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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 오락실에서 적성 찾은 중학생은 이렇게 됐습니다

조회수 2020. 9. 24. 16: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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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가 무대인 저는 스트리트 드러머입니다"
오락실 게임으로 드럼 입문, 올해로 16년째
페인트통, 후라이팬 등 두드릴 것만 있으면 공연
팔도 길거리 곳곳이 무대...‘슈퍼밴드’도 출연

사람들이 생각없이 지나가는 길거리를 무대로 삼은 사람이 있다. 전국을 누비며 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는 드러머다. 버스킹 경력만 올해로 9년. 버스킹을 하다 슈퍼스타K1 준우승자 조문근씨에게 캐스팅 돼 ‘조문근 밴드’ 드러머로 활동하기도 했다. 최근엔 JTBC ‘슈퍼밴드’에 출연해 드럼실력을 인정 받았다. 그는 돈은 못 벌어도 좋으니 전 세계를 다니며 버스킹 하면서 살고 싶다고 한다. 스트리트 드러머 이시영(29)씨를 만났다.

출처: 이시영씨 제공
드러머 이시영씨.

◇ 재활용품으로 연주하는 거리의 음악가


- 자기소개를 해달라.


“스트리트 드러머로 활동하고 있는 이시영이다. 과거에는 ‘조문근 밴드’ 드러머였다. 스트리트 드러머는 한국에서 생소한 문화일 수 있다. 버켓, 흔히 말하는 페인트통과 같은 재활용품을 가지고 길거리에서 연주를 하는 거다. 그런데 스트리트 드럼이라 해서 정해진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니다. 사람마다 각자 쓰는 악기나 용품이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악기랑 재활용품이랑 생활용품들을 섞어 쓰고 있다.”


- 지금 쓰는 악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옛날에 쓰다 남은 스네어 드럼이 있었다. 그래서 그걸 쓰고 있다. 또 후라이팬, 페인트통, 심벌, 봉고(쿠바의 타악기)로 연주를 하고 있다.”

출처: 이시영씨 제공
이시영씨가 쓰고 있는 악기들.

- 악기들은 어디서 구했나.


“스네어 드럼은 예전에 입시 준비할 때 썼던 거다. 연습용으로 산 저가형 제품이라 이젠 쓸 일이 없어 갖고 나왔다. 봉고는 쿠바에 여행 갔을 때 기념품으로 사왔다. 후라이팬은 집에서 가지고 나왔다. 페인트통은 공사장 같은 곳에 버려진 걸 주워왔다.”


◇ 오락실 게임으로 드럼에 흥미 느껴 


- 드럼을 언제부터 쳤나. 계기가 있다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쳤다. 어렸을 때 오락실에서 노는 걸 좋아했다. 자주 놀던 오락실에 ‘드럼매니아’라는 음악 게임이 있었다. 그 게임을 하다 흥미를 느꼈다. 그래서 드럼 한번 배워볼까 해서 배우기 시작했다.”


- 드러머에게 중요한 게 있다면.


“일단 체력이다. 체력은 어떤 악기를 하든 다 똑같이 중요하다. 집중력과 끈기도 필요하다.”

출처: 디엔터테인먼트파스칼 제공
조문근 밴드 활동 당시(왼쪽에서 두 번째).

- 드러머로서 고충이 있다면.


“혼자서 무언가를 하기가 힘들다는 거다. 항상 다른 악기와 같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드럼이라는 악기가 리듬밖에 없고 단순하지 않은가. 그렇기에 다른 음악적인 무언가를 항상 같이 끌어다 해야 한다. 그래서 늘 음악적인 연구가 필요한 것 같다. 또 무대에서 상대적으로 조명을 못 받는 것도 있다. 밴드 내에서도 백업을 해주는 역할이 더 크기 때문이다.”


- 하루에 드럼을 얼마나 치나.


“과거에 많이 쳤을 때는 밥 먹고 드럼만 치기도 했다. 12시간 넘게 연습한 적도 많았고 최소 5~6시간은 매일 연습했다. 최근에는 연습보다는 음악을 연구하는데 시간을 더 쏟고 있다. 새로운 음악을 만든다든지 아니면 새로운 악기들 조합을 연구하고 있다.” 


◇ 전국을 누비는 버스커

출처: 이시영씨 제공
버스킹을 하고 있는 모습.

-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버스킹을 하고 있다. 어디어디 다녔나.


“안 가본 데가 없는 것 같다. 서울, 경기도, 대구, 대전, 여수, 광주, 속초, 보성, 양양 등등 전국을 돌아다녔다.”


- 장소 선정 기준이 있다면.


“스트리트 드럼은 소리가 크다. 소리가 커도 괜찮을 만한 넓은 공간을 고른다. 주변에 상가가 많지 않다든지 혹은 원래 시끄러운 거리라든지. 인근에 주거지역이 없는 곳에서 주로 한다. 버스킹을 하기 전에 차로 한번 주변을 둘러본다. 그런데 이렇게 장소를 선정해도 버스킹에 실패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하려고 모든 준비를 했는데 제재가 들어온다거나 신고가 들어오는 거다. 그래서 철수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 버스킹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언제부터 했나.


“어렸을 때 좋아하던 드러머가 있었다. 조조 메이어(Jojo Mayer)라는 세계적인 드러머다. 그 드러머가 밖에서 드럼을 가지고 연주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 영상을 보고 재밌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버스킹을 시작했다. 버스킹은 21살 때부터 했다. 지금과 같은 재활용품, 생활용품들로 버스킹을 한 건 2년 전부터다.”


- 꾸준히 한다는 건 어려울 것 같은데. 원동력이 있다면.


“관객들 호응이다. 버스킹을 하다가 관객들을 보면 다양한 반응들을 확인할 수 있다. 놀라는 사람도 있고 웃는 사람도 있고 춤추는 사람도 있고 신기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관객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저 사람들한테 무언가를 느끼게 했구나 하는 마음에서다.”


- 버스킹을 하면서 많은 관객들을 만났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관객이 있다면.


“다양한 관객들을 만났다. 버스킹을 하면 앞에 팁박스가 있다. 한번은 어떤 관객 분이 춤을 추다가 그걸 엎은 적이 있었다. 팁박스가 다 쏟아져 돈이 흩날렸다. 또 어떤 분은 버스킹 하는 걸 신고를 했다. 그런데 나를 거지라고 생각했는지 내가 구걸한다고 했더라. 안 좋은 기억을 말하자면 끝이 없다. 그러나 좋은 관객 분들도 많다.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관객도 있다. 나는 그게 너무 좋다. 또 공연을 보고 감명받아서 울었던 분도, 감명받았다고 말해주던 분들도 모두 기억에 남는다.”


◇ ‘슈퍼밴드’ 출연으로 큰 인기 얻어

출처: 슈퍼밴드 네이버TV 캡처
슈퍼밴드 출연한 이시영씨.
출처: 슈퍼밴드 네이버TV 캡처
슈퍼밴드 출연한 이시영씨(가운데).

- 최근 JTBC 프로그램 ‘슈퍼밴드’에 출연했다. 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있다면.


“못 할 이유가 없었다. 밑져야 본전이라 생각했다. 아티스트들은 대중에게 자신을 직접 알릴 기회가 많지 않다. 제일 좋은 수단은 버스킹인데 버스킹은 제한적이다. 그런데 매체를 통해 나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안 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또 잘 되면 좋은 거고 안 되면 마는 거라는 마음가짐이었다. 늘 이런 식으로 도전해왔다. 그래서 슈퍼밴드도 도전한 거다.”


- 방송 출연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팬들이 많이 생겼다. 내가 하는 일들에 관심을 가져준다는 게 달라졌다. 또 스트리트 드러머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이 된 것 같다.”


- 본인만의 버릇이나 습관이 있다면.


“모든 드러머들이 갖고 있는 습관이 있다. 무언가를 친다는 거다. 책상이 있으면 책상을 친다든가 그런 습관이 있다. 또 음악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항상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가사나 리듬, 어떤 악기를 쓸 것인지 혹은 악기 조합에 있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메모를 한다.”


- 드럼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일단 드럼을 한다고 하면 열심히 하는 게 맞다. 그리고 잘해야 재밌지 못하면 재미가 없다. 못하면 금세 흥미가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잘할 때까지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재밌게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무조건 잘해야 재밌고 성장해야 재밌다.”


-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한 명의 예술가로서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인 캐릭터가 되고 싶다. 남들이 하지 않는 악기를 조합한다든지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장르를 유행시키고 싶다. 그냥 드럼만 치는 사람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시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글 jobsN 장유하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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