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마이크로소프트 출신 KBS 현직 아나운서가 하는 흔치 않은 일

조회수 2020. 9. 28. 09:49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8년 차 KBS 아나운서가 직접 들려주는 취업 노하우

올해로 KBS에 입사한 지 8년 차인 김지원(30) 아나운서는 라디오 진행을 맡기 시작한 2016년도부터 취업을 고민하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 방법을 조언해왔다. 도움을 받은 취준생들 사이에 소문이 나 상담 요청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최근에는 인스타그램(@k_jiwon33)과 유튜브(3분 지원 3min-jiwon)에 취업과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고 있다. 동생의 취업 준비를 도와주다가 알게 된노하우를 취준생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했다는 그를 만났다. 그의 휴대폰에는 취업 상담을 위해 취준생들과 주고받은 장문의 메시지들이 가득했다.

출처: jobsN
김지원(30) 아나운서(왼), 취준생과 주고받은 장문의 메시지(오).

- 본인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아나운서 김지원입니다. 2012년도에 KBS에 입사했어요.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TV 유치원의 ‘하나 언니’로 시작해서 도전 골든벨, 주말 9시 뉴스, 스포츠 뉴스 등을 진행했습니다. 작년까지 라디오 KBS FM에서 ‘김지원의 옥탑방 라디오’를 맡았었고, 최근에는 글로벌 24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 외국계 기업이 첫 직장이었다고.

“연세대학교 신방과를 다녔어요. 졸업이 가까워오면서 전국을 돌며 아나운서 시험을 봤습니다. 그런데 매번 떨어지더군요. 아나운서에 올인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커 보였어요. 그래서 취업을 위한 플랜 B를 동시에 진행했어요. 취업 시즌에 기업에 낼 수 있는 원서는 다 냈어요. 그중 저를 채용해준 곳이 한국마이크로소프트였습니다. 제 첫 직장이었죠.”

- 취준생들이 선호하는 외국계 기업 중 하나인데, 아나운서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외국계 회사로서 매력적인 직장이었어요. 직장 내 분위기도 좋았고 대우도 좋았죠. 그런데 아나운서의 꿈을 포기하기가 힘들었어요. 직장을 다니면서도 방송국에 원서를 쓰고 면접을 보러 다녔습니다. 결국 SBS 스포츠에 합격을 하고 첫 직장을 그만뒀어요. 이후로 잠시 백수 생활도 하고 지방 방송국 원주 KBS에서 아나운서로 일하기도 했어요. 방송국에서 일하지만 모두 프리랜서 신분이었습니다. 안정된 외국계 회사를 떠나 불안정한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었죠. 그래도 꿈이 있기에 후회는 없었어요. 여러 번 도전 끝에 2012년도에 KBS에 아나운서로 입사하게 됐습니다.” 

- 현직 아나운서가 개인적으로 취업 준비생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인데.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남동생이 대학교 4학년이 되던 해에 취업 준비를 하면서 고민하는 걸 봤어요. 졸업을 눈 앞인데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죠. 경영학을 전공해서 그냥 기업에 원서를 내야겠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남동생의 취업 문제는 집안의 걱정거리이기도 했어요. 도와주고 싶었어요. 제가 취업에 도전했을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남동생의 목표를 구체화시켜주고 목표를 위해 세밀하게 준비하는 방법을 알려줬습니다. 수많은 도전 끝에 결국 남동생은 취업에 성공했어요. 동생이 직장을 갖고 가족들이 너무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취업을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시기가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지 누구보다 잘 알거든요.”

- 언제부터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고민상담을 시작했는가.

“KBS FM 옥탑방 라디오를 진행할 때입니다. 청취자들로부터 취업 고민에 대한 사연이 들어오면 성심성의껏 조언해드리곤 했는데, 점점 관련 메시지를 보내주시는 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 방송이 끝나고 장문의 답장을 적어 보내드렸죠. 이게 소문이 나면서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질문이 쏟아졌어요. 일일이 답장을 해주다 보니 중복되는 이야기가 많더라구요. 그래서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분, 10시에 라이브 할게요. 궁금한 거 물어보세요’라고 올리고 라이브로 질문과 답변을 공유했습니다. 라이브를 하다 보니 질문이 더 늘어났어요. 저장해놓고 공유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유튜브를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 유튜브는 직접 만드는지. 어떤 콘텐츠를 올리는지도 궁금하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직접 촬영하고 편집도 제가 해요. 업무 외 시간에 하다 보니 하나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유익한 콘텐츠를 공유하고 싶어서 정성을 다해 만들고 있어요. 다양한 기업에 입사한 친구들을 직접 연결해 합격 비결을 직접 물어보기도 했고, 취업을 위한 스펙 쌓는 비결이나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팁을 소개하는 영상도 만들었어요. 그중에 ‘공채 벼락치기 꿀팁’과 ‘슬럼프 극복법’이 조회 수가 가장 많았습니다.”

- 취업준비생들이 어떤 질문을 많이 하는가.

“질문을 하는 취준생들이 워낙 다양하다보니 질문의 종류도 다양해요. 방송국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부터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 경찰 지망생들도 있어요. 어린 중.고등학생들이 취업에 대해 질문하는 경우도 많아요.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00에 들어가고 싶은데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이에요. 그런 경우 관련 직종에 일하고 있는 친구의 조언을 전달해 주기도 합니다.”
  

- 취준생들을 위한 조언에 대하여. 먼저, 자기소개서를 쓸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자기소개서 안에 나만의 ‘킬러 콘텐츠’를 넣는 게 가장 중요해요. 나 아니면 누구도 쓸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나만의 콘텐츠만이 면접관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어요. 보통 자기소개서에는 자신의 스펙을 나열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스펙들은 주목 받기 힘들어요. 지망하는 분야와 개연성 있는 ‘킬러 콘텐츠’ 한두 개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나만의 콘텐츠를 찾기가 힘든 경우에는 자신의 꿈을 스펙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어요. 예를 들면, 방송국 교양 PD를 지망하는 사람의 경우 ‘이상 문학상을 목표로 글을 쓰고 있다’라는 자신의 꿈을 자소서에 나의 콘텐츠로 활용하면 주목도가 확실히 높아집니다. 나의 꿈을 감명 깊게 어필할 수 있거든요. 자소서의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서 장황한 수식어 없이 간결하고 명확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 면접할 때 면접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면접을 보러 가면 면접관들은 우선 지원자의 자소서를 훑어봐요. 자소서에 적은 내용이 곧 질문의 소재죠. 짧은 시간 안에 면접관들이 자소서에서 핵심을 잡지 못하면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자소서를 쓸 때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직관적인 표현의 소제목들을 적어넣으면 좋아요.

면접에 앞서서 내가 꼭 어필하고 싶은 나만의 아이템을 서너 개 준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나만의 이야기를 총알로 숨겨가서 면접관이 어떤 질문을 해도 자연스럽게 내 이야기로 이끌며 총알을 쏘는거죠. 면접관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제가 늘 ‘1면접 1빵’을 목표로 하라고 조언해요. 면접 한 번 할 때마다 최소 한 번은 터트리는 걸 목표로 면접에 들어가라고 이야기해 줍니다. 면접관들도 인간인지라 나로 인해 미소 지을 수 있으면 승률이 훨씬 높아져요.

내 매력을 확실하게 어필하는 방법도 중요해요. 나를 캐릭터화 시켜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거죠. 면접과 관련해서 조언을 부탁했던 사람 중에 순수하고 열정적인 친구가 있었어요. 그런데 본인이 말하는 방법이 기계 같고 소심하다며 면접을 볼 때마다 고민을 했어요. 저랑 이야기를 나눠보니 엄마가 운영하는 치킨집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신나게 말하더군요. 이걸 면접에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엄마 치킨집이 잠실에서 제일 잘나가요.’ 부터 시작해서 친구가 발 벗고 도와가며 매출을 끌어올렸던 이야기를 면접에서 하라고 조언해줬어요. 순수한 면과 함께 마케팅 경험을 동시에 어필할 수 있거든요.”

- 고민 상담을 하면서 취업준비생들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취업을 위해 필요한 스펙을 만드는 걸 가장 힘들어해요. 취업에 있어서 정말 필요한 스펙은 자격증이나 시험 점수같이 정형화 된 것들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원하는 곳에 취업하기 위해서 그 직장에 맞게 나를 어필할 수 있는 요소를 하나씩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을 브랜딩 하면 하나의 스펙으로 남길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유기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인스타그램에 유기묘 계정을 만들어서 유기묘 관련 포스팅을 꾸준히 올릴 수 있어요. 유기묘와 관련해서 나만의 헤시태그도 만드는거죠. 그러면 내가 SNS에서 유기묘를 위해 활동한 기록을 스펙으로 보여줄 수 있게 됩니다.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외국어를 좀 더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어요. 중국어에 특기가 있다면 중국 여행을 갔을 때, 중국 공원에 가서 노트북을 펼쳐놓고 한국 영상을 중국어로 소개하는 작은 미디어 콘서트를 해보세요. 그 경험이 내 중국어 능력을 어필할 수 있는 좋은 스펙입니다. 경찰 지망생이라면 용기를 내서 직접 경찰서를 찾아가 보세요. 경찰이라는 직업에 있어서 궁금했던 점을 현직 경찰관에게 물어보는 거죠. 정중히 요구하면 분명 친절하게 답변해주실 거예요. 경찰관과의 인터뷰도 경찰 지망생에게는 하나의 스펙이 될 수 있습니다.

출처: jobsN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적극적으로 도전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기회가 있으면 계속 지원해보고,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활동은 최대한 경험해 보는 게 취업에 유리한 것 같아요. 저는 대학교 교환학생 시절, 미국 방송국에서 인턴을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부터 수많은 지역 방송국에 인턴 자리 없냐고 지속적으로 이메일을 보냈죠. 오랜 수소문 끝에 결국 한 방송국에서 연락이 와서 인턴을 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일반 기업의 경우에 다른 스펙보다 인턴을 많이 경험해 본 실무형 인재를 더 선호하는 걸 많이 봤어요.”

-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 중에는 자신이 무얼 좋아하는지, 어떤 장점이 있는지 확신이 없는 사람이 많다. 그런 분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제 동생의 취업 준비를 도와줬을 때 동생과 함께 제일 먼저 고민했던 질문이에요. 취업을 앞두고 어떤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지 확신이 없는 분들이 많아요. 우선 좋아했던 것들을 하나씩 떠올려보라고 조언해요. 하고 싶었는데 뒤로 미루고 포기했던 것들도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그것들을 직접 경험해보세요.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매장에 찾아가서 한 달이라도 아르바이트라도 해보는 거죠. 그러면 새롭게 느끼는 감정들이 있을 거예요. 그게 경험이 되고 스펙이 될 수 있어요. 진로를 결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 개인적인 질문. 어렸을 적부터 꿈이 방송이었나.

“원래 꿈은 학교를 세우는 것이었어요. 대안학교 성격의 고등학교를 세워서 학생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부하고 원하는 취미 활동도 마음껏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제 학창시절에 대한 후회에서 생긴 꿈 같아요. 외고에서 공부를 했던 기억밖에 나질 않아서 학교를 다니며 즐거웠던 기억은 별로 없어요. 꿈이 원대해서 이번 생에는 실현하기 힘들 것 같네요. 그래도 요즘 취업으로 고민하는 친구들을 도와주다 보면, 문득 이게 내가 상상하던 꿈의 다른 버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취미가 무엇인지. 일하면서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 있다면.

“예전에는 여행 다니는 걸 정말 좋아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틈만 나면 유튜브 촬영하고 편집하고 메일로 상담해요. 이게 여가를 즐기는 취미가 돼버린 셈이죠. 제가 스트레스를 별로 안 받는 성격이라 풀만한 스트레스가 남아있지 않아요. 늘 긍정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취업준비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슬럼프에 빠지거나 방황하는 시기가 있어요. 그럴 땐 꿈을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 생각하면 큰 도움이 되더군요. 가령 꿈을 ‘방송국 아나운서’가 아니라 ‘방송에 나가서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해주자’라고 정하면 한결 마음이 편해져요. 방송국이 아니어도 다른 방법이 많으니까요. 장기적으로 계획을 짜서 조금씩 이뤄나가며 행복을 느끼는 것도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입니다.”

글·사진 오종찬

jobarajob@naver.com

CCBB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