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이태원에서 매일 맥주 공짜로 마시는 직장인, 알고보니

조회수 2020. 9. 24. 15: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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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보듯 월 9900원이면 매일 맥주 한 잔 원샷 합니다"

매달 일정 금액을 내면 원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월정액 서비스. 음악, 영화, 그림, 꽃, 생필품에 이어 이번에는 주류다. 한달에 9900원만 내면 제휴점에서 매일 맥주 한 잔을 공짜로 마실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 주류구독 서비스 앱인 데일리샷 김민욱(26) 대표를 만났다.

출처: jobsN
데일리샷 김민욱 대표.

-자기소개를 해달라.


“프리미엄 주류 월정액 서비스앱인 데일리샷 대표 김민욱이다. 월 9900원을 내면 제휴점에서 매일 맥주 한 잔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강남·이태원·신촌 등 서울 주요 상권과 부산 등 320개 프리미엄 펍과 제휴를 맺었다.”


-창업 계기는 무엇인가.


“어릴 때부터 창업을 꿈꿨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벤처경영학 연합전공을 하고 있다. 데일리샷은 학교 수업에서 진행한 창업 프로젝트에서 시작했다. 2017년 학교 축제가 열렸다. 김상엽 공동 창업자와 잔디밭에서 술을 마시며 창업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노래를 듣기 위해 음악 앱을 깔고 월정액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우리가 좋아하는 술을 접목해보자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좀 더 편하게 프리미엄 주류를 즐길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2017년 9월 데일리샷을 만들었다.“


-창업 전 무슨 일을 했나.


“사업을 하려면 영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세일즈 경험을 많이 쌓으려고 했다. 2014년 12월부터 약 1년간 삼성생명 영업팀에서 근무했다. 또 2016년 5월부터 약 5개월간 보험 관련 스타트업인 스몰티켓에서 일했다.”

출처: 데일리샷 제공
데일리샷 앱 대표 화면.

-어려움은 없었나.


“사업 초반이 가장 힘들었다. 첫 제휴점을 맺기 위해 영업을 다녔다. 아이디어만 있고 앱이나 웹사이트도 없던 시기였다. PPT(PowerPoint·프레젠테이션에 사용하는 문서)로 만든 10장짜리 종이를 들고 다니며 가게 사장님을 설득해야 했다. 제휴점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다. 제휴점이 없으면 앱을 만들어도 소용이 없었다. 가게 사장님의 마음을 얻으려고 매주 커피를 사 들고 찾아갔다. 테이블을 닦기도 했다. ‘내가 손님에게 왜 공짜로 맥주 1잔을 줘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점주도 있었다. 문전박대 당한 적도 많다. 첫 매장과 제휴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열심히 발로 뛰었다. 나중에는 투자자들도 데일리샷의 가치를 알아봤다. 2018년 3월 네이버 계열 벤처캐피털 ‘스프링캠프’로부터 약 8000만원을 투자받았다. 또 2019년 1월 부산대학교 기술지주 , 연세대학교 기술지주, 스프링캠프, 테크인베스트로부터 총 4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소주, 막걸리 등 다른 술도 많은데 왜 맥주인가.


“다양하고 좋은 술을 즐기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우리나라에는 회식 문화가 있다. 보통 대형 주류업체가 생산하는 소주, 맥주 등을 마신다. 취할 때까지, 토할 때까지 마시는 문화가 만연하다. 부어라 마셔라 마신다. 이런 문화를 바꾸고 싶었다.


또 다양하고 맛있는 술이 많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 수제 맥주나 칵테일, 와인 가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부담 없는 가격으로 다양한 프리미엄 주류를 맛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출처: 데일리샷 제공
데일리샷 앱 화면.

-이용 방법이 궁금하다.


“앱에 들어가면 지역을 선택할 수 있다. 서울 전역, 경기, 강원, 부산, 제주에 총 320개의 제휴점이 있다. 운영진이 선별한 술집 리스트를 볼 수 있다. 원하는 가게를 누르면 매장 사진, 운영 시간, 위치 등 정보가 나온다. 그중 가고 싶은 가게에 가서 앱 화면을 보여주면 웰컴드링크 1잔을 무료로 받는다. 대신 주류 1잔 또는 안주 1개를 시켜야 한다. 하루에 여러 제휴점을 방문해도 상관없다. 모든 제휴점에서 첫 잔을 무료로 제공한다. 물론 성인만 이용할 수 있다. 성인인증을 해야 회원가입이 된다.”


-제휴 매장 기준은.


“먼저 사전 조사를 한다. 지역에서 유명한 곳이나 괜찮아 보이는 곳을 찾는다. 직접 매장에 방문한다. 매장의 전반적인 분위기, 인테리어, 주류 종류를 살펴본다. 대형 맥주 업체의 맥주를 주로 파는 술집은 제외한다. 크래프트 비어(craft beer)나 해외 맥주를 판매하는 곳을 제휴 매장으로 선정한다. 크래프트 맥주(craft beer)는 소규모 양조업체가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만드는 맥주를 말한다. 각 지역에서 생산하는 특색 있는 맥주를 맛볼 수 있다.”


-주류 구독 서비스는 생소한데 소비자와 가맹점주 반응이 궁금하다.


“고객도 좋고 서비스 공급자도 좋고 중개자도 좋은 ‘윈윈(win-win)’ 모델이다. 고객의 후기를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 대형 맥주 업체가 대량생산하는 맥주만 있는 줄 알았는데 다양한 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분이 많다. 또 일과가 끝난 후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즐겁게 마무리한다는 분도 있다. 새로운 술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후기도 기억에 남는다. 커플들은 데이트하기 좋은 곳을 찾기 힘들었는데 분위기 좋은 술집을 쉽게 찾을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가맹점주도 만족스러워한다. 가맹비나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주류 앱에 가게 정보가 나와 있기 때문에 홍보 효과가 크다고 한다. 고객에게 공짜로 주는 웰컴 드링크 원가는 마케팅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이 추가 주문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매출이 발생한다.”

출처: 데일리샷 제공
앱 실제 사용 장면.

-술을 많이 마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일주일에 4일은 마신다. 일하다가도 마신다. 다양한 맥주를 맛봐야 한다. 많이 마시려고 노력한다. 영업 때문이 아니더라도 괜찮아 보이는 술집을 자주 간다.”


-주량이 궁금하다.


“소주 한 병 반 정도 마신다. 맥주로는 취해본 적이 없다. 술 마시는 것을 즐긴다.”


-가장 좋아하는 맥주는.


“IPA(India Pale Ale·인디아 페일 에일)를 좋아한다. 영국식 맥주 페일 에일의 한 종류다. 페일 에일에 홉을 많이 넣어 만든 맥주다. 알코올 도수가 높고 강한 쓴맛과 아로마의 향이 특징이다. 제주 펠롱 에일을 즐겨 마신다. 제주 곶자왈을 모티브로 한 페일 에일 타입의 크래프트 맥주다.”


-매출이 궁금하다.


“매출은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지만 2018년 1월부터 월평균 40% 이상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월 5만명이 사용하고 있다. 유료고객은 현재 8000명 정도다. 주류 회사에게 받는 광고 수익도 있다.“

출처: 데일리샷 제공
데일리샷 김민욱 대표.

-위기 때 본인만의 습관이나 있나.


“혼자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또 고객을 직접 만나려고 한다. 2018년 9월 이대에 소버바이데일리샷이라는 술집을 열었다. 작은 펍이다. 매장을 직접 운영하며 자영업자의 마음을 이해해야 더 좋은 앱을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만든 복합문화공간인 신촌 박스퀘어에 있다. 노점상들의 자영업자 전환, 청년창업 지원 등을 위해 건립한 컨테이너형 공공 임대상가다. 입점 공모가 열렸고 11:1 경쟁률을 뚫고 뽑혔다.


수제 맥주만 판매하고 있다. 팀원들과 돌아가면서 근무하고 있다. 2주에 한 번 매장에서 일한다. 고객과 소통하는 재미가 있다. 고객이 어떤 맥주를 좋아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맥주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일할 때 도움이 많이 된다.”


-앞으로의 꿈과 목표는.


“회사를 더 성장시키고 싶다. 사람들이 술 마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앱이 됐으면 좋겠다. 주류 관련 앱에서 혁신적인 기업이 되고 싶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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