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찌르는 주사인데 이건 왜 안 아프냐고요?

조회수 2020. 9. 24. 15:02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치과가 무서웠던 아저씨가 만든 '이것'은?

마취 주사에 대한 공포 때문에 치과에 가는 게 무서웠다. 주변을 보니 마취 주사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았다. 주사에 대한 걱정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치과 의료기기 업계에서 10년 넘게 일했던 경험을 살려 직접 개발에 나섰다. 메디허브 염현철(43) 대표의 이야기다. 그는 국소마취용 스마트 자동 주사기 ‘아이젝(i-JECT)’을 만들었다.


‘아이젝’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약물이 주입되는 자동 주사기다. 기존의 수동 마취 주사기보다 약 80% 정도 통증을 줄여준다. 또 정량 주입 기능이 있어 약물 남용을 막을 수 있다. 사실 의료진의 숙련도에 따라 투입 속도와 약물의 양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주입 속도와 양을 자동화했다.

출처: 메디허브 제공
염현철 대표.

-창업 계기가 궁금하다.


“치과 의료기기 업계에서 약 13년간 일했다. 마취 주사가 무서워서 치과 가는 것을 꺼렸다. 주변 사람들도 치과 마취 주사에 대한 공포증이 심하더라. 마취 주사에 대한 통증을 줄일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다.”


-창업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동의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약 3년간 언론인 생활을 했다. 그러다 2004년 멸균소독기기를 개발하는 기업인 세진테크에서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그때만 해도 사회적으로 멸균소독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다. 매력적인 아이템이었다. 의료기기 제품 기획과 마케팅 일을 맡았다.


이후 2014년부터 약 2년간 의료용 기기 제조업체인 마이크로앤엑스에서 치과 의료기기 제품 기획과 마케팅 일을 했다. 그러던 중 무통 마취기를 처음 접하게 됐다. 당시에는 국산 제품이 없었다. 회사에서 무통 마취 주사기를 개발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직접 무통 마취 주사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리스크는 컸지만 이 시장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고, 2017년 1월 메디허브를 창업했다.”

메디허브 제공

-무통증 자동 마취 주사기의 원리가 궁금하다.


“바늘을 꽂을 때 느껴지는 통증은 순간적이다. 환자들이 마취 주사를 맞을 때 느끼는 뻐근하고 불쾌한 통증은 마취가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 약물이 주입될 때 느껴지는 압통이다. 마취액이 투여되면서 신경세포를 압박하기 때문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적용해 소량의 마취액을 먼저 투입 시킨다. 이후 서서히 투입 양을 늘려 신경세포의 압박을 줄인다.


분당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발표한 논문 ‘치과용 국소마취 주사 시 압력조절형 주사장치 사용의 효과에 대한 연구’를 보면 치과 치료 시 압력조절형 주사장치로 시술받은 환자들의 66% 정도가 통증 감소를 경험했다고 나온다.


‘아이젝’은 기존 수동 마취주사기보다 약 80% 정도 통증을 감소시킨다. 9월 서울대학교치과병원 중계 임상 지원센터 임상 지원 대상 기업에 선정됐다. 2020년 상반기에 공식적인 임상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메디허브 제공

-메디허브만의 차별점이 있나.


“가장 큰 차별점은 디자인이다. 다른 경쟁업체는 펜(pen) 타입이다. 권총 모양인 건(gun) 타입은 국내 최초다. 디자인을 8번이나 엎었다. 성인이 잡았을 때 안정적으로 손바닥 안에 들어가는 크기다. 50여 명의 의사들에게 피드백을 받았다. 가장 만족도 높은 디자인과 규격을 찾았다. 주사기를 직접 사용하는 의료진의 편의성을 생각했다.


처음에는 펜 형태로 만들었다. 펜 타입은 배터리가 뒤쪽에 있다. 무게 중심이 뒤로 쏠려 손의 피로도가 높아지더라. 의사들은 약물을 주입할 때 손 악력을 쓴다. 손목터널증후군 등 통증을 호소하더라. 어떻게 디자인을 하는 게 좋을까 생각하다가 권총을 떠올렸다. 건 타입은 배터리가 손잡이에 있다. 무게중심이 안정적이다. 손의 피로도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재 한국, 일본, 중국, 유럽, 미국 5개국에 디자인 특허를 등록했다.


또 아스피레이션(Aspiration) 기능이 있다. 주삿바늘이 혈관 내에 꽂혀 마취액이 주입되면 의료 사고 위험이 있다. 마취액을 주입하기 전에 모터 역회전 기능으로 주사 바늘이 제대로 꽂혔는 지 확인할 수 있다. 빨아당겼을 때 혈액이 들어오면 주삿바늘이 혈관 내에 꽂힌 것이다. 이를 보고 다시 위치를 바꿀 수 있다. 무통 마취기 업계에서 처음으로 이 기능을 구현했다. 의료사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제품 개발 과정은 어땠나.


“1인 기업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전조사부터 모든 일을 혼자 해야 했다. 그 중 사업을 접을 만큼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크게 2번 위기를 겪었다.


한 개발업체에 9000만원 정도를 주고 제품 디자인, 프로그램 회로 개발 등 모든 제작 과정을 맡겼다. 양산 단계까지 진행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개발업체 사장이 연락이 안 되더라. 돈만 가지고 도망갔다. 큰 배신감을 느꼈다. 2억5000만원의 자본금 중 절반에 가까운 돈을 날리고 힘든 시기를 보냈다.


두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첫 번째 실패를 거울 삼아 개발 과정을 분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디자인, 회로 개발, 기구 설계 등 업체를 각각 나눠서 제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중 기구 설계 업체의 기술력이 부족했다. 외주에 의존하는 의존도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연구소에서 기구 설계 일을 하는 직원을 영입했다. 직접 개발에 나섰다. 현재 직원은 6명까지 늘었다.


이후 투자자들도 메디허브의 가치를 알아봤다. 2018년 6월 판교 인포뱅크에서 시드 투자 3000만원을 유치했다. 9월에는 액트너랩 1억원을 투자받았다. 2019년 1월 울산대학교 개인투자조합으로부터 5000만원 규모 투자를 받았다.”

출처: 메디허브 제공
실제 시술 장면.

-서울대학교 치과병원과 공동연구를 진행했다고.


“제품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2016년 서울대학교 치과병원에서 치과용 의료기기에 대한 아이디어 공모전을 했다. 무통마취기 아이디어로 공모전에 응모했고 입선했다.


2016년 겨울 서울대학교 치과병원 의료기기 R&BD(연계기술개발·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 플랫폼과 공동 연구·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3월에는 4차 협약을 체결했다.”


-매출이 궁금하다.


“5월 정식 론칭해 국내 병원에 납품하고 있다. 10월 현재까지 발생한 매출은 약 4억원이다. 올해 목표 매출은 6억원이다. 현재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중국의 업체들에게 제품 3100여대의 구매 확약을 받았다. 약 31억원에 달한다. 


또 중동 두바이에 있는 제약사와 계약 체결을 완료했다. 정식 오더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MOU 체결을 논의하고 있다. 내년 예상 매출 36억원이다. 수출을 시작하면서 매출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메디허브 제공

일요일에도 회사에 출근해 일한다는 염 대표. 다른 사람보다 한 주를 먼저 시작한다. 업무를 미리 정리하고 계획하면 그 다음주가 편해진다고. 염 대표는 메디허브를 2024년까지 강소기업으로 키우는 게 꿈이다. 


“코스닥 상장이 목표입니다. 국소마취는 치과뿐 아니라 피부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등 다양한 의료 분야에서 필요한 만큼 시장을 더 넓혀나가고 싶어요. 제품의 잠재적 가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마취에 대한 공포없이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