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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선수에게 감사하죠" 애타게 '엄마'부르던 가수의 반전

조회수 2020. 9. 25. 15: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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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in love, 엄마로 유명한 가수, 한때 저작권료 4800원 받았죠
프로듀서 겸 가수 Ra.D, 이두현
춤으로 시작해 뮤지션까지
"두려워하지 말고 많이 만나길"

“사실은 첨 봤을 때부터 그댈 좋아했다고 말하기가 내겐 참 어려웠던 거죠.”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에 부드러운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곡. 프로듀서 겸 가수 Ra.D(라디·본명 이두현·39)의 대표곡 ‘I’m in love’다. 그는 ‘엄마’, ‘Couple Song’, ‘오랜만이죠’ 등 부드러운 음색의 가수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처음 음악을 시작한 건 노래가 아닌 춤이었고 힙합 비트 메이커로 음반 제작에 참여했다. 한때는 독립 레이블을 운영하면서 후배 양성에 힘쓰는 제작자기도 했다. 이렇게 20여년 동안 음악이라는 길만 걸어오면서 쌓은 노하우(know-how)를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그를 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한국콘텐츠 인재캠퍼스에서 만났다.

출처: 본인 제공
라디

◇춤추다가 힙합 음악에 빠져 서울로


라디는 작곡이 아닌 춤으로 처음 음악에 발을 들였다. 중학생 때부터 시작해 고등학생 때는 각종 대회에 나가 입상도 했다. 그러다 생일선물로 받은 신시사이저(synthesizer)에 빠져 1년 동안 독학했다. 그렇게 힙합 비트를 만들고 인터넷에 올리면서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2년 동안 이 생활을 반복하다 2000년 서울로 올라왔다.


"부산에서 살면서 활동하다 보니 조금 더 넓은 시야를 얻고 싶었습니다. 또 힙합 프로듀서의 꿈도 있어 상경했습니다. 서울에 와서 힙합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했습니다. 그러다 가수 조PD를 만나 4집 앨범 'My Style' 제작을 도왔습니다. 편곡, 프로듀싱, 피쳐링까지 했어요. 이를 계기로 힙합 레이블 퓨처플로우랑 계약하고 1집을 냈습니다."


R&B와 힙합을 주로 담은 1집 앨범은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2004년 입대했고 2006년 전역 후에는 음악보다는 생계 걱정이 앞섰다. 통장 잔고는 저작권료로 들어온 4800원이 전부였다. 1집 발매 전 노래방, 신문 배달 등 갖은 일을 하면서 음악을 했던 날처럼 구직 사이트에서 단기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음악을 하지 못하는 아들이 안타까웠던 어머니는 "아직 괜찮으니 준비하고 있는 음악 하라"며 아버지 몰래 지원을 해줬다고 한다.

출처: BeLikeWaterProd 유튜브 캡처
조PD My style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라디(좌), 1집 소원(So One) 뮤직비디오(우)

◇2집이자 자신의 레이블 '리얼콜라보'


외국 아티스트 리믹스 작업을 도우면서 자신의 2집 앨범 준비를 했다. 어머니, 여자친구, 친구 등 주변 사람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냈다. 당시 어머니는 월세 방 보증금 반을 빼서 2집 앨범 제작비용 500만원을 지원해줬다. 지인 디자이너도 무료로 디자인을 해줬다. 도움을 받아 2008년 10월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감사함을 표현한 '엄마', 여자친구에게 바치는 'I'm in love'를 담은 2집을 발표했다. 음반을 냈지만 기대보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제 노래를 듣는 마니아가 있다고 해도 주류에서는 여전히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2집을 재조명해보자는 의미로 2집 수록 음악의 원곡과 리믹스 버전을 담은 미니앨범을 냈어요. 많은 뮤지션들이 ‘I'm in love’를 리메이크해서 부르면서 뜻밖의 인기를 얻었어요. 대표적으로 브라운아이드걸스 멤버 나르샤씨, 김연아 선수가 있습니다. ‘엄마’는 효자송으로도 자리잡았죠."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면서 외부작업이 많아졌다. 신승훈, 아이유, 2AM, 가인 등 다양한 음악가와 함께 작업을 하고 노래를 냈다. 활발한 활동으로 저작권료도 100배 정도 더 벌 수 있었다고 한다. JYP, YG 등 대형 기획사에서 영입 제안도 많았다. 그러나 당시 자신의 레이블을 운영하면서 신인 양성에 집중하고 있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출처: 네이버 바이브 캡처, taemeat 유튜브 캡처
나르샤는 I'm in love를 리메이크 해 솔로 앨범에 싣기도 했다(좌). 김연아도 방송에 나와 라디의 I'm in love를 불렀다(우)

◇3년의 슬럼프, OST로 극복


라디는 2집 앨범 발표 두 달 전 리얼콜라보라는 레이블을 설립했다. 그는 “앨범을 준비하면서 많은 뮤지션을 만나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기운도 받았고 음악적으로 시야가 굉장히 넓어졌습니다. 이를 더 경험해보고 싶었고 다른 뮤지션과 만나고 작업 폭을 넓히고 싶어서 설립했어요. 또 제가 느낀 걸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혼자 음악을 하면 한계가 와도 잘 모릅니다. 자신만의 틀에 갇히지 않고 이동하려면 콜라보레이션, 즉 협업이자 교류가 필요해요. 브라더수, 치즈, 나래 등 후배를 영입해 알려주기도 하고 배우기도 했습니다.”


후배들과 함께 하는 음악 작업이 즐거웠지만 2015년부터 리얼콜라보는 휴면상태다. 더 이상 알려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두 각자의 길을 갔고 라디 역시 그동안 못했던 음악을 하려 했지만 생각보다 리얼콜라보 허전함이 컸다. 그렇게 슬럼프가 찾아왔다. 음악 활동을 했지만 스스로 만족할 수 없었다. ‘I’m in love’ 이후 더 좋은 곡을 만들 자신도 없었고 내가 쓰는 가사, 누르는 코드가 다 식상했다. 라디는 슬럼프를 드라마 OST 작업을 통해 극복했다고 한다.


“오로지 가창에만 참여하는 것은 드라마 OST가 처음이었어요. 제가 작업한 노래를 부르긴 했어도 남의 노래를 받아서 부르는 건 생각도 못 했는데 재밌더군요. 이걸 처음 느낀 게 남혜승 음악감독님이 작업한 질투의 화신 OST ‘lovesome’을 부를 때입니다. 슬럼프 동안 5~6번의 OST 작업이 큰 도움이었습니다.”

본인 제공

◇"음악캠프66 통해 교육에 힘쓸 것, 목표는 12집"


올 초에는 싱글앨범도 발매했다. 자신의 음악 활동뿐 아니라 교육프로그램 총괄 책임자도 맡았다. “20여년 동안 음악을 하면서 동료 뮤지션 프로듀싱을 맡았습니다. 그때 경험했던 것, 혼자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했던 방법, 또 레이블을 운영하면서 얻은 노하우 등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마침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뮤직캠프66 프로듀서를 제안해주셔서 참여했습니다.”


뮤직캠프66은 뮤지션 지망생들을 분야별 전문가의 멘토링을 통해 전문 인력으로 성장시키는 프로젝트다. 면접을 거쳐 선발한 인원을 대상으로 워크숍, 특강, 실습을 통해 작곡, 작사, 편곡은 물론이고 저작권 관리법, 국내외 아티스트와 협업 방법 등을 가르친다. 김조한, 김이나 등 라디가 직접 섭외한 현업 종사자들도 강사로 참여한다.


춤으로 시작해 프로듀서 겸 가수, 그리고 교육자로도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라디의 목표는 지치지 않고 정규 앨범 12집까지 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2020년 정규 4집 발표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뮤지션 지망생뿐 아니라 같은 길을 가고 싶은 후배들에게 만남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공부하고 연구하면 누구나 잘할 수 있죠.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선 뮤지션들과 많이 만나고 교류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몰랐던 걸 깨닫고 나만의 틀에서 벗어나면서 창작활동에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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