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여성인 줄 알았는데..국민대 토목과 출신의 반전

조회수 2020. 9. 28. 09: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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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한 번뿐인 결혼식을 더 아름답게..' 웨딩 플로리스트입니다

결혼을 앞둔 한 커플이 청첩장을 건넸다. ‘행복이 날아온다’는 꽃말을 가진 하얀색 호접란이 그려져 있었다. 신부가 프러포즈 때 받은 꽃이라고 했다. 이 꽃으로 그들의 결혼식장을 꾸몄다. 더플라자 지스텀의 웨딩 플로리스트 이주랑 지배인(35)은 매일 이런 꽃을 만지는 일을 한다.

이주랑씨 제공

-자기소개를 해달라.

호텔 ‘더플라자’의 플라워 브랜드 ‘지스텀’에서 플로리스트 일을 하고 있는 이주랑이다. 웨딩플라워 데코레이션 파트를 맡고 있다. 10년째 꽃을 만지고 있다. 결혼식 때 쓰는 꽃을 더 예쁘게 연출한다. 웨딩홀 뿐 아니라 테이블, 무대, 버진로드, 신부 대기실, 포토테이블에 놓는 꽃을 담당한다. 고객 상담부터 꽃을 사고, 다듬고, 꾸미는 일까지 다 한다.


-플로리스트 일을 시작한 계기.
2008년 친구를 따라 ‘더플라자’의 ‘지스텀’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꽃을 만지는 일을 한 건 아니었다. 꽃병, 촛대와 같은 장식을 나르는 일부터 했다. 매일 꽃을 보다 보니까 점점 관심이 생겼다. 꽃꽂이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2009년 학원에 다니면서 화훼장식기능사 수업을 들었다. 한국꽃문화진흥협회에서 민간 강사 자격증을 땄다.


2011년 실기시험과 면접을 보고 ‘지스텀’에 정식 입사했다. 주제에 따라 꽃을 어떤 스타일로 연출하는지 평가 받았다. 꽃다발, 꽃바구니 등 다양한 종류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지금도 경력직을 뽑을 때 서류면접, 실기면접, 면접을 진행한다.

더플라자 '지스텀' 제공

-일반 플라워 스타일링과 웨딩 플라워 스타일링의 차이점은.

일반 플라워 스타일링과 다르게 웨딩은 규모가 크다. 웨딩 파트에선 꽃을 높은 구조물에 설치할 때가 많다. 국민대학교 토목건축과를 졸업했다. 학교에서 건물과 구조를 배운 게 도움이 되더라. 꽃을 만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큰 그림을 봐야 한다.


또 웨딩 플라워 스타일링에는 꽃병, 촛대와 같은 기타 장식이 많이 들어간다. 꽃병과 촛대는 모양이 다 다르다. 소재의 종류도 다양하다. 장식을 적재적소에 잘 쓰는 게 중요하다.


-웨딩 플로리스트가 되기 위해 한 노력은.
현장 경험을 많이 쌓으려고 했다. 한화그룹 계열사인 63빌딩에도 63컨벤션센터라는 예식장이 있다. 그곳에도 ‘지스텀’이 있다. 입사 후 약 2년간 더플라자에서 일했다. 이후 4년간은 63컨벤션센터에서 근무했다. 웨딩스타일이 비슷하더라도 공간이 다르면 꽃 연출법이 다르다. 예를 들어 63컨벤션센터 메인 웨딩홀은 더플라자 메인홀보다 더 크다. 하지만 가격은 호텔이 조금 더 비싸기 때문에 꽃이 더 풍성하게 들어간다. 새로운 곳에서 작업하면서 많이 배웠다.


일을 오래 할수록 더 배워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꽃문화진흥협회에서 독일 플로리스트 마이스터 과정을 밟고 있다. 또 꽃 스타일링 관련 책도 많이 읽었다. 책에서 배운 것을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했다.

더플라자 '지스텀' 제공

-웨딩 플라워 스타일링 과정이 궁금하다.

결혼식 2~3개월 전 예비 신랑·신부와 콘셉트 미팅을 진행한다. 꽃은 결혼식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고객이 원하는 예식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먼저 과거 진행한 결혼식 꽃 사진들을 보여준다. 새롭게 더 연출하고 싶은 게 있는지 물어본다. 계속 얘기하고 제안하다 보면 고객이 어떠한 스타일을 원하는지 가닥이 잡힌다. 좋아하는 것을 더 넣고, 싫어하는 것을 뺀다. 그렇게 하면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이 나온다.


미팅이 끝나면 결혼식 2~3주 전에 꽃을 주문한다. 필요한 꽃의 양을 가늠하고 발주를 한다. 또 직접 꽃시장을 가기도 한다. 기본적인 꽃들은 주문하지만, 고객이 특별히 원하는 꽃들은 직접 보고 더 사기 위해서다. 종류가 같아도 꽃마다 모양, 크기, 느낌이 다르다.


결혼식은 보통 주말에 있다. 꽃은 화요일이나 수요일에 들어온다. 예식 전까지 꽃을 정리하고 냉장고에 보관해놓는다. 예식 당일날까지 꽃 상태를 계속 살펴본다. 그래도 세팅한 후 꽃이 시드는 경우가 있다. 다른 꽃으로 빨리 바꾼다.


-주로 쓰는 꽃은.

결혼식에 쓰는 꽃 종류는 비슷하다. 주로 1년 내내 쓸 수 있는 꽃을 사용한다. 수국, 장미, 리시안셔스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흰색 계열을 주로 쓴다. 연분홍색이나 살구색, 연보라색, 빨간색도 많이 쓴다. 여기에 시즌마다 나오는 꽃을 더 넣는 정도다.


같은 하얀색 꽃이어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동그랗게 모양을 잡느냐, 들쭉날쭉하게 잡느냐 등이다. 전체적인 꽃의 양은 같아도 유리병에 나눠 여러 군데 놓으면 더 자연스러운 느낌이 나온다. 잎을 많이 넣어서 풍성한 느낌을 원하는 고객이 있다. 또 어떤 고객은 꽃만 꽂아서 깔끔하게 보이는 것을 원한다.


-결혼식 한 번에 쓰이는 꽃의 양은.
보통 1000송이에서 많게는 4000송이를 쓴다. 수국, 장미를 주로 쓰는데 수국만 기본 300~400송이를 사용한다. 장미는 기본 400송이를 쓴다. 꽃이 3000~4000송이 들어오면 정리하는 데만 하루가 걸린다. 직원 15명이 모두 나선다. 

더플라자 '지스텀' 홍보영상 캡처

-신부의 부케와 신랑의 부토니아를 만들 때 신경쓰는 부분은.
신부는 결혼식이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부케를 들고 있다. 연예인들의 결혼식에서도 부케가 화제인 경우가 많다. 그만큼 부케가 중요하다. 부케는 신부가 들었을 때 풍성할 정도로 만든다. 또 꽃송이가 크고 화려해야 한다. 신부가 돋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연분홍색, 살구색의 장미를 많이 쓴다. 은방울꽃도 쓴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다. 우리나라에서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배우 송혜교, 최지우 등이 은방울꽃 부케를 들었다. 송혜교 부케는 1000만원이었다고 한다. 지스텀 은방울꽃 부케는 150만~200만원이다. 일반 부케는 80만원이다. 더플라자에서 결혼식을 올리면 가격을 깎아준다. 꽃 시장에 따라 그때그때 가격이 다르다.


신랑이 가슴팍에 꽂는 부토니아는 신부의 부케와 같은 꽃으로 한다. 부토니아의 유래 때문이다. 과거 남자가 여자에게 꽃다발을 만들어 청혼했다고 한다. 이때 여자는 승낙의 의미로 꽃 한 송이를 꺾어 남자의 가슴팍에 꽂아줬다. 신부가 부케를 고르면 같은 꽃으로 부토니아를 만든다.

출처: 데이지 스튜디오
뮤지컬배우 정성화씨 결혼식 모습.

-유명인의 웨딩 플러워 스타일링을 한 경우가 있었는지.

63컨벤션센터에서 일할 때다. 뮤지컬배우 정성화씨가 결혼식을 했다. 정성화씨의 동료들이 버진로드에 올라 노래를 부른다고 하더라. 무대를 더 빛내고 싶었다. 버진로드를 캔들로 꾸몄다. 직접 기획한 꽃과 장식들이 있는 버진로드에서 공연을 하니 느낌이 새로웠다. 신랑·신부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일하면서 힘든 점은.
작업공간에 에어컨을 항상 틀어놔서 춥다. 꽃이 시들면 안 되기 때문이다. 에어컨 온도를 최대한 낮춰서 작업한다. 사계절 내내 겉옷을 입고 일한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항상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연봉이 궁금하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관련 업계에서 플로리스트로 10년간 일하면 보통 3000만원 중후반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스텀은 대기업 계열사라 조금 더 많이 받는다.


-앞으로의 꿈과 목표.
앞으로도 고객의 기억에 남을 만한 웨딩을 만들고 싶다. 고객이 좋아하고 만족스러워 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 결혼식은 평생 한 번이다. 꽃을 이용해 두 사람의 이야기가 스며든 특별한 결혼식을 꾸미고 싶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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