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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냐' 스웨덴 찾아가 호날두에게 따진 한국인이 접니다

조회수 2020. 9. 25. 10: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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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샅샅이 뒤지고 8시간 기다려 만나
“호날두! 왜 한국에서 안 뛰었어?(Why didn’t you play in Korea?)”
호날두 쫓아가 따진 축구대장 곽지혁
SNS 샅샅이 뒤지고 8시간 기다려 만나
본업은 유럽 여행객 안내하는 가이드

8월11일 세계적인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Cristiano Ronaldo·34)에게 호통을 치고 있는 인물의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다. 호날두는 지난 7월27일 한국 K리그 올스타팀과의 축구경기에 나서지 않아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한국인이 궁금해했던 질문을 속 시원히 던진 이는 다름 아닌 유튜버였다. ‘축구대장 곽지혁’이라는 채널 운영자다. 해당 영상은 올라온 지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조회수 300만뷰를 넘겼다. 해외에서도 소식이 알려져 외신에도 그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궁금해서 견딜 수 있어야죠. 호날두가 ‘노쇼’ 논란을 일으킨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 저도 있었거든요. 25만원짜리 티켓을 주고 사서 6만명 관객 중 한 사람으로 앉아 있었죠. 물론 언론 보도대로 호날두가 45분 이상 출전할 거라곤 기대하지 않았어요. 호날두가 45분 이상 경기에서 뛰기로 했다는 계약은 유럽 관객들이 들었을 때 이상하다고 여길 만한 조항이에요. 선수의 부상 위험이나 피로도 등을 생각해야죠. 최소한 10~15분 정도는 뛰겠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호날두 머리털도 못 봤어요. 마침 객석도 호날두가 앉아있던 벤치조차 볼 수 없는 자리라 화가 더 많이 났죠. 답답한 마음에 ‘안되겠다, 직접 찾아가 보자’ 생각했어요.”

출처: 유튜브 축구대장곽지혁 채널 캡처
스웨덴에 유벤투스 팀이 머문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찾아간 유튜버 곽지혁 씨.

◇호날두 만난 유튜버, 유럽 축구 경기장 꿰뚫고 있는 ‘축구 마니아’


곽지혁(28)씨의 본업은 여행 가이드다. 유럽에 여행 온 한국인 관광객을 안전하게 인솔하고 박물관·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소개한다. 1년 중 300일 정도는 유럽에서 머문다. 8월 초 곽씨는 스톡홀름 프렌즈 아레나 경기장에서 유벤투스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2019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ICC) 최종전이 열린다는 정보를 접했다. 지난 7월 호날두가 한국에서 보여준 모습에 궁금증을 갖고 있던 차였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벤치를 지켰다는 호날두의 말은 핑계 같았어요. 이탈리아에 돌아간 직후 “집 와서 좋다”는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보면 러닝머신을 뛰고 있잖아요. 대체 왜 그랬을까요? 분노와 실망감을 넘어 궁금해 견딜 수 없었습니다.”


무작정 스웨덴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호날두가 속한 유벤투스 팀이 언제 도착하는지, 어디 호텔에서 묵는지 모두 보안에 꽁꽁 감춰진 상태였다. 스웨덴 스톡홀름 아를란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노트북을 켰다. 유벤투스라는 검색어로 인터넷을 샅샅이 뒤졌다. 한 호텔 직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을 포착했다. 유벤투스 축구 팀이 자신이 일하는 곳에 올 예정이라 무척 설렌다는 내용.

출처: 유튜브 축구대장곽지혁 채널 캡처
'왜 한국에서 안뛰었냐'고 적힌 곽지혁씨의 팻말을 그냥 지나친 호날두 선수.

곽씨는 보통 유럽 축구 팀은 경기장에서 15분내로 갈 수 있는 호텔에서 묵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해당 직원이 어떤 호텔에서 일하는지 찾았다. 경기장 근처 호텔 리스트를 뽑았다. 리스트 속 호텔 사진과 직원이 올린 호텔 사진을 일일이 비교했다. 마침내 직원이 올린 사진 속 벽지 색깔과 일치하는 축구경기장 근처 호텔을 찾아낼 수 있었다.


“언제 올지 기약 없는 기다림이었죠.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다 경비원에게 쫓겨나 바깥을 서성거렸죠. 호텔에 간지 일곱시간 정도 시간이 흘렀습니다. 갑자기 거짓말처럼 유벤투스 선수들이 복도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영상엔 잘 안 보이지만 저는 피켓을 들고 있었어요. 한국에서 왜 그랬냐는 질문을 적은 팻말이었죠. 호날두가 피켓을 보고 시선을 피하는 게 분명히 느껴졌어요. 저절로 ‘한국에서 왜 안 뛰었냐’는 고함이 나오더라구요. 호날두는 소리 지르는 저를 보고 표정이 어두워진채 그냥 슥 지나쳤습니다. 그 영상이 어느 정도 관심을 끌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외신에 나가고 조회수가 300만회를 넘어가니 밥도 잘 넘길 수 없을 지경이었죠.”

출처: 유튜브 축구대장곽지혁 채널 캡처
'노쇼논란'에 대한 문구를 팻말에 적어 파비오 단장과 사리 감독 앞에 펼친 곽지혁씨.

◇호날두 영상 전에도 축구 마니아 사이에서 소문난 축구 콘텐츠 크리에이터


곽지혁씨가 운영하던 축구 콘텐츠 유튜브 채널은 호날두 영상을 올리기 전에도 축구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미 입소문이 나 있었다. 올 3월에 시작한 유튜브 구독자는 5만명 정도. 토트넘 손흥민 선수를 만난 에피소드, 최고의 팬 서비스를 가진 축구 선수에 대한 정보, 프랭크 램파드 감독을 쫓아가 인터뷰하는 영상 등이 인기다. 곽씨는 사실 노쇼 논란이 있기 전인 6월, 호날두를 직접 만난 적이 있었다. 그 땐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인증샷을 남겼다. 유럽 축구 경기장을 간다고 누구나 유명 축구 선수와 감독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에서 5년 넘게 가이드 생활을 하면서 유럽 경기장을 제집처럼 드나들었습니다. 월급 200만원 받으면 그중 150만원은 경기 티켓과 선수들 유니폼을 사는데 썼어요. 유럽 축구 경기장은 손바닥보다 훤합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경기 티켓을 잘 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서형욱 MBC 축구 해설위원도 제게 남는 티켓 없냐고 물어볼 정도죠. 경기장마다 선수들 동선도 다 외우고 있어요. 주차장 어디를 이용하는지, 어떤 뒷문으로 왔다 갔다 하는지 알죠. 축구를 정말 사랑하고 관심이 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았어요.경기장에 머무는 시간도 길죠. 보안요원이나 주차관리 요원들도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넬 정도입니다.”

출처: 곽지혁씨 제공
'노쇼 논란'이 있기 전인 6월, 호날두를 만나 팬으로서 기념사진을 남긴 곽지혁씨. 그 밖에 축구선수 페르난도 요렌테, 제이크 쿠퍼를 만나 유니폼에 싸인을 받았다.

축구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메이저 방송사 스포츠 기자들보다도 축구 스타들을 잘 섭외하고 시청자가 좋아할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그는 어릴 적부터 주변에서 인정하는 ‘축구 광팬’이었다. 초등학생 때 안양 LG치타스 축구 구단 사무직에 근무하는 아버지가 가져온 축구 비디오를 봤다. 리버풀 제이미 캐러거(Jamie Carragher·41)이라는 선수에게 빠져들었다. 수비수인데도 과격하고 힘이 넘치는 플레이를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틈만 나면 축구 영상을 봤다. 공부에는 소질이 없었다. 고등학교는 검정고시를 봤다. 집안 형편은 어려웠다. 빨리 독립해 돈을 벌자 생각했다. 도미노 피자 배달·학원 보조 아르바이트 등을 했다. 배달 아르바이트로 받던 시급은 6000원. 주 5일 8시간 이상 일했다. 사장이 불러 주말에 나갈 때도 많았다. 한달 받는 금액은 250만원 정도. 1년간 돈을 모아 19살 처음으로 유럽여행을 떠났다. 아버지와 이혼해 따로 살고 있는 어머니가 그에게 “젊을 때 여행을 많이 다녀보라”고 조언했기 때문이었다.


◇”난 고등학교 검정고시생, 인생 목표 거창하지 않아 열정 쫓을 수 있었다”


15박16일 단체 여행으로 영국·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체코를 돌았다. 첫 유럽여행에서도 가장 많이 찾은 곳은 축구 경기장. 여행에서 느낀 것은 언어의 장벽이었다. 영어를 못하는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수원장안대학교 영어학과에 입학했다. 학교를 다닐 때도 유럽에서의 여행이 계속 떠올랐다. 그렇다고 딱히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군인을 할 생각이었다. 전문대 졸업 후 육군3사관학교에 입교했다. 사관생도를 해보니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한달만에 때려치고 나왔다. 2014년, 앞길이 막막했다. 마침 유럽에서 만난 가이드 형에게 연락이 왔다.

출처: 곽지혁씨 제공
기성용 선수를 만난 곽지혁씨. 평소 축구 경기장을 갔을 때 모습.

“유럽여행이 그립다고 하니 여행사에서 일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붙지 않아도 면접 경험을 쌓을 수 있을거란 생각에 지원서를 냈습니다. 면접장에선 성실하게 아르바이트 생활했던 경력을 어필했죠. 강한 체력을 보고 뽑아주신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가이드 생활을 5년 했어요. 연봉은 2000만원 정도였어요. 주말·공휴일 할 것 없이 24시간 상시 일했죠. 사람 만나는 일과 여행다니는 걸 좋아해 즐겁게 했습니다. 무엇보다 축구 경기를 유럽에서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낙이었어요. 시즌이면 일주일에 2회 이상 경기장에 갔죠. 영국 런던·리버풀·맨체스터, 프랑스 파리 등 안 가본 곳이 없어요. 봤던 경기만 200회 넘을 것 같아요.”


곽 씨는 선수들을 만나기 위해 경기장 직원들에게 접근했다. 처음엔 일상적 대화를 건넸다. 친분을 쌓으면서 선수들은 언제쯤 오는지, 선수들 지나가는 복도에서 잠깐 서 있어도 괜찮은지 등을 물었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많은 인맥을 쌓아갈 수 있었다.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부터 그런 식으로 유명 감독·선수들을 만났다. 

출처: 곽지혁씨 제공
왼쪽부터 호베르투 피르미누, 로비 파울러, 베르나르두 실바 선수를 만난 뒤 찍은 기념사진.

“유튜브란 게 뭔지 전혀 몰랐어요. 올해 초, 동료와 함께 미스터유럽이라는 여행사를 창업했습니다. 가이드 경험을 쌓다보니 좀더 확실한 주제로 여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생각했어요. 축구나 농사, 와인 등 여행객이 자신만의 관심 분야를 여행을 통해 경험해보면 좋겠다 생각했죠. 미스터유럽은 그런 테마여행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여행사입니다. 공동 대표로 있는 분께서 제가 그동안 해왔던 경험을 콘텐츠로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사업하면서 홍보도 할 수 있지 않겠냐구요. 그렇게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어요. 촬영과 편집은 담당하는 전문 인력이 따로 있습니다.”


“유튜브 수익은 아직 계산해보지 않았어요. 여행사도 초기 단계라 매출을 공개하기 어렵습니다. 유튜브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사실 제 본업은 가이드이자 여행사 대표입니다. 앞으로도 두가지 일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에요. 축구에 대한 제 열정을 녹여낼 수 있는 일이면 뭐든 할 겁니다.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요? 하고 싶은 걸 했으면 좋겠다는 말이요. 어릴 적 부모님이 이혼하고 할머니와 살 때 365일 중 300일은 간장에 밥 비벼 먹고 살았어요. 인생에 큰 기대가 없다 보니 좋아하는 것만 선택했어요. 스펙도, 집안도 보잘것없는 저지만 열정을 느끼는 분야가 있다는 게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고 이 기쁨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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