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에는 1억씩 벌어..서울 살던 두 부부가 귀촌해서 벌인 일

조회수 2020. 9. 25. 16: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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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생활 접고 양양에서 서프샵 연 두 부부, '팜서프' 이설화 대표

최근 레저 활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파도를 타는 서핑 인구도 증가하는 추세다. 대한서핑협회에 따르면 국내 서핑인구는 2014년 4만명에서 2017년 말 기준 20만명으로 3년 만에 약 5배 늘었다. 올해 서핑을 즐기는 사람은 3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핑이 새로운 레저 활동으로 인기를 끌면서 서핑에 필요한 장비를 대여해주는 서프샵과 파도 타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서핑스쿨 등 관련 업체도 급증하는 추세다.

출처: 팜서프 제공
최근 새로운 레저 활동으로 서핑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강원도 양양군 설악 해변에 위치한 ‘팜서프(Palm Surf)’는 두 쌍의 부부가 힘을 합해 2016년 4월 문을 연 서핑 관련 업체다. 서프샵과 서핑스쿨, 이용객들이 서핑 도중 쉴 수 있는 카페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주말에 서핑을 즐긴 사람들이 숙박을 원할 경우에는 ‘팜스테이( Palm Stay)’란 이름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잘 수도 있다. 서핑과 관련한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고, ‘시설이 깨끗하고 서핑 교육을 잘한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성수기(7~8월)에는 주말마다 사람들이 250여명씩 몰린다. 가수 손승연이 팜서프의 대표적 단골 고객이다. 양양군에 있는 60여개 서핑 업체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출처: 팜서프 제공
팜서프를 운영하고 있는 두 부부. 오른쪽이 이설화-정영훈씨 부부. 왼쪽은 방영숙-이태엽씨 부부

팜서프를 운영하고 있는 두 쌍의 부부는 몇 년 전만 해도 서울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정영훈(40)씨는 광고 회사를 다녔고, 정씨의 부인 이설화(39)씨는 여성의류 인터넷 쇼핑몰에서 MD(상품기획자)로 근무했다. 또 다른 부부인 이태엽(36)씨와 방영숙(36)씨는 각각 스포츠 선글래스 영업직과 대형 스포츠센터 매니저로 일했었다. 평범한 삶을 살던 이들이 도시 생활을 등지고 바다로 향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람에 몸을 맡기고 파도 위에 선 기분은 어떨까. 이설화 팜서프 공동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팜서프’란 이름은 어떤 의미인지요.


“‘팜서프’란 이름은 야자수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팜(palm)’에서 따왔어요. 야자수 그늘처럼 시원하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의미에서 서프샵 이름을 팜서프라고 지었습니다. 발리나 하와이처럼 세계적인 서핑 명소로 꼽히는 장소에는 늘 멋드러진 야자수가 있거든요. 서핑하고 야자수 밑에서 쉴 때 정말 많이 힐링이 되요. ‘팜서프를 찾는 분들도 그런 힐링을 느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팜서프를 처음 열게 된 계기는?


“저희 네 사람 모두 서핑을 워낙 좋아했어요. 영숙씨 부부와는 2013년에 스노우보드를 타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됐는데 서핑을 하면서 엄청 친해졌어요. 보통 서핑을 하러 바닷가에 오면 캠핑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밤새 이야기도 나누면서 쉽게 친해질 수 있거든요. 네 사람이 모두 서핑을 좋아하다보니 여름 휴가도 전부 같은 날짜로 맞춰 외국으로 서핑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2015년에 영숙씨 부부가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면 행복할 것 같다’며 처음 동업 제의를 했고, 저희 부부도 진지하게 고민한 끝에 서프샵을 열기로 했습니다.”

출처: 팜서프 제공
가수 손승연(가운데)은 해마다 팜서프를 찾아 서핑을 즐기는 단골 고객이다.

-직장 생활을 관두고 귀촌해서 창업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엄청 고민 많이 했죠. 특히 부모님이 ‘왜 멀쩡히 잘 다니는 회사를 관두겠다는 거냐’며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동업은 위험하다’며 우려하는 친구들도 있었구요. 그런데 도시에서 스트레스 받으며 직장생활 하는 것보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면서 사는 게 훨씬 좋을 것 같더라구요. ‘돈을 얼마나 벌 수 있을까’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어요. 처음엔 바닷가에서 카페나 음식점을 열까 고민했었지만, 역시 가장 신나고 재밌는 일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서프샵을 열기로 결정했습니다.”


-서프샵을 처음 여는 데는 얼마나 들었나요?


“초기 자본으로 1억원 정도 들어간 것 같아요. 전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이랑 수중에 갖고 있던 돈을 털어서 마련했죠. 문을 열기 전에 다른 서프샵을 이용해보면서 ‘고객들 입장에서 서프샵이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단순히 서핑 장비를 빌려주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서핑 강습도 하고 카페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양양에서 서프샵 홀 공간과 분리한 강의실을 두어 이론 수업을 하는 곳은 아마 저희 저희가 유일할 거예요.”

출처: 팜서프 제공
서핑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해변에서 서핑 강습을 받고 있는 모습

-네 분이 각각 맡은 역할은 무엇인가요.


“남편들은 보통 처음 서핑하러 오신 분들을 가르치는 강사 일을 해요. 두 명 다 국제서핑협회(ISA)에서 부여하는 서핑 강습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어요. 유튜브에 올리는 홍보 영상 제작도 하고 있구요. 영숙씨는 카페 운영과 시설 관리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고, 저는 SNS를 통한 홍보 활동이나, 고객 응대 등을 주로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네 사람이 방금 말씀드린 그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구요. 시설관리같이 손이 많이 가는 일은 다 같이 하고 있어요. 영숙씨나 저도 여성 서퍼분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기도 합니다.”


-현재 팜서프의 1년 매출은 어느 정도인가요? 전 직장 다닐 때보다는 수입이 괜찮아 졌는지.


“저희는 매년 4월부터 12월까지만 문을 열거든요. 달마다 수입이 차이가 많이 나긴 하는데 1년 매출은 총 3억원 조금 못 미치게 나는 것 같아요. 7~8월 성수기에는 1억원씩 수입이 나지만 나머지 달에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전 직장 다닐 때는 저희 부부 둘이 합쳐 8000만원 정도 벌었으니까 경제적으로도 나아진 편입니다.”


-그럼 문을 닫는 1~3월은 무엇을 하며 지내나요.


“4월부터 12월까지 서프샵 문을 연 기간에는 사실 저희가 맘 놓고 서핑을 즐기기 힘들어요. 손님들이 이용한 서핑복 세탁부터, 안전 관리까지 해야할 일들이 많으니까요. 그래서 쉬는 기간에는 따뜻한 해외로 가서 저희가 서핑을 즐기는 시간을 갖습니다. 물론 놀기만 하는 것은 아니구요. 해외 서핑 스쿨에 등록해 교육을 받으면서 더 좋은 강습 서비스를 우리 고객들에게도 제공하려고 노력합니다. 작년에는 남편들이 호주에 있는 서핑스쿨에 등록해 교육을 받기도 했어요.”

/팜서프 제공

-우리나라의 수많은 해변 중 양양 설악 해변에 자리잡은 이유는?


“죽도해변 같은 기존 서핑 명소는 이미 서핑 관련 업체가 포화 상태여서 쾌적하게 강습을 하기 힘들 것 같았어요. 상대적으로 한적한 곳을 선택했죠. 또 설악 해변은 동해에서도 수심이 얕고 모래가 고와 초보자들이 파도를 타기에 적합한 곳이에요.”


-처음 서핑을 한 것은 언제였나요. 서핑만의 매력은 무엇인지.


“처음 서핑을 한 것은 2011년 여름 지인이 함께 타자고 해서 따라간 것인데, 그때는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했었어요. 파도도 별로 없었고, 전문 강사에게 배운 것도 아니라서요. 완전히 서핑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은 2014년 신혼 여행을 하와이로 갔을 때였어요. 파도가 너무 좋더라구요. 날씨도 너무 좋고 풍경도 너무 아름다웠어요. 낭만적인 분위기도 들고요.


서핑의 매력은 우선 자연과 함께 한다는 것을 들 수 있겠네요. 다른 기계를 이용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바람과 파도의 힘에 의지해 서핑을 해야하기 때문에 자연에 동화되는 느낌이 들어요. 파도 위에 서 주변을 바라보면 매일 풍경들이 조금씩 다르게 느껴져요. 또 서핑은 같이 타는 사람들끼리 매너가 중요한 레저 활동이에요.  

좋은 파도가 계속 온다고 모든 파도를 한 사람이 독점할 수는 없거든요. 서핑하는 친구들과 파도를 함께 기다리며 좋은 파도를 순서대로 나눠 타는 과정에서 기다림과 즐거움을 바탕으로 마음의 여유도 찾게 되죠.”

출처: 팜서프 제공
팜서프 이설화 대표(왼쪽)와 방영숙 대표(오른쪽)

-서울에 살다가 귀촌했는데 불편한 점은 없나요? 반대로 좋은 점은 어떤 것인지.


“불편한 점은 전혀 없고, 모든 게 좋아요. 생활에 필요한 시설은 부족함 없이 다 있어요. 이곳은 우선 서울과 공기부터 달라요. 맑은 하늘을 언제든 볼 수 있고, 차도 많지 않아서 출·퇴근길도 너무 여유로워요. 모든 게 도시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것들이죠.”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요즘 서핑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많은 분들이 찾아 주시는데요. 저희는 팜서프를 서핑 스쿨로서 입지를 좀더 단단히 하고 싶어요. 보다 더 많은 분들에게 서핑의 매력을 잘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저희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오랫동안 건강히 서핑을 즐기면서 살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준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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