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미대생 좌절 인생을 바꾼 해발 740m 도봉산

조회수 2020. 9. 24. 16: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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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올라 그림 그리는 그녀의 정체는..
화실이 아닌 산에서 그림을 그리는 ‘하이킹 아티스트’ 김강은

산을 좋아해 산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다. ‘하이킹 아티스트’ 김강은(29)씨다. 어렸을 때부터 화가를 꿈꿨던 그는 홍익대 미대에 입학했다. 화가의 꿈에 한 발짝 다가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미술시장은 많이 경직돼 있었고 화가로서 먹고산다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방황했다. 한창 고민이 많고 방황하던 23살 때, 아무 생각 없이 오른 산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자신을 찾기 위해 올랐던 산에서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을 느꼈다. 그 뒤로 매주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출처: 김강은씨 제공
하이킹 아티스트 김강은씨.

그러던 어느 날 도봉산에 올라 그림을 그렸다. 화가를 꿈꿨지만 생계 때문에 남들이 요구하는 대로 그려주는 벽화를 그려야 했다. 그러나 그날 산에서 그린 그림은 그의 답답했던 가슴을 뻥 뚫어줬다. 오랜만에 나만의 그림을 그린 것 같은 기분에서다. 그때부터 산에 올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산에서 그린 그림이 유명해지면서 그녀는 SNS에서 점차 하이킹 아티스트로 통하기 시작했다. 언론 인터뷰와 방송을 통해서도 하이킹 아티스트로 소개되며 온, 오프라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 산과 사랑에 빠진 미대생


- 자기소개를 해달라.


“산을 좋아해서 산이나 자연 속으로 여행을 하며 현장에서 풍경을 그리고 있는 김강은이다. 현재 ‘하이킹 아티스트’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이킹 아티스트로서 주된 활동은 산과 자연을 여행하면서 그곳에서 얻은 영감, 깨달음들을 많은 사람에게 공유하는 것이다. 원래 직업은 벽화가다.”


- 원래 직업이 벽화가인데 산에서 그림을 그리는 게 특이하다.


“직업적으로 벽화가가 나쁘지 않았다. 주문도 많이 들어왔고 직업적으로 잘 이어가고 있었다. 처음엔 나름대로 좋았다. 벽화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림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벽화는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거나 내 것을 표현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공간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준다든지 의뢰인 취향에 맞게 그려줘야 했다. 나 자신을 표현하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 보니 나를 표현하는 사람으로서, 화가로서 그림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산에서 그림 그리는 걸 통해 이러한 갈증을 풀 수 있었다.”

출처: 김강은씨 제공
산에 오른 김강은씨.

- 산에 올라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계기가 있나.


“대학 졸업이 가까워지고 휴학을 하면서 방황하던 시기가 있었다.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꿈을 실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민이 많을 때 산에 올랐다. 대부분 사람이 방황하던 시기에 여행을 떠나거나 어디에 가는 것처럼 말이다. 나를 찾기 위해 산에 올랐는데 그때 감정을 잊지 못해 산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좋아하는 산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산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화실이나 책상 위에서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산 위에서 그림을 그리는 걸 많은 분이 신선하게 봐주셨던 것 같다. 나도 이게 즐거워서 산에서 그림을 그리고 ‘하이킹 아티스트’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면서 나만의 정체성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 산을 언제부터 다녔나.


“어릴 때부터 산을 다니긴 했다. 아버지가 아마추어 산악 사진작가다. 어렸을 땐 맛있는 거 사준다 해서 억지로 끌려가곤 했다. 내가 좋아해서 주체적으로 다니기 시작한 건 2012년, 23살 때다. 한창 졸업 시즌 가까워지고 질풍노도의 시기에 산을 오르고 나서다.”


◇ 산에 올라 수채화로 그림 그려

출처: 김강은씨 제공
산에서 그림 그리고 있는 김강은씨.

- 산에서 그린 그림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한다고 들었다.


“산에서 그린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릴 때도 있다. 여러 산을 다니며 그림을 그리면서 나만의 인증을 하자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산 풍경과 그때 그린 그림을 함께 찍는다. 요즘에는 인증샷이 많아지다 보니까 아예 인증샷만 모아두는 채널을 만들어야겠다는 필요성도 느끼고 있다.”


- 그림 하나를 완성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그때그때 다르다. 산에서 그림을 그리다 보니 오랜 시간을 투자하기는 힘들다. 정말 짧을 때는 20분이고 보통은 30분~1시간 정도 걸린다. 완성하지 못하더라도 대략 영감을 수집해 내려와서 그림을 완성할 때도 있다. 산에서 그린 그림이 마음에 들면 내려와서 더 큰 종이에 다시 그리기도 한다. 그림들은 집에서 보관하고 있다. 아직은 수집을 하는 중인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전시와 판매도 하고 싶다. 돈으로 환산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좋은 영감이 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서다.”


- 산에서 그림 그리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많다. 산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많지 않아서 누군가와 같이 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산행에 각자 자기만의 속도가 있는데 내가 그림을 그려야 하니 기다려달라고 할 순 없지 않은가. 또 내가 가는 길을 중간에 멈추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삶에서도 열심히 달리다가 갑자기 멈추는 게 쉽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원래는 힘든 산행을 좋아했는데 그림을 그리면서 좀 더 여유 있게 산행을 하게 됐다. 산에 그림 도구를 들고 가는 것도 힘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노하우가 생겨 정말 필요한 도구들만 들고 다닌다. 현재는 종이, 작은 수채화 팔레트, 물붓, 컵, 그림을 대고 그릴 판 등을 들고 다닌다.”

출처: 김강은씨 제공
김강은씨가 산에서 그린 그림들.
출처: 김강은씨 제공
김강은씨가 쓰는 그림 도구들.

- 산은 몇 개나 올랐는지 궁금하다. 어디 어디 올랐나.


“ 우리나라 산악형 국립공원 18개는 모두 올랐다. 또 산림청이 정한 100대 명산 중 50개는 오른 것 같다. 여러 번 오른 산도 많고 집근처 근교 산도 많이 올랐다.”


- 산의 매력은 무엇인지.


“무궁무진하다. 산을 좋아한 것도 한 가지 이유만으로 좋아하지 않았다. 시기마다 달랐다. 삶의 고민이 있을 때는 산이 단순해서 좋았다. 사회에서 살다 보면 육체적으로 힘든 것보단 정신적으로 힘들 때가 많다. 그런데 산에서는 반대다. 육체적으로 힘들지라도 정신적으론 힘들지 않다. 육체적 단련이 돼서 좋았던 적도 있다. 등산하니 몸이 가벼워지고 몸놀림이 더 빨라졌기 때문이다. 산이 아름다워서 좋은 것도 있다. 높은 곳에서, 자연 속에서 멋진 풍경을 본다는 게 쉽지 않은 경험이다. 특히 바위가 멋있는 곳에 가면 마치 신선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또 산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산에서 사람을 만나는 건 사회에서 만날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현재로선 산이라는 공간에서 사람들과 교류하는 게 가장 큰 매력이자 기쁨인 것 같다.”


◇ 산을 깨끗이 하는 클린 하이킹 캠페인도 해

출처: 김강은씨 제공
클린 하이킹 캠페인을 하고 있는 모습.

- ‘클린 하이킹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소개해줄 수 있나.


“좋아하는 공간인 산이 더러워지고 사람들이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리고 가는 게 마음 아파서 시작했다. 아버지와 지리산을 갔다가 내려오면서 산에 쓰레기가 많은 걸 목격했다. 특히나 취사장엔 술병, 음식물 쓰레기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때 충격을 받고 쓰레기를 주우면서 내려와 SNS에 글을 올렸다. 산이 인간에 의해 더럽혀진 걸 봤고 이런 것들은 좀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썼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글에 공감하고 댓글을 달아주셨다. 이렇게 많은 분이 공감하고 댓글을 단다는 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산행하면서 느꼈을 일들이라 생각했다. 이걸 그냥 화를 내고 못 본 척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보는 게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SNS를 통해 클린 하이킹을 같이할 사람을 모집했다. 같이 산을 타고 쓰레기도 줍고 이야기도 나누자고 했다. 1년 반 전에 시작한 활동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SNS를 통해 새로운 사람을 모집한다. 함께 쓰레기를 줍고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다.”


- 신청 경쟁률이 높다던데.


“소규모 산행을 해서 그런 것 같다. 단체 산행은 원하지 않는다. 대규모로 가면 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모여 소음이 되고 다른 분들한테도 피해가 갈 수도 있다. 그래서 소규모로 신청을 받고 있다. 많을 때는 30~40명이 신청을 한다. 그중에서 7~10명 정도를 뽑는다.”


- 수입은 어디서 얻나. 얼마나 되는지.


하이킹 아티스트라는 한 명의 활동가로 자연 속에서 직접 부딪치는 여행을 하다 보니 취재요청이 오기도 하고 원고를 쓰기도 한다. 간혹 방송촬영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여행에세이 ‘아홉수 까미노’라는 책을 출간했다. 또 강연도 하고 하이킹 관련 행사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로부터 수입을 얻기 때문에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


-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100살 때까지 등산하는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그만큼 건강관리도 잘하고 산을 계속해서 좋아하고 싶다는 의미다. 또 지금처럼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의 가치를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글 jobsN 장유하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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