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돌연 사라진 MBC 대표 아나운서의 최신 근황

조회수 2020. 9. 24. 16: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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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인으로서 내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들면 떠납니다" 한준호 MBC 전 아나운서
MBC 2003년 아나운서 공채 출신
여러 직업 거치면서 늘 도전
이제는 새로지음 발전소 대표로

인재채용서비스 원티트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2018년 4월 전국 직장인 5831명을 을 대상으로 이직 희망 현황을 조사했다. 응답자의 66%가 ‘최근 1년내 이직을 시도한 적 있다’고 답했다. 사람들은 더이상 한 직장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더 좋은 조건이거나 자신의 가치관과 잘 부합하는 회사가 있다면 주저않고 떠나려 한다.


이때 대부분 기존 직업과 유사한 곳으로 옮긴다. 그러나 서로 다른 직업을 가져온 사람이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애널리스트, 아나운서, 공무원, 스타트업 대표까지 카멜레온처럼 변신했다. 의학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닥터스’ MC로 유명한 MBC 전(前)아나운서 한준호(45)씨다. 그는 2018년 15년간의 MBC 생활을 정리한 뒤 6개월간 청와대 생활을 거쳐 스타트업을 세웠다. 2019년 4월 새로지음 발전소를 창립하면서 새내기 대표가 된 한준호씨를 만났다.

출처: 한준호 대표 제공
한준호 새로지음 발전소 대표.

-본인소개를 해달라.


“대부분 의학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닥터스’ MC나 MBC 주말 뉴스 앵커로 기억하실 것 같다. MBC 전(前) 아나운서 한준호다. 현재는 새로지음 발전소 대표이자 대경대학교 초빙교수다.”


-이력이 다양하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업은 통신회사 데이콤ST 소속 프로그래머였다. 본래 프로그래머를 희망한 것은 아니다. 당시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아 안정적인 직장을 얻는게 우선 순위였다. 그러나 1년 뒤 회사가 민영화되면서 코스닥증권시장(현 한국거래소)로 이직했다. 4년간 애널리스트로 일하다가 2003년 MBC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MBC에 15년간 있었다. 2018년 2월에 퇴사하고 그 해 9월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6개월 정도 일했고 2019년 4월 새로지음 발전소라는 스타트업을 만들었다.”


◇ 시황방송 진행하면서 아나운서 권유받아


한 대표는 1년간의 프로그래머 생활을 뒤로 하고 코스닥증권시장 애널리스트로 이직해 통계 업무를 담당했다. 하루동안의 시장 거래 내역을 모아 외국인 순매수·순매도 등 데이터 통계를 냈다. 프로그래머로 일할 때 데이터를 다뤘던 게 도움됐다. 통계 업무 관련해 언론 인터뷰 요청을 자주 받았다. 당시 시황방송(상품·주식 매매 상황을 알려주는 방송)도 진행했다. 이를 본 선배들이 ‘넌 방송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도 고민하다가 방송 분야로 이직을 결심했다.


-아나운서 생활은 어땠나.


“본격적으로 준비한지 1년이 안돼 합격했다. 운이 좋았다. 그러나 첫 1년은 사고를 많이 쳤다. 아나운서로서의 자세를 갖추지 못한 탓이다. 혼나면서 배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방송은 2007년부터 2년간 진행한 ‘닥터스’다. ‘닥터스’는 오디션만 3번 봤다. 합격 연락을 받고 정말 기뻤다. 내 이름을 단 프로그램을 가지는 것은 모든 아나운서의 꿈이기 때문이다. ‘닥터스의 한준호입니다’라는 오프닝 멘트가 큰 자랑이었다.


2008년 겨울 MBC 파업에 참여하면서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다. 이후 9년간 방송활동을 못했다. 기획사업부, 정책기획실 등 전혀 다른 보직으로 발령받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파업에 참여할 때 망설임이 없진 않았다. 그때 당시 아나운서 인생으로서 최고점을 찍고 있었다. ‘닥터스’, ‘퀴즈 마스터’ 등 진행 프로그램도 많았다. 그러나 선후배를 외면하고 혼자 일할 수는 없었다. 2018년 MBC 정상화에 돌입하면서 방송으로 돌아갈 생각에 설레였는데 어느새 방송 대신 보직을 맡아야하는 경력이 됐다. 방송을 욕심내자니 후배가 걸리고 보직을 맡자니 파업 당시와 무슨 차이가 있나 싶었다. 또 오랜 시간 방송활동을 못해 감도 떨어졌다고 느꼈다. 결국 사표를 냈다.”

출처: 'MBC 닥터스' 제공, 유튜브 '디프TV' 캡처
한 대표는 MBC 아나운서 시절 의학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닥터스'와 퀴즈 프로그램 '퀴즈 마스터'를 진행했다.

-퇴사 후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했다.


“방송활동을 못하던 당시 개인적으로 중국 관련 스터디 모임에 참여하고 있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를 공부하다가 미디어 분야 협상안이 빠진 걸 알았다. 미디어 분야 협상안을 넣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자 스터디원 중 한 명이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미디어 분야협상단에 들어가보라고 제안했다. 방통위로 출근해 회의하고, 관련 자료를 조사해 한중 FTA 문화협력 챕터 내 미디어 분야 협상안을 넣었다.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수석보좌관 적임자를 찾던 중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2018년 여름 청와대에서 면접을 봤다. 넷플렉스 등 OTT(Over The Top·인터넷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에 대한 대비책, 방송사 중간광고 허용 문제 등을 물어봤다. 방송정책부터 뉴미디어까지 미디어 분야 전반에 해박하다는 이유로 뽑혔다. 윤 수석이 올해 1월 퇴임하면서 나도 한달 뒤 나왔다. 6개월정도 일한 셈이다.”


◇ 새로지음 발전소, 사람들의 재능·꿈 실현하는 발판되길


-청와대를 나오자 마자 창업했다. 계기가 있었나.


“퇴임 직후 갑작스레 창업을 생각한 건 아니다. 2010년 POOQ 초기 기획에 참여했다. 당시 MBC 정책기획실에 있었는데 지상파 시청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MBC 선배와 미국 사례를 살펴보다 OTT가 답이라고 결론내렸다. 이후 지상파 콘텐츠를 모아 운영하는 콘텐츠 연합 플랫폼을 기획했고, OTT 플랫폼 ‘POOQ’의 모태가 됐다. 이를 알고 있던 주변 지인이 창업 조언을 구하길래 재능기부 형식으로 도왔다. 그 지인이 다른 창업자를 데려왔고 그게 반복되다 보니 꽤 많은 창업자들을 만났다. 콘텐츠 제작사 ‘와이낫 미디어’(2016년 설립), 인플루언서 마케팅 업체 ‘미디언스’(2016년 설립) 등 회사의 창업 초기 컨설팅을 담당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컨설팅 업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 중 하나가 경험과 네트워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창업 목적에 맞게 컨설팅을 진행하고 필요한 네트워크를 연결해줄 수 있는 회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청년 창업 정책을 살펴보니 실제로 자생해야하는 부분과 지원해줘야하는 부분이 있었다.”

출처: 한준호 대표 제공
(왼) 새로지음 발전소 창립총회 (오) 새로지음 발전소 직원들.

-새로지음 발전소는 어떤 기업인가.


“먼저 창업 엑셀러레이터(Accelerator·창업 기업에 컨설팅 서비스 제공 및 각 분야 전문가 연결 등 업무를 담당하는 단체) 역할 일부분을 수행한다.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 및 포럼을 주최해 스타트업 대표·전문 지식인·지자체 공무원 등을 초청한다. 창업준비생은 창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네트워크를 쌓는데 도움 얻는다.   

또,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지역도시를 재생시키는 동시에 일자리를 만드는 지역단위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신도시가 들어서면 구도심(도시의 옛 중심부)이 생기기 마련이다. 먼저 구도심을 파악한다. 예를 들어 성남시 중원, 인천시 미추홀 등 구도심을 찾는다. 그 다음 직접 구도심을 방문해 탐방하고 지역 주민 대상 인터뷰를 진행한다. 일주일 정도 인터뷰를 진행하면 터져 나오는 불만이 많다. 덧붙여 위성지도를 통해 교통문제 등 구도심이 가진 문제점을 분석한다.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 기획안을 만든 뒤 지역 주민들과 2차 인터뷰를 진행한다. 지역 주민 반응을 피드백 삼아 기획안을 보충·수정한다. 마지막으로 지자체를 방문해 우리 기획안을 제안·발표한다. 예를 들어 ‘공영주차장 건물의 빈 공간을 청년 창업 공간으로 활용하거나 민간기업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공간으로 바꾸겠다’ 등을 제안한다. 지자체마다 컨택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지자체 주최 도시 재생·상가활성화·청년창업 관련 세미나 및 포럼에 참석해 다른 모임에서 활동하거나 지자체에서 일하는 분들과 네트워크를 쌓는다. 그를 통해 지자체와 미팅을 주선받는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경기도 성남시 구도심에 위치한 공영주차장에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3D모델 파일과 다양한 재료로 소비자가 원하는 사물을 즉석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작업 공간)를 만들고 있다. 이 지역은 청년 창업을 위한 창의적 공간이 부족하다. 이 공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예산을 사전조사하고 성남시 지차제를 방문해 기획안을 발표했다. 구도심에 창업 혁신공간을 만들어 청년 교류 및 창업준비를 돕겠다고 말했다. 버려져 있던 곳에서 창업 교육이 이루어지면 사람들이 찾아와 주변 상권 활성화에 도움된다. 향후 청년들이 실제 창업할 때 도움 줄 방안도 찾는 중이다.”

여러 직업 거치면서 늘 도전하는 한준호 MBC 전 아나운서

 -수익구조는.


“먼저 세미나·포럼 기획 및 주최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세미나·포럼을 개최하고 싶은 기업의 의뢰를 받거나 스타트업 성공사례와 같은 강연을 진행해 참가비를 받는다. 세미나·포럼은 분기별로 주최하려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3번 진행했다.  

6개월밖에 되지않아 전체 수익을 예상하기는 어렵다. 초기비용도 많이 들고 인건비 비중도 높다. 새로지음 발전소가 안정되면 가장 큰 수입은 컨설팅으로부터 온다. 또 프로젝트 완성 후 얻게 될 운영 수익도 예상한다”


-언제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하는가.


“현재 머물러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했다고 판단할 때. ‘직업인으로서 내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들면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경험에 덧붙여 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을 찾는다. MBC를 떠날 때도 내가 나감으로써 새로운 사람에게 기회를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놓는다.”


글 jobsN 박한솔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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