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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어떻게 이런 걸.." 한국이 만든 돔에 전세계가 감탄

조회수 2020. 9. 28. 09: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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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올림픽 경기장 3배, 세계 최대 돔 공연장도 제 손길 거쳤죠

2015년 4월 필리핀 아레나에서 ‘Best of Best in the Philippines’ 콘서트가 열렸다. 슈퍼주니어·소녀시대·비투비·레드벨벳이 무대에 올랐다. 무려 5만이 넘는 관중이 한자리에서 공연을 봤다. 한류가 없었다면 이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모이기는 불가능했다는 평이다.


또 필리핀 아레나가 있었기에 이런 초대형 콘서트가 가능했다. 아레나는 5만1000석 규모 세계 최대 돔 공연장. 2013년 12월 디스커버리 채널 ‘인간이 만든 경이’(Man-made Marvels) 프로그램에서도 소개했을 정도다. 사실 이 경기장을 만든 곳도 한국 회사다. 한화건설이 2011년 공사를 시작해 2014년 마무리를 지었다. 공사대금은 1억7500만달러.

출처: (왼)한화건설 유튜브 캡처, (오)한화건설 제공
필리핀 아레나.
시설물 관리 직원 자격으로 무대 가까이에서 공연을 봤어요. 축구장 13개 면적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을 보고 가슴이 벅차올랐죠.

한화건설 건축사업본부 기술혁신팀 이광민(35) 대리는 당시 공연을 지켜 본 5만명 가운데 하나였다. 필리핀 아레나는 그가 2012년 입사하자마자 맡은 해외 프로젝트. 현장에서 3년간 발주처와 소통하면서 무리 없이 공사가 끝날 수 있도록 도왔다. 한국으로 돌아와선 2016년 10월부터 인천 임대아파트 현장에서 일했다. 지난 5월에는 본사 기술혁신팀으로 발령이 났다. 공사 시작 전 공사 기간과 시공법을 정한다. 또 건축물 주변 환경을 조사하기도 한다. 쉽게 말해 건설 현장에서 기술적인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돕는 해결사다.


-이 일을 선택한 계기는.


“중학교 2학년 때 뉴질랜드로 유학을 떠났다. 어렸을 때부터 물리와 그림을 좋아했다. 이 두 가지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건축 설계에 관심이 생겼다. 뉴질랜드 국립 빅토리아 대학교(Victoria University of Wellington)에 입학했다. 2학년 때 건설 관리(construction management)를 주 전공으로 골랐다. 공사 시작 전부터 끝날 때까지 생길 수 있는 위험을 조사하고 리스크를 막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 졸업 후 귀국해 군 복무를 마치고 2012년 한화건설에 입사했다.”

출처: 한화건설 제공
이광민 대리.

-입사 이후 다녀본 현장은.


“입사하자마자 필리핀 마닐라로 파견을 가 필리핀 아레나 프로젝트를 맡았다. 한화건설은 크게 건축·토목·플랜트 세 가지 사업을 한다. 건축은 아파트 같은 일반 건축물을 짓는 사업이다. 다리를 짓는 교량 공사, 고속도로 공사 등이 토목 분야다. 플랜트는 발전소 건설 사업이다.


필리핀에선 대외공무팀에서 발주처 관리를 했다. 공사를 하다 보면 설계나 현장에 투입하는 장비를 바꿔야 할 때가 있다. 건물을 세우다 보면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나오기 때문이다. 3년 좀 넘게 발주처와 소통하면서 사고 없이 공사 현장이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귀국 후 2016년 10월쯤 인천서창2지구 꿈에그린 뉴스테이 현장으로 발령이 났다. 공사팀 소속으로 시공을 담당했다. 도면대로 공사를 하고 있는지 감독했다. 지난 5월 본사 기술혁신팀으로 왔다.”


-기술혁신팀이 하는 일은.


“프로젝트를 따내려면 입찰을 해야 하지 않나. 건축물 도면과 조건 등이 나오면 어떤 공법을 써야 더 경제적으로 지을 수 있는지 연구한다. 또 예상 공사 기간도 정한다. 건물을 지을 자리에 방문해 현장 주변 환경을 파악한다. 한 마디로 건설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검토한다.”


-현장마다 검토해야 하는 부분이 다른가.


“터 주변 환경에 따라 검토 항목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도시에서는 현장 소음이나 진동을 고려해야 한다. 유동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또 건물이 촘촘하게 들어서 있어 몸집이 큰 장비도 들여오기 어렵다. 반면 사막 한복판에서는 소음이나 진동 걱정이 없다. 몸집이 크고 소음이 많이 나는 장비라도 공사 효율이 높으면 필요한 만큼 가져다 쓴다.


공사 기간에 따라 공법도 바꾼다. 건물을 지을 때는 먼저 기초 공사를 한다. 땅이 건물을 지탱할 수 있도록 지면을 단단하게 만든다. 이후 땅을 파내서 건물의 뼈대를 세우는 골조 공사를 한다. 골조 공사가 끝나면 1층부터 건물을 세우기 시작한다. 만일 공사 기간이 촉박하면 ‘탑다운’(top-down) 공법을 쓴다. 지상과 지하 공사를 한 번에 한다. 건물에 임시 구조물을 설치하면 동시 공사가 가능하다. 공사 기간은 줄일 수 있지만 비용은 더 들어간다. 발주처에서 공사를 빨리 끝내야 한다면 탑다운 공법을 쓴다.”

출처: 한화건설 제공
인천서창2지구 꿈에그린 뉴스테이.

-우리나라는 건설은 잘하지만 설계는 못한다는 말이 있다.


“아파트 같은 일반 주거시설은 설계부터 공사까지 다 우리나라 기술로 한다. 다만 해외 대규모 사업은 대부분 외국 회사가 설계를 맡는다. 필리핀 아레나도 기본설계는 호주 회사가 했다. 기본설계가 끝나면 시설물 규모·배치·형태 등 세부 사항을 덧붙이는 실시설계를 한다. 시공 방법이나 사용하는 마감재까지 고려해서 만든다. 이런 실시설계는 우리나라 회사들이 하고 있다. 필리핀 아레나 실시설계도 국내 건축설계 디자인업체 ‘해안건축’이 맡았다.


외국에서는 설계사의 위상이 시공사와 비슷하거나 더 높다. 공사 중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설계사를 찾는다. 건물 디자인을 바꿔야 하는데 그래도 괜찮냐고 허락을 받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같은 상황에서 시공사의 입장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문화 차이가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일 하면서 겪는 애로사항은.


“건설회사에서는 호흡이 긴 일을 주로 한다. 건물을 하루 만에 세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퇴근을 해도 계속 일 생각이 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다. 몸은 집에 있는데, 마음은 회사에 있는 거다.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이 일에 필요한 소양이나 자격.


“우선 대학에서 직무와 관련이 있는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건설 지식 말고도 업계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20년 근무한 과장님도 여전히 공부한다. 이 분야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현장 근무에 대한 각오도 필요하다. 여름에는 남들보다 덥게, 겨울에는 남들보다 춥게 일해야 한다. 2~3년마다 보직이 바뀐다. 본사 기술혁신팀으로 들어와도 3년 후에는 현장 부서로 옮길 수도 있다. 해외 프로젝트가 생기면 3년씩 파견 근무를 한다. 그러니 어떤 직무를 줘도 적응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현장 근무는 어떻게 다른가.


“퇴근 시간이 매일 다르다. 현장직 근무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다. 그런데 우리는 관리자가 아닌가. 건설 근로자가 한 명이라도 일을 하고 있다면 현장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퇴근 시간을 맞추기 쉽지 않다."

출처: 한화건설 제공
필리핀 아레나에서 근무하던 시절. 가장 왼쪽이 이광민 대리.

-파견 수당 등 인센티브는 얼마나 받나.


“파견 국가가 얼마나 위험하냐에 따라 수당이 달라진다. A등급이면 가장 치안이 불안정한 나라다. C등급이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이다. 당연히 A등급 국가에 가면 돈을 더 받는다. 직급별로 기본급의 몇 퍼센트를 더 준다. 보통 한국에서 일할 때보다 1.5배 이상 받는다. 또 같은 한국에서 일해도 현장직에는 사무직보다 수당을 더 준다. 해외 근무를 하면 4개월마다 2주씩 휴가를 준다. 왕복 항공권을 모두 지원한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필리핀은 1년 중 5개월이 장마철과 비슷한 우기다. 우리나라에선 비가 많이 오면 작업을 안한다. 그런데 현지 업체가 맡은 기초공사가 늦어지면서 34개월이 필요한 공사를 30개월 안에 끝내야 했다. 마감을 지키려고 밤을 지새우며 24시간 현장을 지켰다. 결국 약속한 날짜에 공사를 마쳤다.”


-이 일에 관심이 있는 청년에게 하고 싶은 말.


“입사 초기에 회사 생활이 힘들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회사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많다. 사실 강의실에서 배운 이론과 현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회사는 이익 창출이 우선이다. 직원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데 여기에 실망하거나 회사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현실은 냉정하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건설회사는 야근과 회식이 많을 거로 생각한다. 오해다. 예전보다 업무 환경이 많이 나아졌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야근이 많이 줄었다. 또 회식 문화도 바뀌었다. 술을 안 마시는 신입사원에게 선배가 술을 강요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또 현장에서는 날이 더우면 ‘수박 데이’, ‘팥빙수 데이’ 같은 행사를 열고 과일, 아이스크림을 나눠주기도 한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나 목표가 있다면.


“현장 경험을 더 쌓아 해외 프로젝트를 맡고 싶다. 건설회사엔 영어 능통자가 많지 않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유학 생활을 해서 유리한 면이 있다. 건설업은 국내·외 프로젝트가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 건물을 짓는 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좀 더 넓은 세상에서 건설인으로 활동하고 싶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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