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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산 고객들이 되레 선물..26살 건대생 사장님이 벌인 일

조회수 2020. 9. 25. 10: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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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구하는 일을 합니다", 졸업 미루고 사회적 기업 설립한 대학생
동아리 활동에서 시작한 소셜벤처 ‘119REO’
매출액의 15%를 중증질환 앓는 소방관에게 기부
사회문제 해결할 수 있는 기업 되고파

건축가를 꿈꿨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대학 동아리에서 진행한 ‘Rescue Each Other 프로젝트’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공상을 인정 받지 못하고 고통받는 소방관들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공상이란 공무상 상해를 뜻한다. 암 같은 중증질환은 공상으로 인정받기가 어렵다. 중증질환이 직무로 인한 것임을 당사자가 직접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2015년 이후 암 판정받은 소방관 24명 중 1명만이 국가로부터 공상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알았다.


소방관 처우를 개선하고자 시작한 프로젝트가 ‘119REO’란 기업으로 성장했다. 폐방화복을 이용해 가방이나 인형 등 패션잡화를 만들어 판매한다. 지금까지 매출액의 15%를 중증질환 앓는 소방관에게 기부했다. 월급을 못받아도 기부액은 더 늘리고 싶다는 119REO 이승우(26) 대표를 만났다.


◇ 건축학도가 창업을 하기까지


- 본인소개를 해달라.


“119REO에서 대표를 맡고 있는 이승우다. 현재 건국대학교 건축학과 4학년 휴학 중이다.”

출처: 이승우 대표 제공
119 REO 이승우 대표.

- 119REO의 뜻을 설명해줄 수 있는가.


“119REO에서 119는 소방소 번호를 따왔다. REO는 Rescue Each Other의 약자로 서로가 서로를 구한다는 뜻이다. 소방관 분들이 우리를 지켜주었듯 우리가 소방관 분들을 지켜주자는 의미다.”


- 창업 계기는 무엇인가. 원래부터 창업에 뜻이 있었는지.


“원래는 창업에 뜻이 없었다. 건축을 전공했고 건설회사에서 인턴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고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가 창업까지 왔다.”


- 창업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달라.


“2017년에 건대 인액터스(비즈니스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동아리) 활동을 했다. 당시 언론에 소방관 처우개선 관련 이슈가 많이 나왔다. 그래서 소방관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함께 소방서에 방문해 소방서엔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물었다. 그런데 생각과는 다르게 크게 불편한 것은 없다고 하시더라. 당시 이슈였던 장비부족 문제에 대해서도 여쭤봤다. 장비도 부족하지 않다 하셨다. 그래도 시작 했으니 무언가 하고 싶었다. 대한민국 재향소방동우회를 찾아갔다. 거기서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었다. 화재현장의 경우 암을 일으킬 수 있는 1급 발암물질들이 발생한다. 소방관들은 유독가스와 맞서 불을 끈다. 그러나 화재현장에서 일하고 암에 걸려도 공무상 상해 인정이 어렵다. 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분도 많다고 들었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동아리 내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돈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거기서 지원을 받아 돈을 마련했다. 200만원 정도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찾다가 ‘방화복’을 떠올렸다. 방화복은 3년이 지나면 법적으로 폐기해야 한다. 그래서 폐방화복을 되살려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방화복을 업사이클링한 제품들을 만들고 판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1년 뒤에 첫 기부금을 전달했다. 기부금을 전달 드리고 회계처리를 하다보니 새로운 제품을 더 내보고 싶었다. 기부금도 한번 더 전달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더 진행했다. 사실 1년만 하고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


이 일을 지속적으로 해보고 싶었다. 대학 동아리 안에 있으면 한계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창업이라는 형태를 가지고 나왔다. 사회적 기업을 만들면 좀 더 지속적이고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119REO가 탄생했다.”

출처: jobsN
119REO 사무실 내부.

◇ Rescue Each Other, 서로가 서로를 구하는 곳


- 하는 일들을 소개해달라.


“주력하고 있는 건 폐방화복을 업사이클링 해 제품을 만드는 일이다. 제품을 만들어 스토어를 통해 팔아 기부금을 마련한다. 매출액 전체를 봤을 땐 약 15%다. 연 2회 전시회도 진행한다. 전시회를 꾸리다보니 소방현장에 대한 사진들이 필요하겠다 싶었다. 그래서 소방관 현장 사진 공모전도 진행했다. 또 소방관 분들이 어디 가서 자기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곳이 많지 않다고 느꼈다. 그래서 소방관 분들과 함께하는 토크쇼도 기획했다.”


- 현재 매출은 어떻게 되나.


“매출은 크지 않다. 그렇지만 작년 대비 올해 성장을 많이 한 편이다. 작년매출이 1000만원이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매출만 5000만원 정도다. 하반기까지 해서 1억~1억 5000만원 정도 나올 것 같다. 업사이클링은 재료비는 안 들어가지만 재료를 가공하는 인건비가 많이 들어간다. 자활센터 근로자들과도 협업하고 있다. 자활센터는 근로 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이 빈곤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다. 자활근로자 분들 인건비 드리고 세금을 내면 남는 돈이 거의 없다. 119REO 팀원들이 받는 월급은 없다고 봐야 한다. 아직까진 월급을 가져가기 보단 기부금을 좀 더 전달하자는 생각을 한다. 회사를 더 키운 뒤 기부금도 키우고 월급도 제대로 받으려고 한다.”


-수익은 주로 어디서 얻나.


“주로 네이버 스토어를 통해 판매한 제품들로 매출을 얻고 있다. 네이버 스토어뿐만 아니라 1300K에도 우리 제품이 입점해있다. 그리고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도 운영하고 있다.”

출처: 119REO 네이버 스토어 캡처
119REO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

-제품 제작과정을 자세히 설명해달라.


“먼저 소방서에서 폐방화복을 받아온 다음 디자인 작업을 진행한다. 디자인은 직접 한다. 디자인을 끝내면 방화복들을 지역자활근로센터에 넘긴다. 그곳에서 방화복들이 분해해 봉제하는 곳으로 넘긴다. 완성품 가방이 우리에게 넘어온다. 그러면 우리가 다시 그걸 포장해 소비자 분들에게 전달한다.”


◇ 고객들이 직접 먹을 것 보내 응원해주기도


- 고객들 리뷰에 일일이 답글을 달더라. 기억에 남는 리뷰나 손님이 있다면.


“소방관 분들이 남겨주신 리뷰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현직에 계신 분들이 직접 구매를 하고 암 투병 하는 소방관들을 도와줘서 고맙다고 한다. 직접적으로 연락이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최근엔 어떤 구매자께서 갑자기 사무실로 비타민 음료를 보내주셨다. 우릴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구나라는 생각에 힘을 얻었다. 며칠 전에도 구매자 분께서 우리 제품이 너무 좋다며 사무실에 빵을 사다 주셨다. 일반 기업을 운영할 땐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을 하는 것 같아 좋다.”


- 가장 감동적이거나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지.


“고객 분들에 대한 감동도 있지만 기부금을 드린 소방관 분들한테서 감동을 많이 받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두 번째로 기부금을 전달해드린 장호건 소방관님이다. 장 소방관님은 10년 동안 소방관 일을 하셨다. 그러나 몇 년 전 백혈병 진단을 받으셨다. 공무상 상해 인정을 받지 못해 퇴사 해 치료를 받으셨다. 장 소방관님은 급성 골수 백혈병이 소방업무에서 기인했다는 걸 인정받기 위해 소송을 하셨다. 그리고 2018년 11월30일에 승소했다. 그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 많은 분들의 노력이 있었지만 조금이나마 거기에 도움을 드릴 수 있었다는 게 뿌듯했다. 현재 장 소방관님은 복직 후 병가를 내신 상태다. 건강이 많이 좋아지셨다.”

출처: jobsN
119REO 사무실에 있는 방화복.

◇ 개발도상국에 방화복 제공하는 소셜벤처로 성장하고파


-운영에 있어 어려움은 없는지.


“어려움은 당연히 있다. 모든 게 어렵다. 모든 회사들이 갖고 있는 매출에 대한 고민도 있고 인력관리에 대한 고민도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고민은 ‘정말 119REO로 인해 사회가 많이 변할 수 있을까’다. 또 사람들이 나중에 회사가 성장한 다음 ‘패션기업 119REO’가 아닌 ‘소방관들을 위한 기업’이라고 생각해 줄 것인가도 고민이다. 현재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119REO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소방관이 우리를 구해줬듯 우리도 소방관을 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119REO가 가진 그런 의미들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현재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소방관 공상 불승인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싶다. 더 나아가 개발도상국에 방화복을 공급하는 글로벌 소셜벤처로 성장하고 싶다. 현재 소방관 방화복이 있는 나라는 20여개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도 2001년 홍제동 화재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진 우비를 입고 화재진압을 했다. 아직도 우비를 입고 불을 끄는 소방관들이 해외에 많다. 폐방화복 업사이클링을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개발도상국들에게 방화복을 공급하는 글로벌 소셜 벤처로 성장하고 싶다.”


글 jobsN 장유하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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