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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보미·경비원은 물론 아파트 동대표도 못한다니..

조회수 2020. 9. 24. 15: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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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한 사람은 동대표도, 아이돌보미도 못한다?

미국 100대 부자에 이름을 올리며 ‘미국 내 한인의 신화’로 불리던 '포에버21’이 결국 파산절차에 들어갔다. 로이터통신은 9월29일(현지 시각) 포에버21이 이날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영원한 21세를 위한 옷'이라는 뜻을 가진 포에버21은 1981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이민 온 한국인 장도원·장진숙 부부가 설립한 의류 회사다. 장씨 부부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피게로아 거리에 '패션 21'이라는 이름의 첫 의류판매장을 열었다. 83㎡ 크기에 불과했던 이 작은 옷가게는 불과 몇십년만에 세계 40여개 나라에서 800곳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거대 의류회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포에버21은 '덩치 키우기'에 주력하면서 내실을 다지는 데 실패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포에버21의 추락 원인으로 지나치게 공격적인 매장 확장을 지적했다. 린다 장 포에버 21 부회장(장씨 부부의 장녀)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6년도 안 되는 기간에 7개국에서 47개국으로 뻗어갔는데 그 때문에 많은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포에버21은 파산보호 신청과 함께 JP모간 등 기존 채권단으로부터 2억7500만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또한 사모펀드 TPG(TPG Sixth Street Partners) 등으로부터 신규 자금 7500만달러를 지원받아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25일에는 가수 조관우씨가 TV조선 교양 프로그램 ‘인생다큐 마이웨이’에서 현재 본인이 생활고를 겪으며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는 “일단 경매로 집 두 채가 다 법원으로 넘어간 상태라 집도 절도 없다”며 “카드도 쓰지 못하며 재산은 다 압류가 걸린 상태다”고 했다.


조씨는 다만 현재 빚이 15억원에 달하지만 파산을 신청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빚을 남기는 아버지가 되기는 싫다"며 "주변에서는 파산 신청을 하라는데 저는 그러고 싶지 않다, 벌 수 있다고 생각하고 언젠가 해결할 것"이라 말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는 파산하는 법인이나 개인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2019년 상반기 전국의 지방법원에 접수된 기업파산 신청 건수는 총 484건이었다. 지난 1~6월 접수된 개인 파산 건수는 2만2924건에 달했다.


이처럼 파산이 흔히 벌어지고 있음에도, 이를 극복해 내는 사람은 비교적 찾기 어렵다. 현행법상 파산을 당한 사람은 각종 분야 취업에 제한이 걸리며 회생이 매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신설된 ‘채무자 회생·파산에 관한 법률’ 제32조의2는 ‘누구든지 이 법에 따른 회생·파산 절차 또는 개인회생 절차 중에 있다는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취업제한 또는 해고 등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개별 법률에서 특정 직업을 짚어 파산선고를 공식적인 결격사유로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 중 한 사례로 '아이돌보미'를 들 수 있다. '아이돌봄지원법' 제6조의4에서는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사람'을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경비원'으로도 취업 불가하다. 경비업법 제10조의2에서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자'를 결격사유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개별 법령에서 파산선고를 결격사유로 규정한 직업은 공무원, 변호사, 법무사, 보험설계사, 아파트 동별대표자, 전통 소싸움경기의 소 주인 등 200여개에 달한다. 파산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돈을 벌어야 하지만, 정작 파산 때문에 돈을 벌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조선DB

이와 같은 규정이 없는 직업은 파산 여부와 무관하게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도 있다. 실제로 같은 공무원임에도 국회의원, 도지사와 같은 선출직 공무원은 파산에 따른 제약이 없다. 의사와 간호사는 과거 파산할 경우 면허를 취소당했지만 법을 개정하며 지금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법을 개정해 파산자에게도 직업의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서경환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6월 열린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가 개최한 개인도산제도 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파산을 취업 결격 사유로 삼는 것은)파산선고 자체를 불성실의 징표나 사회적 신뢰 상실로 보고 징벌 또는 불이익을 주는 전근대적 인식의 산물"이라며 "채무자 갱생이라는 제도 목적에도 정면으로 반한다"고 말했다.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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