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교사가 최고" 부모님 말에 영어교육학 택했다가..

조회수 2020. 9. 24. 14: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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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서 개발자 2000명 만난 내가 사티아 나델라 CEO에게 배운 이것은
마이크로소프트 이소영 이사
아시아 MVP 발굴하는 리저널 매니저
"다양한 경험으로 나를 발견하는 시간 갖길”

한국은 물론 인도부터 중국까지 아시아 전역에 팀원을 두고 2000여명의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만나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그는 바로 마이크로소프트 이소영(44) 이사다. 이 이사는 리저널 매니저(Regional manager)로 전문가 중 자신의 소프트웨어 지식을 공유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MVP(Most Valuable Professional)를 선정한다. MVP로 뽑힌 사람에게는 MS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2004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 프로덕트 마케팅 매니저로 시작해 아시아 MVP를 관리하는 리저널 매니저까지 경험한 이소영 이사를 만났다.

출처: jobsN
마이크로소프트 이소영 이사

◇영어교육 전공해 IT 회사 입사


IT기업에서 일한 경력이 길지만 이소영 이사의 전공은 IT와는 거리가 멀다. 고등학교 때 '직업 중엔 선생님이 가장 낫지 않냐'는 부모님의 제안을 듣고 영어교육학을 택했다. 그러나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았다. 대신 학보사, 영어연극, 영자 신문사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러다 IT에 발을 들인 계기가 생겼다.


"1999년 학비를 벌기 위해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찾다가 공대 학생들이 인터넷 벤처를 차려 웹진을 만든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학보사 기자 경험을 살려 콘텐츠 담당으로 함께 벤처를 시작했죠. 처음엔 무보수로 하다가 월급 50만원을 받았죠. 그러나 닷컴버블이 꺼지면서 3년 만에 회사가 망했고 네오위즈로 이직했습니다. 당시 네오위즈는 중국 사업을 지원할 인력이 필요했고 대학생 때 중국에서 1년 동안 어학연수를 다녀온 경험을 살려 합격했습니다."


2년 동안 근무하다가 기회가 생겨 마이크로소프트로 이직했다. 이소영 이사가 속한 스터디 모임 장이 마이크로소프트 부장이었고 그에게 스카우트 제안을 한 것이다. 입사 후 프로덕트 마케팅 매니저로 MSN을 담당했다. MSN은 2000년 초반에 인기를 끌었지만 다양한 메신저가 생겨나 갈수록 사용자가 줄었다. 이 이사와 팀원이 7년 동안 MSN 서비스를 위해 일했지만 하락세는 막을 수 없었다.

◇MVP 발굴하는 인플루언서 팀으로


이소영 이사는 사람과 소통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큰 인터넷 기업에서 일하다 보면 수천만명의 마음이 떠날 때가 있는데, 이유를 물어볼 수가 없어요.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의미, 가치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타인과 소통하고 그 안에서 내가 일하는 목적이 명확한 것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즈음 사내에 인플루언서 팀 공고가 올라왔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희망하는 부서로 가고 싶다면 공고가 올라올 때 포트폴리오를 정리해서 지원하고 면접을 본다. 이 이사는 6번의 면접을 거쳐 팀을 옮길 수 있었다.


그가 맡은 일은 한국의 MVP를 선정해 상을 주는 일이었다. 처음엔 한국만 담당하다가 호주와 뉴질랜드까지 맡았다. MVP는 자신이 만들거나 속한 커뮤니티에서 지식을 열정적으로 공유하는 기술 전문가를 뜻한다. 예를 들어 오픈 소스 사이트에 자신의 지식을 공유하고 그룹을 만들어 주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앱 개발자라면 MVP 자격을 갖춘 셈이다. IT기술 지식을 기반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강연을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MS 직원이나 기존 MVP가 추천서를 제출하면 회사에서 검토 후 MVP를 선정한다.


"호주를 담당하면서 현지에서 2~3개월 정도 살았습니다. MVP를 만나러 다녔는데 처음에는 그들이 하는 말 90%도 못 알아들었어요. 또 한국인이 관리를 맡는다는 소식에 '열등한 나라에서 온 네가 어떻게 우리를 관리할 것이냐'면서 메일 보낸 사람도 있었죠. 더 열심히 MVP를 직접 찾아다니면서 관리했고 그러면서 영어도 늘었어요. 메일을 보낸 사람도 직접 만나 식사를 하면서 한국을 알려주고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사티아 나델라 CEO

◇변화하는 사내 문화, 성장하는 회사


이소영 이사가 한국을 벗어나 활동하기 시작했을 때 회사도 변화를 거쳤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마트폰 출현으로 2000년대 초반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줬다. 10년 넘게 주당 30달러대를 넘지 못했다. 그러다 2014년 스티브 발머 CEO가 물러나고 사티아 나델라 CEO가 새로 왔다. '클라우드 퍼스트, 모바일 퍼스트'라는 사업 방향과 새로운 사내 문화를 정착하면서 MS는 16년만인 2018년 말 시총 1위를 탈환했다. 두 CEO를 모두 겪은 이소영 이사는 두 가지 사내 문화가 회사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첫 번째는 끊임없이 공부하는 문화입니다. 사티아 회장은 지금까지 직원에게 성과나 매출 목표를 요구한 적이 없어요. 대신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 set)을 강조하고 자리 잡게 했습니다. 두 번째는 포용력과 다양성이죠. 나델라 회장은 무조건 성과만 내는 것이 아닌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할 것을 요구했어요. 그래서 성과 지표에 개인이 포용력과 다양성을 기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꼭 넣습니다. 예전에는 앞만보면서 달리던 직원들이 이제는 성차별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할지를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변화는 바로 눈에 나타났어요. 과거에는 부서 이기주의 및 경쟁이 심해 윈도우 사업부서, 오피스 사업부서가 완전히 다른 회사 같았습니다. 저 역시 국내 팀에서 근무할 때는 과열 경쟁에 많이 지치기도 했어요. 나델라 회장이 오면서 사내 문화와 맞지 않는 인력을 대거 대체 했습니다. 우리 팀 매니저도 당시 저보다 14살 어린 사람으로 바뀌었죠. 처음엔 긴가민가했지만 확실히 다르더군요.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일해요. 예를 들어 한 프로젝트에 대해 제시를 하면 믿고 해보라고 해요. 팀원이 헤매고 힘들어할 때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떠냐'고 제시합니다. 본인이 더 공부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죠. 결국 이 매니저는 전 세계 MVP를 관리하는 글로벌 매니저로 승진했어요. 한국에서도 근속 연수에 따라 혹은 본인의 성과를 위해서 남을 밟고 올라가는 체계가 아닌 주변에서도 인정받는 사람이 마땅히 승진하는 회사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MS 홈페이지 캡처, 본인 제공
MS MVP 홈페이지에서는 기존 MVP와 신청 자격, 혜택 등을 확인할 수 있다(좌). MVP모임(우).

◇"다양한 경험으로 나를 발견하는 시간 갖길”


이소영 이사는 2018년 리전 매니저(Region manager)로 승진해 아시아 전체 MVP를 관리하고 있다. 지금까지 2000여명의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와 이 이사가 직접 경험한 것을 엮어 책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를 냈다. "커뮤니티 리더가 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사람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어 책을 쓰기 시작했어요. 이들이 어떻게 성장했고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본 사람으로서 기록하고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죠. 길을 찾을 수 있게 알려주는 게 제가 속한 커뮤니티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책 출판은 시작일 뿐이다. 커뮤니티 리더와 진로를 찾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페이스북 그룹에 ‘커뮤니티 길찾사’를 만들어 리더 100명을 초대했다. 진로를 정하지 못해 헤매는 청년, 예비창업자 등이 찾아오면 멘토와 멘티를 연결해 자발적으로 커뮤니티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한다. 이소영 이사는 마지막으로 길을 찾는 사람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다양한 경험을 하라고 권합니다. 여행이든 아르바이트든 정말 본인이 하고 싶은 경험을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나를 탐색하고 발견하는 시간을 갖는 거죠. 그런 경험이 모여 나를 만들고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이야기가 쌓이는 거예요. 그리고 공부한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세요. 선한 의도로 지식을 공유하다 보면 그에 대한 보상은 반드시 나에게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글 josb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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