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만 남은 아이들 50만원씩 내고 입양해 구출했죠"

조회수 2020. 9. 25. 17: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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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성훈, 가수 빈지노 반려견들도 다 '유엄빠' 출신입니다" 김명수 유엄빠 대표
유기견 구조 후 입양까지 보내
부모 마음으로 품어주자는 의미 담아
반려견, 사지 말고 입양하자는 메시지 전해

‘폐업한 것처럼 보이는 펫샵이 있는데 강아지들이 안에 갇혀 있어요. 구조해오고 싶은데 무슨 방법 없을까요’


지난 6월, 한 누리꾼은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 위치한 펫샵 사진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펫샵 안에 사람은 없고 개 8마리만 전시장에 갇혀 있었다. 개들은 털이 다 빠지고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상태였다. 펫샵 주인이 폐업을 앞뒀다는 이유로 가게를 들르지 않아 오랜 기간 개들을 먹이지 않고 방치해 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유기견 보호단체 ‘유엄빠’는 이 소식을 접하고 직접 구조에 나섰다. 구조 후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개들은 영양실조, 피부병 등을 앓고 있었다. 하지만 약 2개월이 지난 지금, 몇마리는 입양까지 보냈다. 김명수 유엄빠 대표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자기 소개를 해달라.


“유기견 보호단체 ‘유엄빠’를 세운 김명수 대표다. ‘유엄빠’는 ‘유기견들의 엄마, 아빠’를 줄여서 만든 이름이다. 부모가 자식들을 사랑으로 품듯 유기견들을 잘 보살피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단체를 만들고 활동한 지 약 4년째다. 2015년에 봉사 동아리로 활동을 하기 시작해서 작년 6월에는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했다. 전업으로 유엄빠 활동을 하고 있다.”

출처: 김명수씨 제공
유엄빠의 김명수 대표.

-유엄빠는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가.


“주인한테 버려진 유기견들을 구조하고 새로운 가정에 입양 보내기 전까지 사료, 병원비, 임시보호 등을 지원한다. 자원봉사 신청을 받아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활동도 한다. 길거리를 헤메는 유기견들이 많은 만큼 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구조 활동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구조 과정을 얘기해달라.


“사람들로부터 주인 없어 보이는 강아지가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는 제보를 받는다. 또는 유기견 임시보호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보살피는 개가 곧 안락사를 당할 수 있으니 유엄빠에서 구조를 해주면 안되겠냐고 물어온다. 그럼 현장에 나가서 유기견들을 구조한다. 하루에 약 5건 구조 요청을 받는다.”


-구조를 한 뒤엔 어떻게 하나. 몸이 성치 않아서 치료가 필요한 강아지들도 많을 것 같다.


“치료가 필요한 강아지들은 병원에 데리고 가서 수술을 받게 한다. 오랫동안 씻지 못해서 피부병에 걸리거나 교통사고를 당해서 다리가 부러진 유기견들이 많다. 수술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밖에 오랜 시간 방치당한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몸에 이상이 있진 않은지 확인하기 위해 동물병원에 우선 보낸다. 전염병 검사, 중성화, 예방접종 등을 시킨다. 이후엔 이들을 입양할 가정을 찾는다.


단체에서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입양 계정이 있다. 여기에 유기견들의 사진을 올리고 입양 신청을 받는다. 신청을 받으면 입양 신청자가 유기견들을 정말 아끼고 사랑해 줄 수 있는지 확인한다. 개를 돌볼 수 있을 만한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있는지 본다. 유기견을 가족처럼 여길 수 있는지, 책임감이 있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입양 전까지는 개들을 임시로 보호한다. 우리 단체가 맡아서 하거나 신청을 받아서 임시보호자들을 구한다.”

출처: 인스타그램 캡처, 김명수씨 제공
유엄빠는 주기적으로 유기견 임시보호소에 봉사활동을 간다.

-실제로 버려지는 반려견 수는 얼마나 되나.


“얼마 전 농림축산검역본부가 ‘2018년 반려동물 보호와 복지관리 실태’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지난해 유실·유기된 동물은 12만1077마리로 2017년보다 18%가 증가했다고 한다. 이 중 개가 75.8%, 2018년에만 약 9만 마리가 버려진 셈이다.”


- ‘우이동 펫샵’ 사건에 대해서 말해달라.


“폐업을 한 것처럼 보이는 펫샵에 8마리 강아지들이 갇혀 있었다. 한 강아지는 배고픔을 참지 못해서 배변까지 먹었다. 구조한 후 병원에 데리고 가니 영양실조 상태였다. 기생충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등 병까지 생겼더라. 그런데 펫샵 주인은 구조하려면 한 마리당 30만~50만원을 내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돈을 내고 분양을 받는 형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최악의 상황에선 벗어났지만 펫샵에 있는 동안 개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출처: 유엄빠 블로그 캡처
'우이동 펫샵' 사건 당시 방치된 강아지 사진.

-구조 활동을 하려면 돈도 많이 필요할 것 같다.


“후원금을 받는다. 우리 단체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후원 내역을 공개해 놨다. 매달 들어오는 후원금 액수는 다르다. 1000만원이 들어올 때도 있고 2000만원이 들어올 때도 있다. 그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해서 구조 활동을 벌인다. 유기견한테 들어가는 돈도 천차만별이다. 상태가 심각한 개들은 수술하는 데 400만~500만원이 필요하다. 평균적으로는 입양 가기 전까지 유지비까지 다 합하면 한 마리 당 약 30만원이 필요하다. 후원금 말고도 사람들의 지원과 도움을 많이 받는다. 봉사활동, 임시보호 신청을 받아서 활동한다. 서울경기 지역에 있는 몇몇 병원들은 병원비를 최대 50%까지 할인해준다. 고마울 따름이다.”


-실제로 입양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얼마나 되나.


“지금까지는 구조한 개들을 다 입양 보냈다. 한달에 15~20마리씩 입양을 보낸다. 처음엔 입양을 많이 못 보낼까봐 걱정했다. 내가 다 맡아서 키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지 않나. 유기견을 구조하고 난 뒤 입양을 보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때도 있다. 그래도 기다리다 보면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더라.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엔 연예인들도 입양을 한다. 배우 성훈, 가수 빈지노씨가 유엄빠에서 반려견을 입양해갔다. 배우 성유리씨도 꾸준히 유엄빠를 후원하고 있다.”

출처: 인스타그램 캡처
배우 성훈, 가수 빈지노씨 등은 유엄빠에서 유기견을 입양했다.

-입양을 보낸 뒤엔 어떻게 관리하나. 파양하는 경우는 없나.


“개의 상태를 기록한 사진과 영상을 꾸준히 받는다. 이를 보면서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한다. 또 입양한 사람의 전화번호, 주소 등을 다 받아 놓고 주기적으로 연락을 하는 편이다. 파양을 하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지금까지는 파양 비율이 약 5%다. 1년에 100마리를 입양 보낸다고 가정하면 약 5마리 정도다. 입양을 보낼 때면 새 주인한테 신신당부를 한다. 사람 일은 한치 앞도 모르는 거니까 혹시나 강아지를 키우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 다시 연락을 달라고 그런다. 책임 묻지 않고 다시 데리고 올 수 있으니까 또다시 유기하는 일만 없도록 해달라고 말한다.”


-입양이 안 되면 안락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들었다.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 임시보호소는 안락사를 시키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거나 위탁 운영하는 보호소 같은 경우엔 안락사를 의무적으로 시켜야 한다. 이런 보호소들은 유기견을 한 마리 들여올 때마다 지자체로부터 약 10만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대신 지자체의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새로 들어오는 유기견들이 워낙 많으니까 이를 관리하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안락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임시보호소에 맡겨진 다음에는 보호소 홈페이지에 입양 공고가 뜬다. 20일 내로 새로운 주인이나 임시 보호자가 나타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락사에 처해진다.”


-구조 활동을 하면서 어떤 점이 힘든가.


“연계병원이 주로 서울경기 지역에만 있다. 수술비, 치료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지방에서 구조한 유기견들도 서울로 올려 보내야 할 때가 많다. 지방에도 연계동물병원들이 생기면 구조활동을 하기 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또 마음 약한 사람은 이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적으로 힘든 일이 많다. 밥을 먹이지 않아서 뼈밖에 안 남은 상태에서 발견되기도 하고, 주인이 불을 질러서 화상을 입었는데 목숨만 건진 개들도 있다. 직접 눈으로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들고 눈물이 날 때도 있다.”

출처: 김명수씨 제공
유엄빠 김명수 팀장의 모습.

-유엄빠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유기견이 있나.


“이름이 장수인데 하늘나라에 갔다. 원래는 하루라는 이름을 붙였다가 더 오래 살라는 의미에서 이름을 바꿨다. 내가 직접 임시보호를 맡은 아이여서 정이 많이 들었다. 입양을 보냈는데 주인이 개가 비틀거리고 비실거린다며 파양을 했다.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혈액암 판정을 받았다. 온몸에 전이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수술을 해도 살아날 수 있는 확률이 20%가 채 안 된다고 그랬다. 살아날 확률이 10%여도 일단 수술을 시키는 게 맞는 것 같아 수술을 시켰다. 수술 후에도 계속 토하면서 힘들어했다. 수술을 시키는 대신 편하게 보내줄 그랬나 후회했다. 아직도 미안하다.”


-보람을 느끼는 때는 언제인가.


“입양 돼서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덕구라는 아이가 있다. 지나가던 행인한테 학대를 당했다. 발을 다 잘라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몸이 많이 상해 있었다. 다행히도 발가락만 잘랐다. 다시 걸을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새 주인이 잘 관리를 해줘서 지금은 뛰어다닌다. 뛰어다니는 영상을 보면서 흐뭇했다.”

출처: 인스타그램 캡처
처음 발견됐을 때 덕구의 모습. 현재 새로운 가정에 입양돼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사람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신이 없으면 반려견을 키우지 말았으면 좋겠다. 또 항상 하는 말이 있다. ‘키우지 말고 입양하라.’ 키우고 싶은 강아지 품종이 있으면 유엄빠에 따로 요청을 해도 된다. 돈을 주고 사기보단 입양을 하면 좋겠다.”


-최종 목표는.


“우리 단체가 없어지는 것. 단체 사람들과 매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말이다. 이 세상에서 유기견이 없어지면 우리 단체가 존재할 이유도 없어지는 것 아닌가. 우리 단체가 없어져도 좋으니 상처 받고 버림 받는 유기견이 더 이상 안 생겨나길 바랄 뿐이다.”


글 jobsN 신재현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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