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너무 잘해서..오히려 역차별받는 직업입니다

조회수 2020. 9. 28. 09: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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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 재밌는 직업이지만 포기하는 것도 많아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 3인 인터뷰
‘직업으로서 프로게이머’ 궁금증 해부
재밌는 직업이지만 포기하는 것도 많아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삶. 모두가 꿈꾸지만 쉽게 이룰 수 없는 목표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e스포츠 최강’ 한국에서 프로게이머가 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게임으로 각 학교를 평정한 학생 100명이 모였다고 가정해보자. 그중 프로게이머의 꿈을 이루는 건 많아야 두 명이다.


이 바늘구멍을 통과한 사람들을 만났다. 김대엽, 김유진, 이재선 선수는 각각 12, 10, 7년 경력의 ‘스타크래프트2(스타2)’ 프로게이머다. 김대엽 선수는 2017년 ‘한국 1위’였고, 김유진 선수는 최고 권위 대회인 ‘WCS Global Finals’에서 유일하게 두 번 우승한 사람이다. 막내 이재선 선수도 최근 실력이 급상승하며 두 형의 뒤를 쫓고 있다. 이들에게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대해 들어보았다. 

출처: jobsN
왼쪽부터 김유진, 김대엽, 이재선 선수.

-어떻게 하면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나.


(김유진) “우선 온라인에서 높은 등급에 올라야 한다. ‘리그오브레전드(롤)’을 비롯해 프로리그를 운영하는 게임의 경우, 프로팀 관계자들이 연습생 테스트 제안을 할 것이다. 연습생을 공개모집하는 일은 거의 없다. 스타2는 현재 국내 프로팀이 진에어 한 곳뿐이라 이외 선수들은 모두 해외팀 소속이다.”


-노력과 재능, 성공의 열쇠는.


(이재선) “재능이 큰 것 같다. 노력해도 안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프로게이머가 되기 전 같이 준비했던 지망생이 200~300명 정도 있었다. 그중 데뷔한 사람은 3~4명뿐이었다.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들 중에도 안되는 사람이 있더라.”


(김대엽) “진짜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든 프로게이머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최고 레벨의 선수가 되는 건 타고 나지 않으면 힘들다. 프로팀에 들어가도 다 데뷔하는 건 아니다. 보통 프로대회에선 100~200명 정도의 선수가 예선을 치른다. 32강부터 본선인데, 여기 들어야 데뷔했다고 본다.”

출처: Starcraft esports 유튜브 캡처
세 선수의 경기 모습.

-오래 할 수 있는 직업인가.


(이) “그렇지 않다. 30살 정도가 마지노선이다. 군 문제 때문이다. 기량 하락이 심해 커리어 중간에 군대를 다녀오기 쉽지 않다. 사람들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할 때쯤 우리는 은퇴한다.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엽) “나이를 먹을 수록 반응속도도 떨어진다. ‘손이 굳는다’고 표현한다. 선수생활 초기엔 3~4일 정도 게임을 쉬었다가 다시 해도 손놀림이 나쁘지 않았다. 지금은 하루만 게임을 쉬어도 잘 안 움직인다. 머리는 돌아가는데 손이 못 따라간다. 그래서 손목마사지도 꾸준히 한다.”


-은퇴 후엔 보통 어떤 일을 하나.


“예전엔 은퇴 후에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었다. 군대를 다녀오면 게임과 무관한 직업을 찾아야 했다. 지금은 관련 업계에서 계속 일할 수 있다. 코칭스탭, 감독으로 일하는 전 프로게이머들이 많다. 스타2는 국내에 프로팀이 하나뿐이지만 외국엔 많다. 아프리카TV에서 방송하는 사람도 많고. 롤 같은 인기 게임은 시장 규모가 커서 은퇴 후에 1인 크리에이터로 성공하는 이들도 꽤 있다.”

출처: 이재선 선수 제공
이재선 선수의 인터뷰 장면.

-프로게이머들의 수입은.


“팀에서 받는 월급과 대회 상금이다. 개인 방송으로 수익을 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대회 성적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취미 정도로 한다. 연 수입은 개인별 편차가 크다. 스타2 프로게이머의 경우 보통 3000만원 초반~1억 초중반정도다. 대회 상금을 얼마나 받느냐가 결정적인 차이다. 올해 WCS Global Finals 우승상금은 2억원이 넘는다. GSL 우승상금은 3000만원, 준우승은 1200만원이다. 롤챔스(게임 ‘리그오브레전드’ 1부리그 대회명)에 출전하는 선수는 거의 다 억대 연봉을 받는다. 몇 억씩 받는 선수도 있다.”


-스타크래프트2는 국내 프로리그가 없다. 국내 선수들은 어떻게 활동하나.


“연 3회 GSL이라 부르는 국내 개인 토너먼트가 주 무대다. 사이사이에 ‘슈퍼토너먼트’라고 부르는 조금 더 작은 대회가 있다. 이 대회들에서 거둔 성적을 바탕으로, 8명의 선수가 미국에서 열리는 WCS Global Finals에서 외국선수 8명과 맞붙는다. 한국선수들이 너무 강해 쿼터를 할당해놨다. 여기까진 게임 개발사 ‘블리자드’가 직접 주관하는 대회다. 이외 다른 해외 대회들도 있다.”

출처: Starcraft esport 유튜브 캡처
김유진 선수와 김대엽 선수의 맞대결 장면.

-이 직업의 가장 큰 매력 & 힘든 점.


“이 직업을 억지로 하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좋아서 하는 사람이다. 성적만 잘 낼 수 있다면 누구보다 재밌게 일할 수 있다. 남들에게 인정 받을 수도 있고, 팬들도 환호해주고. 언론에 나온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성공하면 일반 직장인보다는 큰돈을 벌 수도 있다. 힘든 점은 아무래도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경쟁 시스템에서 일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경기에서 졌을 때 받는 스트레스는 정말 크다. 직업 특성상 게임 이외 다른 경험을 쌓는 게 어렵다는 점도 아쉽다.”


-게임, ‘직업’인지 아니면 ‘즐거움’인지.


(유) “솔직히 말하면 아마추어 시절이나 선수생활 초기만큼 즐겁진 않다. 그때보다 성적 부담이 크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이상 ‘내년에 잘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없다. 다시 강조하면 그래도 그때만큼 마냥 즐거운 게 아니라는 말이다. 즐겁긴 여전히 즐겁다.”


(엽) “일로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국내 팀에서 생활할 땐 연습량이 너무 많아 하기 싫을 때도 있었고, 힘들기도 했다. 국내 팀이 없어진 지금은 오히려(김대엽 선수는 해외팀에 소속되어 있다. 해외팀은 선수 개인 스케줄 위주로 돌아간다.) 연습하고 싶을 땐 연습하고, 쉬고 싶을 땐 쉴 수 있다. 예전보다 더 즐기고 있다.”

출처: (좌)블리즈컨 홈페이지 (우)김대엽 선수 제공
영광의 순간.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해준다면.


(유) “일단 학교에서 제일 잘해야 한다. 프로팀에서 먼저 제의가 올 정도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 프로게이머로서 성공하려면 많은 어려움을 감내해야 한다. 또래들보다 자유시간도 많이 없고, 경기에서 졌을 때 받는 스트레스도 엄청나다.”


(엽) “정말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팁을 하나 주자면, 프로게이머들의 게임 화면이나 대회 VOD를 많이 챙겨보는 게 좋다. 혼자서 연습하는 건 한계가 있다. 프로선수들은 어떻게 경기하는지 본다면 분명히 얻어가는 게 있을 것이다.”


(이) “좋은 점도 많지만, 직업이 되면 아무리 게임이라도 마냥 즐겁진 않다. 학창시절의 추억도 많이 포기해야 하고, 평범한 삶이랑은 거리가 있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도전하기 바란다.”


글 jobsN 김지상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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