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어서 줬는데..닭가슴살 때문이라고는 상상 못했죠"

조회수 2020. 9. 24. 15: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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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키우던 맥킨지 컨설턴트가 회사 뛰쳐나와 시작한 사업
구원회(33) 더식스데이 대표
강아지 키우며 실수한 경험
반려견 간식·용품 구독 서비스 내놔

“강아지가 신부전증을 앓고 있었어요. 닭가슴살 간식을 잘 먹었는데, 워낙 좋아하니까 생각 없이 막 줬죠. 그런데 단백질을 계속 먹이니 증세가 나빠졌습니다. 물론 닭가슴살 때문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죠. 영국산 약까지 사다 먹였지만,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반려견의 영양 균형에 관해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어땠을까, 지금도 후회해요.” 

출처: 더식스데이 제공
구원회(33) 대표.

돌로박스는 반려견을 위한 간식·장난감·생활용품을 매달 배송해주는 구독 서비스다. 수의사 3명이 개의 특징과 필요한 영양분을 고려해 기획한 제품을 직접 제작해 보낸다. 한 달 구독료는 3만2500원부터 시작한다. 돌로박스 운영사인 더식스데이는 2017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해 연 매출 20억원을 내는 회사로 성장했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맥킨지 앤드 컴퍼니를 나와 반려견 구독 서비스 스타트업을 차린 구원회(33) 더식스데이 대표를 만났다.


-이력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미국 브라운대학교를 나왔다. 2012년 맥킨지에 입사해 3년 동안 컨설턴트로 일했다. 원래 소비재에 관심이 많아서 회사에서도 주로 소비재 회사 컨설팅을 담당했다. 컨설팅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소비재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싶었다. 그 갈증을 채우기 위해 2015년 회사를 나와 쿠팡과 휠라코리아에서 전략을 담당했다. 상품 기획부터 판매까지 전반적으로 관여했다. 2017년 더식스데이를 창업하고 돌로박스를 선보였다.”


-창업 계기는.


“반려견 1000만 시대다. 그만큼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 많아졌다. 동시에 유기견도 늘었다. 반려견과 함께 살면서 정작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나도 그랬다. 반려견에게 간식을 잘못 줬다가 이별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영양소를 균형 있게 공급할 수 있는 반려견 간식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반려견 시장은 커지고 있는데, 바뀌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개 주인들에겐 믿을 수 있는 정보가 필요했다. 견주들이 정보를 가장 많이 찾는 공간이 포털 사이트다. 그런데 ‘강아지에게 시금치를 먹여도 괜찮나’고 치면 누구는 좋다고 하고, 누구는 먹이지 말라고 한다. 수의사 같은 전문가가 직접 개 주인을 도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출처: 더식스데이 제공
맥킨지에서 근무하던 구 대표.

-돌로박스는 어떤 서비스인가.


“회사 소속 수의사 3명이 강아지에게 필요한 상품 70~80개를 준비한다. 고객은 매월 이중 본인이 원하는 상품 5~7개를 골라 정기배송을 받는다. 원래는 우리가 상품군을 정해서 보냈다. 그런데 특정 제품만 다른 걸로 바꿔 달라는 민원이 있었다. 그래서 2019년 9월 선택형 정기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배송 10일 전쯤 어떤 상품을 보낼지 고객에게 문자로 안내한다. 문자를 보고 다른 상품을 받고 싶으면 이야기하면 된다. 물론 그냥 받을 수도 있다.”


-어떤 상품을 보내나. 


“사료를 뺀 모든 상품을 기획·제작하고 배송한다. 간식, 배변 패드 같은 생활용품, 리드 줄 등 산책용품도 보낸다. 간식을 만들 때는 보존제나 방부제를 쓰지 않는다. 천연 재료만 써서 제작한다. 2019년 추석에는 반려견이 먹을 수 있는 파전과 연어로 만든 편육도 배송했다. 단순히 몸에 좋은 재료만 쓰는 건 아니다. 수의사가 계절까지 고려해 영양소를 맞춘다. 예를 들어 9월은 털이 긴 개들이 털갈이가 심해지는 시기다. 개는 표피층이 사람보다 훨씬 얇아서 피부가 쉽게 상한다. 털이 빠지면서 피부가 건조해질 수 있다. 그래서 피모 관리에 도움을 주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간식을 만든다.”


-생활용품이라면 다른 회사 제품과 차별점이 있나.


“산책할 때는 개가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자동 리드 줄을 많이 쓴다. 하지만 미국 행동수의학협회 권장 사항을 보면 자동 리드 줄 사용을 지양한다. 반려견이 움직이고 싶은 대로 움직이게 두면 올바른 산책 습관을 들이기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사고도 자주 난다. 밤에 길게 늘어뜨린 줄을 못 보고 자전거가 걸려 넘어지거나, 행인이 다치기도 한다. 그래서 짧게는 1m 미만에서 길게는 1.5~2m까지 길이를 조정할 수 있는 고정식 리드 줄을 만들었다. 고정 장치를 체결하는 위치에 따라 줄 길이를 바꿀 수 있다. 이런 제품을 수의사와 함께 기획해 내놓는다.”

출처: 더식스데이 제공
(왼)얼음 조끼, (오)쟁반막국수 노즈워크.

-견종별, 계절별 상품은 어떻게 달라지나.


“많은 분이 견종마다 섭취하는 음식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의학 논문을 찾아봐도 학술적으로 명확한 근거가 없다. 사람도 인종이 다르다고 먹는 음식이 다른 건 아니지 않나. 그래서 견종에 따라 간식을 다르게 구성하지는 않는다. 주식인 사료가 아닌 간식이기에 양도 같다. 간식은 어디까지나 간식이다. 영양 균형을 맞추는 보조 수단이다. 그런데도 간식의 양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들은 박스 구성을 간식으로 채운다.


상품 구성은 계절별로 달라진다. 예를 들어서 미세먼지가 심한 4월에는 항산화 물질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은 블루베리 간식을 만든다. 또 해독에 도움을 주는 엽록소가 풍부한 브로콜리도 사용한다. 물을 묻히지 않아도 자주 먼지를 씻어낼 수 있게 워터리스(waterless) 샴푸도 보낸다. 여름에는 기능성 원단으로 만든 얼음 조끼류를 만든다. 특허까지 출원했다. 개는 사람보다 체온이 2도가량 높다. 여름에 열사병으로 죽는 반려견이 많다. 그래서 냉동실에 2시간 정도 넣어 놓으면 8시간 동안 온도가 10도 수준으로 유지되는 물그릇도 제작했다. 강아지 아이스크림도 있다.”


-월 구독료는 얼마인가.


“결제 방식과 구독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한 달만 이용하는 분들에겐 4만원 이상을 부과한다. 1년 치 구독료를 한 번에 결제하는 분들은 한 달 기준 3만2500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반려견이 알레르기가 많거나 살이 쪘으면 간식은 빼고 장난감과 생활용품만 받을 수 있다. 그러면 7000원 더 싸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반려견을 키울 때 간식과 장난감 구매 비용으로 한 달에 7만원 정도 쓴다고 한다. 돌로박스는 반값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히트상품, 소위 말해 '개가 환장하는' 상품도 있나.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말이 있지 않나. 우리는 ‘개바개’라는 말을 쓴다. 개마다 취향이 다르다는 얘기다. 그래도 몇 가지를 꼽자면 ‘쟁반막국수 노즈워크’라는 제품이 반응이 좋았다. 면발과 고명 장난감 사이에 간식을 숨겨 놓으면 반려견이 후각을 이용해 간식을 찾아서 먹는다. 미세먼지가 심하거나 너무 더우면 바깥에 데리고 나가기 힘들다. 그러니 실내에서 장난감을 활용해 에너지를 쓰게 하는 거다. 2017년 지방선거 기간에 맞춰 선보인 ‘기표소 노즈워크’도 인기가 좋았다. 간식 중에서는 젤라토나 장어·삼계죽이 잘 나간다.


견주들이 손뼉 친 제품으로는 사료 스쿱을 꼽고 싶다. 우리나라 개들은 비만도가 높은 편이다. 바깥보다 실내에서 개를 키우면서 활동량이 줄었다. 또 중성화 수술한 개의 비중도 늘었는데, 수술하면 먹는 양을 줄여야 하는 걸 잘 모른다. 급여량 계산을 돕기 위해 저울 달린 숟가락을 만들었다. 사료를 숟가락으로 푸면 몇 그램인지 바로 볼 수 있다. 정량 급여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라 반응이 좋다. 또 여름에 개가 시원하게 산책할 수 있는 얼음 조끼도 인기다.”

더식스데이 제공

-매출은 얼마나 나오나.


“월평균 20%씩 성장하고 있다. 연 매출은 20억원 정도다. 정기배송 서비스를 구독하는 고객은 3000명 조금 넘는다.” 


-사업하면서 겪는 애로사항은 뭔가.


“방부제나 첨가제를 넣지 않고 간식을 만든다. 그래서 유통이 힘들다. 배송하는 당일 새벽까지 간식을 만든다. 손이 굉장히 많이 간다. 건강에 좋은 간식이라도 상하면 무용지물이지 않나. 다른 제품보다 제작 단가가 2배가량 높다. 그래도 우리의 진정성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반려견이 건강하게 살 수 있게 투자하는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반려견 양육 인식에 관해서 말하고 싶다. 자기만족을 위해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 많다. 쉽게 말해 관상용으로 개를 키우는 거다. 무작정 예쁜 것, SNS에 올리기 좋은 것에 집착하는 분이 많다. 다행히 최근 들어 미국이나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반려견 시장이 선진화하고 있다. 앞으로 양육에 관한 인식은 차차 나아질 거라 본다.”


-앞으로 계획은.


“우리의 목표는 반려견이 건강한 견생(犬生)을 살 수 있게 돕는 거다. ‘돌로박스 하나만 있으면 반려견을 키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만큼 많은 분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해 반려견과 함께하는 데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돌로’라는 브랜드를 누구나 신뢰하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회사로 키우는 게 목표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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