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jobsN

“‘더는 날 흥분시키지 않는다’는 말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죠”

“11년째 폴 매카트니와 함께 전 세계 누비며 사진 찍습니다”

28,440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무대 뒤에서 마이클 잭슨을 촬영하고 있었어요. 그가 저에게 다가오더니 손을 내밀며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란다’고 세 번이나 말했죠. ‘팝의 황제’ 손은 따뜻했습니다. 그가 석 달 뒤 세상을 떠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2009년 3월 영국 런던. 마이클 잭슨이 마지막 투어 계획을 발표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발표가 끝나고 무대 뒤편으로 간 마이클 잭슨. 그곳에서 무대 뒤 황제의 인간적인 모습을 찍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김명중(MJ KIM·47) 사진작가다. 그는 런던 O2 아레나 극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마이클 잭슨의 공연을 촬영할 전속 사진작가였다. 3개월 뒤 팝의 황제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첫 만남이 마지막이 됐다.

그는 2008년부터 11년간 폴 매카트니의 공연 사진을 찍었다. 베컴 부부·조니 뎁·에드 시런·콜드플레이·찰스 왕세자 등도 그의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폴 매카트니 전속 사진가 김명중 작가를 만났다.

김명중 작가.

출처jobsN

-이력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다. 1995년 23살 때 영화감독을 꿈꾸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영어 실력이 부족해 다른 학생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전전긍긍하다 우연히 사진을 접했다. 사진을 찍고 암실에서 현상해 인화했다. 외로운 유학 생활을 견디게 해주는 유일한 취미였다. 


학교생활에 조금씩 적응하고 있는데 외환위기가 터졌다. 부모님께 더는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학비와 생활비를 버는 동시에 학교까지 다닐 수는 없었다.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먹고 살길을 찾아 나섰다. 2000년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에서 프리랜서 사진기자로 일을 시작했다. 2001년 통신사 PA(Press Association)로 자리를 옮겼다. 2004년 게티이미지로 이직해 연예·스포츠 담당 수석 데스크를 맡다가 2007년 프리랜서로 독립했다.” 

-사진기자로 일할 때는 어떤 사진을 찍었나.


“PA 연예부 소속이었다. 칸·베니스 영화제 등 굵직한 문화행사에 참석해 배우와 연예인을 촬영했다. 게티이미지에서도 연예부 수석 사진기자였다. 비슷한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재미가 없었다. 흥미가 없으니 사진 실력도 안 늘었다. 퇴사하는 게 나와 회사 모두에게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준비는 부족했지만 과감하게 회사를 나왔다.” 

정규 앨범 'NEW' 내부 자켓 사진. 폴이 이 사진을 가장 마음에 들어했다고 한다.

출처MJ KIM 제공

-폴 매카트니와 인연을 맺은 계기가 궁금하다.


“프리랜서로 스파이스 걸스의 공연을 촬영하다가 홍보 담당자와 친해졌다. 그가 마이클 잭슨과 폴 매카트니를 소개해줬다. 처음 폴을 만났을 때는 두어 번 촬영하고 끝날 줄 알았다. 정신없이 전 세계 공연장을 누비다 보니 벌써 11년이 지났다. 1년 가운데 절반은 폴과 일한다. 폴의 공연이 없을 때는 콜드플레이·에드 시런·푸 파이터스 등 다른 가수나 배우와 작업한다. 또 패션·의류회사 광고 사진도 찍는다.” 

-공연장에서는 어떤 사진을 찍나.

“리허설부터 공연 준비 과정, 본 공연 장면 등을 찍는다. 해외 콘서트를 하면 폴이 공연 시작 전 무대 뒤에서 그 나라 연예인이나 정치인을 만날 때도 있다. 이런 장면도 다 촬영한다. 공연을 시작하면 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무대 정 중앙을 뺀 모든 곳에서 촬영을 해봤다. 주로 무대와 관중 사이에 있는 공간인 ‘피츠’(pits)에 오래 머무르면서 사진을 찍는다.” 

-촬영하는 기기는 무엇인가.

“필름·VR(Virtual Reality·가상현실)·3D 카메라 등 다양한 제품을 쓴다. 공연 내용이 비슷해도 매번 새로운 사진을 찍어야 한다. 여러 카메라를 두루 사용해볼 수밖에 없다. 카메라만큼 중요한 게 렌즈다. 사진기자로 일할 때는 줌렌즈를 썼다. 멀리 있는 피사체도 확대해 찍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물 사진을 찍기 시작한 뒤로 85mm f1.2 단렌즈를 더 자주 쓴다. 얼굴은 또렷하고 배경은 흐리게 나오는 아웃포커싱 효과를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줌렌즈로는 아웃포커싱 효과를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다.”

(왼)조니 뎁, (오)스팅.

출처MJ KIM 제공

-촬영 의뢰는 어떻게 들어오나.

“일을 관리해주는 에이전트를 통해 촬영 의뢰가 들어온다. 지인을 통해 촬영을 부탁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 내가 먼저 작업을 제안하기도 한다. 2017년 4월 콜드플레이가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내한공연을 했다. 그들이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촬영을 맡고 싶다고 연락했다. 흔쾌히 승낙해 콜드플레이 첫 내한공연을 찍을 수 있었다.”

-폴과 11년을 함께 했다. 질린 적은 없었나.

“첫 1년은 꿈만 같았다. 폴의 전세기를 타고 전 세계를 다니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사진도 찍었다. 그런데 3년쯤 지났을 때 위기가 찾아왔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던 일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또 평생 이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을지 회의감도 들었다. 잡지 표지를 촬영하는 작가가 부러웠다. 또 광고 작업을 하는 동료가 더 즐거운 것 같았다. 한 마디로 남의 떡이 더 커 보였다.

일에 대한 불만이 늘면서 사진의 질도 떨어졌다. 어느 날 폴이 나를 조용히 불렀다. ‘네가 찍은 사진이 더는 날 흥분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또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잘 생각해보라’고 하더라. 식은땀이 흘렀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놀다가 걸린 학생처럼 움츠러들었다. 얼마나 한심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그때서야 깨달았다. 그 뒤로 딴생각을 안 하고 더 열심히 일했다.”

출처MJ KIM 제공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조니 뎁을 촬영할 때였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배우라 떨렸다. 내가 긴장한 걸 눈치챘는지 ‘내가 뭘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말만 해. 하라는 대로 다 할게’라고 했다. 인기가 많다고 까칠하게 굴거나 으스대지 않더라. 덕분에 긴장을 내려놓고 편하게 사진을 찍었다. 


방탄소년단도 기억에 남는다. 2016년 처음 만나 몇 차례 광고 사진을 찍었다. 2018년 12월에도 촬영 때문에 만났다. 이때 BTS는 세계적인 스타였다. 이른 새벽부터 밤까지 촬영했다. 그들은 나와 촬영이 끝나면 다른 광고를 몇 시간 더 찍어야 했다. 그런데 촬영이 끝나고 나에게 찾아와 ‘늦은 밤까지 웃음을 잃지 않고 촬영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깍듯하게 인사했다. 떴다고 초심을 잃지 않았더라. 그날 이후로 더 열성적으로 응원한다.” 


-이 일을 하면서 좋은 점은.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유명인과 작업한다면 그 사람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다. 사진을 찍으려면 피사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아야 한다. 그의 삶을 알고 찍는 것과 모르고 찍는 사진은 차이가 난다. 그래서 찍기 전에 인터넷에서 그 사람의 근황과 취향을 찾아본다. 예를 들어 동물을 좋아한다면 개를 좋아하는지 고양이를 좋아하는지 파악해둔다. 이야깃거리를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다. 현장에서 이런 얘기를 꺼내면 상대방도 내 성의를 알고 고마워한다.” 

사진작가라는 직업 덕분에 낯선 사람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것 같다. 대부분 사진을 좋아하지 않나. 사진작가라 소개하면 상대방이 먼저 관심을 보이며 다가온다. 또 상대방의 사진을 찍어 주면 굉장히 고마워한다. 작은 수고를 들여 남을 기쁘게 해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가.”

김명중 작가는 "태생적으로 이 일이 체질에 맞다"고 말한다. (왼)엠마 스톤, (오)조니 뎁과 함께.

출처MJ KIM 제공

-애로사항도 있나.


“폴과 해외 정기 공연을 다니면 집을 오래 비워야 한다. 가족을 자주 못 봐 아쉽다. 하지만 공연이 끝나면 한동안은 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집에서 쉰다. 이때 가족과 주로 시간을 보낸다. 두 딸이 14살, 11살이다. 아직은 부모의 꾸준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나이다. 틈날 때마다 함께 시간을 보낸다.” 


-수입이 궁금하다. 


“작가마다, 의뢰인마다 계약 조건이 다르다. 나는 하루 9시간 작업을 기준으로 일당을 받는다. 작가의 실력과 인적 네트워크에 따라 수입이 천차만별이다. 한 번 촬영에 100만원을 받는 사람도, 수천만원을 받는 사람도 있다. 해외에서 촬영한다면 보통 숙소와 항공권을 지원해준다. 비행기 티켓은 비즈니스석으로 구해준다. 따로 써야 하는 돈은 거의 없다. 영국에서 노키아가 한창 잘 나갈 때 광고를 촬영한 적이 있다. 광고를 내보내는 지역 범위에 따라 수입이 다르다. 전 세계에 나가는 광고였다. 단일 작업으로 가장 많은 수당을 받았다. 3개월 동안 수입 걱정 없이 아주 편안하게 지냈다.” 


-사진작가를 꿈꾸는 청년에게 한마디. 


“사진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예전엔 아무나 사진을 못 찍었다. 음반처럼 사진 한 장의 가치가 컸다. 그런데 지금은 고가 장비가 없어도 핸드폰으로 누구나 사진을 찍는다. 돈을 주고 사진을 사야 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SNS에 사진이 하루 4억장 올라온다고 한다. 사진작가로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 생각해보라. 사진의 홍수 속에서 어떤 사진을 찍어야 할까 항상 고민해야 한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작성자 정보

jobsN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