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에 취미와 바꿨더니 "비수기에도 월 3천 찍어요"

조회수 2020. 9. 24. 15: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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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라리라뇨, 춤으로 자아실현하는 댄서랍니다"
패션업계 일하다 취미인 춤을 직업으로 삼아
‘레슨 퀸’으로 유명세...다이나믹 듀오 백댄서도
홍익대 인근 스튜디오 만들어 춤꾼 성지로

취미가 직업이 되어 돈까지 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근 '하비 프러너(hobby-preneur)'가 주목을 받고 있다. 말 그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기획해서 수익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사람들을 말한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패션 업계에서 일하던 신정우(33)씨는 스물여섯의 나이에 댄서로 직업을 바꿨다. 어렸을 때부터 취미로 즐겨오던 댄스를 통해 돈을 벌기로 한 것이다. 다이어트 댄스 강사부터 시작한 그는 '레슨 퀸'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사로 열심히 일했다. 틈틈이 유명 가수들과 작업을 하고 대학에서 강의도 하며 차근차근 성장한 결과 지금은 서울 홍익대 앞에 만든 댄스 스튜디오를 통해 사업도 하고 있다. 취미가 직업이 된 이후로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고 있다는 그를 만나봤다.

jobsN

- 본인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춤추는 걸 좋아하던 직장인이었어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싶어서 직업을 바꿨습니다. 현재 직업은 댄서에요. 무대에서는 저를 ‘모니카’라고 부르죠. 댄서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스테이지 네임이에요. 오래전 의상을 전공할 당시에 존경하는 은사님이 배우 모니카 벨루치처럼 다양한 매력을 가진 사람이 되라는 의미로 지어주신 이름입니다. 댄서로 활동하면서 2년 전 서울 홍익대 앞에 댄스 스튜디오를 만들고 댄스 교육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어요. 지금도 기회가 될 때마다 무대에서 춤추는 것 외에도 댄스 공연을 기획하고 안무하는 일을 해요. 가끔 가수들의 뮤직 비디오에 출연하기도 하고 CF 광고도 찍고 있습니다.”


- 전공이 패션 디자인이었다고. 첫 직업이 무엇이었나.


“미술을 좋아했어요. 학창시절 내내 그림을 그렸고 대학교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그때는 남성복 디자이너가 꿈이었거든요. 패션 업계로 취업하고 싶어서 대학교 3학년 때부터 틈틈이 대기업 패션 브랜드에서 인턴으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일하다가 옷걸이를 너무만져서 손에 습진이 생길 정도로 열심히 일했어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계획했던대로 패션 브랜드에 취업했어요. 제 첫 직장이었죠.”

출처: 본인제공
댄스학원에서.

- 춤은 언제부터 좋아하기 시작했는지.


“고등학교 1학년 때 TV에서 우연히 가수 박진영이 진행하던 ‘영재 발굴 프로젝트’를 보게 됐어요. 춤이 매력적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당시에 스스로 뚱뚱하다고 생각하던 시절이라 춤을 추면 운동도 되고 살도 빠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린 마음에 댄스를 배울 수 있는 곳을 검색해봤어요. 댄스학원이 흔하던 시절이 아니었는데 신촌에 있는 한 댄스학원을 발견했습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신촌에 가서 댄스 수업을 듣고 연습하다가 막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곤 했어요.”


- 춤에 소질이 있다고 느꼈는지. 부모님 반응도 궁금하다. 


“방송에 나오는 댄스 가수들의 춤을 배우는 학원이었어요. 당시에 유행하던 이효리의 텐 미닛, 렉시의 애송이 같은 춤을 추던 시절이었죠. 일주일에 두 세 번 학원을 다녔는데 저도 모르게 푹 빠져버렸습니다. 학원에 다녀온 날이면 집에서 밤새워 연습했어요. 좁은 방 안에서 거울을 세워놓고 춤을 추곤 했습니다. 다른 친구들보다 진도도 빠른 편이었어요. 방송 댄스를 몇 달 배우다가 강사님이 소질 있다며 ‘팝핀’도 가르쳐주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부모님의 반대였어요. 엄마가 공부 안 하고 춤을 배우러 다니는 걸 싫어하셨거든요. 그때만 해도 엄마에게 댄서는 ‘날라리’라는 이미지가 있었나 봐요. 학교 잘 다니고 안정된 직장을 갖기를 원하셨어요. 엄마에게 죄송했지만, 춤을 배우러 다니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도 했어요. 문제집 살 돈이나 급식비를 아껴서 댄스 학원비를 내는 일도 있었습니다.”

./ 본인제공

- 직장에 다니는 동안에는 춤에 대한 갈증이 없었나.


“직장에 다니는 동안에도 꾸준히 춤췄어요. 21살 때부터 댄싱팀에 들어갔습니다. 직장에 다닐 때는 평일에는 일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없어서 팀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로 금요일 새벽부터 춤추기 시작했어요. 회사를 다니면서도 주말에는 거의 춤과 함께 살았던 것 같아요.”


- 직장을 그만두고 취미였던 춤을 직업으로 하기로 마음 먹은 계기가 있었는지.


“패션 업계에서 일하는 동안 즐거웠던 기억이 별로 없어요. 열정을 가지고 부딪힌 일이었는데 힘든 만큼 보람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외향적이었던 제 성격과는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해보기로 결심했어요.”


- 댄서가 직업이 된 이후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궁금하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댄서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몰랐거든요. 어떻게 하면 강사가 되는지, 방송에 출연하고 안무 연출가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사전 지식이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용기를 갖고 무작정 다이어트 댄스 학원에 강사 오디션을 보러 갔어요. 원장님들 앞에서 모의 레슨을 했죠.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해서 어떻게 오디션을 봤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그런데 합격이 된 거예요. 댄서라는 직업을 갖게 된 이후로 처음 돈을 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이후로 자신감을 갖고 학원마다 레슨 오디션을 보러 다녔어요. 주로 운동으로 춤을 배우는 다이어트 댄스 강사로 활동했죠. 레슨을 잘 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맡는 일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별명이 ‘레슨 퀸’이었어요. 하루에 9시간을 레슨 하러 다녔어요. 그때 살이 13kg가 빠졌어요. 학원에서 레슨 하고 대회 나가고 3년 정도 그렇게 춤에 미쳐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정신없이 댄스 강사로 살다 보니 문득 이제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이어트 댄스 레슨을 모두 그만뒀어요. 그동안 해왔던 레슨이 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인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댄서 후배들을 위한 레슨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유명해졌어요. 덕분에 댄서로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댄스를 콘셉트로 한 의류 브랜드 화보를 찍었고, 데스페라도 맥주나 JBL 스피커 광고 같은 CF에도 출연했어요. 다이나믹 듀오나 크러쉬, 제시, 치타 등의 가수들 요청으로 백업 댄서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왼)크러쉬-HUG ME 뮤직비디오 캡처,(오)치타-My Number 뮤직비디오 캡처

- 홍익대에 댄스 스튜디오를 만들었는데, 어떤 목적으로 만든건가.


“제가 댄서로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이후에는 댄서들을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우선 춤에 빠진 사람들을 모아서 20여명 규모의 프로젝트 댄스팀을 만들었어요. 댄스팀을 운영해보니 춤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우리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춤을 즐기고 춤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그런 실험적인 스튜디오 학원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는 댄서 두 명과 함께 2년 전에 오에프디(OFD) 댄스 스튜디오를 오픈했습니다.”


- 최근 댄스 스튜디오가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오에프디(OFD) 댄스 스튜디오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저는 솔직하고 당당한 춤을 좋아해요. 여자로서 파워풀하고 과감한 동작을 많이 넣는 게 특징이죠. 그래서 이곳을 만들면서 ‘펨 댄스(femme dance)’를 콘셉트로 했어요. 여성 댄스다 보니 이곳으로 춤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자들이에요. 한국 여성이 자신있게 구사할 수 있는 댄스 동작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세계에도 알리고 싶어서 유튜브 ‘OFD Dance studio’ 채널을 만들어서 꾸준히 영상을 올리고 있어요.”


- 댄스를 배우러 오는 수강생들이 많은 것 같은데.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는지.


“여성 댄스다 보니 섹시하게 보일 수 있는 동작들이 있어요. 그래서 처음 스튜디오를 시작할 때는 20세 이상의 수강생만 받았어요. 미성년자들이 무작정 따라 하면 괜히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그러다 우연히 외국의 한 성인 사이트에 우리 학원 수업 영상이 돌고 있는 걸 발견했어요. 한국 여성들의 섹시 콘셉트로 올라와 있더군요. 충격이었어요. 제가 의도한 바는 이게 아닌데 섹시 댄스로만 주목받는 게 싫었어요. 그걸 계기로 학원의 콘셉트를 완전히 바꿨어요. 어두웠던 스튜디오 벽도 모두 화이트로 칠하고 동작도 건강미와 파워풀함을 강조하는 쪽으로 바꿨습니다. 댄스 학원의 인허가도 변경했어요. 주변에 유해업소가 없어서 10대들도 다닐 수 있는 학원으로 바꾼 거죠. 그랬더니 여성 댄스를 배우고 싶은 10대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소문이 나면서 수강생들이 급격히 늘어났요. 시즌 별로 차이가 있지만, 방학이 있는 성수기에는 한 달에 3천 명 정도 찾아옵니다.” 

안무지도중. / 본인제공
출처: 본인제공
공연중.

- 댄서의 수입이 궁금하다. 스튜디오의 매출은 어느정도.


“댄서들의 수입은 활동하는 무대나 역량에 따라서 개인별로 천차만별이에요. 저 같은 경우 한창 댄서로 활동할 때는 월수입이 500만원 수준이었어요. 그것도 프리랜서 개념이라 매달 차이가 있었죠. 스튜디오를 만든 후로 댄스 강의 사업을 하면서 고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수입이 생겼어요. 비수기에는 월 매출이 3000만원 정도이고 성수기에는 9000만원이 넘기도 합니다.”


- 최근에는 춤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많이 변한 것 같다. 댄스 업계에 있으면서 느끼는 바가 있다면.


“지금은 과거에 비해서 댄스 시장이 굉장히 커졌어요. 무엇보다 춤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아이돌 직업이 생겨나면서 안무가 자리가 많이 생겼고, 댄서들이 주도적으로 방송 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아요. 대학교에서 실용무용 시간에 스트릿 댄스를 배우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모님들이 교육적인 면에서 춤을 권하는 경우도 많아요. 제가 고등학교 때 몰래 춤을 배우러 댄스 학원을 다니던 시절과는 많이 달라졌어요. 과거 제가 춤추는 걸 반대하시던 엄마도 지금은 저를 인정해주고 늘 응원해주세요.”


- 춤 추는 것 말고 취미는 무엇인가.


“중고등학교 내내 그림 공부를 해와서 그런지 여전히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요. 연필로 인물화나 일러스트를 자주 그리곤 해요. 최근에 생긴 취미가 있다면 영어 공부하는 거예요. 일이나 여행으로 해외에 나가면 영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면서 그 나라의 문화를 온전히 느끼고 싶은 욕심이 생겼거든요.”


- 앞으로 꿈이 있다면.


“댄스 스튜디오가 성장해서 춤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그들이 마음 껏 댄스계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장소로 만들고 싶어요. 춤에 빠져서 직업까지 바꿨던 저 같은 사람이 댄서로서 살아갈 수 있는 발판이 돼주고 싶습니다.”


글·사진 오종찬
jobarajob@naver.com
CC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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