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따라 처음 당구장 갔던 20살은 지금 이렇게 됐습니다

조회수 2020. 9. 24. 15: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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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샴푸 LPBA 챔피언십 참가한 강지은 선수
TS 샴푸 LPBA 챔피언십 참가한 강지은 선수
역전 우승으로 20대 최초 챔피언 등극

2019년 5월 당구 프로리그인 프로당구협회(PBA) 투어가 출범했다. 당구도 프로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2019~2020시즌 8개 대회의 1부 투어, 10개의 2부 투어, 8개의 여자(LPBA) 투어가 열린다. 추석 기간과 겹쳤던 4차 대회인 TS샴푸 L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화장실에서 세수하면서 ‘역전할 수 있다’고 마음을 계속 다잡았어요.” 역전 우승 시나리오를 쓴 강지은(27) 선수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강 선수는 결승전에서 박수향(40) 선수를 만나 2대 0으로 1, 2세트를 내리 내줬다. 하지만 브레이크 타임 이후 3~5세트를 연이어 따내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대 최초 챔피언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출처: PBA 제공
TS 샴푸 LPB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강지은 선수.

◇16강전에 이어 결승전에서도 역전승


-우승 소감은.


“사실 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 운이 좋게 우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추석 연휴에 열린 대회에서 입상해 운이 정말 좋았던 것 같습니다.”


-결승전에서 역전 우승을 거뒀는데.


“2세트 끝나고 브레이크 타임 동안에 계속 마음을 다잡았어요. 화장실 가서 세수하면서 아직 경기 끝나지 않았다, 역전할 수 있다고 토닥였습니다. 덕분에 차분한 마음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LPBA 4차 투어에서 우승하며 강지은 선수는 20대 선수 중 최초로 정상에 올랐다. 3쿠션 경기에서는 경험이 중요한 만큼 이전까지 초대 대회 김갑선(41), 2차와 3차 대회 임정숙(33) 등 30대 이상 선수들이 우승을 차지했다.

PBA 제공

-20대 선수 중 최초로 정상에 올랐는데 기분이 어떤가.


“최연소 우승을 거둬 기분은 좋습니다. 다른 선수들이 저보다 나이가 많은 만큼 공을 다룬 경력인 구력이 오래됐는데요. 아무래도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나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세요. 제가 경력이 짧은 만큼 더 열심히 치려고 노력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진행된 16강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4명이 경기를 치르고, 2등까지 8강에 올라가는 방식인데요. 경기 초반에 선두를 유지하다가 후반전부터 공이 잘 안 맞더니 밀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마지막 1 큐에 7점을 기록해 역전해서 조 2위로 16강에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다들 마지막 큐에 어떻게 그렇게 치냐고 놀랐고, 저도 놀라서 가장 기억에 남아요.”

PBA 제공

◇단순하지 않은 게 당구의 매력


-당구는 어떻게 입문했나.


“20살 때 친구들 따라 처음으로 당구장에 가서 포켓볼을 쳤어요. 이후 친구들과 가끔 당구장에 놀러 갔습니다. 포켓볼을 어느 정도 치게 된 이후에 사구도 쳐보고, 삼구도 쳤어요.”


-이후 계속 당구를 친 건가.


“자주 가던 당구장 사장님이 제안하셔서 당구 시합을 나갔던 적이 있어요. 첫 시합이다 보니 당연히 우승도 못 했고, 성적도 좋지 않았죠. 시합 이후 당구를 한동안 안 치다가 2015년 당구 동호회에 들어갔어요. 당구를 제대로 한 번 쳐보자 해서 2016년에 군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동호인 시합도 나갔습니다. 2017년 2월에 같이 당구 치던 친구들과 함께 선수로 등록했고, 프로협회가 생기기 전까지 활동했습니다.”

강지은 선수 제공

-당구장에 계속 다닐 때 부모님이 반대하시지는 않았나.


“아무래도 20살 이후에 당구를 치기 시작해서 부모님께서 걱정이 많으셨어요. 지금 당구장 다닐 때냐고 잔소리도 많이 하셨죠. 그래도 지금은 많이 응원하고 격려해주십니다.” 


-당구의 매력은.


“단순하지 않은 게 당구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승부욕이 강하고, 땀 흘리면서 하는 운동을 좋아하는 편인데요. 당구는 땀이 많이 나는 운동 종목은 아니지만, 운동하면서 머리를 계속 써야 하는 게임이라 재미있습니다.”


◇프로 스포츠 되면서 알아보는 사람도 생겨


당구는 2019년 프로 종목이 됐다. 5월 PBA가 출범하면서 국내에서 여섯번째 프로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프로 종목이 되면서 달라진 점은.


“전보다 관심 있게 보시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당구 전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알아보시는 분들이 생겼어요. 이 전에는 대회에서 우승하거나 입상해도 잡지에 사진과 이름이 나가는 게 전부였는데, 프로 종목이 되면서 경기를 TV로 중계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많은 분이 알아봐 주세요.”

PBA 제공

-당구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사실 여자 선수들의 당구 경기를 보면서 ‘이게 무슨 프로냐’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아무래도 남자 선수들과 여자 선수들의 수준이 다르고, 남자 동호인 중에서도 잘 치는 분들이 많다 보니까 우리 당구장에 더 잘 치는 사람들 많다고 비난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 반응을 볼 때마다 속상할 때가 많은데요. 여자 당구도 프로화되면서 계속 수준이 좋아지고 있는 만큼, 비난하기보다는 격려하면서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목표는.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 거둔 만큼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할 계획입니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까 큰 대회나, 방송 중계 시합에서 많이 긴장하는 경향이 있어요. 더 연습하고 실력을 갈고닦아 계속 좋은 성적 거두는 게 목표입니다.”


글 jobsN 박아름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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