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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 대장금을..' 세계 최고의 오지 갔다 깜짝 놀랐죠

조회수 2020. 9. 24. 15: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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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년간 외국인 방문 없던 외딴 섬에 갔더니 '대장금' 보고 있더라고요

누구나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동경이 있다.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고 싶어한다. 대부분은 여행을 통해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킨다. 휴가철이면 인천국제공항은 늘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하지만 여행으로도 가기 쉽지 않은 곳이 있다. 교통이 불편하고, 언어와 음식이 이질적인 아프리카·남태평양의 외딴섬들, 남극이나 히말라야 산맥 등 소위 ‘오지’라고 불리는 곳들이다. 문명의 손길이 아직 닿지 않은 현지 원주민 마을은 관광객이 가볍게 여행하기에 여러모로 적합하지 않다. 사람들은 대신 자연 다큐멘터리나, 연예인이 직접 오지를 탐험하는 TV프로그램 등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다. 과거에는 KBS에서 방송한 ‘도전, 지구탐험대’가 인기를 끌었고, 현재는 SBS ‘정글의 법칙’이 대표적이다.

/황영구씨 제공

서울 인사동에서 ‘갤러리 란’을 운영하는 황영구(61)씨에겐 ‘오지 전문가’라는 다른 직함이 있다. 오지를 배경으로 하는 TV프로그램 제작 현장에는 늘 황씨가 있었다. 사전 현지 답사부터 촬영 장소 섭외, 촬영 중 안전 관리 및 사고 대응 등 프로그램 제작 전반에 참여했다. 앞서 언급한 ‘도전, 지구탐험대’와 ‘정글의 법칙’ 모두 황씨가 오랫동안 제작에 참여한 프로그램들이다. 황씨는 1992년부터 2009년까지 17년간 남태평양에 있는 파푸아뉴기니에 살았다. 건설 사업을 하는 도중 짬을 내 남태평양의 외딴 섬을 여행하는게 취미였다. 남태평양 원주민들의 언어를 익히고, 원주민 마을에 며칠씩 머물며 그들의 문화를 체험했다. 2009년 귀국 후 지난해까지 10여년 간 전문적으로 오지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다. 10월 2일 인사동에서 황씨를 만났다.

/황영구씨 제공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린다.
“오지 여행을 즐겨했고, 오지 관련 방송프로그램 제작을 도왔던 황영구입니다. 현재는 인사동에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떤 TV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는지.
“오지 관련 다큐프로그램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보통 1~2회 정도 특집 프로그램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다른 분들이 기억하시긴 쉽지 않을테고…지속적으로 방송되는 프로그램 중에선 ‘도전, 지구탐험대’나, ‘정글의 법칙’, EBS ‘세계 테마기행’, TV조선 ‘아시아 헌터’ 등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총 100번 정도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한 것 같습니다. 도전 지구탐험대는 굉장히 오래 했었고, 정글의 법칙은 작년까지 4년 정도 함께 했습니다. 주로 갔던 지역은 아프리카와 동남아, 인도네시아, 남태평양 등입니다.”

/황영구씨 제공

 -주로 하는 역할은 무엇인지.
“저는 촬영지에 총 세번 갑니다. 첫번째는 사전 답사차 가는 것이고요. 다녀와서 PD들과 촬영 후보 장소들을 놓고 회의를 합니다. 촬영지가 결정되면 이번엔 장소 섭외를 위해 혼자 다시 현지에 갑니다. 세번째는 제작진과 같이 촬영을 하기 위해 가는 것이죠. 촬영 때는 현지 안내 및 원주민들과의 소통 등을 주로 담당합니다.”


-어떤 계기로 오지 여행 전문가가 되었는지.
“저는 1992년부터 2009년까지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에서 살았습니다. 대학 졸업 후 건설회사에 들어가 사이판에서 해외근무를 했는데, 그때부터 파푸아뉴기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이제 막 건설 인프라가 생기던 나라라 거기서서 사업을 하면 돈을 벌수 있을 것 같았어요. 1992년 다니던 회사가 사이판에서 철수를 하면서 저는 파푸아뉴기니로 건너와 자리를 잡았습니다. 파푸아뉴기니에서 사업을 하면서 인근에 있는 섬들을 여행하기 시작했고, 부족민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그들의 언어인 ‘피진’을 익혔어요. 남태평양에서 제가 돌아다닌 국가만 세어보니 17개국이더라고요.


파푸아뉴기니에 오래 지내다 보니 한인회 회장직을 맡았는데, 이것이 계기가 돼 틈틈히 한국 방송사들이 남태평양에서 촬영하는 것을 도왔습니다. 2009년 자식들을 한국으로 대학 보내고 저도 귀국했죠. 귀국한 후 전문적으로 10여년간 방송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황영구씨 제공

-여행을 많이 다니셨군요.
“제가 탔던 비행기 티켓을 늘 모으는데요. 제가 사비를 들여 여행한 것만 세어보니 비행기 값이 5억원 들었습니다. 방송사 제작진이 내준 티켓 값 2억원까지 합하면 총 7억원 정도가 비행기 값으로 들었더라고요.”


-방송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면 보통 얼마정도 받습니까.
“보통 프로그램 하나 찍는데 총 2달 정도 걸립니다. 현지 코디료, 장소 섭외료, 운전료 등등 모두 합하면 2만달러(약 2400만원)정도 받지만 용도에 맞게 지출을 하면 제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이보단 적습니다.”

출처: 황영구씨 제공
'정글의 법칙' 김병만(오른쪽)과 함께

 -남태평양 원주민들의 언어 ‘피진’은 어떻게 익히셨습니까?
“파푸아뉴기니에만 현지 부족이 800개가 넘습니다. 이들마다 각각의 고유어가 있고, 피진은 이들이 서로 소통을 하기 위해 만든 ‘공용어’ 개념입니다. 피진은16세기 영국에서 사탕수수를 재배하던 노예들이 남태평양으로 돌아와 만든 언어이기 때문에 영어랑 거의 흡사합니다. 영어에 있는 수만개 단어중 사용 빈도가 높은 수백개 단어만 사용해 압축적으로 만든 게 피진이예요. 예를 들어 ‘너 어디 가니?’는 영어로 ‘Where are you going?’인데, 피진에서는 ‘유고웨?(You go Whe)’입니다. 영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조금만 공부하면 익힐 수 있습니다. 피진만 사용하면 현지 부족민 70% 정도와는 말이 통합니다. 나머지 30%는 토착 언어만 쓸 줄 알고 피진을 사용하지 못해요. 이들과는 손짓 발짓, 바디랭귀지로 대화합니다.

/황영구씨 제공

-원주민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가는지.
“원주민들은 낯선 사람들에게 배척감이 심합니다. 우선 저는 피진을 잘 하니까 이들과 소통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소통이 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겁니다. 외국인이 자기들이 쓰는 언어를 쓰니까 얼마나 신기하겠어요. 한국어 잘하는 외국인 보면 정겨운 느낌이 드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두번째는 스킨십입니다. 원주민들 몸에서 냄새가 많이 나요. 잘 씻을 수 있는 환경이 못되니까 땀 냄새나 빗물 냄새 등이 많이 나죠. 영화 ‘기생충’ 보면 이선균이 송강호에게서 냄새가 난다며 불쾌해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이처럼 원주민을 대했다가는 가까워질 수 없죠. 저는 냄새가 나도 껴안아주고, 스킨십을 많이 합니다. ‘나 여기 구경왔다. 너무 좋은 데 자고 가도 되겠냐’고 물으면 대부분 부족들은 허락해줍니다. 제가 100개 부족을 넘게 만나봤는데 배척한 곳은 한 곳도 없었어요.

출처: 황영구씨 제공
'정글의법칙' 출연자 조안과 함께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방송 제작에도 참여했는데.
“아프리카나 남태평양이나 부족민들의 풍습이나 습성은 비슷합니다. 남태평양 부족민은 크게 아시안계, 남미계, 아프리카계로 나뉘는데 아프리카계 남태평양 부족민들과 생활하는 모습이 비슷해요. 언어는 영어를 쓰면 어느 정도 통하고요.”


-왜 오지 여행을 좋아하십니까. 오지 여행이 힘들진 않는지.
“왜 안 힘들겠어요. 일단 너무 덥죠. 땀이 많이 나지만 씻을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벌레도 많고, 먹을 것도 구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것에서 재미를 느낍니다. 어렸을 때부터 틀에 박힌 것을 싫어했어요. 짜여진 것에서 벗어나보고 싶었습니다. 외국으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할때도 남들 다 가는 곳보다는 안가는 곳을 가보자고 생각했어요. 저는 여행할 때 세가지를 봅니다. 첫번째는 문화와 환경. 두번째가 음식, 세번째가 사람입니다. 이 세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려면 도시보다는 오지를 가야합니다. 오지는 여행하는 곳마다 새로운 게 있습니다. 저는 프랑스 파리나 호주 시드니 같은 곳도 가끔 여행하는데, 도시에서는 딱 두가지만 합니다. 첫번재는 박물관 가기, 두번째는 광장이나 거리에 있는 카페에 앉아 커피 마시며 사람 구경하기 입니다. 도시에서는 이 두가지면 충분하더라고요.”

/황영구씨 제공

-방송 촬영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몇년 전 SBS에서 ‘최후의 제국’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했어요. 영국 BBC방송국이 꼽은 ‘세계 최고의 오지’인 솔로몬 제도 아누타섬이 촬영지였습니다. 가장 가까운 섬이 10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을 정도로 외딴 곳이었요. 몇 백년 동안 외국인의 왕래는 전혀 없었고, BBC 방송국이 몇 해 전 촬영을 위해 왔다갔던 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섬에 다다르고 그곳 원주민을 처음 만났는데 너무 깜짝 놀랐어요. 한 원주민이 저희를 보자마자 ‘꼬레안?’이러더니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는거예요. 알고봤더니 솔로몬 제도 정부가 1년에 딱 두번 이곳에 방문해 식량과 각종 구호품을 보급하는데 그 중에 DVD플레이어와 한국 드라마 DVD가 있었던 겁니다. 원주민들이 TV앞에 둘러앉아 대장금을 보고 있더라고요. 그 광경을 보고 ‘과연 지구에 오지가 있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문명의 영향은 정말 대단합니다.”

/황영구씨 제공

-‘정글의 법칙’에 오래 참여했는데, 기억에 남는 연예인이 있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친구는 강남이예요. 이 친구가 배려심이 있어요. 첫인상은 머리도 노랗게 물들이고, 약간 날라리 같은 느낌이었는데 의외로 행동하는 게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늘 솔선수범하고, 불평불만 없고, 열심히 하는 친구입니다. 늘 시키지도 않는데 앞장 서서 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어요.”


-작년 11월부터는 인사동에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제 예순이 넘었고, 방송 제작진들과 나이 차이도 꽤 납니다. 예전에는 PD들이 저더러 ‘형님’이라고 불렀는데 어느샌가 ‘선생님’으로 호칭이 바뀌었더라고요. 방송 제작에 참여하는게 저도 불편하고, 그들도 불편해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쉬고 있어요. 요청이 들어오긴 하지만 조언만 해주고 있습니다. 제가 여행을 많이 하다보니 현지 부족들로부터 선물도 많이 받고, 신기한 물건은 제가 사기도 했어요. 나름 콜렉터 생활을 해왔고 많은 물건을 갖고 있습니다. 지인이 물건들을 보더니 ‘박물관을 차리라’고 하더군요. 욕심이 생겨서 인사동에 개인 갤러리를 차렸어요. 한국 골동품도 있고, 남태평양 물건도 많이 전시해 놓고 있습니다.”

/황영구씨 제공

-현지 부족들로부터 받았던 물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트로비얀드 군도에 있는 ‘키리위나’라는 섬에 촬영을 갔을 때 현지 부족장이 준 지팡이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 촬영을 요청했을 때 허락을 안해주던 사람이었어요.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을 갖다줬는데 마음에 안들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들 부족이 좋아하는 마리담배나 부하이(간식으로 먹는 열매)등 기호품을 인근 섬에서 사다가 잔뜩 갖다줬어요. 그랬더니 허락을 해주더라고요. 차츰 친해졌고, 촬영을 마칠때쯤 제게 ‘내가 부족장으로 취임할 때 받았던 지팡이인데 네게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고마워서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황영구씨 제공

-인사동에서 달항아리 기획전을 열었던데.
“10월1일부터 10월21일까지 인사동에서 달항아리 목가구 기획전을 열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연 기획전입니다. 인사동에 들어와서 달항아리를 좋아하게 됐어요. 달항아리 기획전이 끝나면 다음엔 남태평양 기획전이나 아프리카 기획전처럼 제 전문을 살려 특색있는 전시회를 열 생각입니다. (오지 여행은 계속 다닐건가?) 그럼요. 앞으로 20년간 계속 다닐 생각입니다. 여행은 언제나 제 로망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제 존재 가치도 여행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황영구씨 제공
인사동에서 달항아리 기획전을 열고 있는 황영구씨

글 jobsN 이준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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