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힘들어하던 (박)태환이, (손)연재 다독인 사람입니다

조회수 2020. 9. 25. 10: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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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박태환, 손연재를 다독인 사람입니다'
스포츠 선수 심리상담
박태환, 박인비, 손연재, 이상호 스포츠 스타도 담당
스포츠심리상담사일뿐만 아니라 인생 멘토

운동선수는 경쟁 속에서 산다. 스포츠 경기는 초 단위로 승패가 갈린다. 뛰어난 운동능력도 중요하지만 압박감을 이겨낼 수 있는 정신력도 필요하다. 스포츠심리상담사는 선수의 정신력을 관리한다. 조수경 스포츠심리상담사(50)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스포츠심리상담사 사업자 등록을 했다. 조 소장은 박태환, 박인비, 손연재, 양학선, 유소연, 이상호 등 유명 스포츠 선수 심리상담을 담당했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 산하 스포츠폭력·성폭력 근절을 위한 특별조사단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본인소개를 해달라.

출처: jobsN
조수경스포츠심리연구소 조수경 소장.

“조수경스포츠심리연구소 조수경 소장이다. 17년차 스포츠심리상담사다. 국가인권위원회 산하 스포츠 폭력·성폭력 근절 특별조사단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스포츠심리상담사에 대해 소개해달라.


“스포츠심리상담사는 일반인이 아닌 스포츠 선수를 대상으로 상담한다. 상담 목적은 주로 선수 경기력 향상이다. 상담을 통해 자신감, 집중력 등 경기력 향상에 영향 미치는 요소를 키운다.”


-국내 스포츠심리상담사 개업 1호다. 이 일을 시작한 계기는.


“이화여자대학교 체육학과를 졸업했다. 대학교 3학년때 ‘스포츠 심리학’ 강의를 들었는데 재밌더라. 그때 스포츠심리상담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관련 분야를 깊게 공부하기 위해서는 유학을 가야했다. 미국에서 스포츠심리상담 석사 취득 후 귀국했다. 스포츠심리상담을 공부한 것을 아는 주변 지인이 현역 스포츠 선수 상담을 부탁했다. 처음에는 선수 집이나 숙소를 찾아가 상담을 진행했다. 그러나 담당 선수가 많아지면서 일일이 찾아다니기 힘들어졌다. 한 곳에 사무실을 차리고 상담하면 더 효율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화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009년 ‘조수경스포츠심리연구소’를 개업했다. 국세청에 사업자 등록을 하려니 스포츠심리상담이라는 업태·업종은 없다고 했다. 재활상담이나 장애복지로 내주겠다고 했지만 전혀 다르지 않나. ‘외국에서 스포츠심리상담을 전공하고 돌아와 한국 스포츠에 기여하고자 하는데 국가가 도와주지 않으면 어떡하냐’고 항의했다. 얼마 뒤 국세청에서 스포츠심리상담 업종을 만들어주겠다고 연락왔다. ‘스포츠심리상담사’로 공식 개업한건 내가 첫번째다. 정확한 수치는 모르겠으나 개업 초기와 비교하면 현재 개인 종목 프로 스포츠 선수 대부분이 심리상담을 받은 경험이 있을 정도로 스포츠심리상담사 수가 증가했다.”


-스포츠심리상담 과정에 대해 말해달라.


“첫 상담 후 선수가 지속상담을 결정하면 6개월기간 약정서를 쓴다. 스포츠심리상담은 한두번으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적어도 반년정도 서로 믿음을 가지고 노력해야한다. 일주일에 한번 연구소에서 대면 상담을 한다. 보통 1~2시간 걸린다.


해외 훈련·경기·투어로 선수가 연구소를 찾아오기 힘든 경우가 있다. 그때는 영상통화로 대체한다. 대면상담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올림픽, 세계선수권 등 시합 기간에는 선수 멘탈에 변수가 많다. 따라서 수시로 통화하거나 동행하기도 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때는 이상호 스노보드 선수와 시합 전부터 함께 생활했다. 이상호 선수는 주종목인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선수들은 시합 직전까지 일정한 스케줄에 따라 움직인다. 나도 시합이 끝날 때까지 그 스케줄에 맞춰 다닌다.”


-상담시 가장 염두에 두는 사항은.


“선수가 스포츠심리상담사를 찾을 때는 슬럼프거나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 선수는 극한 경쟁 상황에 놓여있다. 선수가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기질과 성향의 장점이 무엇인지 알아야한다. 따라서 상담 초기에 2시간동안 정밀 심리 검사를 진행한다. 선수가 가진 성향과 기질을 파악하는 것이다. 선수에게도 결과를 공유해 자기객관화를 하는데 도움을 준다. 나아가 가정환경, 인간관계, 과거 경험 등 상담을 통해 얻는 정보를 바탕으로 ‘한 사람을 위한 상담’을 만들어간다.”

출처: jobsN
스포츠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연구소를 방문해 대면상담을 한다.

-기억에 남는 상담 사례는.


“스포츠 선수는 자신만의 운동 루틴을 가지고 있다. 루틴이란 예를 들어 야구 투수가 마운드로 올라가 공을 던지기까지 행하는 모든 동작을 말한다. 이 루틴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좋은 성과를 거둔 경우가 있었다. 이후 종목에 상관없이 모든 스포츠 선수에게 적용한다. 선수가 가진 루틴을 관찰하고 경기 효율성을 낮추는 동작을 줄이는 방향으로 루틴을 재정비할 것을 조언한다. 루틴을 재정비하기 위해선 한달정도 걸린다. 한달 간 계속 선수와 상의하고, 영상 촬영 후 과거 자료와 비교해보기도 한다.


이런 노력이 쌓여 결과도 좋게 나오는 것 같다. 2010년 박태환 수영선수가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2년 런던하계올림픽에서는 박태환 선수 은메달, 양학선 기계체조 선수 금메달, 손연재 리듬체조 선수 최종 5위라는 성과를 거뒀다. 2016년 리우하계올림픽 때 박인비 골프선수 금메달,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이상호 스노보드 선수가 은메달을 땄다. 사소한 습관이나 버릇이라고 할 수 있는 루틴을 바꾸는 것으로 큰 성과가 나올 수 있다.”


-오래 담당한 선수도 있을 것 같다. 꾸준히 찾아오나.


“여러 케이스가 있다. 보통 한번 상담을 시작하면 1년 이상 한다. 8~10년째 상담하는 선수도 있다. 꾸준히 찾아오는 선수 중 ‘그만해도 괜찮다’는 판단이 들면 선수와 의논해 잠깐 상담을 쉬기도 한다. 스포츠심리상담에 대한 호기심으로 1회 상담을 요청하는 선수도 종종 있다. 유명 스포츠 선수는 주변 지인 소개로 본인이 직접 연락하거나 매니지먼트 혹은 에이전시를 통해 의뢰한다.”


-스포츠심리상담사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선수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박태환, 손연재, 박인비, 유소연, 양학선, 이상호 등 훌륭한 선수들이 참 많다. 다들 ‘담당 선수가 메달을 따거나 대회 우승 시 뿌듯하다’는 대답을 예상하고 질문한다. 당연히 눈물나게 감격스럽다. 그러나 더 보람찬 순간은 따로 있다. 선수가 상담을 통해 마음을 다잡고 긍정적 태도로 선수 생활에 임하는 모습을 발견할 때다.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삶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켜야한다. 나는 종종 ‘운동만 잘하는 기계’는 필요없다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에게 ‘행복한 운동선수’로 살자는 목표를 심어주는 것이다.”

출처: 조수경 소장 제공
조 소장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이상호 스노보드 선수 스포츠심리상담을 맡았다.

-이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은.


“스포츠 관련 학과를 전공해야 한다. 나는 체육학과를 졸업했다. 체육학과에서는 스포츠 전반에 대한 이론과 실기를 배운다. 스포츠 선수를 상담하려면 스포츠 전반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한다. 대학 졸업 후 스포츠심리상담 분야 석·박사 학위를 따면 더 좋다. 무엇보다 상담을 하려면 일반심리학을 배워야한다. 나는 미국에서 심리학과 함께 스포츠심리학을 공부했다. 스포츠심리상담사를 희망하는 친구들에게 꼭 일반심리학을 복수전공하라고 조언한다.


아직 한국은 스포츠심리상담사 양성을 위한 체계적 교육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스포츠심리상담계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10여년전 인터뷰에서 체계적 교육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자격이 충분치 않은 스포츠심리상담사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가 입는다.”


-스포츠심리상담사에게 필요한 소양은.


“첫째로 공감능력이 필요하다. 강연할 때도 강조한다. 스포츠심리상담사를 희망하는 친구들에게 ‘네 안에 측은지심이 얼마나 존재하냐’는 질문을 던져보라고 한다. 물론 공감능력은 후천적으로 훈련할 수 있다. 신뢰성도 중요하다. 상담내용 비밀유지는 약정서에 적혀있다. 법적으로 엄격한 제재를 받지는 않지만 직업윤리 차원의 문제다. 강연을 하거나 인터뷰를 할 때 내게 궁금해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안다. 그러나 특정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초창기에는 노하우가 없어 질문을 회피하기 어려웠다. 아무리 설명해도 ‘왜 이야기해주지 않으냐’고 화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스포츠심리상담사 스스로 바르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려 노력해야한다. 내 마음이 건강하지 않으면 선수에게 줄 수있는 게 없다.”


-스포츠심리상담사 처우는 어떤가.


“스포츠심리상담사 관련 공식 단체나 협회가 없어 스포츠심리상담사 평균 수입이라고 공유 받은 정보가 없다. 체육협회같은 기관이 채용할 때도 시간제, 계약직, 상담 건수제 등 제각각 방식으로 계약한다. 프리랜서 스포츠심리상담사는 매니지먼트나 에이전시와 계약시 금액을 정한다. 스포츠심리상담사 역시 선수 경기력 향상에 기여하는 지도자임에도 명확한 수입구조가 없어 아쉬운 실정이다.”


-버릇이나 습관이 있나.


“스포츠심리상담 분야는 매일 발전하고 있다. 내가 공부했던 시절에 멈추지 않기 위해 외국 저널이나 국내 학회지를 꾸준히 본다. 이런 노력이 쌓여 선수에게 더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한달에 한번 교보문고에 간다. 평소 보고싶었던 책을 읽거나 사온다. 은퇴하기 전까지 이 습관들을 유지할 것이다.”


-앞으로 목표는.


“스포츠심리상담사를 양성할 수 있는 전문 교육 기관을 만들고 싶다. 나 혼자 이루기 힘든 일이다.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작게라도 시작하고 싶다. 1~2년전부터 준비하고는 있는데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다.”


글 jobsN 박한솔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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