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철로에 떨어진 시민 목숨 걸고 구한 대학생, 지금은..

조회수 2020. 9. 25. 10: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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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시민을 구했던 대학생, 이제는 소방관이 됐습니다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한 걸음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지하철이 승강장을 향해 빠른 속도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정신을 잃고 철로로 떨어졌다. 한 대학생이 뒤따라 철로로 뛰어들었다. 무작정 내려가서 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열차가 오기 전 남성을 철로 옆 빈공간으로 끌고 갔다. 사건 당시 간호학과 학생이었던 그는 지금 소방관이다. 사고 현장에서 누구보다 먼저 다른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에 간호사를 그만 두고 경력 소방관 공채에 지원했다. ‘2014 올해의 시민영웅상’을 받았던 김규형(32) 소방관이 요즘 무엇을 하고 있는 지 들었다.

김규형 소방관 제공

-자기소개를 간단하게 해달라.


“경기도 남양주소방서 119 구급대 소속 김규형이다. 환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출동한다. 화재 현장에서는 화상 환자나 연기를 마셔서 호흡이 곤란한 환자들을 돕는다.”

MBN 뉴스 방송 캡처
연합뉴스TV 방송 캡처

-2013년 시민을 구한 적 있다고.


“2013년 11월 27일이었다. 경춘선 금곡역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학교 시험 기간이어서 평소보다 학교에 늦게 갔다. 열차가 들어온다는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어떤 40대 남성분이 열차를 타러 뛰어오더라. 경춘선 배차 간격이 20~30분이다. 한번 놓치면 한참 기다려야 한다. 숨이 가쁜지 호흡을 제대로 못 하더라. 현기증이 났는지 갑자기 앞으로 쓰러져서 선로로 떨어졌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와 ‘어떡해’라는 말들이 들렸다. 남성분이 선로에 떨어져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저 멀리 열차가 오는 게 보였다. 급박한 순간이었다. 철로로 뛰어 내려갔다.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무작정 내려갔다. 승강장 아래의 빈 공간으로 남성분을 끌고 들어갔다. 달려오는 열차를 향해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서 열차가 멈췄다. 승강장 아래 공간에서 아저씨를 껴안고 있었다. 그때 정신이 들었는지 발버둥을 치시더라.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하셨는지 무서워서 그런 것 같았다.


‘괜찮다’고 계속 말했다. 열차가 바로 앞까지 와있던 상태였다. 기관사와 눈을 맞추고 열차가 멈춘 것을 확인했다. 사람들과 함께 아저씨를 끌어 올렸다. 머리가 찢어져서 피가 나더라. 역사에 있는 약을 가지고 와 상처 부위를 소독했다. 뇌 손상이 있나 확인도 했다. 이름, 나이, 사는 곳 등을 물어봤다. 다행히 대답을 다 하셨다.


그때 이후 그분과 따로 연락은 안 했다. 금곡역에는 연락하셨다더라. 개인정보라서 번호를 알려주거나 따로 연결을 시켜주진 않은 것 같다. 이 일로 S-OIL이 주최하고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주관한 ‘2014 올해의 시민영웅상’을 받았다.”


-당시 응급처치를 어떻게 알고 했나.


“삼육대학교 간호학과 3학년 재학 중이었다. 학교에서 응급처치를 배웠다. 병원에 실습을 나갈 때였다. 어떻게 응급처치를 하는지 6개월 정도 옆에서 보고 배웠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간호사로 근무했다. 강북삼성병원, 한양대학교구리병원, 개인 병원에서 총 2년 6개월 정도 간호사로 일했다. 정형외과에서 근무했다. 환자 간호 업무뿐 아니라 수술실에서 수술 일을 도왔다.“


-간호사를 하다가 소방관으로 직업을 바꾼 이유는.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일도 보람 있었다. 그러나 금곡역 열차 사건이 계속 생각났다. 그 당시 뿌듯했던 경험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현장에 직접 가서 환자를 구하고 싶었다. 아무래도 병원에서 환자를 케어하는 일은 2차적인 부분이다. 현장에서 1차로 환자를 처치하고 싶었다.”


-간호사와 소방관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소방관은 환자가 발생한 현장에서부터 병원까지 이송하는 과정을 책임진다. 간호사는 환자가 병원에 온 이후부터 치료 과정을 맡는다. 소방관은 사고 현장을 직접 마주한다. 현장의 위험에 맞서야 할 때가 생긴다. 또 두 직업 모두 교대근무를 하지만 간호사의 근무시간은 소방관보다 상대적으로 불규칙하다. 소방관은 팀이 바뀌지 않는 이상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다. 반면 간호사는 한 달에 한 번씩 근무표가 나온다. 어느 정도 의견을 반영해 주지만 달마다 바뀌는 근무가 쉽지 않았다.”

경기도 남양주소방서 제공

-어떻게 소방관이 됐나.


“2018년 8월 간호사 소방공무원 특채 시험에 지원했다. 소방공무원은 3개 부분으로 나눠진다. 화재진압, 구급, 구조대다.


구급대는 대부분 특채로 뽑는다. 응급구조사 1급, 간호사 면허증을 가지고 병원에서 2년 이상 일한 사람들은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구조대도 특채가 있다. 주로 특전사 중에서 뽑는다. 화재 진압은 대부분 공채다.


필기시험은 국어, 영어, 소방학개론으로 총 3과목을 본다. 체력시험은 6종목이다. 제자리멀리뛰기, 악력, 배근력, 유연성, 왕복 오래달리기, 윗몸일으키기 시험을 본다.  

면접은 단체면접과 개별면접이 있다. 적성검사와 신체검사도 한다.


2017년 10월 필기시험을 처음 봤다. 12월 체력시험을 봤다. 2월 초 면접을 보고 한 달 뒤쯤 합격자 발표가 났다. 합격한 후 4개월간 소방학교에서 훈련을 받았다. 소방학교에서는 화재, 구급, 구조 파트 등 소방관이 하는 일들을 다 배운다. 2달은 이론교육, 2달은 현장 실기교육을 받는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나.


“구급대에서 일하면서 급박한 현장을 직접 마주한다. 최근에 차량 전복 사고 현장에 갔다. 운전자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동승자는 의식은 있지만 위급한 상태였다. 구조팀이 먼저 차 안에서 사람을 꺼냈다. 환자가 나오면 처치해서 병원으로 이송한다. 응급차 안에서 병원에 사전 연락을 한다. 현재 환자 상태가 어떤지 설명한다. 그것에 맞게 병원에서 미리 준비한다. 수술을 먼저 할지, 시술을 먼저 할지, 약물은 무엇을 써야 할지 결정하게 하는 중요한 일이다.”

김규형 소방관 제공

-최근 시민을 구한 일 중 기억에 남는 일은.


“얼마 전 시민이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아파트 경비원이셨다. 24시간 당직 근무를 한 상태였다고 했다. 새벽 6시에 퇴근해 집에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말이 어눌하고 걸음걸이도 절뚝였다고 하더라. 뇌출혈 환자들의 초기증상이다. 집도 잘 못 찾았다고 한다. 집에 있던 부인이 신고했다. 도착했을 때 환자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구토를 하고 있었다. 말씀도 못 하는 상태였다.


구급차에 태우고 병원에 연락했다. 의사에게 환자 상태를 설명한 후 의료지도를 받아 주사를 놓았다. 위급한 상태였는데 결과가 좋았다. 뇌출혈은 보통 후유증이 남기 쉬운데 일도 다시 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하시다고 한다. 소방서로 찾아오셔서 고맙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뿌듯했다.


뇌출혈 환자를 잘 케어했다는 이유로 브레인세이버 상을 받았다. ‘브레인세이버' 란 소방청에서 전문적인 응급처치로 급성 뇌졸증, 중증 외상환자 후유장애를 최소화한 구급대원에게 주는 인증 칭호다. 올해 상이 처음 생겼다. 구급대원 중 최초로 받았다.”


-앞으로의 꿈과 목표.


“10월에 결혼한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 또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 요즘 소방관 사고가 잦다. 많은 시민을 구하고 그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싶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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