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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연예인도 감탄, 요즘 인기폭발이라는 2만원짜리 스포츠

조회수 2020. 9. 28. 09: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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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훤도 감탄한 요트 프로그램 운영하는 사람이 바로 접니다

“요트를 타고 한 시간 동안 거제 앞바다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선셋 세일링’ 프로그램 인기가 으뜸입니다. 3~4일 전에 예약이 다 차요.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견훤 역할을 맡았던 배우 서인석씨도 요트를 타보고 좋아하셨죠.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냈다며 팁으로 10만원을 건넨 손님도 있었습니다. 팁은 안 받았지만, 기분이야 좋았죠.”

출처: jobsN
최희룡 대리.

최희룡(44)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대리는 한화리조트 거제 벨버디어 마리나(marina) 매니저. 마리나는 작은 보트나 요트용 정박지다. 레저 업계에선 정박지에 리조트 같은 숙소를 포함한 시설을 일컫는다. 거제 벨버디어는 2018년 10월 문을 연 리조트. 마리나 사업은 15개 리조트를 운영하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거제 벨버디어에 처음 도입했다.


-이력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1995년 부산대 법대에 입학해 해양법을 전공했다. 졸업 후 6년 정도 사법고시를 준비했다. 삼형제인데 형과 동생이 지체장애인이다. 가족을 위해서라도 꼭 합격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당장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고시를 포기하고 취직을 선택했다.


2007년 화인마린이라는 해운회사에 들어갔다. 2009년까지 곡물·석탄 등을 수송하는 벌크화물선 임대계약 중개를 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해운업계 사정이 어려워졌다. 유통 쪽으로 진로를 틀었다. 이듬해 종합 외식기업 아모제푸드에 입사했다. 식자재 유통을 담당하다가 2011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외식사업부(Food Culture)로 자리를 옮겼다. 36살 나이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단체급식 운영·식자재 유통 등을 담당하다 작년 7월 리조트 부문으로 발령이 났다.”

출처: 최희룡 대리 제공
한화리조트 거제 벨버디어 마리나 전경.

-지금 하는 일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마리나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아직은 거제 벨버디어 한 곳에서만 마리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강습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또 홍보와 외주업체 관리도 한다. 지난 6월14일 개장식을 열었다. 아직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아 사업 정비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까지 계류장 인허가를 받고 선박 섭외를 했다. 또 교육 위탁업체도 선정했다.”


-요트와 인연을 맺은 계기가 궁금하다.


“태어날 때부터 바다와 인연이 있었다. 경상남도 통영 작은 섬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 때 목회자인 아버지를 따라 울릉도로 이주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부산 해운대로 와서 쭉 살았다. 대학에서는 해양법을 전공했다. 또 해운회사에 취업했다. 자연히 해양 스포츠에도 관심이 생겼다.


해운대에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가장 큰 수영만 요트 경기장이 있다. 2012년 이곳에서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소형 요트인 딩기 요트를 배웠다. 쉬운 말로 1~2인용 돛단배다. 오직 바람에 의지해 바다와 교감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동호회에 가입해 매주 요트를 탔다. 2018년 회사에서 마리나 사업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적임자라 생각하고 준비단장한테 메일을 보냈다. 작년 7월 마리나 개장 준비단에 합류했다.”

출처: 조선DB
부산 수영만 요트 경기장에 들어선 요트들.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나.


“요트는 동력전달방식에 따라 세일링 요트와 모터 요트로 나눌 수 있다. 세일링 요트는 바람으로 움직인다. 모터 요트는 엔진의 힘으로 이동한다. 세일링 요트에도 50마력짜리 엔진이 달려있기는 하다. 계류장에서 출발하거나 돌아올 때 옆 배와 부딪히지 않으려면 엔진의 힘을 이용한 정교한 조종이 필요하다. 거제 벨버디어에선 세일링 요트 3대를 운영 중이다. 선체 2대 사이에 갑판을 얹어 몸집을 키운 32인승 쌍동선(카타마란·catamaran) 1대와 선체가 하나인 12인승 단동선 2대가 있다.


하루 여섯 번 여는 1시간짜리 프로그램이 있다. 선장 출신 전문가와 함께 요트에 올라 조종 원리를 배우고 직접 바람의 힘을 이용해 운전해본다. 또 2시간30분 동안 전문적으로 요트를 배울 수 있는 아카데미 강습 프로그램도 있다. 초·중·고급 3가지 코스가 있다. 고급 코스까지 수강하면 혼자 요트를 탈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준다.


1시간 코스는 평일에는 하루 130명 정도 이용한다. 주말 평균 이용객은 200명가량이다. 아직 개장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아 아카데미 강습 프로그램은 수강자가 많지 않았다. 그래도 1시간 코스를 이용해본 손님들이 수강 문의를 많이 하고 있다.

출처: 최희룡 대리 제공
요트 강습 프로그램 운영 장면.

-비용은 얼마나 드나.


“저렴한 편이다. 다른 리조트에서는 1시간 요트 체험에 8만~10만원을 받는다. 우리는 이윤을 남기는 것보다 요트 문화를 알리는 걸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1시간짜리 정기항차 프로그램은 2만~3만원, 아카데미 강습 프로그램은 8만원만 받고 있다.”


-가격 경쟁력 말고도 다른 차별점이 있나.


“마리나 시설을 갖추고 있는 리조트는 우리와 대명리조트 거제마리나 두 곳뿐인 것으로 알고 있다. 대명리조트에선 한 번에 손님을 많이 태울 수 있는 대형 요트를 운영한다. 그래서 요트를 체험하는 것보다 유람선을 타고 바다를 구경하는 느낌이 더 강하다. 우리는 요트 타기의 즐거움을 전파하는 게 목표다. 그래서 수익성은 떨어져도 작은 전문 항해용 요트를 쓴다. 리조트 숙박객뿐만 아니라 비숙박객도 강습을 들을 수 있다.”


-요트는 귀족 스포츠라는 말이 있는데.


“요트값 자체는 크게 비싸지 않다. 세일링 요트 중에서도 1~2인승인 딩기 요트는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새제품은 3000만원이지만 중고는 500만원 내외로 값이 확 내려간다. 장거리 항해에 쓰는 12인승 크루즈 요트는 3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일본에서 수입한 중고 제품은 1500만~3000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중고 제품을 사는 사람이 늘면서 요트 동호회 인구가 늘었다.


문제는 계류비다. 쉽게 말해 주차비가 비싸다. 부산시에서 운영하는 수영만 요트 경기장에선 딩기 요트 계류비를 받지 않는다. 크루즈 요트 계류비는 월 40만원가량이다. 반면 사설 마리나에선 크루즈 요트 계류비로 월 200만~300만원 정도 받는다. 그러니 수영만 요트 경기장에는 크루즈 요트를 댈 공간이 없을 정도다.”

출처: 최희룡 대리 제공
해질 무렵 거제 벨버디어.

-마리나 사업을 맡아오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


“지역 어부들과 갈등이 있었다. 계류장을 세울 때 어부들의 반발이 심했다. 고기잡이배가 다니던 곳에 요트가 다니니 어획량이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지역 어업인들이 동의서를 써줘야 계류장을 설치할 수 있었다. 이들을 설득하는 데 오래 걸렸다. 원래 작년 10월 벨버디어가 문을 열 때 마리나도 함께 개장하려 했다. 하지만 보상 문제로 8개월이 더 걸렸다. 요즘엔 어부들도 계류장이 들어선 걸 반기고 있다. 요트를 타러 온 관광객들 덕분에 인근 식당 매출이 늘었다. 어업 종사자가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서비스업을 하는 사람도 많이 생겼다.”


-앞으로 계획은.


“요트를 더 많은 사람과 즐기고 싶다. 요트는 2~3만원만 내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바람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세일링 요트를 타면 6노트(시속 11km) 정도로 움직인다. 바람 소리를 듣고 파도를 온몸으로 느끼며 자연과 교감할 수 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요트 타기의 즐거움을 알리고 싶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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