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기다렸는데 1분 보고 얼마인지도 몰라, 그래서 만들었죠

조회수 2020. 9. 24. 16: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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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데 어떤 진료과목을 가야할까? 빅데이터를 분석해 알려주는 '착한 의사'

몸이 아플 때면 늘 찾는 병원. 하지만 어떤 진료과 병원을 가야할 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한 시간을 기다렸지만 진료 시간은 3분~5분에 그칠 때가 허다하며, 질병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속 시원히 들을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다. 무엇보다 병원 진료비가 얼마나 나올지에 대한 정보는 거의 알 수가 없다.


환자들의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시켜 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다. 의료 빅데이터 기반 스타트업 ‘비바이노베이션’이 운영하는 ‘착한의사’ 앱이다. 착한의사 앱은 병원을 평가하고 심사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전국 9만개 병원과 약국의 약 1000만개 이상의 상세정보와 약 20만개의 병원비 정보등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가까운 병원을 검색할 수 있고, 병원 간 치료비를 비교할 수 있다. 자기가 겪는 건강 이상 증세를 입력하면 유사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는 병명을 의료 빅데이터로 분석해 알려주는 인공지능 문진기능도 있다. 또 착한의사 앱은 강북 삼성병원·한국의료재단 등 전국 80곳의 병원과 제휴를 맺고 사용자가 저렴한 가격으로 건강검진을 신청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출처: 비바이노베이션 제공
박한 비바이노베이션 대표

2018년 1월 문을 연 비바이노베이션은 창업한 지 아직 2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사용자 12만명을 모으며 순항하고 있다. 병원 찾기 기능을 제공하는 앱은 착한의사 말고도 몇 개가 더 있지만, 병원비 비교와 인공지능 문진, 건강검진 신청 서비스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착한의사가 유일하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하우인베스트먼트, A.I엔젤클럽, 선헬스케어인터네셔널, 다래전략사업화센터 등 비바이노베이션은 다양한 분야의 투자기관으로부터 1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특히 A.I엔젤클럽은 대부분 의사들로 구성된 투자자들로 1억원씩 2차례 투자를 진행했다.


비바이노베이션을 이끄는 이는 아직 20대인 박한(28) 대표다.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후 물류 계통 대기업에서 2년간 근무하다 창업 생태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9월5일 서울 광화문에서 그를 만났다.


-비바이노베이션은 어떤 회사인가. 회사 이름에 담긴 뜻이 있나.
“저희는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병원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사용자들이 스스로 건강진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의료 스타트업입니다. 인터넷 발달로 누구나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의료 정보는 그렇지 않습니다. 병원에 가도 환자가 원하는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으며, 인터넷에는 왜곡된 정보가 수없이 떠돌아 다니고 있습니다. 저희는 올바른 의료 정보를 사용자에게 제공해서 환자와 의료인 간의 의료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데 이바지하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비바이노베이션은 ‘비전(vision·목표)’과 ‘밸류(value·가치)’, ‘이노베이션(innovation·혁신)’을 합친 이름입니다. 가치있는 비전을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소망을 담아 지었습니다.”


-착한의사 앱은 병원비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진료비 정보는 어떻게 습득하는지.

“환자들이 병원에 가기 전 대략적인 병원비를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실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모든 병원들은 건강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병원비 정보를 제출하도록 되어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를 공공데이터화 해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료 용어가 어렵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상당히 어렵습니다. 우리는 우선적으로 각 병원들이 착한의사에 제공한 병원비 정보를 사용자들에게 공개하고 있으며, 우리 측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병원들의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사용해 병원비 비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건강검진 신청 서비스나 인공지능 문진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는데.
“보통 건강검진은 연말에 몰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성수기에 비해 비수기에는 검진센터는 굉장히 한산합니다. 또한 검진을 받는 사람들 중 대기업에 재직 중인 사람들은 단체 할인을 받아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에 비해 약 49% 저렴한 가격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있습니다. 착한의사는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근로자들도 단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비수기를 활용해 건강검진 신청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현재 전국 80여개 병원과 제휴를 맺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문진 서비스는 2017년도부터 무려 2년간 준비한 서비스로, 환자들의 증상을 기반으로 질병을 예측하고 진료과목을 찾아주는 서비스입니다. 이미 약 50만개의 의료 논문과 기사들을 학습해 알고리즘을 만들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질병마다 너무 다양한 증상들이 존재하고, 사용자가 반드시 모든 증상들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17년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주최한 의료 빅데이터 활용 공모전 수상을 시작으로 기업 맞춤형 의료 빅데이터를 제공받기 시작했습니다. 약 1300만개 이상의 의료 빅데이터를 학습시키면서 질병 예측 정확도를 약 85%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출처: 비바이노베이션 제공
착한의사 애플리케이션 사용 화면

-인공지능 문진은 질병을 진단하는 서비스인가요?
“인공지능 문진 서비스는 질병을 진단하는 서비스가 결코 아닙니다. 저희가 문진 서비스를 출시한 이유는 어떤 병원을 가야할 지 모르는 아픈 사용자들에게 진료 과목을 알려주기 위해서 입니다. 그래서 저희 문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문진 결과와 함께 반드시 사용자 주변의 병원 위치를 안내 받습니다. 예를 들어 보통 사람들은 어깨에 통증이 생기면 대부분 정형외과를 많이 찾습니다. 그러나 협심증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가 어깨 통증입니다. 인공지능 문진 서비스는 어깨 통증이 있는 환자들에게 다른 증상들을 물어보고 문진을 통해 협심증이 의심되는 경우 가까운 내과를 찾아줍니다. 그러나 의료법상 특정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법을 제공하는 것은 의료 행위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증상들과 유사한 많은 질병들을 나열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공 문진 서비스는 의료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런 기술은 어떻게 습득했는지.
“학창 시절부터 창업을 목표로 삼고 있었고, 데이터 분석과 통계 분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5년 의료 빅데이터를 처음 공개했는데 이를 활성화하고자 의료 빅데이터 창업 공모전을 매년 열기 시작했습니다. 의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에게 맞춤형 병원을 추천하는 아이디어로 우수작에 선정되어 이를 계기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빅데이터 분석 방법을 체계적으로 교육받고 사업 아이디어를 함께 나누는 등 심층적인 창업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서울시 바이오 의료 클러스터 중심지에서 허브 역할을 하는 서울바이오허브에 입주하면서 폭넓은 의료 네트워크와 병원 인프라를 통해 아이디어를 사업화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착한의사 앱은 어떻게 수입을 창출하는지.
“병원 찾기 서비스나, 병원비 비교, 인공지능 문진 서비스를 통해선 특별한 수입을 창출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특정 병원에 환자를 유인하거나 알선하는 행위는 의료법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창업 첫 해인 2018년은 수입이 거의 없었고, 데이터 컨설팅 비용과 외부 투자금으로 회사가 운영됐습니다. 현재는 건강 검진 신청 서비스를 통해 수입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제휴를 맺는 병원들로부터 광고비를 받는 형태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현행법상 의료 중개 행위로 돈을 버는 것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중개 수수료는 받고 있지 않습니다.”

출처: 비바이노베이션 제공
신한퓨처스랩에서 연사로 나선 박한 비바이노베이션 대표

-올해 회사의 매출 전망은.
“올해는 건강검진 거래액 기준으로 80억~100억원사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매출은 15억원 정도 생각하고 있고요. 내년은 사용자 100만명을 모으는 게 우선적인 목표입니다. 매출액은 5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을 다니다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한진그룹에서 2년간 터미널 기획 운영 업무를 맡았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창업이 꿈이었고,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대학생이던 2013년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섬에서 의료 봉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유럽 각 나라에서 의사들이 와 환자들을 돌보는 모습을 보면서 ‘단순히 돈만 버는 사업이 아닌 지역 사회를 살리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의료 빅데이터에 관심을 갖게 됐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빅데이터 공모전 수상을 시작으로 서울창업허브 예비창업육성기업 경진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사업 모델을 검증 받아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非) 의료인으로서 사업에 필요한 의료 지식은 어떻게 얻나.
“사업을 준비하면서 저도 꾸준히 공부하고 있지만 비 전공자로서 한계는 분명히 있습니다. 따라서 저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정확한지, 전문 의료인이 검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병원 소프트웨어(EMR)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비트컴퓨터’와 서울성모병원과 컨소시엄을 맺고 인공지능 문진에 대한 기술 검증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올해 9월 ‘디지털헬스케어 컨퍼런스 2019’에 출전해 경진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등 강원도 지자체 및 유관 기관과 협력점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출처: 비바이노베이션 제공
바이오코리아 2019 행사장에 설치된 비바이노베이션 부스 모습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해 줄 팁이 있다면.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빠른 시간 내 아이디어를 검증해 서비스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는 게 많아질수록 생각도 많아지게 되고 결국 고민만 하다가 때를 놓쳐 창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의료 스타트업을 꿈꾸신다면 초기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데 어려움이 분명 따르겠지만 해결하고자 하는 미션과 비전 그리고 명확한 목표가 있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계획이 있다면 바로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이준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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