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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욕하면서 싸우는 모습보고 충격받은 남성, 1년 뒤..

조회수 2020. 9. 25. 10: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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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한 성형수술 부작용 피해자 보고 시작한 사업입니다"

“변호사인 지인 일을 도와주러 사무실에 찾아갔어요. 웬 남성과 여성이 몸싸움을 하고 있더라고요. 여성이 성형수술 부작용 피해자였습니다. 병원 사무장에게 책임지라는 거였죠.”


윤창기(39) 로디언즈 대표에게 그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뉴스에서만 보던 의료사고 피해자를 처음 본 것이다. 마케팅 회사에서 일하던 그는 홀린 듯 의료사고 피해자를 돕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섰다. 그로부터 1년 뒤 안심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디언즈를 차렸다. 그의 사연이 궁금했다.

출처: 로디언즈 제공
윤창기(39) 대표.

-이력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스포츠 마케팅회사에 들어갔다. 외국 지사에서 3~4년간 일했다. 직장생활은 만족스러웠다. 회사에서 인정받았고, 대우도 좋은 편이었다. 2015년 한국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취직 전부터 알고 지내던 변호사가 잠깐 일을 도와달라 해 사무실로 찾아갔다. 이성을 잃은 남성과 여성이 서로 욕을 하면서 싸우고 있었다. 


알고 보니 여성이 의료사고 피해자였다. 수술 부작용 때문에 고생하고 있었다. 그런데 병원 사무장인 남성은 ‘병원은 잘못이 없다’며 나 몰라라 했다. 몸싸움이 격해져서 경찰까지 불렀다. 변호사한테 물어보니 ‘의료사고는 답이 없다’고 하더라. 방법이 없다는 말에 오기가 생겼다. 홀린 듯 의료사고에 관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책도 있을 거라고 믿었다.


우리나라에서 의료사고가 나면 피해자인 환자가 병원의 과실을 증명해야 한다. 환자는 의료나 법 분야 전문가가 아니다. 또 수술실에 CCTV가 없는 병원이 대부분이다. 혼자서 병원의 과실을 증명하기는 쉽지 않다. 대신 자신의 수술 경과에 관한 기록은 남길 수 있다. 수술 전부터 수술 후 회복할 때까지 수술 부위를 촬영해두면 나중에 법정에서 증거로 쓸 수 있다. 이 점에 착안해 2016년 10월 로디언즈를 차렸다.”


-로디언즈는 어떤 회사인가.


“고객이 의료사고와 부작용 걱정 없이 성형수술을 받게 돕는다. 사진·진료기록 등 의료정보를 고객 대신 보관한다. 의료분쟁을 염두에 두고 수술 전후 환자 상태를 꼼꼼히 기록한다. 고객이 병원에 가기 전 수술할 부위 사진을 촬영해 앱에 등록한다. 수술이 끝나고 난 뒤에도 한 달 동안 3일에 한 번씩 수술 부위 사진을 찍어 올린다. 사진은 의료분쟁이 생길 때 증거 자료로 쓴다. 부작용이 생겼는데 병원 측이 모르는 체 하면 자문 변호사가 나서서 소송을 돕는다. 선임료는 받지 않는다. 대신 고객이 승소하면 성공 보수의 15%를 변호사가 가져간다. 로디언즈에 지급해야 할 돈은 없다. 소송에서 져도 마찬가지다.”

로디언즈 유튜브 캡처

-돈 한 푼 안 내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정보 보관료만 받는다. 수술이 얼마나 위험하느냐에 따라 요금이 다르다. 쌍꺼풀 수술·라식·라섹 등은 1만9000원이다. 코 수술은 3만8000원을 받는다. 부작용 위험이 가장 큰 양악수술이나 전신 지방흡입술 환자에게는 5만7000원을 부과한다. 서비스 이용 기간은 한 달이다. 2개월씩 연장할 수 있다. 추가 요금은 3만8000원이다. 수술 부작용이 몇 달 뒤에 나타날 수도 있어서 신청한다.”


-성형수술만 다루는 이유가 있나.


“진료 분야마다 치료 과정과 환자들이 느끼는 애로사항이 다르다. 예를 들어 치과에 가면 엑스레이를 찍고 나서 어떤 치아를 왜 치료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반면 피부과에 가면 엑스레이는 찍지 않는다. 대신 의사가 피부 상태를 맨눈으로 확인하고 치료법에 대해 말한다. 과목마다 진료 방법과 절차가 다르니 서비스 형태도 바뀌어야 한다. 먼저 성형수술 안심의료 서비스를 완성한 뒤에 다른 과목으로 분야를 넓힐 계획이다.”


-병원과 제휴를 맺고 '안심병원' 인증도 한다고.


“고객이 걱정 없이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 ‘안심병원’ 인증을 한다. 인증 기준은 4가지다. 먼저 수술하는 사람이 전문의여야 한다. 전문의란 의사면허를 따고 진료과목별 자격시험에 합격한 의사를 말한다.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야 전문의 자격을 준다. 또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 수술실에 항상 응급 장비가 있어야 한다. 돈을 아낀다고 응급 장비를 구비하지 않은 병원도 많다. 지금까지 병원 4곳이 인증을 받았다. 15개 병원은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안심병원이 늘어나면 의료사고 확률이 줄어든다. 병원 입장에선 ‘믿을 수 있는 병원’이라는 이미지를 얻는다.”

출처: 로디언즈 제공
로디언즈는 '안심병원' 인증도 한다.

-기억에 남는 분쟁 사례가 있나.


“수술을 예약하고 비용을 미리 낸 환자의 환불 요청을 거부한 병원이 있었다. 마음이 변해서 수술을 취소했으니 돈을 못 돌려주겠다는 거다. 위약금을 무는 것도 아니고 한 푼도 못 돌려받는다면 억울하지 않나. 자문 변호사가 병원 관계자를 만나 대화했다. 변호사가 나서니 병원도 무시하거나 일방적으로 규정만 내세우지 않았다. 설득 끝에 수술비 전액을 돌려받았다.”


-매출은 어느 정도 나오나. 


“월 매출은 2000만~3000만원이다. 하루 홈페이지 방문자 수는 1만명 정도다. 잠재 고객을 회원으로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을 걱정하는 고객은 없나.


“로디언즈가 보유한 개인·의료정보는 함부로 열어볼 수 없다. 대표도 열람이 불가능하다. 소수 관리자만 정보 접근 권한이 있다. 의료사고가 생기는 등 열람이 불가피할 때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누가 정보를 열어봤는지 기록도 남는다. 보안에 신경 쓰고 있는데도 못 믿겠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 이런 고객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올해 말 블록체인 암호화 기능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 개인정보 유출 자체가 불가능하다.”

-애로사항은.


“성형수술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탓에 홍보가 어렵다. 포털에 광고도 할 수 없다. ‘성형수술’이라는 키워드 때문이다. 로디언즈는 무분별한 성형수술을 조장하는 회사가 아니다. 오히려 성형수술 부작용 피해를 줄이려고 애쓰는 회사다. 그런데도 불법 브로커 취급을 받아 아쉽다.”


-자신만의 성공 습관이 있다면.


“꾸준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어떤 문제를 당장 해결하기 어렵다고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나는 고난과 역경이 있어도 그만두지 않는다. 끈기 있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나간다. 꾸준함을 유지하기 위해 체력 관리를 열심히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팔굽혀펴기 100개를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몸이 버텨줘야 일에 매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계획은.


“그동안 반려동물 의료사고를 해결해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2020년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안심의료 서비스를 선보일 생각이다. 나중에는 치과·피부과 등 모든 진료 분야를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누구나 의료사고 걱정 없이 병원을 찾을 수 있는 날까지 노력하겠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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