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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비실 간식 채우는 게 스트레스였던 막내가 퇴사 후 벌인 일

조회수 2020. 9. 25. 15: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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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 사 나르던 막내..지금은 직장인 간식 책임지는 기업 대표입니다

“카카오페이·비바리퍼블리카·블랭크코퍼레이션·스타일쉐어 등이 고객사입니다. 한 달에 2500만원어치 간식을 주문하는 곳도 있어요.”


원래 그는 IT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팀 간식 구매는 막내인 그의 몫이었다. 바쁜 업무 시간을 쪼개 어떤 간식을 살지 고민했다. ‘이런 과자는 사지 말라’는 동료의 불만을 들어주는 것도 그의 일이었다. ‘간식 좀 대신 사주는 회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퇴사하고 직접 회사를 차렸다. 지금은 직장인 대신 간식을 사서 보내는 회사를 이끈다. 이웅희(37) 스낵포(Snack for) 대표를 만났다.

출처: 스낵포 제공
이웅희(37) 대표.

-스낵포는 어떤 회사인가.


“간식 정기 배송 서비스를 한다. 과자·음료수·컵라면·햇반 등 다양한 간식을 보낸다. 서울·성남 지역 일부 고객에게는 방문 서비스도 제공한다. 직접 사무실에 방문해 휴게실이나 탕비실 간식 코너에 세팅까지 해준다. 또 기업 행사나 워크숍이 있을 때 간식을 보내기도 한다.”


-창업 계기는.


“대학 졸업 후 IT 기업에 취직했다. 부서 막내였다. 7년 동안 간식 구매를 맡았다. 간식 사는 일은 겉보기와 달리 쉽지 않다. 정해진 예산으로 여러 사람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적당한 양만큼 골라야 한다. 제품을 선택해 몇 개를 살지 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남이 대신 간식을 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근처에서 간식을 사러 돌아다니는 직장인을 자주 봤다. 문득 ‘내가 저들의 일을 대신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17년 7월 서비스를 출시했다. 법인은 2018년 2월 세웠다.”


-간식 큐레이션 과정이 궁금하다.


“먼저 고객사 정보를 파악한다. 회사마다 직원 수·연령대·성비 등이 다르다. 또 간식 예산도 천차만별이다. 간식을 둘 공간을 따로 마련한 회사도 있다. 고객사가 입주한 빌딩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 배출이 불가능한 곳에는 라면처럼 국물이 있는 제품은 배달하지 않는다. 이런 정보를 모아 어떤 제품을 얼마나 보낼지 정한다. ‘스낵포’라는 이름 때문에 과자만 배달한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 음료수는 물론 신선식품·간편식까지 배달한다. 2년 동안 간식 4000여가지를 팔았다.


편의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파는 제품을 배달한다. 또 마트에서 구하기 힘든 수입 과자도 보낸다. 과자 제조업체나 수입 간식 무역상 등을 찾아다니면서 어떤 제품을 보낼지 정한다. 간식 제조업체에서 먼저 납품 의뢰를 할 때도 있다. 그러면 상품을 받아 고객사에 돈을 받지 않고 보내서 맛 평가를 받는다. 고객사에서 맛이 괜찮다고 하면 계속 보낸다. 간식 가운데 과자 비중은 20~30%다. 음료수·라면·컵밥·간편식이 대부분이다.”

출처: 스낵포 제공
50만원 이상 결제하면 고객사에 직접 방문해 간식 세팅도 해준다.

-스낵포를 이용할 때 좋은 점이 뭔가.


“혼자서 팀이나 회사 간식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어떤 제품을 얼마나 살지 고민해야 한다. 또 직접 마트까지 가거나 쿠팡 등에서 가격 비교도 해야 한다. 스낵포를 이용하면 이런 일로 골머리를 앓을 필요가 없다. 또 직접 구매할 때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간식을 맛볼 수 있다. 예를 들어 5000원으로 초코파이류를 사려면 초코파이·오예스·몽쉘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한다. 낱개로 팔지 않아서 같은 제품 12개를 먹어야 한다. 그런데 스낵포를 이용하면 같은 돈을 주고 초코파이류 상품 17개를 하나씩 먹어볼 수 있다. 가격도 편의점보다 10~30% 저렴하다. 우리는 간식 제조사에서 물건을 직접 떼온다. 유통 구조가 단순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다. 편의점과 달리 우리는 임대료나 본사에 내는 돈도 없지 않나.”


-주요 고객은 누구인가.


“사기업이 80~85%다. 나머지 10%는 공공기관이나 학교다. 비바리퍼블리카·블랭크·스타일쉐어·지그재그·젠틀몬스터 등 유수 스타트업이 우리 고객사다. 또 삼성SDI·카카오페이 등 대기업이나 수자원공사·서울아산병원 등도 우리 서비스를 이용한다.”


-월 주문량이 궁금하다.


“최소 결제액이 2만9000원 이상이어야 주문할 수 있다. 방문 서비스까지 받으려면 50만원어치 이상 사야 한다. 보통 10만원어치를 주문하면 10명이 한 달 정도 먹는다. 다만 간식을 먹는 속도는 회사마다 천차만별이다. 고객사 대부분 먼저 10만원어치를 시켜서 얼마 만에 다 먹는지 본다. 만일 10만원어치를 2주 만에 다 먹으면 월 20만원어치를 주문한다.


정기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대부분이다. 팀 단위로 사는 곳에선 한 달에 10만원가량을 쓴다. 전 직원이 먹을 간식을 구입하는 회사는 한 달에 2500만원까지 지출한다. 50만원 이상 결제하면 방문 서비스가 무료다. 전체 고객사는 300곳이다. 이 가운데 100곳이 방문 서비스를 받고 있다.”

스낵포 제공

-왜 이런 간식을 보내주냐고 항의가 들어올 때는 없나.


“반품률이 1% 미만이다. 주문하기 전 특정 제품은 보내지 말라고 말하는 기업이 있다. 그러니 항의를 받을 일도 많지 않다. 또 주문 이력이 쌓이면 고객 성향이 어떤지 알 수 있다. 그러면 새로운 간식을 보낼 때 어떤 제품이 잘 나갈지 미리 파악할 수 있다.


배송 기간이 길어져서 항의를 받은 적은 있다. 예전에는 개인 고객에게도 간식을 보냈다. 일주일에 100건 정도 개인 고객 주문이 들어온 적도 있다. 고객 취향에 맞는 간식을 고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나중에는 배송 기간이 한 달로 늘어났다. 결국 지난 3월 개인 서비스를 중단했다. 지금은 기업 고객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요즘 직장인이 많이 찾는 간식은.


“맛밤·소시지·탄산수가 두루 인기다. 20~30대는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수입 제품을 잘 먹는다. 더 새로운 건 없냐고 먼저 묻기도 한다. 반면 40~50대는 익숙한 제품을 좋아한다. 수입 간식을 보내면 잘 안 먹는다. 여성은 주로 열량이 낮은 제품을 찾는다. 남성은 저렴하고 양이 많은 제품을 선호한다.”


-매출은 어느 정도 나오나.


“2018년 매출은 2억원이었다. 2019년 예상 매출은 20억~25억원이다. 금액을 밝힐 수는 없지만 농심에서도 투자했다.”

스낵포 제공

-사업을 하면서 겪는 애로사항은.


“사업 초기에는 어떤 제품을 얼마나 보내야 할지 노하우가 없었다. 한 달에 2500만원어치를 주문하는 회사도 있다. 처음엔 어떤 제품으로 2500만원어치를 채워야 할지 막막했다. 고객이 어떤 제품을 선호하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객한테 ‘이번에 보낸 간식은 어땠나’, ‘어떤 간식이 더 필요한가’ 등 끈질기게 물었다. 피드백을 들으면서 서비스를 조금씩 개선했다. 덕분에 고객 만족도가 올라갔다. 스낵포를 찾는 사람도 늘었다.”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글로벌 간식 유통·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 누구나 간식이 필요할 때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는 게 목표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동 큐레이션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지 못해 가정용 서비스를 중단했다.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 제품을 고르는 시간이 줄면 다시 개인 고객 시장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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