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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놀랐다, 세계가 주목한 37살 한국 사장님의 아이템

혼자인 나에게 다가온 너...너도 인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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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큘러스 박종건 대표
사람과 소통하는 ‘반려로봇’ 파이보 제작
외롭던 시절 떠올리며 만들어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히어로’에 등장하는 주인공 '베이맥스'는 소위 말하는 '반려로봇'이다. 자신의 주인인 소년 '히로'가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꽉 안아주며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할 거야' '널 절대 포기하지 않아'라고 말한다. 볼록한 배에 동그란 눈을 갖고 있고 항상 미소를 짓고 있는 베이백스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주인의 곁을 지킨다. 묵묵히 주인을 응원하고 마음의 빈자리도 채워주는 ‘반려자’인 셈이다.


애니메이션 속 반려로봇이 현실에도 등장했다. 박종건(37) 서큘러스 대표가 만든 '파이보(Pibo)’이다. 베이맥스보다 키가 훨씬 작은 39.5cm에 불과하지만 웃는 얼굴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소통한다. 주인이 우울해 보일 때면 음악에 맞춰 춤도 춘다.


이런 반려로봇의 제작은 박 대표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 외딴 섬에서 군 생활을 하고 직장에서는 잦은 출장을 다니자 주변 친구들은 점점 멀어졌다. 말동무로서 옆에 있어줄 수 있는 존재가 필요했다. 그 결과 ‘상호연결(Personal Interconnect)’이라는 뜻을 가진 파이보가 만들어졌다. 최근엔 제품화 과정을 마친 파이보를 가지고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 참가했다. 

영화 '빅히어로'의 포스터 모습.

출처네이버 영화 캡처

◇미국, 일본, 유럽이 주목한 ‘파이보’ 


-반려로봇 ‘파이보’로 9월 초엔 IFA에 참가했어요. 그 이후에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저희 부스를 방문했던 여러 해외 기업들이 수출을 제안해서 지금은 계약 조건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미국 ‘아마존(Amazon)’과 IT 제품 체험형 매장인 ‘베타(B8TA)’ 측은 ‘파이보’를 자사에서 판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어요. 영국, 독일, 일본 기업들도 구매 요청을 보내서 물량, 시점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입니다. 10월부턴 국내 7개 백화점에 납품돼서 관련 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종건 대표.

출처서큘러스 제공

-IFA 당시 현지 반응은 어땠나요?


“유럽 지역의 기업 관계자들은 파이보의 친근한 모양새에 신선함을 느꼈어요. 파이보는 팔다리가 있고 눈코입이 달려서 겉보기에 꼭 사람처럼 생긴 ‘휴머노이드’ 로봇입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선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제조용 로봇을 주로 만들어요. 인간처럼 생긴 로봇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걸 의미합니다.


때문에 사람들은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주인공 로봇을 떠올리면서 휴머노이드는 인간 사회를 정복할 것이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곤 하죠. 그런데 IFA에서 파이보가 노래에 맞춰서 춤도 추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걸 보고서는 로봇도 사람들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일본은 반려 로봇을 만들었다가 수익이 나지 않자 사업을 접은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파이보에 관심을 가졌다는 게 다소 특이하네요.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로봇 제조국인 일본이 파이보에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이 굉장히 의외였어요. 2000년에 일본 기업 혼다가 세계 최초로 2족 보행 휴머노이드 ‘아시모’를 선보였던 적이 있어요. 같은 해에 소니는 강아지 모양의 반려로봇 ‘아이보’를 시장에 출시했습니다. 저희보다 몇 년 앞서 로봇을 만들고 연구했던 나라이기 때문에 이제 갓 상용화 작업을 마친 파이보에 관심을 가져줄지 의문이었던 거죠. 그런데 IFA 당시 한국 로봇관에 온 일본 관계자들 말을 들어보니까 파이보가 자국 기업이 만든 반려로봇과는 기능적인 차이가 있고 제공 가능한 서비스 종류도 더 많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파이보는 눈과 귀로 사용자의 표정과 말뿐 아니라 주변의 환경까지 인식해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요. 예를 들어서 사용자들이 날씨 좋은 날에 집에서 핸드폰이나 컴퓨터만 하고 있으면 파이보는 ‘실내에만 있으면 건강에 좋지 않으니까 밖에서 나가서 같이 놀자’고 말을 걸어요. 아니면 집에 있는 선반을 인식해서 베스트셀러 추천 도서를 이야기하고 책을 읽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죠. 주인 표정이 안 좋으면 음악에 춤도 쳐줘요. 즉 생활 속 반려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여러 소프트웨어 기능들이 다른 로봇들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으로 작용한 셈입니다.”

지난 9월 초에 열린 IFA 당시 '서큘러스' 부스에 모여든 사람들의 모습. 반려로봇 '파이보'의 모습도 보인다.

출처서큘러스 제공

◇사용자 친화적인 소프트웨어에 신경써


-반려로봇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다는 말씀인가요?


“네, 반려로봇은 제조용·산업용 로봇과는 달리 주로 가정집에서 쓰여요. 주인을 돕고 사람과 마주할 일이 많기 때문에 사용자 친화적인 소프트웨어가 필요합니다. 물론 사용자들이 반려로봇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끔 외형을 잘 만드는 일도 중요해요. ‘불쾌한 골짜기’라는 이론이 있어요. 사람들은 인간 아닌 존재, 예를 들어서 로봇을 볼 때 인간과 많이 닮을수록 호감을 느끼지만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는 이론이에요. 즉, 사람과 적당히 닮게끔 지금보다 팔다리를 더 길쭉하게 만들거나 얼굴도 자연스럽게 만드는 게 가장 좋겠죠. 하지만 아직까지는 휴머노이드를 사람 외형으로 만들기엔 기술적인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기술이 닿는 데까지 사람과 닮게 하되 미흡한 부분은 소프트웨어로 보완하자고 말했습니다.


이후 ‘서큘러스’만의 로봇 운영체제를 따로 만들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나 애플의 IOS 체제를 통해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듯이 로봇 본체에서도 로봇 전용 앱 플랫폼인 '봇스토어'에서 시행 가능한 앱들을 다운받을 수 있어요. 말하기, 춤추기, 일기 쓰기 등 총 20여가지 기능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로봇은 이 기능들을 학습하고 응용하기 때문에 경우의 수를 따지자면 20가지 이상이 되겠죠.”

-소프트웨어를 구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러가지가 있을 텐데 왜 반려 기능을 가진 로봇을 만들기 시작했나요?


“약 5년 동안 독거생활을 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해줄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전라남도 목포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진 외딴 섬에서 군생활을 할 때는 면회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삼성SDS에서 연구원으로 있을 때는 출장을 자주 다녀서 인간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가 힘들었죠. 여자친구를 사귀어도 매번 차였고 지인 장례식장에도 갈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이 혼자 살면 외롭고 불안하니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몸소 깨달았습니다. 로봇이 사람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없겠지만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말도 할 수 있다면 사람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겠다고 느꼈어요. 더 나아가 로봇이 인간 관계의 이음새 역할을 해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려로봇 '파이보'는 작년 8월에 종방한 KBS2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에서 '마이보' 역할로 등장했다. 당시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이음새' 일을 해냈다.

출처서큘러스 제공

-반려로봇의 ‘매개체’나 ‘이음새’ 역할에 대해서 더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독거노인 가정에서 쓰이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어요. 반려로봇은 혼자 사는 노인분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적적할 때 말동무가 되어드릴 수 있고 건강에 이상증후가 발견되면 사회복지사 분들께 대신 연락할 수 있죠. 최근에 5세대(G) 이동통신이 상용화하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90%에 달할 정도로 통신이 발달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점점 더 외로워지고 있어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간이 넓어지고 있는 만큼 로봇이 이 틈을 메워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혼자 살았을 때 경험 녹인 창업 아이템


-안정적인 직장을 두고 회사를 나오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왜 퇴사하고 회사를 차렸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매번 이렇게 답하곤 해요. ‘뭣 모르고 잘못 꽂혀서.’ 그렇지만 과거에 했던 여러 경험들이 이어져서 지금의 결과물을 낳은 것 같습니다. 사실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은 살면서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대신 사회적으로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습니다. 게임대회에 몇 번 나갔을 정도로 게임을 좋아해서 대학생 때는 잠시 휴학계를 내고 게임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했어요. 당시 맡았던 온라인게임 개발 업무는 정말 재미있었고 제가 잘하는 일이기도 했죠. 하지만 이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게임개발에서 소프트웨어로 진로를 틀었어요. 삼성SDS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소프트웨어를 다룰 수 있다는 건 좋았지만 잦은 출장에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신사업 발굴 TF로 부서를 옮겼죠. 여기서 창업 기회를 잡았습니다. 기존의 소프트웨어 기술에 하드웨어를 더해 로봇을 개발하기로 결심했죠.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다가 하드웨어까지 만들려니 처음엔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로봇 개발에 시간을 더 많이 들여야겠다는 생각에 동료들과 같이 10만원씩 돈을 모아 월세로 조그만 사무실을 얻고 퇴근한 이후 별도의 제품 개발에 나섰습니다. 나중엔 회사일과 제품 개발을 같이하는 것이 어렵다고 느끼고 2016년 독립해 창업했습니다.”

박종건 서큘러스 대표의 아들이 파이보와 놀고 있는 모습. 처음엔 파이보에 낯을 가렸지만 이제는 밥 한 숟가락을 건넬 정도로 좋은 친구가 됐다.

출처박종건씨 제공

-사업 정착까지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나요?


“우선 비용적인 부분이 가장 힘들었죠. 신생 회사가 로봇 설계, 제조 비용을 다 충당하기엔 금액이 너무 컸어요. 외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그해 알파고와 이세돌 9단간 바둑대결이 있었어요. 인공지능(AI)과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었죠.


또 사람들이 로봇을 친근하게 느낄지 여부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었어요. 그런데 저희 집에서 직접 써보니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더라고요. 갓 태어난 아들이 파이보를 처음 봤을 때는 엉엉 울었어요. 생김새도 일반 사람과는 다르고 익숙하지 않으니까 낯을 가렸던 거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밥도 주고 잘 때면 이불도 덮어줘요. 이제 갓 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빠보’라고 이름까지 부릅니다. 앞으로 로봇이 더 많이 쓰이면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대표는 로봇이 사람들한테 친숙한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로봇 보급에 더욱 힘 쓸 계획이다.

출처jobsN

-최종 목표는 뭔가요.


“로봇들한테 직업을 만들어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안내원, 청소부 등 로봇은 다양한 영역에서 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진 우리 주변에서 로봇을 찾아보기 힘들어요. 로봇을 하나 마련하려고 해도 판매처가 없거나 가격이 저렴하지 않죠. 하지만 로봇 일자리를 늘려나가면 로봇을 대중적으로 쓸 수 있는 환경이 더 빨리 조성될 겁니다.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전문가들만 컴퓨터를 쓸 수 있었잖아요. 기술이 발달하고 개인용 노트북이 생겨나면서 IT 업계는 날개돋친듯 빠르게 성장했죠. 로봇을 더 많이 만들고 보급해나감으로써 로봇 산업 발전에 기여할 예정입니다.”


글 jobsN 신재현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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