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 구단주' 만수르의 처남이 한국에 온 이유 알고보니..

조회수 2020. 9. 24. 16: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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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르 처남이 한국에 온 이유는? 의료 관광 스타트업 '하이메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왕세자인 셰이크 함단이 2019년 4월 한국을 찾았다. 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얀의 처남이다. 셰이크 함단의 방한은 4월2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서울 경복궁과 청계천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그가 한국을 찾은 것은 한국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가족의 병문안을 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팬 계정에는 셰이크 함단이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복을 입은 한 남성과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출처: 셰이크 함단 인스타그램
2019년 4월 가족의 병문안을 위해 한국을 찾은 것으로 알려진 UAE 왕세자 셰이크 함단

최근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한국은 미국, 독일 같은 의료 선진국과 실력은 비슷하나 의료비는 상대적으로 적게 들기 때문이다. 국내 병원의 외국인 환자 유치는 2009년 법제화 된 후, 2011년부터 본격화 됐다. 2011년 12만2297명이던 방한 외국인 환자 수는 2018년 37만8967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외국인 환자가 늘면서 의료 관광 관련 업체도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외국인 환자들에게 통역과 숙박,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들의 취향에 맞는 국내 관광 상품을 추천해준다. 이른바 컨시어지(고객의 요구에 맞춰 모든 것을 일괄적으로 처리해주는 가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2011년 창업한 의료 관광 스타트업 ‘하이메디’는 국내 2000개가 넘는 의료 관광 기업 중 선두 주자로 꼽히는 곳이다. 이들의 주요 고객은 이슬람교를 믿는 GCC(걸프협력회의) 소속 6개국(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에서 온 환자들이다. 직원 60명 중에 70% 이상이 아랍어를 능통하게 구사한다. 작년 우리나라를 찾는 아랍에미리트 환자 650명, 환자 가족까지 총 3000명이 하이메디로부 컨시어지 서비스를 받았다. 하이메디의 작년 영업 매출은 36억원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26억원을 달성했고 연말까지 6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2년 목표 영업 매출은 약 800억원이다.

출처: 하이메디 제공
중동 환자 전문 의료관광 스타트업 '하이메디' 이정주 대표

하이메디를 이끄는 이정주(38) 대표는 본래 방송 PD였다. 초·중·고등학교 재학 시절 내내 방송반에서 활동했다. EBS에 재직 중일때는 학생 드라마를 제작했고, KBS로 이직한 후에는 ‘열린 음악회’, ‘전국은 지금’, ‘여섯시 내 고향’등을 제작했다. ‘평생 방송쟁이로 살 줄 알았다’던 이 대표가 의료 관광 사업가로 변신한 이유는 무엇인지, 9월9일 서울 광화문에서 그를 만나 들어봤다.


-하이메디는 어떤 회사인가. 회사 이름에 담긴 뜻이 있나.
“하이메디는 외국인 환자에게 한국의 최고 의사와 병원을 연결해주는 의료 관광 스타트업입니다. 주요 타겟 고객은 중동에 있는 GCC 6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환자들입니다. 이들 국가는 모두 중동에서도 경제적으로 풍족한 상류국에 속하며 아랍어을 사용하고, 이슬람교를 믿는다는 유사성이 있습니다. 2011년도에 창업했고, 작년까지는 국내 병원과 계약을 맺고 이들이 유치한 외국인 환자들에게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주요 업무로 삼았습니다. 올해부터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직접 저희가 중동 환자를 유치하고 병원에 연결시켜주는 사업까지 병행하고 있습니다.


하이메디란 이름은 영어 ‘Hi’와 메디컬(medical)을 합한 것입니다. 의료라는 딱딱한 영역을 고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이렇게 이름을 지었습니다. 저희 회사의 핵심 비전은 ‘친구같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의료 관광 서비스 기업’입니다. 고객들에게 친근함을 주고자 저희 직원들은 중동 고객들과 인사를 나눌때도 ‘하이’대신 ‘하이메디’란 인사말을 쓰고 있습니다.”


-왜 중동 환자를 고객으로 삼았나. 

“우선 시장이 굉장히 크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저희가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는 중동 6개국에선 2017년 기준으로 연간 63만명이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해외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해외로 나가 쓰는 돈을 다 합하면 22조원 규모입니다. 하지만 이중 한국에서 쓴 돈은 441억원에 불과합니다. 이들 국가 사람들은 혼자서 움직이는게 아니라 가족이 한꺼번에 이동하고 장기 체류를 주로 하기 때문에 씀씀이도 다른 나라 국민보다 훨씬 더 큽니다. 올 상반기 저희 회사 서비스를 이용한 중동 의료 관광객을 살펴보면 1인당 평균 진료비가 2300만원에 달했습니다. 외국인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 199만원의 약 12배입니다.


우리나라는 저희와 같은 의료 관광 기업이 약 2000여개가 있지만 연간 500명 이상 환자를 유치할 수 있는 회사는 저희를 포함해 8곳에 지나지 않습니다. 2000개의 기업이 있지만 대부분 영세화되어 있고, 매출 규모 역시 1억원에서 2억원 사이로 매우 적습니다. 또 주요 타겟 고객들은 중국이나 러시아에만 집중되어 있죠. 저희는 중동이라는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봤고, 그동안 고객들을 상대로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해오면서 전문성과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출처: 하이메디 제공
중동 환자 전문 의료관광 스타트업 '하이메디'

-이슬람 문화권인 중동 환자와 가족들을 상대하려면 병원이 신경써야할 부분도 많을 것 같은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갖고 있는 종교적인 원칙을 준수할 수 있게 도와줘야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얼마 전만해도 국내에는 그런 인식이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았죠. 예를 들어 이슬람 여성들은 머리에 두룬 ‘히잡’을 벗은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절대 보여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내 의사들은 환자가 누워있는 입원실에 노크없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중동 환자들이 항의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었습니다. 지금은 병원에서도 의사들을 상대로 이슬람 환자를 상대하는 에티켓 교육을 시키고 있어요. 미리 진료시간을 안내한다든가, 노크를 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죠. 병원식으로 할랄 음식도 제공되고 있고 이슬람권 출신 셰프를 초빙하는 병원도 생기고 있습니다.”


-한국이 의료 관광지로 인기를 얻고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우선 의료 기술 수준이 뛰어납니다. 대장암, 위암, 폐암, 간암, 유방암 등 5대암 치료 후 생존율도 미국보다 한국이 높습니다. 게다가 치료비도 독일이나 미국에 비해 3분의 1가량 저렴합니다. 그리고 미국이나 유럽 의료 선진국은 전통적으로 9.11 테러나 IS테러 등으로 인해 중동 사람들에 대한 경계가 많습니다. 이런 요인 때문에 중동 사람들이 새로운 의료 원정지로 아시아를 많이 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류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최근 케이팝을 중심으로 한국 드라마 등이 중동에도 방송되면서 한류가 중동까지 퍼졌습니다. 한국에 대한 동경과 함께 미(美)의 기준이 한국 연예인이 되면서 최근에는 뷰티 관련 환자가 급속히 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 왕족까지 한국을 찾아 치료를 받았죠.”

출처: 하이메디 제공
2019년 6월 의료 관광 체험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배우 아씰 오므란(왼쪽)과 방송인 로자인 오므란(오른쪽) 자매. 가운데는 하이메디 이정주 대표

-중동 환자들이 우리나라를 찾아 주로 어떤 치료를 받는지.
“우리나라 정부는 2011년 아랍에미리트와 ‘환자 송출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 계약으로 아랍에미리트는 자국에서 치료받기 힘든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선정해 국비 치료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중동 환자들은 병원 치료를 국비 지원 받는 셈입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한국을 찾은 중동 환자들이 치료받는 분야도 주로 중증 질환이었습니다. 심장 등 심혈관계 질환이나 암, 척추 신경 관련 질병을 치료받는 것이죠. 하지만 최근에는 성형외과나 지방흡입술 등 미용시술을 받기 위한 환자도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중동 환자들이 주로 찾는 우리나라의 관광지는. 
“중동은 매우 더워 야외 활동이 어렵잖아요. 그래서 자연 풍경을 보며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관광 상품을 많이 선택합니다. 아랍에미리트의 경우 야외 공간에 펼쳐진 유원지나 동물원이 없습니다. 그래서 에버랜드, 사파리 등이 굉장히 인기가 좋아요. 남이섬이나 제주도를 찾는 중동 환자 가족도 많습니다.”


-하이메디의 수입 창출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국내에서 환자와 병원을 이어주고 중개료를 받는 것은 불법인데요.
“조금 전 언급했듯 작년까지는 컨시어지 사업으로만 수입을 냈습니다. 중동 환자와 직접 계약을 맺는게 아니라 국내 병원과 계약을 맺고 이들이 유치한 국비 지원 중동 환자에게 통역과 숙박, 교통, 관광상품 등을 제공하고 관련 업체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회사를 운영했습니다. 저희가 직접 환자를 유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수료율은 보통 3~5% 정도로 높지 않았죠. 하지만 올해부터는 직접 중동 환자에게 적합한 병원과 의사를 추천해주고 중개 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환자를 직접 유치할 경우 수수료는 총 진료비의 23% 정도로 매우 높은 편입니다. 국내 환자를 병원과 이어주고 중개료를 받는 것은 불법이지만, 외국 환자를 국내 병원과 이어주고 중개료를 받는 것은 불법이 아닙니다. 2009년 외국 환자를 국내병원이 유치할 수 있도록 법제화가 되면서, 중간에서 둘을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것도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왔습니다.”

출처: 하이메디 제공
서울 이태원에 있는 '하이메디' 사옥 내부 전경

-전체 직원 중 아랍어를 구사할 줄 아는 직원이 70%정도 되는데 아랍어 가능 인력은 어떻게 모았나.
“창업 초기에는 프리랜서 동시 통역사를 구해 일을 했습니다. 하루 일당이 100만원이나 하더라고요. 사업이 안정화되면서 아랍어 통역사를 내부적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외국어대, 단국대, 명지대 등 아랍어학과가 있는 대학들과 제휴를 맺고 아랍어 전공 학생들이 학기 중이나 방학에 저희 회사에 와서 인턴으로 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물론 학교에선 학점도 부여하고 저희도 인턴 업무에 따른 임금도 지급합니다. 이렇게 아랍어 전공자들과 네트워크를 쌓았고, 지금 우리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아랍어 가능 직원 중 절반 이상은 인턴을 거쳤던 친구들입니다. 아랍어학과에 다니는 학생들 사이에선 우리 회사가 꽤 유명한 편입니다.”


-창업한 지 8년이 됐는데 경영상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역시 사람을 구하는 문제가 가장 힘들죠.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은 사람입니다. 사업이 커지면서 뛰어난 인재는 더욱 많이 필요합니다. 작년까지는 우리가 직접 환자를 유치하지 않고 오프라인 컨시어지 사업만 해왔기 때문에 온라인 전문 인력은 그렇게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온라인에서 중동 환자를 유치하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 기반 비즈니스가 익숙한 전문가들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아직 의료 관광 분야는 잘 알려져있지 않은 게 사실이고 뛰어난 인재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던 게 사실입니다. 작년만해도 전체 회사 직원이 30명 남짓이었지만 올해 들어 2배정도 늘었습니다. 온라인 기반 기업에서 일하는 인재들을 열심히 스카우트하고 있습니다. 작년 10월에 20억원 시리즈A투자를 받고 기업가치를 인정 받으면서 인재 유치가 한결 수월해졌죠.”

출처: 하이메디 제공
한국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동 환자와 가족들(왼쪽에서 세번째까지)

-과거 방송국에서 PD로 일했었는데.
“EBS나 KBS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로 일했었습니다. 그러다 영상 제작업체를 차려 독립했죠. 2009년 외국인 환자 유치가 합법화되면서 우리 정부가 만든게 ‘메디칼코리아’라는 의료 브랜드였습니다. 이를 중동 국가에 홍보하는 업무 수주를 제가 따냈었어요. 한국의 뛰어난 의료 수준을 홍보하는 영상콘텐츠를 제작해 현지 공항이나 신문·방송에 광고하는 일을 맡은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중동 의료 관광 시장에 대한 이해를 하기 시작했죠. 2011년 아랍에미리트와 우리나라가 환자 송출 계약을 맺으면서 각 병원에서 중동 환자들을 위한 컨시어지 서비스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고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제게 이 사업을 제안했습니다. 중동 의료 관광 시장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몇 안됐던 시기였으니까요.


평생 방송쟁이를 꿈꾸며 살았던 저였지만, 사업에 대한 꿈도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외환위기로 부모님 사업이 망해 가정 형편이 급속히 기울어 힘들게살았습니다. 군대에 있을 때는 부모님이 제 이름을 빚을 내 사업을 하다 망하셔서 본의 아니게 신용불량자가 되고, 개인회생 절차를 거치기도 했어요. 그래서 사업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큰 돈을 벌고 가난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지금까지 사업은 큰 어려움없이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훨씬 더 많이 성장해야겠지만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해 줄 팁이 있다면.
“창업을 하는 대표는 ‘what(무엇)’을 결정하는 사람입니다. 무엇을 하며 돈을 벌 것인지 방향성에 대한 결단을 내리는게 대표의 몫입니다. 반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성공을 이끌수 있는 사람은 ‘how(어떻게)’를 잘하는 사람입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 이를 잘 실행시킬 수 있는 전문가를 끌어 모아야합니다. 결국 사업은 ‘팀 빌딩(team building)’입니다. 대표는 사업 모델을 찾고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를 고민하고, 좋은 인재를 모아야합니다.”


-하이메디의 향후 목표와 지향점은 무엇인지.

“중증 질환이든, 뷰티 시술이든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들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서비스 업체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해외 환자들을 한국으로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어디로든 연결시켜주는 글로벌 메디컬 투어리즘 회사로 도약하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글 jobsN 이준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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