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 집 거실에서 이렇게 놀게 해주고 돈 법니다

조회수 2020. 9. 24. 16: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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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 거실에서 수다 한번 떨어 볼까요?"
김성용 남의집 대표
‘거실형 에어비엔비’ 목표로 사업 시작
1회성 모임 여행 사업으로 발전시킬 터

“‘남의집’은 거실이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처음 본 낯선 이들간의 만남을 주선해요. 이 만남을 관통하는 키워드들은 바로 ‘취향’과 ‘대화’입니다.”


공유경제가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리게 되면서 사람들이 서로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대상의 범위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자전거, 퀵보드 등 각양 각색의 공유 서비스가 나오며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Airbnb)와 차량 공유업체인 우버(Uber) 등은 옛말이 돼 버렸다.


스타트업 ‘남의집’도 공유를 콘셉트로 잡은 기업 중 하나다. 김성용(37) 대표는 집 안에 있는 여러 공간 중에서도 거실을 공유 대상으로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른바 ‘거실형 에어비앤비’다. 에어비앤비가 숙박이 필요한 사람들을 집주인과 연결시켜주듯 남의집은 취향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연결해준다. “사람들이 ‘남의집’을 통해 속깊은 대화를 나누면 좋겠다”는 김성용 대표를 만나 이야기 나눴다.


◇취향 맞는 사람들 만남 주선하는 O2O 플랫폼


-‘거실형 에어비앤비’라는 게 뭔가요? ‘남의집’이 어떤 회사인지 궁금합니다.


“저희 서비스에 대해서 설명할 때 쓰는 표현 중 하나예요. ‘남의집’은 집주인과 외부인이 거실에서 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이들 사이 만남을 중개하는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입니다. O2O란 온라인으로 상품이나 서비스 주문을 받아 오프라인으로 직접 해결해주는 서비스예요. 처음 만난 낯선 이들을 집이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어울려 놀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여는 집들이’라는 표현도 사용합니다.”

출처: 남의집 제공
김성용 남의집 대표.

-‘남의집’에선 어떤 주제로 모임을 열 수 있나요?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주제면 뭐든 다 괜찮아요. 맥주, 베이킹 등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서 레시피를 공유할 수 있어요. 퇴사, 창업 등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한번은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교민이 남의집 호스트로 참여했습니다. 해외에서 10년 넘게 금융계에서 몸담고 계시던 분이었어요. 타지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는 직장인들끼리 서로 모여서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다며 자리를 마련했죠. 집에서 편하게 모여서 서로 수다 떨 수 있는 모임이라 생각하면 돼요


-집을 개방한다는 게 쉽진 않은 일인데 직접 경험을 해본 건가요?


“결혼 전에 아는 형과 셰어하우스에서 3년 동안 같이 살았어요. 당시 저희 집 거실은 일종의 아지트이자 놀이터였습니다. 퇴근 후에 친구들을 집에 데리고 와서 다같이 시간을 보냈어요. 처음 보는 형의 지인과도 거실에 모여서 그날 하루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등 편하게 놀았던 기억이 있어요.”


-이 경험이 창업으로까지 이어진 건가요? 창업 계기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이전 직장인 카카오에서 일을 하면서 창업에 대한 꿈을 자연스럽게 가졌습니다. 2012년에 입사해서 사업개발 등 업무를 맡았어요. 카카오 게임센터를 통해 출시한 모바일 게임 '애니팡'이 큰 인기를 끄는 등 회사가 급성장하던 시기였죠. 당시 회사는 창업에 대해서 열린 태도를 보였어요. 김범수 의장님이 전체 직원 회의에서 직원들에게 ‘창업해라’고 매번 말씀하시는 등 창업을 적극적으로 권장했죠. 그래서 회사원으로 일을 하면서도 ‘언젠가는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카카오택시’ 일을 맡게 되면서 O2O 플랫폼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체화시켰어요.


그전엔 ‘카카오 페이지’, ‘카카오 뮤직’ 등 온라인 기반 부서에서만 일을 하다가 카카오택시에서 처음으로 오프라인 기반 업무를 맡았습니다. 가상 공간인 온라인에서만 활용되는 서비스가 아니라 현실 공간인 일상 속에서 직접 다룰 수 있는 일이었던 거죠. 마침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빌려준다는 개념의 ‘공유경제’가 화두였어요. 당시 몸담고 있던 모빌리티 영역은 개인이 스타트업으로 시작하기엔 몸집이 다소 큰 분야였습니다. 일상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작은 걸 공유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거실에서 했던 여러가지 경험이 스쳐 지나갔죠. 이 경험을 공유경제처럼 풀어보자는 생각에 ‘남의집’을 시작했습니다.”

출처: 남의집 제공
남의집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 모습.

취향 맞는 사람들 만남 주선하는 O2O 플랫폼

-안정적인 직장을 놔두고 퇴사를 결심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처음엔 과연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많이 이용할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두 가지 ‘가설검증’을 통해 이 내용을 확인하려고 했죠. 우선, 지인이 아닌 모르는 사람도 우리 집에 놀러 올지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2017년 1월에 저희 집에서 모임을 처음으로 열었습니다. ‘멘토링’이 주제였습니다. 당시 한 대외활동 정보 커뮤니티에 모집 글을 올렸더니 한시간 안에 4명이 신청을 해서 정원이 다 찼어요. 유료 서비스로 전환했는데도 참여하겠다는 사람이 꾸준히 있었습니다.


두번째로는 모르는 사람을 집에 들일 호스트가 있을지 확인해야 했어요. 서비스 초창기엔 주변 지인들의 힘을 빌려서 집을 개방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모임을 몇 번 열고 이 과정을 SNS에 올리자 모르는 사람들도 ‘남의집’ 모임을 열고 싶다고 신청을 했습니다. 이로써 두 가지 가설들을 다 검증한 셈이죠. 이후 거실에서 다양한 일들을 벌여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출처: 김성용씨 제공
'대한민국 모바일 어워드 2019'에서 '8월의 모바일상'을 수상한 김성용 대표. 김성용씨는 자신의 이전 직장인 카카오도 이 상을 받았다며 '남의집'도 같은 상을 받게 되어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대화’에 방점을 찍은 일회성 모임


-취향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동호회나 소모임과 비슷한 것 같네요.


“네, 그렇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남의집’은 단발성 모임이에요. 누군가와 속내를 터놓고 이야기 하려면 더 이상 관계가 이어지지 않는다는 조건이 필요합니다. 이 사람과 오늘만 보고 다시 만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면 속마음을 꺼내기 편하죠. 또 저희는 ‘대화’에 방점을 찍기 때문에 모임의 스펙트럼이 넓어요. 모임 테마를 보면 ‘뭐 이렇게 시덥지 않은 걸로 모이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들은 소소한 소재들로 만납니다.


예를 들어서 ‘아침’을 주제로 사람들이 모였던 적이 있어요. 집주인이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었습니다. 본인은 아침에 책을 읽는데 다른 아침형 사람들은 뭘 하는지 궁금해했습니다. 그래서 아침 9시에 모임을 열어서 본인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을 초대해 아침 시간대를 공유했어요. 다이어리를 정리하는 사람, 새벽 공기를 좋아하는 사람 등이 모여서 아침이라는 다소 시시콜콜한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눴습니다.”

출처: '남의집'홈페이지 캡처, 남의집 제공
'남의집'은 대화에 방점을 둔 모임이다.

-지금까지 몇 명이 서비스를 이용했나요? 참여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세요.


“2017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로 약 150명이 호스트로 참여했어요. 지금까지 열린 총 모임 횟수는 약 300회입니다. 호스트 집에 놀러간 손님들은 1500~1600명이에요. 이용자들 중에선 30대 여성이 많아요. 전체 손님들 중 약 70~80%를 차지합니다. 30대엔 취향을 공유할 만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그러다 보니 관계 지향적인 여성 분들이 사람을 만나고자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모임을 열고 싶은 집주인이 있다면 ‘남의집’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어요. 저희한테 본인의 취향이나 거실 공간에 대해서 설명해주면 모임을 어떻게 열어야 할지 제안을 합니다. 그럼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같이 모임을 기획해요. 기획이 끝나면 사람들이 놀러갈 수 있는 ‘남의집’ 거실로 완성되는 셈이죠. 홈페이지에 이 정보를 게시하면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은 따로 신청하면 됩니다. 이때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집주인이 금액을 책정해요. 모임은 평균적으로 2~3시간 동안 진행되고 입장료는 3만~5만원 선입니다.”


◇여행업으로 발전시키고 싶어


-선착순대로 신청되는 건가요? 아니면 신청을 받은 뒤 선별 과정을 따로 거치는지 궁금합니다.


“집이 굉장히 사적인 공간인 만큼 어떤 사람을 들여보낼지 전적으로 집주인이 선택할 수 있어요. 신청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손님은 질문 3~4개 정도로 구성된 신청서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합니다. 학생이면 무슨 공부를 하는지, 직장인이면 어떤 일을 하는지 등 신원을 확인하는 기본적인 내용입니다.


그 외에도 신청 동기, 개인 SNS 계정 주소 등을 써서 내요. 호스트는 게스트들이 작성한 신청지를 보고 취향이 잘 맞겠다 싶은 사람을 골라서 모임을 열죠. 최소 3명, 최대 8명까지 손님으로 할 수 있어요. 모든 사람들이 대화에 참여할 수 있고 모임이 잘 진행될 수 있게끔 적정 인원수를 정했습니다.”

출처: 남의집 제공
김성용 대표는 사람들이 '남의집'을 통해 가슴 따뜻한 대화를 나눌 수 있길 바란다.

-선별 과정을 거쳐도 집을 개방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안전 이슈는 항상 민감한 문제죠. 지금까지 어떤 사건사고가 발생한 적은 없지만 안전 부분은 앞으로 저희가 풀어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이 점차 커지면 이 부분에 대해서도 더욱 신경 쓸 계획입니다. 저희는 ‘에어비앤비’를 롤모델로 삼고 있어요. 에어비앤비는 서비스 안전은 보장하기 위해서 게스트와 호스트가 어떤 사람인지 평가하는 시스템, 서비스를 이용할 때 위험을 방지하는 보험 장치 등을 도입했죠. 저희도 이런 제도를 차용할 계획이고 지금 구축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집을 개방하는 것에 대해서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한텐 따로 공간을 빌려드려요. 저희와 제휴를 맺은 공간 대여 시설이 있어서 그 곳에서 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합니다.”


-매출은 얼마나 되나요?


“저희는 손님들이 내는 돈의 30%를 중개료로 가져가요. 한 달에 약 30~40건씩 모임이 열립니다. 평균적으로 입장료는 3만~5만원선입니다. 올해 7월에 카카오 벤쳐스에서 3억원을 투자 받아서 사업 규모를 더욱 확장할 계획이에요. 여행업으로 더욱 확장시켜 내년 초까진 월 500건까지 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출처: 남의집 제공
'남의집'의 종착지는 여행업이다.

-여행업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들이 ‘여행을 다녀온 것 같았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이 곧 답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여행업이 곧 ‘남의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남의집’에 등록된 거실 풍경은 게스트하우스 거실 풍경과 비슷해요. 모르는 사람들이 잠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이 지나면 흩어져서 각자의 길을 가죠.


또 누군가의 집은 아직까지 개척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과도 같아요.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은 2만원 내면 입장할 수 있지만 남의 집은 주인이 문을 안 열어주면 못 들어가는 공간이죠. 즉, 여행자 관점에서는 저희 플랫폼을 통해서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새로운 여행지가 생기는 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 비즈니스 차원에서도 ‘남의집’을 새로운 여행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번 주말 계획을 묻는 질문에 ‘남의집 놀러갈까’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일상 속 거실 여행이 가능해지는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동시에 사람들이 ‘남의집’을 통해 따뜻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글 jobsN 신재현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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