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신고한다고 몰래 녹음하면 이렇게 됩니다

조회수 2020. 9. 25. 17: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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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이렇게 신고하면 오히려 처벌당할 수도?

5월 6일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형두)는 동료 직원들이 자신을 험담하는 것을 녹음하기 위해 근무지에 몰래 녹음기를 숨겨둔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A씨에게 1심과 같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7년 5월 녹음 기능을 켜둔 MP3를 넣은 파우치를 근무지에 두고 외출해 직장 동료들의 대화를 녹음한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기관은 동료 직원들이 자신을 뒤에서 험담한다고 생각해 증거를 잡고자 A씨가 이런 행동을 한 것으로 보았다. 반면 A씨는 재판 과정에서 "MP3가 들어있는 파우치를 깜빡 잊고 두고 나갔을 뿐 대화를 녹음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1심은 근무지 내 폐쇄회로(CC)TV에 찍힌 A씨의 행동과 A씨 파우치에서 MP3를 발견하고 놀란 직원들의 진술 등을 근거로 A씨의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2심 역시 "A씨보다 피해자들의 진술이 더 믿을 만하다"며 원심을 유지했다.


7월 16일부터 개정 근로기준법,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효력을 발휘했다. 누구든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업무상 핀잔'처럼 기존 관행에선 별문제가 없다 여기던 것들도 법 개정 이후로는 상황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할 근거가 생겼다.


신고나 피해 주장을 이유로 피해 근로자에 대한 해고 등 불이익한 처우를 내리는 것은 엄격히 금지한다. 그러나 신고에 쓰거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모으는 수단은 어디까지나 합법적이어야 한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채집한 단서는 증거능력을 갖추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제출한 사람이 처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에 나온 A씨 역시 대화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당사자 쌍방의 허락 없이 녹음을 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기 때문에 역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드물게 제3자 녹취로 침해당한 기본권이 본질적인 것이 아니며 녹취 공개로 얻는 공익이 지대하게 클 경우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정말로 예외적인 사례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티이미지뱅크

다만 신고자 본인이 참여한 대화를 녹취한 것은 증거능력이 있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활용 가능하다. 최근 이마저 불법으로 간주하려는 입법 움직임이 있었으나 결국 무산됐다. 지난 6월 27일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은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서는 상대방의 동의 없는 녹취를 무조건 불법으로 간주했다. 상대방의 허락 없이 녹음하거나 녹음 이후 배포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약자가 폭언 욕설 등 피해를 입더라도 강자에게 이를 녹취한 내용 공개 허가를 받아야만 합법이 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결국 김 의원은 7월 19일 해당 개정안을 철회하고 수정안을 22일 재발의했다. 바뀐 법안에는 주택, 숙박시설 등 사람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의 내부에서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서 촬영하거나 촬영물을 배포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 담겼다. 즉, 종전처럼 본인이 참여한 대화 녹취는 상대 동의를 받지 않더라도 증거로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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