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월세 사장님의 '결식 아동 음식 공짜' 선언 이후..

조회수 2020. 9. 24. 15: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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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월세 사는 이 남자한테 누리꾼이 "먹어서 혼내주자" 한 사연
결식우려 아동에 가게 망할 때까지 ‘무료’ 식사 선언
입소문에 전국서 자영업자 합류 ‘우리 아이 기 살리자’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 280곳 참여...시도별 150곳 확보 목표

“사장님 안녕하세요? 전 사장님 덕분에 VIP가 된 사람입니다. 전에 한 번 왔을 때도 정말 맛있게 먹고 갔는데 역시 오늘도 상상 이상으로 맛있었어요.…저를 배려해주시는 ‘진짜파스타’ 사장님과 직원분들이 정말로 감사하고 마음이 편해져요. 다음엔 친구들이랑 같이올게요!”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파스타 가게 ‘진짜파스타’를 다녀간 VIP 손님이 테이블 매트에 남긴 편지다. 삐뚤빼뚤한 글씨가 빼곡히 들어찬 편지에는 진심이 담겨있다. 이 파스타 가게의 VIP는 다름 아닌 결식 우려 아동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발급해 준 VIP 카드만 있다면 돈을 내지 않아도 언제든 와서 밥을 먹을 수 있다.


진짜파스타 오인태(34)대표는 6월부터 결식 우려 아동을 돕기 시작했다. 오대표는 흔히 말하는 ‘금수저’도 ‘건물주’도 아니다. 반지하 월세 살면서도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는 이유는 거창하지 않다. 과거에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힘들었던 경험 때문이다. 또 “누구나 할 수 있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시작했다”고 말한다.

출처: 진짜파스타 인스타그램 캡처
오인태 대표가 7월 SNS에 올린 글

◇꿈나무 카드 결점 채우려 시작


선행이 알려진 건 지난 7월이었다. 오인태 대표는 "올해 초 구청에 갔다가 결식아동 꿈나무 카드를 알게 됐다"면서 SNS에 글을 올렸다. 꿈나무 카드는 결식 우려가 있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지역자치센터에서 발급해주는 카드다. 18세 미만에만 지원한다. 가맹점에 카드를 보여주면 적립 한도 내에서 밥을 사 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금액, 이용할 수 있는 시기 등이 한정적이어서 사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파스타 가게를 운영하고 있던 그는 꿈나무 카드의 한계를 느끼고 불편을 해결하고 싶었다. 결국 '(카드를)그냥 안 받겠다'면서 결식아동에게 음식을 무료로 주겠다고 선언했다.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편하게 왔으면 좋겠다고 글을 이어나갔다. 삼촌, 이모가 밥 한 끼 차려준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먹지만 '눈치 보지 않기', '금액 상관없이 먹고 싶은 거 말하기', '매일 와도 괜찮으니 부담 갖지 않기' 등 식당을 찾을 때 지킬 다섯 가지 안내 사항도 덧붙였다.


‘많은 아이들이 알 수 있게 많이 퍼트려주세요’라는 당부와 올라온 이 글은 해당 SNS에서만 8000여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3만번 공유됐다. 선행이 널리 알려지고 이 활동에 동참하고자 하는 자영업자에게서 연락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진짜파스타 인스타그램 캡처
최근 화제가 된 선한 영향력에 참여하는 김해장유점 쿠우쿠우(좌),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업체는 이 스티커가 붙어있다(우)

◇280여곳이 참여하는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


오대표는 아이들 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는 공동체를 만들면 좋겠는 마음에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누고 싶은 전국 자영업자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공동체다.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글을 올리자 많은 사장님이 동참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고 3개월 만에 전국 280여곳의 가게가 참여하고 있다. 현재 비영리 사단법인 '한국 결식아동 청소년 지원협회'도 함께 하고 있다.

출처: 조선DB
서울 마포구 상수동 '진짜파스타'에서 사장 오인태씨가 '선한 영향력'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들어 보이고 있다.

280여개의 가게는 식당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문화, 여가, 운동 등을 제공하는 다양한 분야의 자영업으로 이뤄져 있다. 인천의 한 꽃집은 카드 소지자에게 한 달에 한 번 원예체험과 원예치료를 제공한다. 대구에 있는 네일숍은 손 기본 케어를 무료로 해주기도 하고 서울에 있는 안경원에서는 안경, 안경렌즈(총 10만원까지) 그리고 시력검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오대표는 각 시·도에 최소 150개 가게가 함께하는 날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야 아이들이 제대로 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선한 영향력에 참여하는 업체는 한국청소년결식아동지원협회 홈페이지(16680010.com)에서 볼 수 있다. 오인태 대표는 아이들이 선한 영향력 가게를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게 앱도 준비 중이다.

출처: 트위터 캡처, 쯔양 유튜브 캡처
SNS에 올라온 글에 달린 댓글(좌), 유튜버도 찾아가 먹방에 도전한다(우).

◇'먹어서 혼내주러 가자'는 손님들


전국의 착한 가게가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먹어서 혼내주러 가자', '우르르 가서 단체 손님으로 혼내주고 사장은 돈 세다가 잠 좀 설쳐 봐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좋은 일을 하는 곳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다. 실제 이런 가게를 가장 많이 도와주는 것도 손님들이라고 한다. 

오인태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제일 많이 도와주는 분들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인 주부인데 그때마다 '이것밖에 못 해서 미안하다'고 말한다"고 했다. 다른 손님들은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라며 책, 신발, 학용품을 보내주기도 한다. 식자재를 공급해주는 업체도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준다고 한다. 그는 "일부 손님은 5만원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지 않고 가는 일도 있다"면서 "결국 우리를 도와주는 이들은 평범한 시민"이라고 말했다.


직접 꿈나무 카드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누리꾼들은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으면서 사장님들께 도움을 줄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 사람은 ‘가게 문 앞에 결식아동을 지원한다는 안내문을 붙여주세요’, ‘모든 직원이 결식아동 지원에 대해 교육하면 좋다’와 같은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식사 후 꿈나무 카드를 제시한 아이들에게 VIP 카드를 발급하고 목록을 만들어 관리하면 좋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를 적용해 많은 아이들이 편하게 식당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오대표는 망하기 전까지 이 프로젝트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작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힘이 닿는 데까지 하고 싶은 마음은 다 같을 것이다. 김해장유점에 있는 뷔페 프랜차이즈 ‘쿠우쿠우’ 대표는 "이 지역만 해도 결식 우려 아동이 3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안다"면서 "그 아이들이 다 와서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 경상남도 1호점 ‘바로 덮밥’ 송정현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에게 언제든 부담없이 가게를 찾아달라고 말했다.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치킨 한 마리만 사주면 되니까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와서 먹고 배부르게 가서 잘 먹고 잘 컸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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