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는 돈이다' 말 듣고 자란 고물상 아들은 이렇게 됐습니다

조회수 2020. 9. 25. 11: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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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중고 컴퓨터 새로 만들어 1년에 90억 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1년에 중고 컴퓨터 400만대가 시장에 나옵니다. 물론 수명을 다한 제품도 있죠.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의 손길을 거치면 새제품처럼 쓸 수 있습니다.
출처: 리맨 제공
구자덕 대표.

리맨은 2008년 문을 연 중고 컴퓨터 재제조(remanufacturing) 업체다. 재제조란 중고 제품을 분해·청소·검사·재조립 등을 거쳐 신제품과 비슷한 성능을 내게 만드는 것이다. 리맨은 버려지는 중고 컴퓨터를 손봐 1년에 90억원을 번다. 동시에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공익활동에 쓰고 고용 확대를 위해 재투자하는 사회적 기업이기도 하다. 구자덕(51) 대표의 목표는 10년 안에 연 매출 1000억원을 내는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력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고물상 아들이다. 아버지가 늘 ‘쓰레기도 돈’이라고 말했다. 자연히 어렸을 때부터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 졸업 후 의류회사 대현에서 마케팅 업무를 했다. 2년 정도 직장에 다니다 1999년 컴퓨터 임대 업체 이렌컴을 친구와 공동 창업했다. 평일에는 사업가로, 주말에는 환경운동가로 활동했다. 돈도 벌면서 세상을 이롭게 만들 수는 없을까 고민했다. 2008년 리맨을 차렸다.” 

-리맨은 어떤 회사인가.

“산업화 이후 사람들은 소비를 미덕으로 여겼다. 필요 없는 물건도 무분별하게 만들고 쉽게 버렸다. 쓰레기가 해마다 늘었다. 이런 풍토가 달라져야 한다고 봤다. 8kg짜리 컴퓨터를 만드는 데 1톤이 넘는 물이 필요하다. 컴퓨터엔 반도체가 들어간다. 반도체를 만들 때 많은 물·전기·화석연료를 사용한다. 당연히 환경에도 안 좋다. 중고 컴퓨터를 새제품처럼 만들면 버려지는 컴퓨터를 줄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창업을 결심했다.

출처: 리맨 제공
2017년 구 대표는 국무총리 표창도 받았다.

우리는 중고 컴퓨터·스마트폰·CCTV를 매입해 재제조한 뒤 판매한다. 단순히 남이 쓰던 제품을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게 아니다. 특허를 낸 기술로 기존 데이터를 완전히 삭제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또 우리나라 최초로 마이크로소프트와 공인 리퍼비시(refurbish·새로 꾸미다) 파트너십을 맺고 정품 윈도(Windows)와 엑셀·파워포인트 등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중고 컴퓨터를 재제조할 때 윈도 최신 버전을 설치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땄다.


제품가격은 데스크톱의 경우 신제품의 절반 수준이다. 노트북은 새제품의 60% 정도다. 정품 윈도 등 소프트웨어 가격이 10만~15만원이다. 리맨 중고 컴퓨터 가격은 15만~20만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저렴한 가격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덕분에 소비자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컴퓨터를 살 수 있다. 또 바이러스나 해킹 걱정 없이 제품을 이용할 수 있다.”


-중고 컴퓨터 재제조 과정이 궁금하다.


“먼저 중고 컴퓨터를 재제조할 수 있는지 검사한다. 컴퓨터가 심하게 망가졌으면 재제조를 할 수 없다. 가능하다면 메모리·하드디스크 등 핵심 부품을 분해해 성능을 테스트한다. 망가진 부품이 있으면 고치거나 새로운 것으로 바꾼다. 그러고 나서 윈도를 설치해 컴퓨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해 내보낸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성능을 모두 개선해서 판다.”


-주요 고객은 누구인가.


“크게 두 부류다. 우리에게 안 쓰는 컴퓨터를 파는 대기업·공공기관 등 기업 고객이 있다. 또 재제조한 컴퓨터를 사는 개인·기업 고객이 있다. 재제조 컴퓨터를 사는 분들은 대부분 최신 컴퓨터가 필요 없는 개인이나 소상공인이다. 인터넷 검색이나 문서 작업만 한다면 굳이 비싼 돈 주고 새 컴퓨터를 살 필요가 없다. 그래서 리맨 제품을 찾는다. 또 중고 컴퓨터를 파는 소매상도 우리 고객이다.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중고 컴퓨터 10대 가운데 6대 이상은 리맨이 부품 일부라도 공급한 제품이다.”

리맨 제공

-기부한 컴퓨터도 많다고.


“다양한 기업, 공공기관과 제휴를 맺고 국내·외 취약계층에 컴퓨터를 기증했다. 지금까지 6만5000여대를 기부했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자신이 쓰던 컴퓨터를 기부하고 싶다고 하면 우리가 재제조해서 취약계층을 돕는 비영리단체에 보낸다. 국내 취약계층뿐 아니라 탄자니아·인도네시아·베트남 등 해외에도 기증했다.”


-매출은 얼마나 나오나.


“2018년 매출은 83억원이었다. 올해 목표는 98억원이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늘면서 컴퓨터 수요가 줄고 있지 않나.


“컴퓨터 평균 사용 시간이 줄고 있다. 또 기술 발달로 컴퓨터 교체 주기도 길어졌다. 컴퓨터 시장 규모는 갈수록 작아질 거라고 본다. 그래서 CCTV·태블릿 PC·스마트폰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로 제품군을 늘리고 있다. 시장에 나오는 중고 컴퓨터 가운데 60%가 해외 시장에 팔린다. 오직 10%만 재제조 과정을 거쳐 다시 고객에게 돌아간다. 전체 컴퓨터 시장은 줄어들겠지만, 당분간 재제조 컴퓨터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거라고 본다.”

리맨 제공

-사업을 하면서 겪는 애로사항은.


“10년 전에는 재제조 개념이 생소했다. 제품의 품질을 믿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남이 쓰던 컴퓨터인데 사봐야 얼마나 오래 쓰겠냐고 본 것이다.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기술 개발과 품질 관리에 신경 썼다. 소비자의 믿음을 얻으려면 결과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예전보다 재제조 산업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또 재제조 컴퓨터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도 많아졌다. 여전히 남아 있는 편견을 깨는 게 과제다.”


-사후 관리도 받을 수 있나.


“고객이 수리가 필요하다고 연락하면 이틀 안으로 방문해 제품을 수거한다. 회사에서 제품을 받아 3일 안에 고쳐서 다시 보낸다. 1주일 정도면 수리가 끝난다. 그런데 하드웨어 불량으로 사후 관리를 신청하는 고객은 드물다. 대부분 소프트웨어 문제로 수리를 요청한다. 구조적으로 윈도는 오래 쓰면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서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이나 액티브 엑스 등을 설치하지 않나. 그러면 여러 소프트웨어가 서로 충돌한다. 이런 소프트웨어 불량도 수리가 가능하다. 우리는 유선·온라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원격 조작 프로그램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수리도 할 수 있다. 일반 제품 보증 기간은 6개월, 기증한 컴퓨터는 1년이다. 보증 기간에는 무상으로 수리한다. 그 이후엔 부품값과 경비를 받는다. 비용은 일반 컴퓨터 제조사 서비스센터의 20~40% 수준이다. 재생 부품을 써서 수리비도 저렴하다.”

-앞으로 계획은.


“2년 전 베트남에 진출했다. 여러 대기업과 중견 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해 활발하게 사업 중이다. 이들은 데이터 삭제 등 보안 서비스에 관한 수요가 있다. 그런데 마땅한 현지 파트너가 없었다. 가장 먼저 베트남에 진출한 이유다. 앞으로 아시아 전체로 서비스 지역을 넓힐 예정이다. 창립 20주년인 2028년에는 연 매출 1000억원을 내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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