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는 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월급이 반토막 나요"

조회수 2020. 9. 24. 17: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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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하녀방·컨테이너집..전세계 청년들이 사는 곳

"서울에서 태어난 것도 스펙이더라"


지난 3월 대학내일 유튜브 채널에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한 인물의 사연이 올라왔다. ‘서울로 취직한 지방러의 속마음’이라는 영상이다. 서울 소재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회 초년생의 일상이었다. 영상 속 주인공은 고시원(원룸)처럼 보이는 곳에 살고 있었다. 그는 “서울에서는 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월급이 반 토막 난다”고 했다. “나는 서울 사는 동기보다 반밖에 못 쓰고 못 모은다는 것”이다. 영상은 “난 서울 사람이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끝났다. 

출처: 대학내일 캡처
'서울로 취직한 지방러의 속마음’이라는 유튜브 영상.

◇청년 10명 중 6명은 “내 집 마련 계획 없다”


2019년 5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8년도 주거실태조사’를 보자. 우리나라 청년 10명 중 7명(76%)은 다른 사람의 집에 세 들어 산다. 여기서 청년이란 만 20세 이상 34세 미만의 젊은이다. 전세는 24.3%에 불과했다. 월세가 51.7%였다. 또 10명 중 1명(9.4%) 꼴로 ‘최저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지냈다. 최저주거기준이란 국민이 최소한의 삶을 살기 위해 건설교통부 장관이 정한 가구 구성별 최소 주거면적·방의개수·전용부엌·화장실·설비기준·안전성 등의 기준을 말한다. 비싼 집값에 좁은 고시원이나 반지하에서 살아가는 청춘들이 수없이 많다.


KB국민은행이 8월28일 발표한 부동산 통계를 보면 이달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전월대비 530만원 오른 8억6245만원이다. 중위 매매가격이란 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가격을 뜻한다. 연봉 1억원을 받는 직장인이 8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았을 때 서울에 있는 아파트 한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 근로자 평균 월급은 339만7000원(고용노동부·3월)이었다. 스스로 돈을 모아 서울에 집 사기는 어려운 것을 넘어 불가능한 수준이다. 대다수 청년들은 자신의 집을 마련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청년 중 ‘자가 마련을 위한 계획이 없다’고 밝힌 청년은 63%(2018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달했다. 한국만의 일도 아니다.

출처: 조선DB
고시원의 삶.

◇배 위에 사는 런던 청년들


영국은 소득 대비 임대료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 중 하나다. 2018년 11월 유럽 온라인 뱅킹 서비스 업체 ‘레보르투’가 가입자 290만명의 소득과 지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영국은 임금이 낮지만 아파트 월세가 가장 비싼 나라였다. 영국 런던의 아파트 월세는 월평균 2159파운드(319만원)였다. 반면 영국인이 세금을 제외하고 벌어들이는 실소득은 1976파운드(약 290만원)였다. 뿐만 아니라 출퇴근 교통비로도 한 달에 약 135파운드(약 20만원)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교통비와 집세를 한꺼번에 해결할 방법을 찾았다. 바로 보트다. 영국 런던 리치몬드 지역 템즈강에는 ‘내로우 보트(narrow boat)’가 줄줄이 세워져 있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시민들이 대안으로 찾은 주거공간이다. 네로우 보트 가격은 상태와 종류별로 크게 차이가 난다. 한대 당 2300만~1억1400만원이다. 영국 수로 관리 기업 캐널 리버 트러스트(Canal and river trust)는 올 3월 기준 영국 전역에 1만5000명이 보트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런던 템스강에서만 5000명이 배에 살고 있다. 2012년 이후 2배 이상 늘어났다.

출처: 유튜브 채널 더 인사이드 프로젝트(@The Indie Projects) 캡처
'내로우 보트' 내부를 소개하고 있는 런던의 유튜버.

런던 리젠트 운하의 보트에 6년째 살고 있는 엠마는 영국 유튜버 커스틴 더크슨에 출연해 일상을 공개했다. 그가 살고 있는 보트는 7피트(약 216cm) 미만. 엠마는 “런던의 운하 터널이 좁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배를 좁게(narrow) 지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곳에 오래 정박해 있으면 벌금이 나온다. 때문에 2주에 한 번씩 이동해야 한다. “겨울에는 난방이 불편하다. 화장실 수도관도 자주 막힌다. 부탄가스를 정기적으로 교체해줘야 하는 데다 물탱크를 매번 채워야 한다. 정박료·유류비·보험료 등도 매달 내야 한다. 그래도 런던 집값의 임대료나 관리비에 비하면 저렴하다.” 엠마는 앞으로도 보트 위 생활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유튜브 채널 커스틴 더크슨(@Kirsten Dirksen) 캡처
내로우 보트에서 6년째 살아가고 있는 엠마.

◇프랑스 청년들, 9㎡ ’하녀방’ 입주 경쟁 펼쳐


런던 다음으로 집세가 비싼 유럽 도시로는 프랑스 파리가 있다. 파리 역시 소득 대비 주거비 지출이 높은 도시다. 신축과 재개발을 거의 하지 않아 주택난이 심각하다. 임대료 또한 세계 순위 톱10에 꼽힐 정도로 비싸다. 프랑스 평균 주택 가격은 1㎡당 2545유로(333만원). 하지만 파리의 경우 1㎡당 평균 9510유로(1245만원)에 육박한다. 서울 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격은 지난 6월 기준으로 810만원(주택도시보증공사 자료)이었다.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는 프랑스 전체 평균 집값은 22만유로(2억8000만원)라고전했다. 또 파리의 평균 집값은 47만유로(6억1000만원)라고 보도했다. 프랑스 젊은이들이 평균 월세로 내는 돈은 약 94만원이었다.

출처: 프랑스 부동산 사이트
파리 주택 꼭대기에 있는 하녀방으로 올라가는 계단.

돈 없는 프랑스 청년들은 9㎡ 크기의 ‘하녀방(Chambre de bonne)’에 산다. 소설 소공녀의 세라가 하녀로 전락했을 때 머문 다락방과 비슷하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엘리베이터나 화장실도 없다. 주택이나 아파트 건물의 꼭대기 층에있다. 여름에 옥탑방 온도는 40도까지 올라간다. 화재라도 발생하면 크게 위험하다. 지난 8월24일 파리 4구 생 마르탱에 위치한 건물에서 불이 났다. 소방관은 신속하게 화재를 진압했고 건물 안에 있던 10명이 대피했다. 그러나 6층 하녀방에 살던 30대 남성은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프랑스 일간지 프랜스 블루(Frace bleu)에 “질식사로 보인다”고 했다. 이처럼 열악한 공간이지만 주택난이 극심한 파리에선 ‘하녀방’에 입주하는 것도 경쟁이 치열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9㎡ 미만의 공간을 구하는 세입자도 많다. 프랑스에선 이런 쪽방은 불법이다. 주거 단속 시민단체 대표를 맡고 있는 크리스토프 로베르는 작년 11월 파리 14구 지역을 급습했다. 그는 “10개의 방을 적발했는데 가장 작은방은 1㎡ 정도였고 큰 방은 6㎡였다”고 밝혔다. 집주인은 ‘하녀방’을 내주고 집세로 매달 250유로(32만원)에서 450유로(58만원)를 받았다. 세입자들은 대부분 다른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이었다. 파리시에 있는 9㎡ 미만의 주거 공간은 약 7000개에 달한다.

출처: 유튜버 쎄실 비(@Cacilie B) 캡처
프랑스 하녀방에 집을 구해 자신의 방을 소개하고 있는 유튜버.

◇빨래방에 모이는 홍콩 청년·뉴질랜드에선 ‘이동식 주택’ 각광


홍콩은 9년 연속 세계 최고 집값을 기록한 도시다. 홍콩 부동산은 15년간 가격이 400%나 뛰었다. 2018년 사고판 부동산 평균 가격은 집 한 채당 14억5000만원. 50년 묵은 33㎡(약 10평) 거주지 월세는 2만3000홍콩달러(약 350만원)다. 홍콩 청년 대다수는 부모 집에 얹혀살거나 초소형 원룸에 산다. 홍콩에 거주하는 직장인 벤저민 쿠오(33)는 “결혼하고도 부모 집에 얹혀산다"라며 “월급이 많아도 독립하면 절반 이상을 월세로 내야 한다"라고 했다. 홍콩 사람이 아파트 한채를 사려면 평균 21년동안 벌어들인 돈을 전부 모아야 한다. 이들은 빨래를 핑계로 집을 나온다. 빨래방에 모여든 홍콩 청년들은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거나 이웃과 담소를 나눈다.


뉴질랜드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국제 주택 구매 여력 보고서’를 보면 오클랜드는 세계에서 7번째로 집값이 비싼 도시다. 뉴질랜드 평균 주택 가격은 2009년 초 32만달러(3억9000만원)에서 2019년 58만5000달러(7억1077만원)로 상승했다. 오클랜드에 있는 소형 주택(원룸·투름)의 월세만 해도 1760달러(213만원)에 달한다.

출처: 캔하우스(@canhouse) 텀블러
뉴질랜드에서 이동식 컨테이너 집을 짓고 살아가고 있는 한 청년.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이동식 주택’이다. 무주택 서민들은 집을 사는 대신 컨테이너나 텐트, 자동차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친구나 가족이 소유한 땅 한켠에 컨테이너형 집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이동식 주택업체 ‘하우스 미’의 브라이스 글로버 영업팀장은 “지난 3년간 이동식 주택 매출이 4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송인한 교수는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수도권 집중과 주거 양극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청년들의 주거문제는 학업과 직업의 첫 출발선”이라며 “주거는 생존과 관련한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욕구이기 때문에 사회안전망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전국적으로 청년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생겨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적으로 좋은 직장이 많이 생겨나 균형적으로 발전했을 때 수도권·비수도권 거주자들의 질이 모두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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