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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증시가 부진하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등 글로벌 환경도 불안해지면서 노후 대비를 위한 자산 운용 상품인 TDF(타깃데이트펀드)에 꾸준히 자금이 모이고 있다. TDF는 투자자의 예상 은퇴 시기를 '목표 시점(타깃데이트)'으로 삼아 해당 시점에 투자자가 예상하는 은퇴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운용사가 알아서 돈을 굴려주는 펀드다. 생애주기(라이프사이클) 펀드라고도 부른다. 처음엔 주식 등 고위험 상품 비중이 높다가 은퇴가 가까워 올수록 채권 등 안정적인 자산 비중을 높인다. 국내에 처음 등장한 지 3년여 만에 TDF 시장은 1조6000억원대로 성장했다.

한화자산운용에서 TDF 운용 및 전략 개발 업무를 지휘하고 있는 강대진(47) 글로벌자산배분팀장은 포항공대 수학과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친 후 2000년 자산운용사에 취업했다. 이후 퀀트(수학과 통계 기반의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투자금을 운용하는 것)를 활용하며 펀드 매니저로서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강 팀장이 현재 운용하고 있는 ‘한화 Lifeplus TDF’는 상품에 따라 연초 이후 수익률이 11~17%에 달할 정도로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8월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강 팀장을 만나 TDF와 펀드 매니저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TDF란 무엇입니까?
“TDF는 간단히 말해 ‘생애 주기별 맞춤 분산투자’를 운용사가 알아서 해주는 펀드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40살인 직장인이 60살 정년퇴임 시점에 맞춰 20년짜리 TDF상품에 가입하면 운용사가 투자금을 알아서 국내외 주식이나 채권 등 다양한 투자 자산을 활용해 굴려주는 것입니다.

보통 고객의 나이가 젊을 때는 고위험·고수익 상품인 주식 투자의 비중을 늘리고, 은퇴가 다가올수록 수익은 적지만 안정적인 채권 등 안전자산의 투자 비중을 늘립니다. 금융업계에는 ‘100에서 자기 나이를 뺀 비중만큼 주식에 투자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적절하게 실천하고 있는 게 TDF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고객의 은퇴 시점이 다가오는 것에 따라 투자처를 변화시키는 펀드군요.

“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보통 ‘자산 배분’은 횡적인 투자 분산을 의미했습니다. 바로 지금, 현재의 유망한 투자 자산을 찾아 분산 투자를 했던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어떤 투자 자산이 수익률이 높은가’를 분석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펀드 매니저의 업무였습니다. 하지만 4~5년전에 TDF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지금은 생애주기를 감안한 자산 배분이 가능해졌습니다.

고객의 은퇴 시점이 다가오는 것에 따라 시간의 흐름에 맞춰 투자 자산을 쏠림 현상 없이 균형있게 분산시키는 것입니다. 고객들은 매번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신경 쓸 필요없이 돈을 맡겨만 놓으면 펀드 매니저들이 오랜 기간 동안 알아서 굴려주기 때문에 매우 편리한 펀드입니다. 반대로 펀드 매니저 입장에서는 매우 신경 쓸 것이 많은 어려운 펀드이고요.”

-한화 Lifeplus TDF의 수익률은 어느 정도입니까.

“은퇴 시점에 따라 2020년, 2025년, 2030년, 2035년, 2040년, 2045년 등 총 6개 TDF를 운영 중이며, 총 자산 규모는 445억원 정도입니다. 아무래도 은퇴시점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분들이 가입하시는 2045년 TDF가 연초 수익률이 17.76%로 가장 높고, 은퇴시점이 내년인 2020년 TDF가 안전자산 비중이 높기 때문에 수익률이 11.72%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현재 국내에선 10개 자산 운용사가 TDF를 운용하고 있는데 저희 수익률은 이 중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TDF 펀드 매니저들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흔히 많은 분들이 금융계 종사자라고 하면 한 손에는 햄버거, 다른 손에는 전화기를 들고 정신없이 일하는 사람을 떠올리시는데요. 그건 트레이더(중개인)들의 모습이고, 펀드 매니저가 일하는 모습은 아니에요. 펀드 매니저들은 자기가 관리하는 펀드가 잘 관리되고 있는지 금융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는 게 주 업무입니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펀드를 개발하는 것 역시 펀드 매니저가 하는 일이고요.

TDF 펀드 매니저들은 글로벌 금융 시장의 흐름을 잘 캐치하는 게 특히 중요합니다. 지금 금융 시장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앞날을 예측해 투자 자산을 변경해야하니까요. 따라서 무엇보다 판단력이 TDF 펀드 매니저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능력입니다.”

-TDF는 장기 투자가 많은데 TDF를 관리하는 펀드 매니저가 이직을 한다면 문제가 생기진 않나요?
“TDF는 펀드 매니저 한 사람의 역량으로 굴러가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팀원이 함께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운용에 깊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펀드 매니저 한 사람이 이직한다고 전반적인 시스템이 변경되는 일은 없습니다.  

또 ‘다양한 투자자산 배분’이라는 TDF의 특성상 TDF 펀드 매니저들은 국내주식팀, 해외채권팀 등 회사 내 다른 부서로부터 해당 자산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투자전망을 받아 이를 종합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직에 따른 리스크나 변동성이 크지 않은 편입니다.”

-팀장으로서 팀을 이끄는 원칙이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팀원 개개인에게 알맞은 역할을 주고 업무를 적절히 분담하는 게 리더가 해야할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일방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의견을 잘 경청하고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죠. 저희 팀원 모두 굉장히 뛰어난 펀드 매니저들이기 때문에, 저는 이들에게 일정부분 자율권을 주면서 역량을 잘 펼칠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퀀트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데 퀀트를 활용한 펀드 관리란 무엇인가요?
“통계와 수학 분석을 바탕으로 펀드가 담고 있는 여러 투자 자산의 비중을 결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야구 감독이 1번 타자부터 9번 타자까지 타순을 짠다고 생각해보세요. 타자마다 타율, 홈런, 안타, 삼진, 장타율, 특정 투수에 대한 성적 등 다양한 데이터가 존재합니다. 감독은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서 타자의 출전 여부와 타순을 결정하죠.

퀀트를 활용한 펀드 관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주식 시장의 데이터, 해외 주식시장의 데이터, 환시장의 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펀드가 담고 있는 여러 투자 자산의 비중을 정하는 것입니다. 물론 퀀트를 활용한다고 해서 펀드 매니저들이 데이터에 100%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은 아니고, 정성적인 분석을 더해 종합적인 관리를 합니다.”

-대학 시절 펀드 매니저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제가 대학을 졸업할 때쯤 IMF사태가 터졌어요. 수학과를 나온 사람들의 취업문이 굉장히 좁았죠. 삼성 SDS·LG CNS 같은 시스템 개발업체 말고는 수학과 출신을 뽑는 회사가 거의 없어 저도 ‘시스템 개발업체에 취업해야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학교에 붙은 펀드 매니저 모집 공고를 발견했고, 지원했는데 운 좋게 입사할 수 있었죠.

처음에는 금융 시장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아 열심히 공부하면서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어요. CFA(국제재무분석가) 시험 공부를 하면서 경제나 기업 분석 등 부족한 부분을 메웠습니다.”

-펀드매니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최근 금융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학문이 ‘행동 재무학’입니다. 사람의 심리 분석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행동에 따라 금융 시장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가’를 분석하는 학문이에요. 금융 시장도 결국엔 사람들의 행동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고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문 자격증을 따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편협된 시각을 갖지 않고 사람과 사회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글 jobsN 이준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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