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과→벅스뮤직→헬스케어→야간대..지금은?
당뇨 관리 서비스 '핑거앤' 김민영 대표
"어떤 운동 했나요?" 챗봇 기반 앱
고려대학교 의료원, 신한생명 등과 협업
◇헬스케어 서비스 기획자에서 창업가로
-처음부터 헬스케어에 관심이 있던 건 아니었다고 한다.
"대학교에서는 국문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벅스뮤직에서 기획자로 일했다. 2006년 헬스케어 기업으로 이직했다. 아무래도 전문적인 분야라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다. 또 건강과 연관된 일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소명감이 생겼다. 야간대학을 등록하고 스포츠심리학과 건강관리학을 전공했다. 일을 다니면서 틈틈이 공부도 했다."
-헬스케어 회사에서는 어떤 일을 했나.
"건설사가 시공하는 아파트 내 헬스케어 시스템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작업을 했다. 아파트 거주자가 체성분, 혈압 등을 측정하면 데이터를 서울대병원 건강검진센터와 연계해 건강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그러다 2010년 첫 번째 창업을 했다. 특정 팔 근육을 쓰면서 운동할 수 있는 플라이오메트릭스(plyometrics·점프를 기반으로 순발력과 근력 향상하는 운동)기구를 만들었다. 그러나 제조업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고 준비가 안 돼 있었다. 사업을 접고 제조업 프로세스를 배워보고 싶어 혈당기기 제조회사에 들어갔다."
-거기선 어떤 일을 맡았나.
"혈당측정기 관련 사업을 개발하고 사업을 진행했다. 갈수록 이렇게 해서는 환자들의 당뇨 관리가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개선해보고자 디자인 진흥원과 함께 당뇨 환자 케어를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설문조사 등을 통해 당뇨 환자가 원하는 것은 딱딱한 상담이나 단순한 건강 상식 제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들 삶에 녹아들어 꼼꼼하게 상태를 확인하고 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회사에 사업을 제안했는데 회사가 어려워 내가 속한 조직이 사라졌다. 다시 창업을 결심했다."
◇의료원·보험사와 협업
-사업모델은 무엇인가.
"2017년 완성한 앱을 들고 동네 의원과 제휴를 맺었다. 의료기관에서 우리 서비스로 환자를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병원 측에서는 좋아했으나 정작 정보를 입력할 환자들이 앱을 사용할 줄 몰랐다. 환자 중에는 스마트폰 앱과는 친하지 않은 60세 이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첫 번째 사업모델은 실패했다. 이후 B2B2C 모델(기업에게 기술을 제공하고 라이센스나 개발수수료·유지보수비 등을 받는 사업 형태)로 다시 시작했다. 처음엔 의료기기 회사와 손잡고 앱에서 혈당측정기와 검사지 판매로 시작했다. 지금은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하고 있다."
-어떤 곳과 협업하고 있는지…
"경희의료원, 녹십자 헬스케어와는 개발 단계부터 함께 했다. 연세의료원과는 원내 헬스IT지원센터와 일하고 있고 보험사와 함께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신한생명 당뇨 보험 가입자에게 혈당 관리 용품과 검사지를 나눠주고 앱으로 혈당 관리를 할 수 있게 했다. 한화손해보험 당뇨 보험 앱에는 핑거앤 챗봇 APK가 들어가 있다. 올해 한화 드림플러스 라이프스타일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선정돼 고대의료원과도 협업하고 있다. 연구과제를 위해 의사들과 면담할 기회를 제공받고 공동연구를 위한 MOU도 체결했다. 현재 인슐린 투약 환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ICT 기술을 연구하고 적용하고 있다. 또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 모델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멘토링 지원 덕분에 M&A를 성사하기도 했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과의 협업을 기대하고 있다."
-의료 관련 서비스는 법적 규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다행히 식약처에서 웰니스용 앱 가이드라인을 따로 공지했다. 만성질환 자가관리 서비스는 웰니스 앱으로 분류해 핑거앤 출시에 법적 문제는 없었다. 다만 챗봇이 '약을 바꾸세요', '약용량을 늘리세요' 등 판단이나 처방은 할 수 없다. 이는 의료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국문학 졸업하고 지금은 7000여명의 당뇨 환자 관리합니다"
◇”다양한 질환 관리해주는 앱 개발하고 싶어”
-창업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였나.
"올 초였다. 2년 전 경기도에서 창업지원금을 받고 정부 과제를 해결했다. 그 사이 서울로 사업장을 옮기게 됐다. 사업 종료 6개월 후 사업장을 옮겼으니 지원금을 다시 내놓아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황당했다. 사업 모집 공고문을 다시 찾아봤는데 그런 주의사항이 없었다. 알아보니 그 규정은 자료실에서 직접 찾아야 나오는 시행규정집에 명시돼있었다. 결국 올 초 지원금을 다시 돌려줬다. 상반기 영업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 스트레스도 굉장히 컸다.”
-해외 진출할 계획도 있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의료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나라가 많다. 그런 곳에 진출해 건강 개선에 도움을 주고 싶다. 응급 상황에 병원을 갈 수 없는 경우에 응급 처치를 도울 수 있는 앱으로 개발해야 한다. 작년 베트남에 갔을 때는 바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다."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
"서비스 관리 차원에서 사용자에게 랜덤으로 전화를 걸어 장·단점을 묻는다. 통화가 1시간까지 길어진다. 자신이 겪고 있는 질환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데 우리 서비스가 그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때 주사제 항목 추가, 임신성 당뇨 추가 등 희망 사항도 말씀해주신다. 적극 반영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임신성 당뇨, 소아 당뇨 등 챗봇 서비스가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을 늘릴 것이다. 환자 본인이 초기에 확실히 관리하도록 돕는 서비스로 거듭나고 싶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