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1장에 15억, 라면 먹고 40억..열심히 일하면 뭐해요?

조회수 2020. 9. 25. 11: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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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가상화폐·인플루언서..쉽게 돈 번 사람들 소식에 상대적 박탈감 느낀다고요?

최근 6세 아이가 유튜브 채널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많은 네티즌은 유튜버가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다수 사람들은 돈이란 힘든 노동을 통해서만 벌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반면 일부 유튜버들은 제품 리뷰를 올리거나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 음식을 먹으며 큰 수입을 올린다. 일반적인 노동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일’로는 인정하기 어려운 범주다. 음식을 먹고 상품을 소비하는 것만으로 평범한 직장인보다 훨씬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

. /유튜브 보람튜브 채널 캡처

이처럼 최근에는 ‘노동’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산업환경과 자본시장이 급변하면서 일반적인 노동의 개념과는 다른 방식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회사에 출퇴근해 월급 받는 직장인들은 이들이 훨씬 쉽게 많은 수익을 올린다고 느낀다. 이들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호소하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6살 꼬마 유튜버에 국민청원 게시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형 유튜브 규제 및 유튜버 ‘**튜브’ 제재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7월24일 올라왔다. 청원인은 “‘보람튜브’라는 어린이와 그 부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논란이 됐다”고 했다. “보람튜브는 많은 문제가 있는 채널”이라고 주장했다. 국제구호개발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이 2017년 9월 보람튜브를 비롯해 몇몇 아동 채널 운영자를 아동학대로 고발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영상은 보람 양이 아빠 지갑에서 돈을 훔치는 내용이나 차들이 다니는 도로 위에서 촬영한 것이었다. 논란에 휩싸이자 보람튜브는 해당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자료 국민청원 게시판

또 청원인은 “아동학대 콘텐츠를 양산하는 이 채널이 한 달에 40억원 버는 것이 과연 ‘공정’하고 ‘정의’롭다고 생각하나”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대한민국 평범한 서민들의 심정은 어떻겠냐”라고 묻곤 “어마어마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마무리 지었다. 이 게시글은 8월7일 오후 3시 기준 824명의 지지를 받고 있다.


◇암호화폐 열풍 불땐 “비트코인 때문에 우울하다”


2018년 초 ‘비트코인 블루(비트코인 우울증)’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회사 동료가 가상화폐에 투자해 몇십억원을 벌고 바로 퇴사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던 때였다. 암호화폐(가상화폐)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는 얘기를 접하면 소외된 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뜻이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프로그램은 작년 1월8일 ‘신(新) 쩐의 전쟁-비트코인’을 방영했다. 당시 한국 사회를 휩쓸고 있는 가상화폐 열풍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다. 방송에는 초기 투자금 8만원을 갖고 280억원을 번 23살 청년이 등장했다. 2000만원을 방송에서 바로 현금화하는 모습도 담았다. 제작진과 인터뷰하는 2시간 동안 그의 자산은 30억원 증가했다. 방송이 끝난 후 시청자들은 “근로의욕이 떨어졌다”, “힘들게 일하면 뭐하나 싶다” 등 허탈하다고 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비트코인을 규제해달라는 글이 폭주했다. 

. /2018년 1월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신(新) 쩐의 전쟁-비트코인’편 캡처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창수 교수팀은 가상화폐 열풍이 한창이던 2017년 1월 가상화폐에 투자하지 않은 2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4명 중 1명은 상대적 박탈감이나 우울증을 호소했다. 자신이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해 돈을 잃거나 딴 게 아닌데도 다른 사람이 수익을 벌어들인 것에 박탈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게시물 하나 올리면 ‘15억원’의 수입


영국 소셜 마케팅 업체 호퍼HQ는 ‘인스타그램 부자 리스트 2019’를 7월25일 발표했다. 인스타그램은 이미지를 공유하는 소셜미디어다. 전 세계 수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 인사들은 인스타그램에 사진 한 장을 올리고 막대한 광고료를 받는다. 인스타그램을 수익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 유명 인사로는 카일리 제너, 킴 카다시안, 호날두 등이 있다.

카일리 제너(@kyliejenner) 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 퀸으로 불리는 카일리 제너(21)는 2019년 가장 돈을 많이 벌어들인 유명인이다. 그녀는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8 자수성가한 최연소 억만장자’ 순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카일리 제너는 게시물 한 건당 126만6000달러(약 15억원)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스타그램에는 자신의 셀카와 가족들의 사진이 주로 올라온다. 자신이 사업하고 있는 화장품 브랜드에 대한 홍보 게시물도 있다. 약 1억4000만명의 팔로워가 그녀의 일상을 지켜본다.


수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만큼 영향력도 거대하다. 카일리 제너가 2018년 2월22일 올린 트위터 한 줄에 1조원 넘는 시가총액을 날린 기업도 있었다. 카일리 제너는 자신의 트위터에 “사람들이 더 이상 스탭챗 안 쓰는 건가? 나만 쓰나? 이건 좀 슬픈데”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7만번 넘게 공유됐고 35만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다. 유명인의 한마디를 보고 스냅챗을 삭제하거나 탈퇴하는 사람이 속출했다.

출처: 카일리 제너(@kyliejenner) 인스타그램·트위터, 더 버지(The Verge) 캡처
카일리의 트위터에 스냅챗의 주가가 폭락한 모습.

그날 스냅챗의 시가총액은 227억8000만달러(약 24조5682억원)에서 214억5000만달러(약 23조1338억원)로 떨어졌다. 13억3000만달러(약 1조4344억원)가 하루 사이 사라진 것이다. 로이터, CNBC 등 주요 외신은 카일리 제너가 스냅챗의 시총을 떨어뜨렸다는 소식을 연이어 보도했다. 이후 카일리 제너는 자신의 영향력을 뒤늦게 인지한 듯 “스냅챗을 아직 사랑한다”는 트위터를 날렸다. 스냅챗은 2011년 스탠퍼드 대학교의 학생이었던 에반 스피겔이 개발한 소셜미디어다. 약 3000명의 직원이 이곳에 근무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속 ‘상대적 박탈감’ 지목한 한 장의 달걀 사진


이런 소셜미디어 스타들의 인기가 허상이라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다. 광고 회사 더앤파트너십에서 일하는 런던의 광고 전문가 크리스 갓프리(Chris Godfrey)는 좋아요 1위 기록을 보유한 카일리 제너에게 2019년 1월 도전장을 내밀었다. 갓프리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제너가 가진 좋아요 수 세계 기록을 다시 쓰겠다고 선언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달걀이었다. 갓프리는 월드 레코드 에그(World Record Egg) 계정을 1월4일 만들었다. “좋아요 수로 세계 기록을 세워보자. 좋아요 기록 세계 1위인 카일리 제너의 기록을 깨보자”라는 글과 함께 달걀 사진을 올렸다.

출처: 인스타그램 월드레코드에그(@world_record_egg), 카일리 제너(@kyliejenner) 캡처
"인스타그램 스타에 도전해보겠다"며 등장한 달걀 계정. 카일리 제너는 달걀 계정이 화제를 모으자 달걀을 깨뜨리는 영상을 업로드했다.

달걀 사진은 공개한 지 9일 만에 좋아요 2200만개를 받았다. 제너가 세운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운 것. 그는 왜 이런 일을 벌였을까? 갓프리는 영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수많은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자신도 SNS 스타처럼 유명세를 얻고 싶다는 생각에 압박에 시달린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속 유명인과 자신의 삶을 비교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결국 우울증이나 의욕감퇴 등의 부정적 감정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갓프리는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운 달걀처럼 유명세란 허상에 불과하단 사실을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을 향해 정신건강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배운철 소셜미디어 전략연구소 대표는 “사람들은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유명인이나 부자들의 소식에 쉽게 자괴감을 느끼는 성향이 있다”고 했다. 미디어 역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보다 자극적인 소식을 강조해 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뉴스 속 소식은 결코 보편적인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삶과 비교해 스스로 우울해질 필요가 없다. 배 대표는 “다만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환경이나 노동의 구조는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변화하는 인터넷 비즈니스 산업을 자세히 관찰해온 사람은 새로운 기회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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