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 없는 저희 회사는 매일 이런 점심을 먹습니다

조회수 2020. 9. 24. 14: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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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드롭박스에 투자했던 제가 유니콘을 먹여 살리는 스타트업 창업했습니다"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을 먹여 살리는 스타트업이 있다. 구내식당이 없는 회사에 매일 전문 셰프가 만든 점심을 제공하는 ‘플레이팅(Plating)’이다. 숙박 공유업체인 에어비엔비 코리아, 인기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게임회사인 크래프톤 등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장경욱(36)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이미 한 차례 창업한 경험이 있다. 2015년 한국에 돌아와 플레이팅을 창업했다. B2C(Business To Consumer·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서비스로 시작한 플레이팅은 작년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과 기업 간 거래) 서비스로 사업모델을 전환했다. 전환 후 1년 만에 매출이 5배 정도 늘었다고 한다. 장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플레이팅 제공
플레이팅의 장경욱 대표.

-미국에서 창업한 경험이 있다고.


“중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 갔다. 2011년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심리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투자회사인 미국 글로벌인다우먼트매니지먼트(GEM)에서 사모펀드 심사역으로 활동했다. 새로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일을 맡았다. 페이스북, 핀터레스트, 드롭박스 등 IPO(기업공개) 직전 스타트업의 투자를 담당했다. 매출도 없는 스타트업이 높은 기업가치로 투자를 받더라. 이런 세계가 있구나 신기했다. 창업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2년 근무 후 창업을 결심하고 회사를 나왔다.


2013년 미국에서 스마트폰 잠금 화면 서비스 스타트업 '라켓'(Locket)을 창업했다. 전 회사에서 함께 일한 동료 2명과 일을 시작했다. 국내 캐시슬라이드와 비슷한 앱이었다. 스마트폰 잠금화면에 뜬 광고나 콘텐츠를 보고 잠금 해제를 하면 돈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서비스 출시 3달 만에 앱 누적 다운로드 수 50만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한계에 부딪혔다. 광고를 보는 사람들의 제품 구매율이 낮았다. 광고주를 만족시키기 어려웠다.


이후 잠금 화면에서 뉴스를 보여주는 서비스로 피벗(pivot)했다. 피벗이란 비즈니스 모델이나 서비스 등을 완전히 바꾸는 것을 말한다. 미국 종합엔터테인먼트 방송국 워너브라더스에서 5만 달러(약 6000만원)를 투자받기도 했다. 하지만 공동창업자와 의견이 맞지 않았다. 더는 함께 일을 하기 어려웠다. 2년 넘게 운영하다가 회사를 매각했다. 손해를 보지 않았지만 이익을 거둔 것도 아니었다.”

/플레이팅 제공

-한국에서 창업하게 된 이유가 있나.


“2015년 실리콘밸리에서 두 번째 창업을 준비했다. 아이템은 ‘건축’이었다. 미국에서는 직접 자신의 집을 짓는 경우가 많다. 건축가, 시공자 등을 직접 구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시행착오를 겪는다. 집을 짓는 경험을 일생에 몇 번이나 하겠나. 건축가나 건축 회사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을 기획했다.


투자자를 찾던 중 샌프란시스코에서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를 만났다. 권 대표는 국내 최초 전자결제 시스템인 이니시스와 보안솔루션회사 이니텍을 설립한 분이다. 2008년 두 회사를 당시 국내 투자회수금 중 최고 금액인 3300억원에 매각했다. 과거 스탠퍼드대학교에 강연하러 오셨을 때 명함을 교환했었다.


창업 아이템인 건축 사업을 설명했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과정이 너무 복잡하다는 피드백이 돌아왔다. 3~4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에서 다른 아이템으로 창업을 해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에 돌아올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한국 시장은 작다고 생각했다. 권도균 대표와 이야기를 하며 한국 시장에서도 쿠팡과 같은 유니콘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인생의 멘토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13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미국에서 경영할 때 직원들의 점심이 늘 고민이었다. 사무실이 외진 곳에 있어 매일 점심을 먹으러 나가기에 힘들었다. 주로 배달을 시켜 먹었다. 미국은 다양하고 건강한 배달 음식이 많았다. 한국에 왔는데 배달 음식의 종류가 비슷하더라. ‘퀄리티 높은 셰프의 요리를 배달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5년 케이터링 스타트업인 ‘플레이팅(Plating)’을 창업했다.”

/플레이팅 제공

-첫 과정은 어땠나.


“셰프 1명, 디자이너 1명, 개발자 1명과 일을 시작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2평짜리 작은 부엌을 빌려 음식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가정에 배달했다. 고객은 주로 30대 여성들이었다. 주부나 맞벌이 부부가 많았다. 지인들이 입소문을 내줬다. 반응이 좋더라.


유명 레스토랑을 다니면서 셰프를 섭외했다. 음식을 맛보고 맛있으면 셰프를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했다. 이미 업장이 있어 채용할 수 없는 셰프들과는 협업해 신메뉴를 개발했다.”


-B2C에서 B2B 형태로 사업모델을 전환한 이유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라서 실수도 잦았다. 메뉴 중 이윤이 거의 안 남는 경우도 있었다. 2년 반 동안 누적 30만인분을 판매했다. 하지만 수익이 크게 나지 않더라. 마케팅, 인력 유지 비용 등이 많이 들었다. B2C 형태로는 수익을 크게 내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


2018년 B2B 형태로 사업모델을 전환했다. 구내식당 공간이 마땅치 않은 회사에 구내식당을 배달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 셰프들이 만든 음식을 회사 휴게실이나 라운지 같은 곳에 배달한다. 정해진 시간에 세팅하고 수거까지 한다. 단체 도시락 또는 뷔페식 케이터링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매일 다른 4~5가지 메뉴가 나온다. 1인당 8000원~2만원 정도다. 또 정기 서비스인 ‘찾아가는 구내식당’ 외에도 조식, 간식, 기업행사 등 통합 케이터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출처: 플레이팅 제공
'플레이팅'은 전문 셰프들이 직접 메뉴를 기획하고 조리한다.

-‘플레이팅’ 만의 특화된 서비스가 있나.


“전문 셰프들이 메뉴를 기획·개발·조리한다는 점이다. 120여년 전통의 프랑스요리학교인 르꼬르동 블루를 졸업한 전문 셰프가 음식을 만든다. 해외 경험이 많거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포시즌스 호텔 등 고급호텔 출신의 셰프도 함께하고 있다. 음식 퀄리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셰프들이 정해진 예산 안에서 좋은 재료로 식단을 짠다. 2~3달 동안 메뉴가 겹치지 않도록 매일 메뉴를 바꾼다.


현재 소속 셰프는 12명이다. 하루 1000인분 정도의 음식을 만든다. 꿔바로우, 분짜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든다.”

출처: 플레이팅 제공
할로윈데이를 맞아 세팅한 음식.

-매출이 궁금하다.


“B2B 형태로 사업모델을 전환한 후 1년 만에 매출이 5배 정도 성장했다. 매일 16개 회사에 1000인분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숙박 공유업체인 에어비엔비 코리아, 인기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게임회사인 크래프톤, 개인 오디오 방송 플랫폼 '스푼라디오'로 유명한 마이쿤, 글로벌 이스포츠 기업인 젠지 e스포츠, 인테리어 콘텐츠 모바일 플랫폼 '오늘의 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 등이 이용하고 있다.

 

현재 직원은 23명으로 늘었다. 그중 키친팀은 14명이다. 셰프 12명과 조리 보조 2명이다.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네오플라이·퓨처플레이 등 투자회사로부터 30억원이 넘는 벤처투자를 유치해 전문가들로부터 사업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퀄리티 높은 음식을 편하게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장 대표. 그는 무엇보다 직원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구성원들이 행복하게 일해야 회사가 더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셰프들이 행복하게 일해야 음식이 더 맛있어지더라고요. 앞으로 더 좋은 근무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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