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저다' 손가락질 피해 한국 떠난 청년은 지금 이렇게 됐습니다

조회수 2020. 9. 25. 17: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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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다 무시당해 한국 떠난 청년.."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새로운 삶을 삽니다"

지난 2009년 KBS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한 여대생이 ‘키가 작은 남자’를 가리켜 ‘루저(Loser·패배자)’라는 단어를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그에겐 ‘루저’라는 별명이 생겼다. 160cm가 안되는 키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피해 한국인이 거의 없는 아프리카 모로코 마라케시로 향했다. 현재 현지에서 호텔과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해외진출 성공사례로 꼽은 여행 가이드 우성철씨(28)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우성철씨 제공

-자기소개를 해달라.

아프리카 모로코 마라케시에 사는 교민 우성철이다. 현재 현지에서 호텔과 여행사를 운영 중이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현지 가이드 일을 한다. 방송 코디네이터 일도 한다. '2017 K-Move 성공스토리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전 세계 해외취업·인턴·봉사·창업 등 해외진출 경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공모전이었다. 해외진출에 성공한 사례로 꼽혔다.

-왜 모로코로 갔나.  

2015년 아프리카 모로코 마라케시에 왔다. 낯선 땅에 온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키가 160cm가 안 된다. 사람들의 조롱과 무시가 심했다. 헬스장에 가면 ‘우유부터 더 먹고 와야겠네’라는 수군거림이 들렸다.

두 번째는 취업 문제였다. 당시 ‘루저’라는 말이 유행했다. 키가 작은 남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별명이 ‘루저’였다. 160cm가 안 돼서 깔창을 껴도 별 차이가 없다. 체력이 약할 것 같다는 편견도 있다.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힘들었다.  


복합적인 이유로 모로코 행을 택했다. 한국 사람이 없고, 나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생각했다. 무작정 여행을 갔다. 아랍에 있는 나라 중 가장 왼쪽에 있는 곳부터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곳이 모로코였다. 모로코는 아프리카 대륙의 북서부 끝단에 있다. 한국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 좋았다. 마라케시에는 사는 교민은 10명도 안 된다고 한다. 튀니지, 이집트는 한국 사람이 많다. 한국외대나 부산외대 등 교환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출처: 우성철씨(@inchallah_bean) 인스타그램 캡처
MBC '무한도전' 100빡빡이 특집 때 가수 구준엽과 우성철씨

-모로코로 가기 전 무슨 일을 했나.

원래 배우가 꿈이었다. 방송 쪽에 관심이 많았다. 인천고등학교 졸업 후 방송 아르바이트를 했다. 드라마 ‘태왕사신기’, ‘구가의서’에 엑스트라로 출연했다. ‘무한도전’ 100빡빡이 특집에 나가기도 했다. 삭발 스타일인 사람 100명이 등장하는 콘셉트였다. 당시 아는 방송 관계자가 ‘머리카락을 다 밀면 출연할 수 있는데 할래’라고 하더라. 무조건 한다고 했다. 메인 보조 출연자로 나섰지만, 한계가 있더라. 주연을 맡기엔 힘들 것 같았다. 20대 중반,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우성철씨 제공

-모로코 마라케시는 어떤 곳인가.

모로코는 왕국이다. 왕이 통치하고 있다. 북한과 비슷하다. 가게를 가면 왕 사진이 다 붙어있다. 처음엔 걱정도 많이 했다.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인데 괜찮겠지 싶었다. 날씨가 정말 덥다. 라마단 기간인 7~8월이 가장 덥다. 라마단은 ‘엄청난 더위’라는 뜻이다. 이 기간 동안 이슬람교도들은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한다. 일교차가 크다. 낮엔 50까지 올라간다. 밤에는 20도 정도까지 내려간다. 겨울은 보통 11~3월이다. 낮엔 30도가 넘고, 밤엔 14도 정도다.

주민들 대부분 관광업으로 먹고산다. 석유가 나오는 곳도 아니다. 한국 사람들이 동남아 국가로 여행 가듯 주로 유럽인들이 놀러 온다. 비행기 표가 싸다. 모로코에서 마드리드로 가는 비행기표가 특가로 3만원 정도에 나오기도 한다.


물가는 우리나라보다 싸다. 10분의 1 수준이다. 직접 갈아주는 오렌지주스가 우리나라의 경우 5000원 정도라면 여기는 400~500원이다. 크루와상 빵도 싸다. 프랑스만 가도 2000~3000원인데 여기에선 200~300원이면 산다. 인건비도 싸다. 일용직으로 9~10시간 일하면 한국 돈으로 약 12000원 정도를 받는다.  

언어는 아랍어를 쓴다. 현지에 와서 배웠다. 낯선 곳이니까 빨리 언어를 익혀야겠다고 생각했다. 방송 코디네이터 일을 하면서 더 빨리 배웠다. 방송 코디네이터는 여행 방송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사전 조사부터 현지 촬영까지 돕는다. 예를 들어 PD들이 ‘모로코에서 이런 그림을 찍고 싶다’고 하면 적절한 곳을 찾아 섭외한다. 촬영허가서 등 서류 부분을 돕는다. 담당자들이 현지에 미리 와서 미팅할 때도 돕는다. 또 현지 촬영 중 문제가 생긴다면 경찰서에 함께 가서 통역해주는 등 법적 문제를 돕기도 한다.

완벽하진 않지만, 몸으로 부딪히면서 배웠다. 현지 사람들도 아시아인이 아랍어를 하니까 많이 도와주더라. 2016년 KBS2 ‘수상한 휴가’을 시작으로 KBS1 ‘걸어서 세계속으로’, MBC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EBS ‘세계테마기행’, JTBC '뭉쳐야 뜬다' 등 모로코를 주제로 한 여행 프로그램의 코디네이터 일을 했다.

출처: 우성철씨 제공
모로코를 찾은 JTBC '뭉쳐야 뜬다' 출연진들. 방송인 노홍철, 배우 고두심.
출처: 우성철씨 제공
방송 코디네이터, 여행 가이드 일을 하고 있는 우성철씨.

-현재 방송 코디네이터 일만 하고 있나.

현지에서 여행사와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여행객들을 상대로 여행 가이드 일을 하고 있다. 유럽인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요즘 한국인들도 많아졌다. 모로코에 신혼여행으로 많이 온다. 그동안 했던 여행 중에 가장 좋았던 것과 힘들었던 것을 물어본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최대한 맞춘다. 서비스업은 10개를 잘해도 1개를 못하면 못한 것이다. 고객 맞춤으로 하나하나 신경 쓰려고 한다. 13~17명으로 구성한 그룹투어도 한다.


또 한국 관련 문제가 생기면 도움을 준다. 마라케시에서 모로코 대사관까지 4시간 걸린다. 여행 온 한국 사람들이 문제가 생겨 경찰서에 가도 말이 안 통해서 불편해한다. 그런 경우 일 처리를 도와준다.  


2016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2)가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렸다. 한국에서 오신 장관, 국회의원 등을 의전하기도 했다. 방송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것을 알고 대사관 측에서 직접 부탁하더라. 현지 문화나 정보를 잘 알고 있는 한국인이 없었다.

출처: 우성철씨 제공
우성철씨가 모로코에서 운영하고 있는 호텔.

-외국인인데 일하는 게 법적 문제는 없나.

모로코를 처음 왔을 땐 관광 목적의 무비자로 입국했다. 90일간 지낼 수 있다. 하지만 돈을 벌고, 일하면서 지내려면 시민권을 따거나 비즈니스 비자가 있어야 한다. 모로코 현지인과 결혼해 시민권을 받을 수도 있다. 지금은 비즈니스 비자가 있다. 세금을 잘 내고 법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계속 있을 수 있다.


외국인은 혼자 사업하기 힘들다. 제한받는 게 많다. 현지인과 같이 해야 한다. 현재 동업자가 있다.  


-동업자는 어떻게 만났나.  

동업자는 처음 모로코에 도착했을 때 머물렀던 호텔의 사장이다. 지금 내가 운영을 맡은 호텔이기도 하다. 2015년에 만났다. 원래 호텔, 여행사 사업을 하던 분이다. 처음 모로코에 왔을 때 만날 친구나 아는 정보가 많지 않았다. 낯선 아시아인이 여행을 왔다고 하니 더 잘 챙겨주더라. 많은 도움을 받았다. 고마운 마음에 함께 장을 보러 가거나 객실 청소를 도와줬다. 투숙객들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을 도와주기도 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친분을 쌓았다.


동업자는 50대다. 거의 아들이나 친동생처럼 생각했다. 한국에서 촬영을 오면 호텔 내에서 찍게 했다. 내가 생각한 마케팅 방법이었다. 촬영지로 소문이 나서 장사가 더 잘 되더라. 본격적으로 운영을 맡겨 달라고 했다. 원래 벌던 수익은 그대로 동업자가 갖고, 추가로 생긴 수익만 가진다고 했다. 동업자는 이 일 외에도 다른 사업도 하고 있었다. 호텔 운영을 맡기고 다른 일에 집중했다. 자유 시간이 더 생겨 편하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더 잘돼서 다행이었다.  


호텔은 모로코 전통 가옥인 리야드 형태다. 리야드는 집 가운데 정원이 있다. 방은 10개가 있다. 1방에 1박으로 약 100유로(한화 약 13만원)이다. 날씨가 너무 덥거나 라마단 기간이 아니라면 보통 방은 다 찬다. 8개 이상 예약이 들어온다.  


2018년 기준 호텔은 월 매출 약 2만유로(한화 약 2600만원)를 유지하고 있다. 경비 및 인건비 등을 제외한 순수익은 약 1만4000유로(한화 약 1800만원) 정도다. 2018년 여행사 연 매출은 약 15만유로(약 1억9000만원)이다. 주유비, 인건비, 경비 등을 제외한 순이익은 약 8만유로(약 1억원)이다. 

출처: 우성철씨 제공

-외국에서 일하려는 청년들에게 조언하자면.

해외에서 일하는 건 외롭고 힘들다. 순간적인 매출만 보면 안 된다.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하면 현지에서도 인정을 받을 것이다. 초기 자본이 많아야 사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과 일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

해당 국가의 역사, 정치, 문화, 종교, 사람들의 인식 등을 사전 분석해야 한다. 계절별 또는 분기별로 현지 조사를 충분히 해야 한다. 사업은 연애와 같다. 일하고자 하는 나라를 사랑해야 한다. 그 나라에서 돈만 벌겠다는 생각보단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 힘든 상황이 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꿈과 목표는.  

부모님이 ‘잘 컸다’고 하실 때 보람 있더라. 모로코 관련 한국 방송에 나온 모습을 보시거나 내가 가이드를 한 여행객들의 얘기를 들으셨을 때 뿌듯해하시더라. 앞으로도 그런 아들이 되고 싶다. 가이드 일을 하면서 손님들이 “여행이 즐거웠다” “덕분에 안전하게 잘 지냈다”고 할 때 보람을 느낀다. 모로코에 와서 날 만나는 사람들이 좋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여행하고 돌아가는 길에 ‘모로코가 좋았다’고 생각했으면 한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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