그룹의 롯데제과 '스펙태클 전형' 디자인 직무에서 주어진 자기소개서 항목들.

출처자소설닷컴 캡처

해당 전형들은 자기소개서 항목으로 자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선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묻는다. 지난 10월24일부터 진행된 롯데그룹 스팩터클 전형 롯데제과 디자인 직무 신입 공개채용은 특정 기념일에 출시하는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쓰라고 요구한다. 발렌타인 데이 기획제품 패키지 디자인과 매장 진열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가정의달 기획제품 패키지 디자인과 매장 진열 아이디어를 제안해야 한다.


롯데정보통신의 프로그래밍 직무에서는 본인이 경험하였던 개발 프로젝트에 대하여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라고 요구한다. SK그룹의 바이킹챌린지 전형을 지원한 구직자들은 본인이 왜 ‘끼와 열정을 바탕으로 도전을 즐기는 사람’인 바이킹형 인재인지 설명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로 서류심사를 받는다.


◇ '갑질 회사' 정보 교류 더욱 활발히 이루어져야


전문가들은 이같은 기업들의 행태가 지원자들의 신뢰를 해치는 갑질일 수 있지만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시대적 흐름이라고 진단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회사들이 지원자들을 홍보 수단으로 삼는 것은 강자의 갑질이 맞는다”고 말하며 “순수한 마음으로 채용에 지원한 구직자들의 마음을 악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취업준비생들간 '채용 갑질' 회사에 대한 정보가 더 활발하게 교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출처픽사베이 제공

하지만 회사들이 지원자들에게 기획안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지원자들의 아이디어를 빼먹으려고 이런 전형을 진행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지원자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영어 성적, 학점 등 정량 스펙이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에 직무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척도로 기획안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또 김 교수는 기업들이 기획안을 통해 지원자들의 창의성도 보지만 구성력이나 논리력을 더 중점적으로 보기 때문에 회사의 ‘갑질’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 교수는 지원자들이 말하는 기업들의 ‘채용 갑질’이 없어지기 위해서는 구직자들 간 정보 교류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지원자들이 인터넷 취업준비생 커뮤니티 등에서 부당한 요구를 하는 기업들에 대한 정보를 서로 나누고 알려야 기업들도 이를 의식해 일종의 ‘자정 작용’을 벌인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채용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서 “회사들의 채용 과정을 노동법이나 근로기준법으로 일률적으로 관리 감독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므로 정보를 활발히 교류해 노동시장을 더욱 고도화 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글 jobsN 신재현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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