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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쿠폰 나눠주고 26억 빌딩 파는 생방송, 뭔가 했더니

조회수 2020. 9. 24. 15: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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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보다 2배 힘들고, 3배 신나는 마흔 즈음에 시작한 이 일은
동영상 커머스 플랫폼 '그립' 김한나 대표
스노우, 잼라이브 마케팅 담당에서 CEO로
"창업, 2배 더 힘들지만 재미는 3배"

“안녕하세요, 오늘 잡은 포항 돌장어입니다. 요리해서 먹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한 중년 남성이 등장해 돌장어를 소개하더니 고추장, 다진 생강, 다진 마늘을 넣고 양념을 만든다. 석쇠에 장어를 올려 초벌 후 양념을 발라 굽기 시작한다. 다 구운 장어를 직접 먹으면서 시청자들과 소통을 시작한다. ‘장어 뼈도 보내주냐’는 시청자 질문에 “뼈는 안 보내드려요. 다 손질합니다. 원하시면 뼈 챙겨 드릴게요”라고 답한다. 편집하지 않은 투박한 영상과 구수한 사투리로 장어를 소개하는 그는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앱 ‘그립(Grip)’에서 수산물을 파는 판매자다. 그립에서 제품을 파는 판매자를 ‘그리퍼’라고 한다. 


그립은 김한나(39) 대표가 개발자 동료 4명과 함께 2018년 8월에 창업한 커머스 플랫폼이다. 그리퍼가 영상을 통해 제품을 소개하면 시청자들은 실시간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 생방송이기 때문에 대화창에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판매자가 바로 답을 해준다. 일반 쇼핑몰 앱에서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신선한 농수산물을 생산자에게 직접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9년 2월 앱 출시 후 현재(9월 기준) 월 이용자 수는 6만명, 앱에는 480여개의 판매 채널이 등록돼 있다. 서울 서초구에서 김한나 대표를 만나 그의 창업 이야기를 들었다.

출처: jobsN
그림 김한나 대표

◇30대 후반에 네이버 나와 창업


-창업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국내뿐 아니라 더 넓은 곳에서 일하고 싶었다. 그렇게 국제관계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직장을 찾았다. 한 스타트업 해외 사업을 담당했다. 8년 동안 일하다가 2014년 네이버로 이직했다. 폰 꾸미기 서비스 라인 데코, 카메라 앱 스노우, 잼라이브 사업 부문 등에서 마케팅 리더를 맡았다. 그러다 2018년 8월 퇴사했다."


-퇴사한 계기는 무엇인가.


"마흔을 앞둔 38살에 인생의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일을 하고 싶었다. 마흔 전에 전부터 꿈꾸던 창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침 회사에서 출시하는 동영상 서비스가 잘 될 때였고 나도 동영상 콘텐츠로 사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소비자에겐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직원에겐 가고 싶은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선한 영향력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달라.


"당시 생각한 동영상 커머스 서비스는 셀러는 영상을 통해 물건을 팔고 소비자는 그 영상을 보고 물건을 사는 것이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유통사와 마케팅을 끼지 않고 소비자와 셀러가 직접 만난다. 나도 마케터였지만 앱, 모바일, SNS 등이 발전하면서 판매자가 직접 브랜딩하고 물건을 팔면서 마케터가 사라질 거로 생각했다. 그러면 판매자는 제품 생산 외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 제품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소비자가 가치 있는 소비하도록 돕고 싶었다."

출처: 그립 제공
그리퍼들이 실시간으로 방송을 진행하면서 제품을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와 직접 소통하면서 궁금증을 해결해준다.

◇동영상 커머스 '그립'


-그립은 어떤 회사인가.


"실시간 혹은 녹화된 동영상을 보면서 바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모바일 커머스 플랫폼이다. 그립이라는 앱을 통해 판매자는 영상으로 사진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상품의 자세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실시간으로 같은 영상을 동시에 시청하는 소비자끼리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또 농부·어부가 직접 영상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신선한 상품을 팔고 소비자도 이를 보고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를 하도록 돕는다. 수수료는 매출이 발생할 때만 받기 때문에 개인이나 작은 회사의 진입장벽을 낮췄다."


-앱 개발이 어렵지 않았나.


"쇼핑은 물론 영상, 채팅 서비스가 다 들어간 앱이었기 때문에 난도가 있는 개발이었다. 그러나 나를 제외한 창립 멤버가 모두 업력이 긴 개발자여서 안드로이드, iOS 버전 둘 다 자체 개발했다. 오히려 기획자가 없어 개발 시작까지가 어려웠다. 퇴사 후 8월 한 달은 회의만 했고 디자이너도 없어 내가 그린 그림을 보고 9월에 개발을 시작했다. 11월에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합류해 앱이 모습을 갖춰나갔다. 그때 구상도와 지금의 그립은 비슷하다."


-그리퍼는 어떻게 모았나.


"개발자들이 앱을 개발할 때 인플루언서나 모바일 커머스를 하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직 앱 나오기 전이어서 서비스를 일일이 설명해야 했다. 90%는 답이 없었기 때문에 상점을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앱 디자인이 나오고 나서 긍정적인 답장을 받기 시작했다. 이 마저도 비율로 따지면 3%정도였다. 이분들은 앱이 처음 나왔을 때 방송, 결제 작동 등 테스트도 같이 해줬다. 2019년 2월, 47명의 그리퍼와 함께 앱을 출시했다. 처음부터 생각했던 대로 작동하지는 않았다. 은행 결제가 안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직접 방송을 하는 분의 환경을 고려하지 못한 점도 있었다. 와이파이나 핸드폰 사양 등을 다양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이런 점을 초반에 수정해나갔다. 한편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첫날에만 지인들 덕분에 유입자 수가 높았다. 마케팅을 전혀 하지 않아 앱 존재를 몰랐을 것이다."

출처: 그립 제공
'독도사랑'이라는 그리퍼는 새벽에 직접 배가 들어오는 영상을 찍어 재료의 신선함을 전하고 그 재료로 직접 요리도 해 '먹방'을 하면서 상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전문가가 전문 촬영 장비로 찍는게 아니기 때문에 영상을 거꾸로 촬영하기도 한다. (좌·가운데). 이벤트로 진행했던 이태원 꼬마빌딩 판매(우).

◇채널 480개로 늘어…35억원 투자유치


-자리를 잡은 건 언제인가.


"지난 5월 iOS 앱스토어 오늘의 앱으로 선정되고 나서 DAU(Daily Active Users·하루 동안 서비스를 이용한 이용자 수)가 늘었다. 그때까진 시청자가 보통 10여명이었는데 선정 후 수백명으로 늘어 그리퍼들이 놀랐다. 그리고 7월 말에는 한국투자파트너스와 네오플럭스로부터 35억원 투자를 받았다. 8월부터 마케팅을 시작했고 그때부터 유입자 수가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방송은?


"유입자는 물론 그리퍼도 늘었다. 정말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데 그중에서 '독도사랑' 채널을 운영하는 분이 있다. 독도, 울릉도, 포항을 다니면서 독도새우, 울릉도 오징어 등을 판매한다. 새벽 3시에 독도에서 배 출항하는 것부터 배에서 막 내린 오징어, 수산물을 직접 먹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수산물을 원산지에서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방송이 신선했다. 방송을 새벽에 해서 시청자가 많이 없어 안타깝다."


-건물을 팔기도 했다.


"영상으로 재밌는 걸 해보고자 이벤트성으로 기획했었다. 1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꼬마빌딩을 26억원에 소개했다. 실시간으로 건물 가는 길, 건물 주변을 보여주면서 시청자가 올리는 질문에 답을 해줬다. 당시 1억원 짜리 할인쿠폰도 나눠줬다. 300여명이 시청했고 26명이 건물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거래가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방송이 끝난 후 문의가 3~4건 정도 들어와 부동산 사장님에게 연결해줬다."

출처: jobsN
그립 직원들과 함께

◇“딱 2배 더 힘들고 3배 더 재밌다”


-대기업과도 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AK 플라자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오프라인 유통, 이커머스 성장이 주춤해서 여러 방법을 찾다가 우리 회사를 발견했다고 한다. 9월 업무협약을 맺고 앱 내에 AK PLAZA 채널을 만들었다. 또 앱은 물론 방송을 대기업 플랫폼에도 동시방영 하는 '그립 미니' 서비스도 진행했다. 이렇게 진행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 기업에서 협업 제안을 해와서 서비스를 설명했는데 나중에 자체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지.


"창업해서 하는 모든 일이 힘들다. 주변에서 창업한 내게 안부를 물으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딱 2배 더 힘들다. 그러나 3배 더 재밌다.' 회사에서 힘들면 '관두지 뭐'하는 생각이 들지만 창업은 그럴 수가 없다. 책임감도 크고 체감상 2배 더 힘들다. 대신 재미있다. 성취도가 높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작은 성공에 크게 감동한다. 또 모든 직원과 소통하고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도 즐겁다. 배우는 것도 많아서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크게 느끼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전 국민의 1인 미디어 커머스'가 목표다. 전 국민이 1인 미디어 형태로 언제 어디서나 판매방송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서비스를 하기 위해 AI 기반으로 AI 커머스를 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후 해외에도 진출하고 싶은 꿈이 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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