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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한복판에 '태극기 꽂은' 30대 한국인에 전세계가 주목

조회수 2020. 9. 25. 11: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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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인공지능으로 뉴욕 증권거래소에 태극기 걸었습니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김형식 대표
국내 최초 AI ETF 뉴욕증시 상장
임직원 30명에 기업가치 1000억원

뉴욕증권거래소에선 매일 증시 마감을 알리는 종 ‘클로징 벨’이 울린다. 주로 뉴욕증권거래소 클로징 벨은 그날 거래소에 상장한 기업 임원이나 미국에 방문한 해외 국빈이 친다. 7월11일(현지시각) 전 세계 증권시장의 중심지에서 증시 마감 벨을 울린 한국인이 있었다. 바로 지난 5월 뉴욕증권거래소에 AI ETF를 상장시킨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김형식(39) 대표다. 

출처: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제공
클로징 벨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는 김형식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대표와 임직원들, 뉴욕증권거래소 외벽에 걸린 태극기와 크래프트사의 현수막.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는 국내 인공지능(AI) 금융 스타트업이다. 5월21일 국내 최초로 ‘AI 상장지수펀드(ETF)’ 2종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시키는데 성공했다. 뉴욕증권거래소 건물 밖에는 태극기와 함께 크래프트 사를 소개하는 현수막도 걸렸다. 원칙대로라면 상장 당일 타종행사를 벌여야 한다. 그러나 클로징 벨 이벤트에 참여하려는 기업들의 예약이 가득해 2개월 후에야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직원 수 30명에 기업가치 1000억원 평가받아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는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나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김형식 대표가 2016년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하나은행·기업은행·BNK금융그룹 등 국내 주요 금융사 5곳에 로보어드바이저와 AI펀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란 컴퓨터 알고리즘이 개인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맞춤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올해 5월 AI만을 활용해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미국 거래소에 상장했다. 크래프트 임직원은 약 30명. 지난 4월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는 기업은행·IBK캐피탈 등이 있는 델타AI유니콘투자조합으로부터 110억원 규모 투자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1000억원이었다.


이름도 생소한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는 직원 30명 정도의 회사다. 기업은행·IBK캐피탈·하나금융투자 등 유수 금융회사 투자조합이 눈여겨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형식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대표는 “30명 정도 규모의 회사에서 AI 시스템으로 10조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성수동 본사에서 김형식(김) 대표와 권혁환(권·31)·문효준(문·22) 이사를 만났다.

출처: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제공
왼쪽부터 기획재정부 뉴욕재경관 김성욱국장, 더글러스 요네스 NYSE ETF 헤드, 김형식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대표가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의 AI ETF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축하하고 있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를 창업하기 전 어떤 일을 했나.


(김)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했다. 졸업 후 창신소프트에서 병역 특례를 했다. 창신소프트는 자동번역 시스템 개발업체다. 이곳에서 해외 외환 투자 뉴스를 많이 접했다.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주식투자인 알고리즘 트레이딩(Algorithmic Trading) 분야에 뛰어들었다. 2000년부터 창업하기 전까지 알고리즘·시스템 트레이딩을 했다.”


-개인 투자자로 활동한 건가. 수입은 얼마 정도였나.


(김) “동기나 선후배와 함께 시스템을 설계하기도 했고 혼자서도 했다. 주식투자는 결과가 명확하다. 돈을 벌거나 잃거나 둘 중 하나다. 이 점이 좋았다. 회사를 창업하기 전까지 약 10년간 투자해 50억원 자금을 모았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수익이 났다. 그런데 2012년 이후로는 어려워졌다. 시장이 계속 변하면서 기존 알고리즘대로 수익을 낼 수 없었다. 골드만삭스·JP모건 등 세계적 금융회사에선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갔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도태당할 수 있다고 느꼈다. 금융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기술 개발에 뜻이 있는 사람들을 모았다.”


-많은 돈을 투자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클 텐데. 어떻게 해소하나.


(김) “10년째 주화·옛날 증권 등을 수집해왔다. 1929년 대공황 시절 골드만삭스에 큰 타격을 안겨준 골드만삭스자산운용사 블루릿지가 발행한 증권 원본을 갖고 있다. 폰지사기 원조 격인 스웨덴 성냥왕 크루거가 발행한 채권과 쿠폰 원본도 있다. 독일 인플레이션 시기 수백만 마르크의 주화도 모았다. 옛날 금화류가 가격이 조금 나가는 편이다. 나머지는 저렴하다. 난 일반 금융맨처럼 돈 자체에 투자하는 사람이 아니다. 시스템을 개발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평소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진 않는다.”

출처: 김형식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대표 제공
김형식 대표가 모아왔던 주화·채권·주식증서 등. 김 대표는 "금융시장의 역사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말했다.

◇네이버·스마일게이트 퇴사한 직원이 향한 스타트업


-옛날 화폐나 증권 수집이 취미라니. 마니아처럼 느껴진다.


(김) “금융업의 특성은 정말 하고 싶은 사람들이 온다는 것이다. 적당한 기분으로 이 일에 뛰어드는 사람은 없다. 우리 회사는 ‘덕후’들의 집합체다. 문효준 AI 리서치 개발 팀장을 예로 들면, 중학생 때부터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가졌다. 내가 20대에 머니투데이에 기고한 주식 투자 칼럼을 보고 이메일을 보내면서 인연을 맺었다. 두번째 이유는 성과나 보상이 확실하단 점이다. 직원들이 발휘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최대한 반영해 스톡옵션이나 연봉 등을 산정한다. 마지막으로는 창업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인재에 대한 기준을 낮춘 적이 없다. 엄격한 기준을 갖고 인력을 구성하기 때문에 최고의 사람들이 모았다고 자신한다.’


-권혁환 이사는 과거 케이원투자자문사와 스마일게이트·네이버에서 일했다. 이 같은 기업을 나와 스타트업에 합류한 이유는 무엇인가.


(권) “이전 직장에선 사업PM과 개발PM등의 업무를 맡았다. 국내엔 금융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문 AI 회사가 없다고 생각했다. 시기적으로 분명 딥러닝 기술이 크게 성장할 타이밍이었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는 설립 이래 영업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그 정도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곳이었다. 몸집을 빠르게 키우기보다 내실 있는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그 모습에 믿음이 가 작년 하반기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에 합류했다.”

출처: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제공
구성원들은 언제든 원탁에 둘러앉아 업무 회의를 나눈다. 가장 관심있는 주제는 금융. 일과 취미생활을 구별하지 않는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만의 기업문화다.

-창업 첫해부터 영업 흑자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김) “창업 초기부터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전략만 세웠다. 처음부터 B2B 전략을 취했다. 금융시장에서 일반 고객을 모으기란 쉽지 않다. 대형 IT 기업을 예로 들어보자. 토스는 무료송금 및 무료신용 조회 등의 서비스에 투자해 많은 사용자를 끌어모았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이라는 수천만 유저 규모의 플랫폼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이 회사들은 보유하고 있는 사용자가 큰 자산이다. 별도의 마케팅·영업 없이 이 사용자를 기반으로 예금·펀드 등의 금융상품을 유통하는 주요 채널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김) “반면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는 마케팅 노하우가 없는 데다 소비자를 끌어들일만한 요인도 부족하다. 대신 기술 개발이라는 본질에 집중했다. AI로보어드바이저 솔루션·AI주문집행·AI리스크관리 시스템 등의 서비스를 개발해 은행과 자산운용사·보험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현재 하나·신한·기업·부산·경남은행이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전체 누적 운용 금액은 1조원 정도다. 국내 시장 점유율이 70~80%다.”


◇세계 최초 딥러닝 기반 AI ETF 상품 출시

출처: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제공
지난 2분기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QRFT 펀드(왼쪽)와 AMOM 펀드(오른쪽)의 성과.

-지난 5월 AI ETF 2종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켰다.


(김) “AI ETF는 AI가 운용하는 ETF다. ETF는 상장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펀드를 말한다. 미국 증권거래소 AI ETF 상장 건수는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를 포함해 5개 정도다. 딥러닝 시스템을 적용한 AI ETF는 우리가 세계 최초다. 우리가 내놓은 QRFT, AMOM 펀드 2종은 사람이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100% 딥러닝 시스템에 의해서만 운용한다. S&P500 지수보다 더 큰 수익률을 보이기 위해 설계했다. S&P500지수(Standard & Poor’s Index)는 공업·서비스·금융 업종 500개의 주가를 기준으로 산출하는 지수다.”


(김) “QRFT는 펙터 로테이션을 구현한 상품이다. 펙터 로테이션이란 시장에 변수가 있을 때 해당 상품의 성과를 예측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통화 발행을 늘리는 시기에는 가치주(현재 성장 속도가 느리더라도 주식 가격이 현재 기업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 수익률이 높아진다. 규모를 키우고 확장하는 시기엔 성장주(현재와 미래에도 성장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의 주식)가 잘 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전반적인 예측 알고리즘으로 설계한 게 QRFT다.”


(김) “AMOM은 모멘텀을 보다 정교하게 측정하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모멘텀이란 주식의 과거 일정 시점 가격과 현재 가격을 비교해 현재 가격이 상승세인지 하락세인지 파악해 주식을 거래하는 방법이다. 즉 현재 종가와 전 기간의 종가를 파악해 투자를 판단한다. 시장의 유동성이 많은 시기엔 모멘텀 투자의 수익률이 높다. 8월15일 기준으로 QRFT는 S&P500지수를 2.69%p, AMOM은 4.16%p 앞서고 있다.”


◇”시장 이겨보고 싶은 게 목표···완전히 새로운 판 짤 것”

-세계 최초의 기술이라 자부할 정도로 강력한 기술력을 보유했다. 어떤 과정을 통해 딥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했나.


(문) “수많은 논문을 읽었다. 우리 나름대로 보유한 경험도 중요했다. 주식시장같이 변화가 심한 데이터는 한번 알고리즘을 설계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주기적으로 학습을 시켜야 한다. 1980~2005년 데이터를 갖고 딥러닝을 시켰다. 학습할수록 어떤 변수가 좋을지에 대한 예측을 잘 해 수익률이 높아졌다. 이후에도 수개월 동안 실제 트레이딩을 해보면서 좋은 수익률이 나오는 것을 검증했다.”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


(문) “돈을 벌고 싶다기보단 시장을 이기고 싶다.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다. 크래프트 직원들은 퇴근 시간이 지나도 집에 안 간다. 이유를 물어보면 ‘어차피 집에 가서 투자종목 보고 알고리즘 짤텐데 왜 가냐’고 한다. 정말 이 일이 좋아서 평생하고 싶단 목표로 모인 사람들이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의 저력을 입증하고 싶다. 우리만의 기업 문화와 일하는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꼭 보여줄 생각이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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