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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신세계다' 10년 다닌 수출입은행 퇴사시킨 아이템

조회수 2020. 9. 24. 16: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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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요법 공부하던 직장인, 기회다 싶어 시작한 사업

안정된 직장을 다니면서도 마음 한 구석으로는 재밌는 일을 상상하며 사업의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은 상상에 그치며 현실에 만족하는 삶을 살지만, 용감하게 실천에 옮기는 사람도 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수출입은행에 입사했던 경미니(41) 씨는 10년 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건너가 가열하지 않아 효소가 그대로 보존 된 로푸드(Raw food)를 공부했다. 생식에 대한 확신이 생긴 직후 한국으로 돌아와 '에너지키친(Energy Kitchen)'이란 회사를 차려 디톡스 주스를 만들어 팔았다. 디톡스 주스는 생채소와 생과일을 그대로 갈아 만들어서 영양소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건강식으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현재는 로푸드에 대한 교육과 함께 여러 기업들과 협업을 하고 있는 경미니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jobsN

- 이름이 인상적이다.
“아버지께서 지어주신 한글 이름이에요. 영어 이름도 한글 그대로 ‘Mini’죠. 저와 같은 세대에서는 흔치 않은 이름이었는데, 주위 분들이 한 번 들으면 잘 안잊혀지는지 늘 기억해주세요. 그런 면에서 애착이 가는 이름입니다.”


- 첫 직장이 한국수출입은행이었다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2002년도에 한국수출입은행에 입사했어요. 사실 방송국에서 일해보고 싶었는데, 언론고시라 불리우는 언론사 시험에서 번번이 떨어졌어요. 그래서 은행 시험을 준비한 끝에 한국수출입은행에 합격했습니다.”


- 남들이 가고 싶어 하는 직장 중 하나인데, 그만 둔 이유가 궁금하다.
“직장에 특별히 불만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업무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도 아니었고, 한국수출입은행 사람들과 지금도 친하게 지낼 정도로 인간 관계도 좋았어요. 그런데 회사를 오래 다니면서 나의 미래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봤어요. 직장 조직 문화에 적응하다보니, 자유롭고 외향적인 내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나를 개발하기 위해 직장을 다니면서도 이것 저것 많이 배우러 다녔어요. 요리도 배우러 다니고, 꽃도 배우러 다니고, 떡 만들기도 해보고, 주얼리에 관심이 많아서 남대문에서 시장 조사를 하러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몸에 이상이 생겼어요. 힘이 빠지고, 무기력하고, 피로하고, 몸이 부었습니다. 병원에 다녀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다가 생식을 처음 접하게 됐어요. 외국 책과 유튜브 등에 올라온 영상을 보고 식이요법으로 건강해 지는 방법을 배웠는데, 제게는 ‘신세계’였습니다. 당시에는 한국에 로푸드(Raw Food) 문화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서 더 공부해보고 싶었어요. 기회다 싶어서 10년 가까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미국에서공부하던시절.

- 미국으로 가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공부했는지.

“미국 뉴욕으로 가서 대학원을 알아봤어요. 직장을 다니면서 미리 따 놓은 GRE와 토플 점수가 있어서, 푸드 사이언스나 헬스, 영양학 관련 학과에 지원서를 냈죠. 뉴욕 시립 대학교에서 장학금을 받고 조교를 하며 대학원을 다닐 수 있게 해주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뉴욕 시립대에서 공공 보건학을 전공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당시 미국은 비만 문제가 심각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 정도였어요. 비만은 대사성 질환이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식생활 습관을 잡아줘야 하거든요. 그때 미셸 오바마가 스쿨 푸드 정책을 활발하게 펼치기도 했구요. 그래서 뉴욕 시립대에는 이를 공부하러 오는 공무원들도 많았습니다. 그들과 함께 뉴욕시 초등학교 급식 센터에서 일해보기도 했고, 방학 때는 유명한 로우 푸드 학교들을 찾아다녔어요.”


- 디톡스 주스가 사업 아이템으로 확신이 든 이유는.
“미국인들은 한국 사람들보다 훨씬 안 좋은 식습관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오래 전부터 디톡스에 대한 연구를 했죠. 각종 채식 행사와 로우 푸드 학교를 다니면서 사람의 신체적 조건에 따른 디톡스 음식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우리가 간편하게 즙을 짜 마실 수 있는 주스가 사람들에게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선 뉴욕에서 학교를 다니는 동안 ‘에너지키친 by 경미니’ 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만들었어요. 제가 글 쓰는 것도 좋아하고, 로푸드에 대해 배운 것들도 알리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당시 로우 푸드나 디톡스와 관련된 정보가 한국에 많이 없었습니다. 배우고 싶다고 뉴욕으로 찾아온 한국 사람들도 있었고, 초청을 받아서 방학 때마다 한국서 수업과 특강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이 아이템으로 사업을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죠.”

출처: 본인 제공
어린이들에게건강한주스교육.

- 한국으로 돌아와서 사업을 시작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뉴욕에서 대학원을 졸업할 때 쯤, 지인이 서울 한남동에 공간이 생겼는데 카페 같은 걸 해보자고 연락이 왔어요. 주스바를 하면 괜찮을 것 같아서,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주스바들을 조사하러 다녔어요. 어떤 메뉴를 팔고 있고, 브랜드마다 특징이 무엇인지, 재료를 섞을 때는 어떤 느낌이 좋은지를 구상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2014년 봄에 ‘에너지 키친’이라는 이름으로 브랜드를 만들고 주스바를 오픈했어요. 장사를 한 번도 해 본 적은 없었지만,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부터 블로그를 통해 주스바 홍보를 많이 했어요. 오픈하기 이전부터 블로그를 보고 기업에서 협업을 하자는 제안이나 언론에서 취재 요청이 많이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당시 디톡스와 관련해서 건강 컨텐츠가 붐이 일던 때였거든요. 시기가 잘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


- 한국에서의 반응은 어땠나.
“반응이 무척 좋았어요. 한남동 매장을 오픈한 지 얼마 안 돼서 백화점 바이어들이 찾아왔어요. 대기업에서 시장 조사를 하러 많이 방문하기도 했구요. 백화점의 경우 팝업 매장을 해보자는 제안이 많았습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 한 달간 팝업 스토어를 했을 때는 그곳에서만 한 달 매출이 5000만 원이 넘을 정도로 잘 팔렸어요. 이후로 가로수길에도 아웃도어 업체와 콜라보로 매장을 냈고, 현대백화점 판교점, 강남 킴스클럽에도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강의하는 중.

- '에너지 키친'이 만드는 주스의 특징이 있다면.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비결이에요. 특별한 비결이 있거나 황금 레시피가 있는 것도 아니죠. 제가 생각하는 진리는 가장 품질 좋은 유기농 재료를 유통 과정을 짧게 줄여서 착즙해 먹는 것이에요. 그리고 나에게는 어떤 식물이 맞을까에 대해서도 공부해요.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도 하죠. 그래서 자연에 가장 잘 어울리는 걸 먹으라고 권해드려요. 


예를 들면, 하루를 나눠보면 해가 뜨기 전까지는 봄의 기운, 그 다음은 여름의 기운, 그리고 가을의 기운이 이어진다고 봐요. 봄에는 새싹이 자라니까그 시간에는 녹색 채소를 먹는 것이 좋고, 가을에는 구황작물인 뿌리 채소를 많이 먹는 것이 좋죠. 최근에는 우리나라 과일과 채소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하고 있어요. 구기자 같이 우리나라에서 많이 나는 재료 중에 좋은 것이 많거든요. 사람마다 체질에 대해서도 구별하려고 노력합니다. 서양 사람들은 몸에 열이 많은데, 우리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체질에 맞는 착즙 주스를 먹는 게 훨씬 좋으니까요.”


- 현재는 어떤가. 거리에 주스 매장들이 많이 줄어들었는데.
“주스 매장의 호황기는 2014년부터 2015년이었어요. 호황기 때는 한 달 매출이 5000만 원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2016년에는 주스 브랜드가 엄청나게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또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이 늘어나고 거기서 파는 음료의 종류도 많다보니, 주스 매장에 와서 비싼 돈을 주고 주스를 사 먹는 사람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여러 군데 설치했던 매장들을 모두 철수했어요. 매장에서 고객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은 크게 성장하기 힘들다고 판단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취미는 자전거 타기.

- 지금 에너지키친은 어떤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지.
“디톡스 주스 판매는 단골 고객들을 대상으로 전화 주문 판매만 하고 있어요. 주스 판매 보다는 교육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압구정동과 연희동에 쿠킹 스튜디오를 내고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디톡스 강의를 하고 있죠. 아울러 ‘사요마요미니경’이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식재료를 다루는 채널이에요.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나중에는 지금 하고 있는 오프라인 강의를 온라인 강의로도 확장하려고 계획 중이에요. 그리고 에너지키친에서 자제척으로 만든 비건 쿠키와 비건 베이킹 재료를 스토어팜에서 판매할 예정이고, 외국계 업체와 음료 개발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 본인은 채식주의자인가. 건강을 위한 팁이 있다면.
“저는 채식주의자는 아닙니다. 뭐든 잘 먹습니다. 떢볶이를 가장 좋아해요. 대신에 하루에 하루에 한 끼 이상은 꼭 착즙 주스를 마셔요. 디톡스 주스가 몸의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떡을 너무 사랑하는 제가 몸을 관리하는 비결이에요.”


- 취미가 무엇인가.
“운동을 좋아해요. 겨울에는 스노우 보드 타는 걸 즐기고 여름에는 수상 스키 타는 것도 좋아해요. 최근에는 자전거에 빠져서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타고 있어요. 도심의 도로에서 주로 타는 로드 바이크를 좋아합니다.”


- 안정된 직장을 나와서 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삶에 만족하시는지.
“직장인들 중에 회사를 다니다가 창업을 희망하는 분들이 많이 찾아오세요. 그 분들을 볼 때마다 예전의 제 모습이 많이 떠올라요. 사실 자기 사업을 하고 그걸 키워가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에요. 저도 사업을 하는 동안 좌절을 경험하기도 했고, 사람 때문에 상처 받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러면서 제 자신이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해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에요. 지금 내 모습이 스스로 만족스러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글·사진 jobsN 오종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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