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락 1년만에 '합격률 8%' 시험 수석 합격한 대학생

조회수 2020. 9. 24. 15: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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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시절 책상에 쓴 '관세사 시험 수석 합격' 문구, 지금은.."
한성대학교 4학년 황혜준(26)씨
작년 한 과목 과락 때문에 불합격 통보
2019년 제36회 관세사자격시험 수석 합격

관세사(CCB·Certified Customs Broker)는 관세와 무역 분야 전문직이다. 고객 대신 수출입신고·관세환급 등 수출입통관 업무를 담당한다. 또 자유무역협정(FTA) 적용 요건을 심사하거나 무역 업무에 관한 컨설팅도 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관세사 시험(1차 객관식·2차 주관식)에 합격하면 6개월의 실무 수습을 거쳐 관세사로 일할 수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시험정보 포털 큐넷이 9월25일 2019년 관세사자격시험 최종 합격자를 발표했다. 1072명이 2차 시험에 응시해 95명의 합격자가 나왔다. 합격자 평균점수는 63.54점, 합격률은 8.86%였다. 올해 2차 시험에서 72.62점을 받아 수석 합격한 황혜준(한성대학교 4학년·26)씨에게 합격 비결을 물었다.

제36회 관세사자격시험 수석 합격자 황혜준(26)씨

-수석 합격을 축하합니다. 소감이 어떤가요.


“아직 실감이 잘 안 나요. 발표날 점수를 보니 총점이 290.5점이었어요. 시험이 쉬워서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 줄 알았죠. 수석 합격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런데 큐넷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니 제 점수가 최고득점이더라고요. 그제야 알았어요. 영광스럽습니다.”


-관세사 시험을 준비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까지는 꿈이 광고기획자였어요. 그런데 수능 성적이 기대만큼 안 나왔어요. 성적에 맞춰 경제학과로 진학했죠. 막상 수업을 들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흥미가 생기는 과목이 없었어요. 이모가 세무 업계에서 일하세요. 저에게 세무사 시험을 준비해보라고 권하셨죠. 그래서 처음에는 휴학하고 세무사 공부를 할 생각이었어요. 

2학년 2학기 때 교양 과목으로 무역 수업을 들었어요. ‘인코텀스(INCOTERMS)’라는 무역조건에 관한 국제규칙·운송·보험 등을 배웠는데, 이런 지식이 실무에서 쓰인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수업이 끝난 뒤에도 공부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과목은 처음이었죠. 이런 저를 보고 교수님이 관세사 시험에 도전하는 건 어떻냐고 하셨어요. 그래서 3학년 1학기까지 마치고 휴학한 뒤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수험생활은 어떻게 했나요.


“2016년 7월 공부를 시작했어요. 2017년 3월 1차 시험에 붙었죠. 한 번 1차 시험에 붙으면 그 해와 다음 해 2차 시험을 볼 수 있어요. 같은 해 1차와 2차 시험에 합격하기는 굉장히 어려워요. 그래서 2018년 2차 시험 합격을 목표로 공부했죠. 2018년에는 1차 시험을 안 보고 2차 시험을 봤는데, 평균 점수는 합격권이었어요. 최저 합격자 점수가 50점대 초중반이었는데, 제 점수는 50점대 후반이었거든요. 그런데 무역실무 과목에서 과락이 났어요. 단 하나의 과목이라도 40점을 안 넘으면 평균 점수와 상관없이 불합격입니다. 올해 1차 시험과 2차 시험에 동시에 합격했어요.

출처: 본인 제공
황혜준씨가 쓴 월별 계획표.

첫 2년은 휴학하고 학원에 다녔어요. 그런데 작년 6월 2차 시험이 끝나고 복학했습니다. 2018년까지만 공부하고, 떨어지면 그만두려 했거든요. 공부하는 게 힘들었어요. 여느 수험생이 느끼는 불안감이나 압박감을 감당하기도 어려웠고요. 학교로 돌아왔는데, 결과를 보니 생각보다 점수가 잘 나온 거예요. 그만두기에는 너무 아쉽지 않나 싶었어요. 그래서 눈 딱 감고 1년만 더 해보기로 한 거예요.


3년 차 때는 학교에 다니면서 시험을 준비했어요. 상대적으로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죠. 1차 시험은 관세법개론·무역영어·내국소비세법·회계학 네 과목을 봐요. 내국소비세법과 회계학만 인터넷 강의로 공부하고, 나머지는 혼자 공부했어요. 2차 시험에서는 관세법·관세율표 및 상품학·관세평가·무역실무를 봅니다. 독학으로 공부했어요. 실전 감각을 익히려고 시험 전 두 달 정도 학원에서 모의고사를 봤죠.”


-혼자 공부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죠. 독서실이나 도서관에도 안 가고 집에서 혼자 공부했거든요. 최대한 규칙적으로 생활하려고 노력했어요. 아침 8시에 일어나 9시까지는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밤 11시까지 공부했어요. 너무 공부만 하니까 쉽게 지치더라고요. 그래서 점심·저녁 시간 30분과 중간중간 간식 시간을 가지면서 쉬었어요. 그냥 쉬는 게 아니라, 다이어리에 간식으로 어떤 메뉴를 먹을지까지 구체적으로 적어놨습니다.”


-합격자 평균보다 10점이나 높습니다. 비결이 뭔가요.


“1차부터 2차 시험까지 쓴 방법인데, 모든 과목을 누적 복습했어요. 예를 들어 오늘 3단원을 공부한다고 해요. 그러면 어제나 저번 주에 1·2단원을 공부했을 거잖아요. 그걸 3단원에 들어가기 전에 다시 한번 보는 거예요. 꼼꼼하게 다 보는 건 아니에요. 내용을 눈에 익혀두는 정도로 10~20분가량 복습했습니다.


이건 제가 붙인 이름인데, ‘3 스텝 공부법’도 썼어요. 우선 오늘 공부할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미리 훑어보는 거예요. 어떤 내용이 있는지, 목차는 뭔지, 구성은 어떤지 등을 30분 정도 봤어요. 그러고 나서 두 시간 동안 꼼꼼하게 봤죠. 공부가 끝나면 또 30분은 복습했어요. 그렇게 같은 부분을 세 번 보니 기억이 확실히 오래가더라고요.”

출처: 본인 제공
공부나 쉬는 시간 등을 적는 일정표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었다고 한다.

-특별히 쉽거나 어려웠던 과목이 있었나요.


“2차 시험 과목 가운데 관세법을 잘 봤어요. 올해 응시자 평균점수가 47.43점인데, 저는 2018년 80점, 2019년에는 84.5점을 받았어요. 누적 복습이 관세법 공부에 잘 통한 것 같아요. 교재에 적혀 있는 개요를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보통 본문만 열심히 공부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개요를 외우다시피 했어요. 주관식인 2차 시험에선 50점짜리 문제도 나와요. 서론·본론·결론 형식까지 갖춰서 답을 써야 합니다. 관세법에서는 구체적인 법 내용을 공부하기 전에 정의나 요약이 적힌 개요를 보면 법 공부를 할 때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2018년 2차 시험 때 무역실무 과목에서 40점 미만을 받아 과락했어요. 돌아보니 중요한 내용이나 공부하던 부분만 보려고 해서 떨어진 것 같더라고요. 공부할 내용이 많으니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도 세세한 글씨까지 눈에 익혀두려고 했어요. 문제가 어디서 나올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올해 응시생 무역실무 평균 점수가 27.18점이었어요. 과락률도 71.5%였고요. 저는 71점을 받았어요. 세세한 부분까지 다 외운 건 아니지만, 어떤 문제가 나와도 당황하지 않을 정도로 봐둔 덕분인 것 같아요.”

출처: 본인 제공
수험생 시절 황혜준씨.

-슬럼프가 찾아온 적은 없나요.


“작년에는 시험을 보기 두 달 전부터 지쳐 있었어요. 수험 기간 초반에 너무 달렸더니 나중에 힘이 달리더라고요. 떨어지면 어쩌나 항상 불안하고, 과연 붙을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그래서 2019년에는 ‘아,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만 최선을 다해보자’고 마음먹었어요. 그전까지는 밥을 먹을 때도 인강을 듣고, 화장실에 갈 때도 공부할 걸 들고 갔어요. 올해엔 공부 시간 사이에 억지로라도 쉬는 시간을 가졌어요. 영상을 보거나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 먹고요. 그랬더니 시험날 안 떨리는 거예요. 아침에 눈을 떴는데, 기분이 마냥 좋았어요. 편하게 마음먹고 시험장에 가서 시험을 봤어요.


물론 슬럼프도 있었습니다. 2년 차 때 함께 공부하던 친구와 사이가 나빠졌어요. 가족 사이에 안 좋은 일도 있었고요. 3년 차 때는 그동안 모아둔 돈과 학교에서 받은 장학금으로 공부했습니다. 빠듯하게 생활하다 보니 지금 이 공부를 하는 게 맞나 싶었어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꼭 합격해서 지금까지 모아둔 돈보다 더 많이 벌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책상에 ‘수석 황혜준 관세사 파이팅’이라는 문구도 써놓으면서 공부했어요.”


-책상에 써놨던 문구가 현실이 됐습니다.


“그렇네요(웃음). 저 혼자였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고마운 사람이 많아요. 멘탈(정신력)이 약한 편이에요. 남자친구에게 아침에는 열심히 하겠다고 하다가 밤에는 그만둘 거라고 했어요. 3년 동안 이런 제 모습을 다 받아줬어요. 한 살 어린 동생이 있는데, 제가 생활비가 부족하니까 가끔 일해서 번 돈으로 30만원씩 용돈을 보내줬어요. ‘언니는 공부하니까 다른 데 신경 쓰지 말고, 맛있는 거 사 먹어’라면서요. 포기하려 할 때마다 친구들도 응원해줬고요. 2년 동안은 이모가 학원비와 교재비를 지원해주셨어요. 감사한 분이 정말 많죠.”


-앞으로 계획은.


“아직 4학년이에요. 2020년 1학기까지 학교에 다녀야 해요. 합격자들은 내년 1월 교육을 받아요. 학교에서 취업계를 인정해주면 바로 관세법인에 취직해 실무 수습 6개월을 거쳐 일을 시작합니다. 관세사도 다른 직장과 비슷해요. 관세법인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해 면접을 거쳐 입사합니다.


보통 관세법인으로 취직하는데, 회계법인이나 대기업에 가기도 해요. 관세사 자격증이 있으면 가산점을 주는 관세직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고요. 법인에서 일하다 경력직으로 공기업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저는 우선 관세법인에 들어가서 관세사 업무 전반을 배우고 싶어요. 얼른 일을 배워서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관세사로 성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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