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명문대 안나왔어요, '1조8000억 사나이'의 직업은?

조회수 2020. 9. 25. 15:47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1조 8000억원 굴리는 사나이, 한화자산운용 김성훈 ETF전략팀장

‘대학생들이 취업하길 선호하는 직업군’을 조사했을 때 금융계는 늘 순위권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직종이다. 높은 전문성을 요하지만 그만큼 전반적인 연봉이 높고, 자신이 창출하는 성과에 따라 합당한 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높은 인기가 무색할 정도로 대학생들의 금융계에 대한 지식은 아주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증권사와 보험사, 자산운용사가 각각 무슨 역할을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한화자산운용에서 ETF 전략팀을 이끌고 있는 김성훈(43) 팀장은 금융계에선 보기 드물게 증권사와 보험사, 자산운용사를 모두 거친 이력을 지녔다. 금융업이 큰 테두리 안에서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 직종에 직접 몸 담아 본 사람은 흔치 않다.

출처: 한화자산운용 제공
한화자산운용 김성훈 ETF전략팀장

김 팀장은 40살이던 2016년 ETF 전략팀장으로 승진했다. 당시만 해도 40대 초반 팀장이 매우 드물던 시기였기 때문에 김 팀장의 승진 소식은 금융업계에서 큰 화제가 됐었다. 이해 김 팀장은 한국거래소에서 증권시장 발전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업무유공 표창(ETF 분야)을 수상하기도 했다. 7월 31일 김 팀장을 광화문에서 만나 그가 금융업계에서 일해왔던 경험과 현재 맡고 있는 일에 대해 들어봤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한화자산운용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성훈 팀장입니다. 2016년부터 한화자산운용이 내놓는 ETF상품들을 만들고, 각종 전략을 기획하는 ETF전략팀장을 맡고있습니다.”


-자산운용사는 증권사나 보험사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쉽게 말해 자산운용사는 고객의 노후 자금을 불려주는 것을 목표로 펀드를 굴리고 이에 따른 보수를 받는 곳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증권사는 최근에 다양한 업무를 하기도 합니다만, 기본적으로는 고객의 주식을 사고파는 일을 대행해주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곳입니다. 보험사는 각종 보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으로부터 위탁받은 보험금을 굴려 이윤을 창출하는 곳이라고 보면 됩니다.”


-자산운용사는 펀드를 굴리는 곳이라고 하셨는데, 그럼 ETF는 무엇을 뜻하는지요.
“ETF는 간단히 ‘상장지수펀드’라고도 하고,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되는 펀드라고 보시면 됩니다. 펀드매니저가 유망 종목을 펀드 바구니에 담아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액티브(active) 펀드’와 달리 ETF는 시장의 흐름을 따라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패시브(passive) 펀드’입니다. 특정 주가지수(index)의 상승률만큼 수익을 얻기 때문에 흔히 ‘인덱스 펀드’라고 불립니다. 액티브 펀드는 펀드매니저의 능력에 따라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큰 손해가 날 확률도 상당한 편입니다. 이와 달리 ETF는 특정 기업 종목이 아닌 전체적인 시장의 흐름을 쫓기 때문에 큰 수익이 날 확률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그만큼 큰 손해를 볼 확률도 적은 편이죠.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고객들이 주로 선택하시는 게 ETF입니다. 복잡한 액티브 펀드와 달리 ETF의 운용원리는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기관 투자자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도 ETF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출처: 한화자산운용 제공
한화자산운용 김성훈 ETF전략팀장

-그렇다면 액티브 펀드와 패시브 펀드(ETF)를 운영하는 방식도 다르겠군요.
“그렇습니다. 액티브 펀드는 펀드 매니저가 유망한 개별 종목을 발굴해 바구니에 담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 펀드를 담당하고 있는 매니저 개인의 능력에 상당히 많은 부분을 의존하게 됩니다. 반면 ETF는 매니저가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언제, 어떤 상품을 기획해 출시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시장 전반의 흐름을 정확히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ETF시장은 ‘전략가들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곳입니다. 시장의 니즈(needs)에 맞는 지수를 개발하고 이와 연동된 상품을 출시하는 게 중요합니다. 따라서 저희팀은 항상 시장을 분석하고, 해외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해외 리서치를 하는 데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한화자산운용에서 ETF 관련 업무를 맡은 건 언제이며, 지금까지의 성과는 어떻습니까.
“ETF 관련 업무를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입니다. 당시 한화의 ‘ARIRANG’ ETF 상품들의 순자산총액은 7000억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1조 8000억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ETF상품 개수도 2012년 말 13개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45개에 이르고 있습니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추세입니다.”


-한화자산운용의 가장 대표적인 ETF상품은 무엇인가요?
“‘ARIRANG 고배당주 ETF’가 대표 상품입니다. 작년 말 기준 순자산 총액만 4087억원에 달하는 ‘거대 ETF’로 ETF의 대중화를 이끈 상품이라고 자부합니다. 이 상품은 유동시가 총액 상위 200개 종목 중 예상 배당 수익률이 높은 30종목을 추려내고, 배당 수익률과 시가총액을 감안해 종목 비중을 결정하는 ‘FN가이드 고배당주 인덱스’를 추종하고 있습니다.“


-증권사와 보험사, 자산운용사를 모두 거쳤다고 들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2003년 삼성화재(보험사)에 처음 입사했습니다. 그때 막 국내에 들어왔던 금융 관련 자격증이 공인재무설계사(CFP)였는데, 당시로서는 전국에 취득자가 20명 남짓일 정도로 굉장히 시험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전체 2등으로 시험에 합격했고, 입사 1년 7개월 만에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ING생명(현재 오렌지라이프)으로 회사를 옮겼습니다. 이후 미래에셋증권에서 퇴직연금 관련 비즈니스 업무를 맡았었고, 2011년 한화자산운용에 둥지를 틀고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출처: 한화자산운용 제공
한화자산운용 김성훈 ETF전략팀장

-금융업에 취업하길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증권사와 보험사, 운용사 각각의 업무 특성은 어떤가요?

“증권사는 각 부서별로 맡고 있는 비즈니스가 많이 다릅니다. 그래서 굉장히 액티브하게 움직이고 성과지향적입니다. 선의의 경쟁도 심하고요. 성과에 포커스를 맞추는 사람이라면 증권사에서 일하는 게 좋습니다. 보험사는 셋중에 가장 전통이 있는 업무다보니 우선 조직이 상당히 큽니다. 비즈니스도 보험산업에 집중돼 있습니다. 모든 부서가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편이에요. 조직에서 잘 적응해서 오래 다니기에는 보험사가 가장 좋습니다. 운용사는 금융권에서 하이엔드(High-end·최고 전문적인)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에게 투자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에 금융에 대한 모든 지식이 총체적으로 집합하는 곳이 운용사입니다. 명문대 나오지 않은 친구들도 흔히 말하는 ‘스펙’ 없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 운용사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생 때 금융계 취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요.
“저는 국민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습니다. 학교 다닐 때부터 금융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금융은 노후 준비를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잖아요. 내가 공헌할 수 있는 분야가 없을까 고민하다 금융업에 종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교에 있는 금융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했었고, 블룸버그나 CNN등 해외 매체를 보면서 국제 금융 트렌드를 파악하려고 노력했어요. 경제 투자 서적도 엄청 많이 읽었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투자 관련 서적은 1000권 정도 될 겁니다.


-한화자산운용에서 9년째 근무중인데요. 금융업계가 이직이 잦은 분야임을 고려할 때 상당히 오랜 기간 한 곳에 머물고 계신 것 같습니다.

“지금 제가 일하고 있는 회사의 조직 문화가 저와 잘 맞는 것 같아요. 저희는 항상 ‘원팀(one team)’임을 강조해요. 각 부서가 하는 일은 달라도 모두 ‘고객의 풍요로운 내일을 위해 투자 솔루션을 제공하자’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뛰고 있습니다. 다른 운용사의 경우 경쟁이 심하고 실적 위주로 개인을 평가하지만, 저희는 팀원 간의 시너지 효과 창출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 점이 조직 구성원으로서 정말 마음에 드는 포인트입니다. 저도 이러한 한화의 기업 문화가 계승되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출처: 한화자산운용 제공
2016년 한국거래소 업무유공표창(ETF 부문)을 수상한 김성훈 팀장(오른쪽)

-금융업계 취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우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라’고 말하고 싶어요. 전통적인 금융에서 벗어나 새로운 트렌드를 찾아내고 이것을 금융업에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고민해야합니다. 두 번째는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야한다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한국 금융 시장이 많이 성장하긴 했지만 아직 시장 규모는 전세계 시가총액의 2%밖에 안돼요. 아직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한 것이죠.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 잡기 위해 책이나 학회 자료를 통해 꾸준히 지식을 쌓아야합니다.


또 금융도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고객에게 진심을 다해 정직하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 이익만 차리려는 마음 가짐으로 도전해선 안되는 분야예요.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무엇인가 하려는 사람에게는 방법이 보이고, 안하려는 사람에게는 핑계가 보인다’라는 필리핀 속담이 있어요. 무엇이든 하려는 의지를 갖는다면 방법은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후배 여러분들의 건투를 기원합니다.”


글 jobsN 이준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