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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업하다 결혼…결혼식 준비하다 개발한 '녹는 코팩'으로 홍콩, 러시아 수출까지

얼굴에서 뽑지 않고 녹였더니 15만개 초대박에 사랑까지 쟁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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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 코팩이 피지 녹이는 제품
방송과 인터넷 포털에서 1위 차지
'연애→동업→위기→결혼→성공' 이야기

‘K뷰티’(한국산 화장품) 유행으로 뷰티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심한 레드오션이다. 창업 후 1년을 버티기도 어렵다. 2015년 창업해 4년 만에 중국·대만·싱가포르 등 해외로 수출하는 뷰티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원데이즈유'(One-day's you)의 고현호·안채현 대표를 만났다. 연인 사이였던 두 대표는 창업 3년 만인 작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사업과 사랑을 함께 얻었다.

◇유명 인플루언서가 먼저 찾아

원데이이즈유의 대표 상품은 얼굴 피지 제거제 ‘피지쏙쏙 노 모어 블랙헤드’(피지쏙쏙)다. 일반적인 피지 제거제(코팩)는 접착테이프처럼 붙였다 떼는 방식이다. 피부에 과도한 자극을 주고 모공을 넓게 만드는 단점이 있다. 고 대표는 “피지쏙쏙은 피지를 뽑아내지 않고 녹여 없애는 제품”이라며 “액체로 된 피지 제거제를 화장 솜에 묻힌 뒤 원하는 부위에 15분간 올려놓기만 하면 모공 속 피지가 서서히 녹는다”고 했다.

원데이즈유 안채현·고현호 대표

출처큐텐츠컴퍼니 제공

피지쏙쏙은 두 사람이 결혼 준비를 하던 중 집에서도 피부 관리를 할 방법을 찾다가 개발했다. 고 대표는 “결혼 준비하기 전에 코 피지를 없애려 코팩을 썼는데 모공이 더 넓어지는 부작용이 있었다”면서 “비싼 피부관리숍을 다니지 않고도 집에서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을 고민하다 직접 만들게 됐다”고 했다.

피지쏙쏙은 피부를 상하게 하지 않고 피지를 없앨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작년 3월 출시 이후 지금까지 15만개 넘게 팔렸다. 별도로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온라인(http://bit.ly/2GndfqH) 등을 통해 계속 주문이 오고 있다.

제품의 힘으로 저절로 홍보가 된 덕이다. 유명 인플루언서(소셜미디어 유명인)나 방송 프로그램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안 대표는 "따로 연락하지 않았는데도 일본의 한 유명 뷰티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러시아의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가 알아서 각각 사용 후기를 올렸다"며 "이후 해외에서도 주문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엔 한 케이블 방송의 뷰티 프로그램에 소개됐다. 경연 방식의 프로그램이었는데, 쟁쟁한 화장품 브랜드들을 제치고 ‘블랙헤드 제거제 부문’ 톱5에 들었다. 네이버 모바일 메인의 쇼핑창 '뷰티윈도'에서 피지 제거제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피지쏙쏙'

출처원데이즈유 제공

◇잘 몰라서 창업

부부는 뷰티 스타트업을 차리기 전까지는 화장품에 대한 전문 지식이 거의 없었다. 고 대표는 전자제품 유통업계에 있었고, 안 대표는 가전제품 디자이너로 일했다. 오랜 기간 연인관계였던 두 사람은 막연하게 함께 창업하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K뷰티가 활황세를 보이자 4년 전 창업하기로 뜻을 모았다. 곧 직장 생활하며 각자 번 돈을 모아 창업을 실행했다. ‘One day's you’라는 브랜드명은 안 대표가 지었다. ‘매일 특별한 당신’이란 뜻이다. 고 대표의 유통 경험과 안 대표의 디자인 경험을 합치면 ‘대박’이 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녹록치 않았다. 고 대표는 “K뷰티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으니 출시만 하면 바로 잘 될 거라는, 어떻게 보면 순진한 믿음이 있었다”면서 “이토록 많은 업체가 치열하게 경쟁하는지 창업하고 나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창업 초반 맨땅에 헤딩을 많이 하다 보니 사전에 충분히 시장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무모함이 창업의 비결이 됐다. 많이 아는 사람은 어떤 걸 접해도 새롭지 않다. 대개는 이미 경험했거나 봤던 것들이다. 결국 '되겠어?'하며 창업하지 못한다. 안 대표는 “화장품 업계에서 15~20년씩 일한 연구원이나 다른 직원들을 만나면 '너무 많이 알아서 겁이 나' 창업을 못한다고 말 한다"며 "우리 부부도 많이 알았으면 시작할 용기조차 못냈을텐데, 되레 이 분야를 잘 몰랐기 때문에 창업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원데이즈유 안채현 대표

출처큐텐츠컴퍼니 제공

◇홍콩 문전박대에 기술 베끼기도 당해

사업 초창기 부부는 수출 시장을 주 타깃으로 삼았다. 경쟁이 격화된 국내 시장보다는 한류가 인기인 해외 시장에서 승부를 내기로 한 것이다. 판로 개척을 위해 일일이 해외 도매상을 찾아다녔다.

안 대표는 화장품 매장 3000곳이 모여 있다는 홍콩 상수(上水)역 일대를 돌아다닌 경험을 들려줬다. “저희 제품 받아줄 곳을 찾아 소개 책자를 들고 사흘 동안 수백 곳을 찾아갔어요. 큰 기대를 안고 간 출장이었는데 현지 상인들 반응은 싸늘했죠. ‘너희 같은 한국 업체가 일주일에 2~3곳은 여기 온다’ ‘설명은 됐으니 책자만 두고 가라’는 식이었죠.” 수백곳 가운데 연락이 온 곳은 3곳뿐. 그마저도 매입 가격을 터무니없이 낮게 불러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다. 고 대표는 “사업적으로 무척 힘든 시기였다"며 "아내와 서로 의지하지 못했으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활로를 찾기 위해 다른 생활용품으로 라인업을 확대했다. 모기 퇴치 패치를 내놓은 것.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길게 가지 못했다. 중국 업체가 그대로 베껴서 시장을 장악해 버린 것이다. 제품의 중국 유통을 담당해주는 업체에서 정보가 새어 나갔다고 한다.

-어떤 일이었나요.

“8개월 간 각종 시행착오를 겪으며 어렵게 개발한 제품이었어요. 그런데 중국 업체가 디자인까지 비슷하게 만들어 반값에 내놨습니다. 복제품은 결국 2000만개 이상 팔리며 대박을 냈죠. 반면 우리 제품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곧 회사는 창업 이후 최대 위기에 내몰리고 말았죠. 인지도 낮은 스타트업의 설움을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

제품 회의를 하는 원데이즈유 안채현(왼쪽) 대표와 고현호 대표

출처원데이즈유 제공

◇피지쏙쏙으로 위기 극복

이 위기를 극복하게 해준 게 '피지쏙쏙'이다. 어려울 때 한 결혼 결정이 선물이 돼 돌아온 것이다. "피지쏙속이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그간 고생이 조금은 보상받은 것 같습니다." 중국 대만 같은 기존 주력 시장 뿐 아니라 낯선 곳에서 주문 메일이 올 때도 있다. 안 대표는 “러시아 인플루언서가 피지쏙쏙을 소개하면서 러시아로 된 이메일이 300건가량 온 적이 있다"며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없어 응대하는 데 큰 애를 먹었다"고 했다. 그래도 예전에 겪은 시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이제 온라인(http://bit.ly/2GndfqH) 등을 통해 국내 시장도 공을 들이고 있다. 고 대표는 "제품만 좋으면 국내의 치열한 경쟁도 뚫을 수 있다는 것을 피지쏙쏙을 통해 알았다"며 "판로를 다양화해 유통망을 넗혀갈 계획"이라고 했다.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해 연예인이나 유명 인스타그램 뷰티 인플루언서들과 새로 협업할 계획이다. 안 대표는 “다음 달엔 유명 걸그룹 멤버를 모델로 내세워 신제품을 출시한다”고 했다.

부부는 함께 일해서 행복하다고 했다. 고 대표는 “온종일 함께 있어서 무척 좋다”며 “집에서도 화장품 관련 대화만 하면서 자연스럽게 제품 관련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고 했다. 안 대표는 “남편은 일을 벌이는 성격이고 나는 뒤에서 받쳐주는 성격이라 시너지가 있다"며 "가끔 싸우긴 하지만 둘 다 오래 담아두는 성격은 아니라서 금세 화해한다”고 했다. 

원데이즈유 고현호 대표

출처큐텐츠컴퍼니 제공

◇뷰티 업계 혁신 이끌고 싶어

원데이즈유는 앞으로 스킨이나 로션 같은 남녀노소 누구나 쓰는 화장품 보다는, 특정 소비자를 공략하는 제품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새로 내놓고 있다. 외출했다 돌아와 붙였다 떼면 화장과 함께 각질도 제거되는 마스크 팩이 대표적이다. 젊은 직장인 여성을 겨냥한 제품이다. 선크림까지 쉽게 지우는 바디워시도 내놨다. 다양한 클렌저 쓰는 걸 번거롭게 생각하는 사람을 위한 제품이다.

안 대표는 “화장품은 거대 회사가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중소 업체들은 남은 작은 파이를 갖고 치열하게 다투는 상황으로 정리할 수 있다"며 "우리 같은 작은 회사가 남들과 비슷한 제품을 만들면 차별화가 어렵고, 새롭고 이색적인 화장품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했다.

과감한 실험을 계속할 예정이다. “LG생활건강이나 아모레퍼시픽 같은 대기업은 실험적인 제품은 내놓지 않아요. 그들은 어떤 제품에 대한 시장 수요와 관련된 데이터가 있지 않으면 만들지 않죠. 하지만 스타트업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과감하게 실험적인 제품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이게 뷰티 업계 전체 혁신으로 이어지죠. 과감한 시도로 화장품 업계에서 손꼽히는 회사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글 CCBB 김승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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